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서 있었던 일
정봉 김 화순
매서운 강추위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매달 한 시간 반을 지하철에 몸을 싣고 화곡동에서 중곡동까지 문학 정기모임에 간다. 다음 달 문학 행사에 같이 가기로 한 안 시인이 호박죽을 끓여 오겠다고 했다. 안 시인은호박죽 끓이기에는 달인으로 불린다, 지난달 정기 모임 때도 호박죽을 한 말이나 끓여와 푸짐한 죽 파티를 했다, 힘들다고 그만하라고 해도 그는 날 보고 김 선생은 떡을 해 나르는데, 호박죽쯤이야 어떠냐며, 당신은 떡 할미 나는 호박죽 할미라며 안시인은 웃었다.
그래서 안 시인은 중곡동 모임 날짜에 맞춰 호박죽을 끓이기 위해 혼자 화곡동 재래시장으로 손수레를 끌고 단 호박을 사러 갔다.
강추위에도 채소는 나란히 줄지어 앉아서 손님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그는 단 호박 가게 앞에 손수레를 깔고 앉아 “아줌마 이 호박 얼마예요?” 물었다. 아줌마는 “다섯 개에 칠천오백 원요!” 하고 귀찮은 듯 대답을 했다. “아줌마 나는 세 개만 필요한데 다섯 개 몽땅 칠천 원에 주소,” 아줌마는 “안 돼요!” 하고 딱 잘라 말하기에 그녀는 “안 되면 어쩔 수 없고,”하며 검정비닐봉지에 호박을 주섬주섬 담고 손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지갑을 호박담은 봉지에 넣는 순간이었다. 덩치 큰 젊은 남자가 봉투를 확 뺏더니 팍 찢어 바닥에 팽개치면서“사기 싫으면 사지 말아요.” 하며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지르더라는 것이었다.
안 시인은 깜짝 놀라서 “어머! 당신은 누구요?” 돌아보니 남자가 셋이나 그녀에게 달려들어 떼밀었다. 그 바람에 뒤로 주저앉으며 비닐봉지에서 지갑을 꺼내려는데 또 확 밀었다. 그 순간 그녀는 위험도 느꼈지만 악에 받쳐 손수레로 그들을 밀어대며 “야 이놈들아! 너희는 어미 아비도 없나? 내가 뭐라고 했다고 노인네한테 이러나?” 하고 고함을 질렀지만 힘없는 그는 떠밀려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급히 일어나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해서 단골집 옆 생선 가게에 들어가서 하소연을 하니, 단골 생선가게 아줌마는 “이렇게 고운 분에게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흥분을 가라앉히라며,” 물 한 컵을 건네주므로 물을 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도저히 분을 못 이겨 심장이 벌렁거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대로는 걸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얼마동안 생선가게 아줌마의 위로에 마음을 진정을 시킨 후 집으로 오긴 했지만 안방에 누워도 억울함이 복받쳐 가슴속이 미어터지는 것 같았다. 오후에 그의 남편이 들어오기에 오전의 재래시장에서의 사건을 말했더니 그는 먼 산을 바라보며, “그게 남의 일이 아니군. 후유, 심각해.”하며 지금 가본들 싸움밖에 안 될 것이니 참으라며, “요즘 젊은 사람들 못 당한다며” 안쓰러운 눈길로 그녀를 위로 해주었지만 그녀는 밤새 잠을 설쳤다고 했다.
다음 날 문학 모임에 참석하러 5호선 지하철에서 만나 군자역으로 가는 동안 그는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 내용을 듣는 순간, 이 사건을 풀지 못하면 본인 평생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있을 것 같아, 나도 화가 울컥 치밀었다.
“그런 일을 그냥 두면 안 되지요, 요즘 사람들이 재래시장 살리기를 왜 하는데요? 친절한 백화점보다 선량한 동네 살리기 운동인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바로 잡아야지요!” 문학반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이 기자님, 오늘 오후에 시간 좀 있나요?” 그녀는 놀란 목소리로 “네 왜 그러세요?” “사건도 보통 사건이 아닙니다, 오후에 만나서 같이 사건 장소를 가 봅시다. 이런 일은 누가 당할지 모릅니다.” 달갑게 “네, 알겠습니다. 오전에 취재 끝나고 뵙겠습니다.” 이기자는 강서문학반 같은 반이자 강서 신문 설계자이다, 우리는 볼일을 보고 4시에 본동 시장 앞에서 만나 분식집에 들어가 떡국을 먹으며 자초지종을 들려준 다음 안 선생님에게 일단 그곳에 가서 친절하게 예의를 갖추라며 설득한 후 우리 셋은 휴대전화기에 녹음을 장치하며 수사관처럼 당당히 채소가계로 갔다, 옆에는 과일 파는 그 남자들이 눈치를 보는 듯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곳은 권장한 젊은이들이 바쁘게 장사를 하는데 그녀는 옆에 다가서서 조심스레 “아저씨, 어제 호박 사건 기억 하시지요,” 상인은 투박한 말투로 흔히 있는 것처럼 “그래서요, 그게 뭐 어 쨌다고요,” 실실 비꼬는 투로 던지는 말에 우린 모두 황당한 눈초리로 “뭐라고요?” 놀라는 듯 대답하며, 얘기 좀 합시다, 상인도 아차 한 듯 멈칫하더니, 다른 곳에 가서 얘기 나누자며 옮겨서 담배를 한 대 물고 한 김을 내 쉬며. 서로 잘잘못을 따지며 옥신각신, 어제 일 문제로 입시랑 중에, 나는 흥정을 붙였다, “자, 이럴 때가 아니죠, 이 가게 책임자이십니까?” “네 제가 주인입니다,”
“주인님이 미남에다 장사도 시원스럽게 잘하시겠네요. 그런데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선 안 되겠지요?” “우리는 재래시장을 홍보하며 백화점 사용 하지 말고 동네 살리자고 운동하는 사람들이고. 이 분은 강서 신문기자입니다, 더구나 강서구에 자랑해야지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신문에 올리면 재래시장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친절하고 싸게 팔아도 큰 마트를 이용하는 현실인데, 이러면 안 되지요,”
하늘만 쳐다보던 상인은 그제야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어제 갑작스러운 일이라 저도 사실은 잘 모릅니다.” 책임자 입장에서 왁자지껄 소리에 말리려고 갔었던 겁니다. 그런데 저분이 같은 폭력 군으로 대하니 저도 답답합니다. 나는 “그럼 이 분에게 정중히 사과드리세요. 진심으로 사죄하십시오!” 그제야 “어제 불찰은 죄송합니다, 제 가게에서 불상사가 있었던 것을 사죄드립니다.” 고개를 숙여 사죄하기에 그만하면 됐다 싶어, 나는 안 시인에게 “지금 이 분이 진실로 사죄드리는데 어떠세요? 그만 받아주시죠,” 그때야 “그만하면 됐네요, 댁은 가고, 저 아주머니 와 보라고 하이소, 영문을 들어야겠네요,” 도대체 왜 그랬는지. 그 남자는 “네, 전하겠지만 저 아줌마는 한 고집 하는데 안 올 겁니다.” 가게로 간 뒤 먼발치로 보니 무어라고 말을 전하지만 콧방귀만 뀌는 듯, 딴청만 피웠다, 같이 일하는 젊은 아줌마가 대충 알고 있는 듯 다가와서 미안하다며 저 아줌마는 보통이 고집이 아니니 포기하라고 설득을 하지만, 우린 화가 나서 상점 앞에 가서 아줌마를 뚫어지게 눈살을 맞추었더니 뻔뻔하게 자존심 세우는 아줌마 앞에서 “이 기자님! 안되겠습니다, 내일 강력계 형사 데려와서 다시 옵시다.” 엄포를 놨더니, 그 소리를 들은 아줌마는 옷을 툭툭 털며 겁에 질린 모습으로 나오더니 “저쪽으로 갑시다,” 우리는 또다시 한쪽 구석에 가서 아줌마를 혼내고 달래며 흥정 속에 살살 구슬렸더니 그 뻣뻣한 얼굴에 숨어있던 눈물이 닭똥처럼 흘리며 그동안 쌓여놨던 자존심 눈물망태기 다 풀린 듯 그제야 본색을 드러내며 “나도 사실은 어젯밤 잠 한숨 못 잤어요, 나도 사람인데, 별일도 아닌데 갑자기 옆에 남자들이 덮치기에 순간 놀랐다고 실토를 하며 죄송합니다.” 울고 있는 사죄 속에, 그녀도 그제야 마음이 누그러져 “사실 이 아줌마는 죄가 없었어요. 나도 압니다, 그렇지만 아줌마와 네, 일이라서 사과를 받아야겠어요.”
이 기자님은 훈계하듯 “그래요, 그럼 정중히 사과하세요, 아줌마는 장갑을 벗고 진심어린 눈물로 죄송합니다. 두 손을 잡고 사죄했다. 우린 “그만하면 됐습니다. 진심이 보이네요.” 재래시장이 살아야 우리가 살죠, 미소로 화해를 하고 돌아서며 가계에 주인에게 나는 어깨를 두드리며 “사장님, 장사 잘하시고 대박 내세요,” 미소를 던지니 주인도 안심되는 듯 “네, 죄송했습니다, 가세요. 인사했다 어제 그 옆에 행패 부리던 남자들은 낌새가 심상찮았던지 재빨리 숨어버렸다
우리는 그들인 줄 알면서 더 따지지 말고 돌아오기로 했다, 그제야 안 선생은 속이 풀린다는 듯, 고맙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지며 우리에게 공공칠 가방을 사주겠단다. 마치! 경찰 같다며,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역시 우리는 용감했다고 순간의 지혜가 상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돌려놨다고 성공했다며 손뼉을 치면서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며 생각해보니 참, 지혜롭게 행동을 잘했다는 것이 대견스러웠다.
이번 경험의 바탕으로 재래시장 그들도 소비자들에게 친절을 베풀 것이라고 믿어본다,
안 시인은 전화로 상인에게 다시는 불친절하지 말라는 부탁 한마디 못하고 돌아선 것이 아쉽다며, 미련이 남았다기에, 나는 “우리 며칠 있다가 대목 장 보러 갑시다. 그때 가서 얘기 나누며 상인들의 웃음꽃을 뽑아내 보자며 많이 사와야겠다고, 통화 속에 약속해 본다.
2016. 02. 01.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글이 들 미완성 입니다, 차츰 태고하고 또 하고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