1. 최충헌(崔忠獻)의 인격(人格)
최충헌은 일개무인이다. 다 같은 무인으로 정중부 이의문 이의방 등에 비하여 학식과 인격이 훨씬 높다 할 수 있다. 정이등 제인은 다 포학하고 욕심과 감정으로 된 사람들이다. 정이 제인은 국가를 돌아보지 않고 다 사리사욕으로 백성들 전토와 가옥을 빼앗아 자기 소유를 삼고 또 왕가의 궁전까지 빼앗아 점령하는 여러 가지 불법을 자행하여 조정을 문란케 만들었다.
그러나 최충헌은 그렇지 않고 그의 혁명운동은 다 라를 위하여 한 일이요. 일호도 백성의 것을 빼앗거나 국재를 손상케 하거나 그런 이기욕을 떠나서 어느 때는 혁신하는 가운데 너무 포학하고 원성이 불무하지만 그것은 혁명 시에 없을 수 없는 일이다.
흉악한 역괴를 토벌하되 법으로써 하였고 또 간신들을 쫓으되 국가의 위엄을 세웠으며 이후로 구신숙장(舊臣宿將)들과 내시 간인들을 다 더러 버리고 또 폭군암주(暴君暗主)를 폐하는 일까지 있으나 일호도 자기의 욕심으로 한 것 아니요 다 나라를 위하여 한 것이다.
심지어 자기 동생 충수(忠粹)가 그의 딸을 억지로 왕비를 삼으로 하는 것을 금하여 그 동생은 감정으로 군사를 거느리고 형을 치려함으로 형은 부득이 동생을 죽이는 데까지 사양치 않았으니 그의 마음에 추호도 사사로 공을 해하거나 사정으로 국권을 농락하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 진실로 지용이 겸전하여 다른 난폭한 무인들과 비할 수 없는 사람이다.
숙청을 당하면서라도 최장군의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게 된 것은 그의 인격이 사리사욕을 떠나 나를 위하는 충의에서 된 일이다. 그뿐 아니라 최씨 전권시대에 몽고군이 여러 번 침입이 있었으나 한 번도 그 말굽이 고려 도성에 들어와 본 적이 없다. 그와 같이 나라를 굳게 지키었으니 그 인격이 비범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