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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두리의 빛깔 바람
전창수 지음
1부. 세상에 태어나는 빛깔 바람
1
- 네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물은?
- 아버지입니다.
- 왜지?
- 말할 수 없습니다.
- 없는 이유는?
- 그것 역시 말할 수 없습니다.
- 그렇다면, 너의 죄는 무엇인가?
- 머리가 나쁘고 못 생긴 죄밖에 없습니다.
- 흠, 그거 아주 큰 죄로군. 그래서 너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서 미움을 받았나?
- 모르겠습니다.
- 넌, 도대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 적어도, 제가 지옥에 와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지옥에 보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 이유를 몰라? 너의 죄는 머리가 나쁘고 못 생긴 죄야?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 모른다고 거짓말을 해?
- 그게 어떻게 죄가 됩니까?
- 흠, 너는 보기보단 정직하군. 좋아! 이유를 설명해주지. 너는 일단 못 생겼기 때문에, 만인들이 너를 보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지. 그 흉악한 얼굴을 보며, 두려움도 느끼곤 했지.
- 하지만 그건, 당신이 나를 만들 때 그렇게 만들었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 어허,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너는 또 머리가 나빠서 네가 금방 뭘 했는지조차 까먹곤 했어. 그게 사람들한테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아나?
- 그것 역시, 당신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 네가 어떤지, 너 스스로 판단을.
- 저는 스스로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 그건 또 무슨 소린가?
- 저는 누군가의 판단에 의해 움직였고, 누군가의 판단에 의해 말을 했고, 누군가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는 스스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 그 ‘누군가’란 누구지?
- 제 머리 속에 숨어 사는 바이러스입니다.
- 바이러스?
- 예, 바이러스의 판단에 의해 저는 움직여집니다.
- 좋아, 그럼 그 바이러스의 판단에 맡겨 보도록 하지. 너 스스로 그 바이러스에게 물어 봐. 너 스스로 너를 판단해도 좋은지.
- 안 된답니다.
- 왜 안 되지?
- 왜냐하면… 말할 수 없습니다.
- 여기는 지옥이야. 너는 심하게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너는 후회하게 될 거다. 네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던 걸. 어허, 그렇게 떨 필요는 없어.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자,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또 하기로 하지.
2
- 너는 이제 곧 사형에 처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너는 네 스스로 말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또 할 말이 남아 있다면 오늘 다 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너의 죄는 무엇인가?
-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곧 죽는다면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차라리, 저는 지조를 지키다가 이 세상 하직하겠습니다.
- 너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로군. 너는 이미 한 번 죽은 목숨이다. 만약, 네가 또 죽는다면, 너는 더 이상 구원받지 못한다. 그래도, 너는 말하지 않겠는가?
- …
- 묻는 말에 대답 안 하나?
- 뭘 물었죠?
- 너는 지금 나한테까지 피해를 주고 있어. 한 말을 또 하게 만들고, 그렇게 생각 안 하나?
-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얘기해 주시죠.
- 넌 역시 머리가 나빠서 대화가 안 통하는구나. 다시 한 번 묻겠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물은?
- 어머니입니다.
- 왜지?
- 모릅니다.
- 확실히 대답해! 말할 수 없는 거야, 정말 모르는 거야?
- 정말 모릅니다. 그냥 싫습니다.
- 그렇다면, 네가 지옥에 떨어진 이유를 아나?
- 모르겠습니다.
-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 너는 머리가 나쁘고 못 생긴 죄로 여기에 왔다. 알겠나?
-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 머리가 나쁘고 못 생긴 잘못
- 그게 무슨 죄가 됩니까?
- 너는 머리가 나쁘니까 설명해줘도 몰라. 다시 한 번 묻겠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 저입니다.
- 너? 너라구?
- 예, 저는 제 자신을 가장 존경합니다.
- 왜지? 그것도 설명할 수 없나?
- 아닙니다.
- 그럼, 그 이유는 아나?
- 압니다.
- 그럼, 그것 좀 설명해 줄 수 있나?
- 예, 있습니다.
- 그럼, 설명해보게
- 저는 제 자신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 글쎄, 왜 존경하냐니까?
- 저는 아버지처럼 세상물정을 똑바로 알지 못하고, 이것저것 간섭하지 않습니다. 또, 어머니처럼 사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 너는 지금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쓰고 있군. 그렇다면, 너 자신에 대해서 설명 좀 해 보게나?
- 저는 저를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어떠한 말을 하여도 제 넋두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러한 넋두리는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고, 그것은 저의 마음에 위선을 넣어줄 뿐입니다.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이대로 죽게 해 주십시오.
- 너는 그렇게 세상을 쉽게만 살려고 하는군. 나는 되도록 너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다. 그것이 또한 나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너를 쉽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네가 죽을 때까지 나는 끝까지 너를 괴롭힐 것이다.
- ……
- 묻는 말에 대답하라! 너희 어머니는 무얼 하셨지?
- 막노동입니다.
- 너희 아버지는 무얼 하셨지?
- 사업을 하셨습니다.
- 납득이 안 가는군. 그럼, 가정 형편은 좋았나?
- 전 모릅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 네가 모른다고? 숨기려 들지 마! 나는 너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을 뿐이니까. 고통 받고 싶나?
- 예, 고통 받고 싶습니다!
- 그렇다면, 어서 대답해!
- 싫습니다.
- 왜지?
- 모르겠습니다.
- 왜 모르나?
- 저는 여전히 움직여지고 있습니다.
- 바이러스 말인가?
- 예, 바이러스입니다. 아니, 아닙니다.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 그럼, 누구지?
- 저 자신에 의해서입니다.
- 넌 로봇인가, 사람인가?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보기보다 끈질기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지?
- ……
- 이젠, 침묵으로 일관하겠다는 자세군. 너는 침묵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르는군.
3.
- 너를 지배하는 바이러스는 누구지?
- 저를 지배하는 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제야, 입을 여는군. 그래, 침묵의 고통이 얼마나 큰 가 이제 깨달았겠지?
- 그 고통은 크지 않습니다. 저는 한 달 동안 웃기만 했습니다.
- 어,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저는 제 자신을 찾고 싶습니다.
- 그건 또 무슨 소리지?
-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십시오.
- 너는 지금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군. 다시 태어나게 해 달라니?
- 다시 살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이 세상에 가서 다시 하고 싶습니다.
- 다시 하고 싶은 일? 그게 무엇이지?
- 거리를 청소하는 일입니다.
- 넌, 다시 태어날 수 없어.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너희 어머니는 무얼 하셨지?
- 사업을 하셨습니다.
- 아니, 무슨 소리야? 저번에는 막노동을 한다고 해 놓고
- 그것은 저를 낳아준 어머니였습니다.
- 이제야 고백을 하는군. 어떤 사업이었지?
-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었습니다.
- 아버진 어떤 사업을 했나?
- 전 모릅니다. 진짜로 어떤 사업을 했는지 전 모릅니다.
- 그래? 그렇담, 내가 가르쳐 주지.
- 알고 싶지 않습니다.
- 그래도, 알아야 돼. 너희 아버지는 마약 밀매를 했다.
- ……
- 놀라지도 않는군.
- 그렇담, 나는 누구죠?
-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너희 가족을 대표해서 이 지옥에 와 있는 것이고, 네가 너희 가족을 대표해 죄값을 치르는 것이지
- 왜, 제가 죄값을 대신 받아야 합니까? 저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요?
- 왜냐하면, 너희 가족은 이미 구제받을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야. 그들을 구제할 의향이 있나?
- 전혀 없습니다.
- 왜지?
- 그들은 저의 자아를 빼앗았고, 저를 후회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저를 구박했고, 저를 죽였습니다.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구제하고 싶지 않습니다.
- 너의 아들을 생각해 봤나? 너의 아들은 아직 살아서 마약밀매를 계속하고 있다. 그것을 생각해 봤나?
-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 그래도, 생각해야 돼!
- 왜죠? 이유가 뭐죠? 그런 건 뭐 하러 생각해야 되죠?
- 그건 너 자신의 문제다.
- 무엇을 생각해 봐야 되죠?
- 더 이상 질문 따위는 하지 않겠다.
- 도대체, 무슨 생각을 말입니까?
- 너 스스로 생각을 해 보란 말이야.
- 무슨 생각을 말입니까?
- 네가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겠다
- 싫습니다.
- 왜 싫지?
- 모르겠습니다.
- 너는 모르니까 내가 알려주지
- 뭘 말입니까?
- 다시 태어나게 되면 알게 될 거다.
- 싫습니다. 싫습니다. 싫습니다.
4.
- 여보, 애기가 웃어요
- 그러네? 왜 웃으면서 애기가 태어나지?
- 얘 왜 안 울어?
- 여보, 애기는 울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그러니까, 얘 왜 안 울어?
- 무서워
- 딸, 이 애 어떻게 하지?
- 엄마, 나 너무 무서워
- 애가 웃으면서 태어나다니
- 여보, 얘 어떻게 하지?
- 방법이 있을까?
- 얘 한번 울려봐
- 어떻게?
- 인상 막 찡그리고 그래 봐
- 계속 웃는데
- 머리 쥐어박아 봐
- 그래도 웃는데
- 아, 얘 어떻게 하지
- 여보, 여보가 애 낳은 거 맞아?
- 방금 낳는 거 봤잖아
- 아 참, 내 아이 같지 않네
-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 여보, 갑자기 반말하니 무서워
- 애도 무섭고 나도 무서워?
- 아빠, 병원 가자
- 어디 병원?
- 바람난 병원
- 그건 무슨 병원이야?
- 바람이 막 불고 있는 병원
- 바람이 막 불어?
- 응!
- 애가 웃으면서 태어나면 가는 병원이래
- 그런 데가 어딨어?
- 방금 연락 왔어. 애가 웃으면서 태어났다니까.
- 그럼, 얘는?
- 그 병원으로 보내야지.
- 응?
- 엄마, 얘 키우고 싶어?
- 아니
- 아빠는?
- 나도 별로.
- 동의한 거지?
- 응.
- 그럼, 보내는 걸로?
- 그래
2부. 빛깔 바람 - (1) 나는 빛깔 바람이다, 나는 너에게 웃음을 쏘겠다.
1.
- 이 아이요?
- 맞습니다.
- 아이가 웃고 있다고?
- 그렇습니다.
- 지금은?
- 지금도 웃고 있습니다.
- 잘 됐군.
- 네 잘 됐습니다.
- 그렇다면 이 아이에겐 영양주사가 필요 없겠군
- 네 그렇습니다.
- 박사님.
- 무슨 일인가?
- 밖에 시계 봐 행성에서 누군가가 오셨습니다.
- 거기서 무슨 일인가?
- 아이의 성장속도에 대해서 궁금해 하십니다.
- 그런가? 들어오시라고 하게.
- 알겠습니다.
-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 성장속도가 궁금 하시다구요?
- 네, 아이가 1일치 성장판이 열려 있는 건지, 아니면, 1초인지요?
- 지금 성장속도로 보아선, 10일 정도는 걸릴 듯합니다.
- 아 초고속 성장판이 안 열려 있나요?
- 초고속 성장판은 열려 있지 않고, 희한한 게 있군요.
- 희한한 거라뇨?
- 아이는 자신이 잘못한 걸 느끼지 못하는 게…
- 아니 그럼 싸이코패스?
- 아무래도
- 이런, 큰일났군
- 그럼, 이 아이 어떻게 해야 하지?
- 박사님, 성장판을 떼어 버릴까요?
-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
- 성장판을 떼어버리면 어떻게 되죠?
- 성장판을 떼어버리면 아이의 지능수준이 아기수준에서 머물게 되어 말을 못 배우게 되고, 글도 못 쓰게 되죠.
- 아, 그럼?
- 사람에게 해악을 못 끼치게도 되는데, 대신 포기해야 할 건.
- 할 건?
- 우리는 이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는 거죠.
- 아 이유가?
- 연구비가 나오지 않아요.
- 아, 그럼 곤란하겠군요.
- 네, 그렇습니다.
- 아이를 맡길 데가 있나요?
- 저희는 이런 경우, 그냥 아무 집 앞이나 놓아둡니다.
- 그럼 그 아이는?
- 운명에 맡기는 거죠.
- 운명이요?
- 네, 성장판을 떼어놓은 다음에 맡기면 적어도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하니까, 아무 곳이나 놓아두어도 문제가 생기진 않습니다. 다만.
- 다만?
- 그러기 위해서는 야근을 해야 하고, 야근수당을 청구해야 하죠.
- 그렇군요.
- 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 네, 그러도록 하시지요.
- 그럼.
- 그럼.
2.
- 어머, 웬 아기가 있어요.
- 어, 이 아기 또 누가 갖다 버렸나 보네요.
- 어떡하죠?
- 근데 이 아이?
- 웃고 있네요?
-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웃는 걸 보니
- 그래서요?
- 다른 곳에 버립시다.
- 아, 그래야겠네요.
- 아이는 우리가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네요.
- 그럽시다.
- 누가 이런 못된 짓을 했는지 몰라도
- 우리가 이런 못된 짓에 동조해 줄 수는 없으니까.
- 어디다 버리죠?
- 내가 알아서 하지.
- 그래요.
- 모른 척 해.
- 알았어요.
3.
- 아이는 어떻게 했어?
-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어떻게 합니까?
- 분명, 어디로 데려가는 걸 우리가 봤어. 바른대로 말하면 보내주지.
- 그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 그럼 먼저 보내 주면 말해줄래?
- 이봐, 먼저 보내 주면 어떻게 말을 들어?
- 먼저 보내 주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방법이 있나?
- 있습니다.
-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 저의 코딱지를 걸겠습니다
- 코딱지?
- 웬 코딱지?
- 코딱지를 파게 해 주십시오.
- 그럼 어떻게 되는데?
- 한번 해 보시면.
- 그래, 어디 한번 해 봐
- 뭐야 얘 어디 갔어?
- 우리가 당했잖아!
- 사라졌어
- 코딱지를 파더니, 퓽 하고 올라갔어!
- 어디로 올라간 거야?
- 몰라, 이 새끼 하늘로 갔나?
- 코딱지를 파게 하면 어떻게?
- 궁금해서
- 우리도 코딱지 파볼까?
- 그럼?
- 그 새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 네가 먼저 해봐.
- 알았어, 이 새끼야. 내가 먼저 해보지.
- 야! 야! 야! 너 어디가?
- 거봐, 나도 날아가지. 너도 한번 해봐!
- 진짜 날아가네. 나도 한번 해보지.
4.
- 여기가 대체 어디야?
- 그러게?
- 잠깐, 이 아기?
- 우리가 찾던 그 놈이야.
- 드디어 찾았어, 이 녀석.
- 우리 여기까지 날아온 거야?
-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 아까, 그 새끼가 이리로 갖다 놓았나 봐.
- 그 새낀 어디 갔어?
- 몰라. 지금 그 새끼 신경 쓸 시간 없어.
- 이 녀석 웃고 있네.
-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나 봐.
- 그러게.
- 이 녀석, 너는 우리의 밥줄이다.
- 그래! 드디어 우리도 밥줄을 찾았어.
-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 뭔데?
- 이 녀석이 우리의 밥줄이라고 누가 얘기해줬어?
- 어떤 나이 지긋하고 이상한 복장을 한 어떤 분이.
- 어떤 이상한 복장?
-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있는 어떤 분.
- 그분은 뭐하는 분이래?
- 나도 몰라. 그냥 사람들이 그러는데, 그분이 하는 말은 무조건 맞다고 해서.
- 그래?
- 그분이 하는 말 믿기로.
- 이 녀석, 정말 우리의 밥줄이 될까?
- 그건 모르지.
- 아무튼, 키워 보자구.
- 그래야겠네.
5.
- 데리고 왔어?
- 응, 녀석을 간신히 찾았어?
- 어떻게 찾았는데?
- 날라 갔어.
- 얼마나 빨리 다녔길래, 날라 갔다고 그래?
- 그게 그 의미가 아니고 진짜로 날아서 갔어.
- 고생을 정말 많이 했나 보네. 헛소리를 다하고.
- 헛소리 아니래두!
- 됐어, 그만해.
- 얘가 우리의 밥줄이라 그랬지.
- 맞아, 우리의 밥줄이야.
- 그럼!
- 밥부터 먹여야지.
- 그래야지.
- 근데
- 뭘 먹이지?
- 애긴데?
- 아 그러게!
- 풀부터 줘봐.
- 초록 풀? 아니며 빨간 풀?
- 아니야, 풀 먹이면 안 될 거 같아
- 그럼?
- 주황색 과일로.
- 그럴까?
- 주황색 과일을 먹으면 어떻게 돼?
- 어떻게 되긴 무럭무럭 성장하겠지.
- 그래?
- 과일에 특이한 효능이 있는 거야?
- 특별한 거 없어.
- 그럼 그냥 성장한다고?
- 응
- 잠깐. 얘 성장판이 제거되었어.
- 뭐야?
- 성장판이 제거 되었으면 우리한테도 쓸모 없잖아.
- 아, 이런.
- 얘, 계속 웃고 있는데?
- 밥은 먹은 걸까?
- 야, 도로 갖다 놔
- 왜?
- 얘, 있어도 우리한테 소용없어.
- 아니야, 소용 있을 거야.
- 어떻게 하려고?
- 팔 데가 있어.
- 어, 정말?
- 응.
6.
- 어디까지 가야 돼?
- 여기야?
- 아니, 좀 더 가면 돼.
- 근데, 왜 항상 우리만 나와?
- 우리가 가장 빠르다잖아.
- 애 들고 다니기 힘든데.
- 금괴 들어 있나 잘 확인해야 돼.
- 그건 또 어떻게 들고 가지?
- 금괴?
- 그래서 이 수레를 끌고 가는 거잖아.
- 아 그렇구나.
- 근데 궁금한 게.
- 응?
- 성장판이 멈춘 아이는 우리의 밥줄이 안 돼?
- 이렇게 팔면 되긴 되지. 근데.
- 근데?
- 아이가 안 자라면 어디에 쓰려고?
- 아, 그렇네.
- 거의 다 왔어.
- 여기는 안 자라는 아이가 필요하다고 했어?
- 응.
- 안 자라는 아이가 왜 필요하지?
- 그건 말해줄 수 없다는데?
- 그래?
- 안 자라는 아이가 필요한 데도 있구나.
- 다 왔다.
- 저 사람이야?
- 정말 못 생겼다.
- 성격도 대게 못 되었대.
- 그래?
- 얼른 금괴만 받아가지고 가자.
- 그래.
7.
- 이 아인가?
- 네, 그렇습니다.
- 금괴는 어디에?
- 금괴는 없다.
- 네?
- 너희도 여기서 못 나간다.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너희는 이제부터 내 수발을 들어야 한다.
- 아니, 저희가 왜 수발을 들어야 합니까?
- 너희도 내가 이미 샀다.
- 네?
- 안 됩니다.
- 나갈 수 있으면 나가 봐라.
- 우리 어떻게 하지?
- 저기로 걸어가 보자.
- 지금부터 나를 대장님으로 불러라.
- 아니, 왜 이러십니까. 이거 놓으십시오.
- 이봐, 이 사람 왜 이렇게 힘이 쎄?
- 대장님, 대장님, 이거 놓으십시오. 말 들을 테니 놓아주십시오. 너무 간지럽습니다.
- 알겠다. 너는 놓아주지? 근데, 네 녀석은 왜 아무 말이 없느냐?
- 대장님으로 부르면 되나요?
- 그렇다.
- 절 놓아주시죠.
- 알겠다
- 그럼, 저희는 이제부터 무엇을 하면 되나요?
- 내 수발을 들라고 하지 않았느냐?
- 그러니까, 수발을 드는데, 뭘 하면 되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 그걸 내가 말해야 되느냐?
- 네, 그렇습니다.
- 그럼, 너는 우선 나의 등부터 긁어라.
- 알겠습니다.
- 그리고 너는.
- 네.
- 아기가 먹을 것과 내가 먹을 것을 구해 오너라.
- 네?
- 싫으면 한 번 더 할까?
- 아닙니다.
- 아기는 어떻게 할까요?
- 아기는 내게 주거라.
- 여기 있습니다.
- 그럼 저는 먹을 걸 구해오면 되나요?
- 그렇다. 갔다 오너라.
- 알겠습니다.
8.
- 대장님, 그 녀석 오지 않을 겁니다.
-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 네?
- 여기 한번 온 이상, 나 없이는 못 나간다.
- 아, 그, 그렇습니까?
- 그렇다.
- 여기가 뭐하는 곳입니까?
- 아기가 자라는 곳이다.
- 네?
- 성장판이 제거된 아기가 자라는 곳이다.
- 아, 네에…
- 아기가 내게 웃음을 보이는군.
- 아기가 좋으십니까?
- 그렇다.
- 등을 긁어드리니, 시원하십니까?
- 그렇다.
- 저희는 언제 보내 주십니까?
- 내 수발을 들기로 하지 않았느냐?
- 그래도 저희는 이곳이 집이 아닌데…
- 그렇다면, 네게 임무를 주마.
- 어떤 임무를?
- 앞으로 이 아이의 수발을 들라.
- 네?
- 이 아기의 조수가 되란 말이다.
- 아, 그, 그건?
- 싫으면, 평생 나의 수발을 들고 살아라.
- 아닙니다. 이 아이의 수발을 들겠습니다. 그럼, 저는 집에 갈 수 있나요?
- 방법이 하나 있다.
- 뭔가요?
- 이 아기가 보내주면 갈 수 있다. 아이에게 잘 보여라.
- 아, 그, 그렇습니까?
- 다만.
- 네.
- 너만이다. 다른 녀석은 아니다.
- 아, 네.
9.
- 먹을 걸 구해 왔느냐?
- 왔습니다. 여기 먹을 걸 구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요?
- 먹을 걸 구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네 녀석이 도망치려 했겠지.
- 그, 그럴리가요!
- 누굴 속이려 하느냐?
- 대장님, 전 속이지 않…
-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 녀석 맛 좀 더 보여 줘야지.
- 대장님, 안 돼요! 그만 간지럽히세요!
- 도망치려 했느냐?
- 네, 했어요.
- 이제야 인정을 하는군.
- 그럼, 저는 여기서 무얼?
- 너는 여기서 날마다 저기 있는 저 나무에 물을 주면서 나의 수발을 들면 되느니라.
- 네?
- 도망치려 했기 때문에 너는 여기서 평생 못 나간다.
- 아 안 됩니다, 그건!
- 그럼, 또 한 번…
-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수발을 들께요!
- 대장님, 아기가 걸어 다니는데요?
- 아기라고 부르지 마라. 이제 저 아이를 초향단이라고 불러라.
- 대장님, 저 아이는 사내아인데요?
- 알고 있다.
- 대장님, 혹시 저 아이가 계집아이로 알고 데려오라 한 건 아닌지요?
- 이 녀석이, 나를 뭘로 보는 거냐?
- 대장님,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놓아 주십시오.
-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말 못하도록 이번에 단단히 혼을 내주지.
- 대장님, 살려주십시오, 너무 웃겨 미치겠습니다.
- 안돼!
10.
- 향단아
- 네?
- 너는 사내아이지?
- 네. 저는 사내아이라고 들었습니다, 대장님.
- 그래, 그렇구나.
- 네.
- 그런데, 저기 있는 저 두 분은 누구신지요?
- 저기 있는 코가 크고 둥근 저분은 향단이의 심부름을 할 사람이다. 백당이라고 부르면 된다. 부를 때, 백당님 하고 부르면 절대 안 되느니라. 백당아 하고 불러야 된다.
- 명심하겠습니다.
- 그리고 저기 저 아주 잘 생기고 키도 큰 저 사람은 나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다. 저 녀석은 백항이라고 부르도록 해라. 말했듯이, 백항님이라고 부르면 절대 안 된다.
-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11.
- 백당아
- 네, 향단님.
- 등 좀 긁어라.
- 네 알겠습니다.
12.
-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돼?
- 기회를 보자고
- 향단이는 문제가 안 되는데, 대장을 어떻게 처리하지.
- 걱정 마, 방법이 있어.
- 어떤?
- 잘 때.
- 아!
- 해결할 수 있어.
- 그렇겠네.
13.
- 향단님
- 왜 그러느냐?
- 지금 대장님은 주무시나요?
- 그러한데 왜 그러느냐?
- 향단님
- 무슨 일이냐?
- 제가 재밌는 거 가르쳐 드릴께요.
- 뭔데?
- 저희를 따라오시면, 재밌는 게 있다는 거 알게 될 거예요.
- 그래?
- 저희랑 같이 한번 재밌는 구경 가 보시겠습니까?
- 그러자꾸나!
14.
- 여기란 말이냐? 재밌는 곳이?
- 안에 들어가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 그래?
- 들어가 볼까요?
- 그러자꾸나.
14.
- 아니, 이 녀석들 어떻게 왔어?
- 우리가 누군지는 알지?
- 아 큰일 났네
- 이 녀석은 또 누구야?
- 향단님, 이 녀석들이 우리의 금괴를 훔쳐 간 놈들입니다.
- 뭐야? 이 녀석들이 뺏어갔다고?
- 네, 우리의 금괴를 이 녀석들이 뺏어가서 저희가 향단님과 대장님의 심부름꾼이 된 것입니다. 금괴를 벌려고요.
- 이 놈들! 내 팔을 받아라!
- 아, 미치겠네
- 이 녀석 대체 뭐하는 녀석이지.
- 팔을 대충 휘두르기만 해도 녀석들 막 넘어지네.
- 금괴 돌려드릴 테니, 제발 가 주십시오.
- 있는 것 모두 내 놓아라.
- 향단님, 잘 한다!
- 알겠습니다. 전부 꺼내.
- 아, 미치겠네. 우린 어떡하지?
- 그 아기 녀석 다시 찾아와야겠어.
- 이게 전부냐?
- 네, 전부입니다.
- 백당, 백항. 실어라.
- 네, 알겠습니다. 향단님.
15.
- 향단님. 네, 저희는 이 금괴 때문인데, 저희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향단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셨으니, 이 금괴 중 하나를 드리고…
- 아, 그렇게 되느냐?
- 이제, 저희는 향단님의 심부름꾼이 아닌데.
- 아, 그럼 백당님, 백항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 아, 그렇게 불러주신다면야.
- 백항님, 백당님. 그럼 갈 길을 가시지요.
- 그렇겐 못하지!
- 네?
- 네가 우리의 밥줄인데, 너를 우리가 잡아야지.
- 드디어, 백항님, 백당님이라고 불렀어. 역시 머리가 나쁜 녀석이군.
- 잘 묶어
- 이거 왜 이러세요?
- 향단이 널, 데려가야겠어.
- 대장한테는 가지 않는다. 넌 우리의 밥줄이야. 우리가 데려간다.
- 이 녀석, 또 웃네.
- 울지 못하는 녀석이잖아.
- 이 녀석 웃음소리 때문에 미치겠어.
- 잘 묶었지?
- 이제 가 보자고
- 웃음소리에 신경 쓰지 말고
- 근데, 어디로 가지?
- 아기가 발견됐던 장소.
- 날아갈 수 있을까?
- 방법이 있지
- 맞아. 코딱지.
- 이 녀석 꽉 잡아
- 꽉 잡았어.
- 그럼, 출발한다.
- 그래
2부. 빛깔 바람 - (2) 너도 빛깔바람의 맛을 보겠느냐?
1.
- 이 녀석 어디 갔지?
- 향단아, 향단아?
- 우리만 날아온 거야?
- 그 꼬맹이 녀석이 우릴 속인 거 아냐?
- 속이다니?
- 그 녀석이 우리더러 코딱지를… 아, 아니구나
-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야.
- 그래, 맞아.
-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로 날아온 거야?
- 왜 이렇게 환하지?
- 해가… 없네…
- 해가 없는데, 왜 이렇게 환해?
- 여기 어디지?
- 저건 또 뭐야?
- 뭐가?
- 바다가 왜 분홍색이야?
- 저게 바다야?
-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리잖아
- 그러네
- 바다가 졸졸졸 흐르면,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가 이상해지는 거야?
- 이봐, 백항,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 백항이라고 부르지 마.
- 그럼 뭐라고 불러?
- 박사님이라고
- 네가 왜 박사야?
- 나도 박사가 되고 싶으니까
- 뜬금없이?
- 뜬금이 왜 없어?
- 그럼, 뜬금이 있어?
- 뜬금이 뭔데?
- 뜨고 있는 금 아니야?
- 무슨 헛소리야?
- 그러니까, 네가 박사가 아니란 소리야.
- 알아, 그래도 박사라고 불러. 백항이라고 불리기 싫으니까
- 그래, 그럼 나를 천사라고 불러.
- 무슨 헛소리야?
- 너는 박사고 나는 천사.
- 왜?
- 나도 백당이라고 불리기 싫어
- 야
- 나한테 먼저 박사라고 불러
- 싫어, 네가 먼저 천사라고 불러
- 싫어, 네가 먼저 박사라고 불러
- 싫다고, 네가 먼저 천사라고 불러
- 싫다니까
- 어이! 거기!
- 잠깐만, 저게 누구야?
- 너희들 잘 만났다
- 대, 대, 대장님…
- 너희들 나 잘 때 몰래 도망쳤지
- 대, 대장님, 잘못했습니다…
- 대, 대장님, 너무 간지럽습니다. 이거 놓으시고…
- 내가 너희들을 그냥 놔줄 줄 아냐? 향단이를 어떻게 했어?
- 향단님은 그냥 제 갈 길 간다고 갔습니다.
- 누굴 속이려고?
- 정말입니다. 자기 갈 길 간다고 갔습니다.
- 그래? 그렇담 말이다.
- 네.
- 찾아 오거라.
- 아니, 어디 가서 향단님을 찾는단 말입니까?
- 너희가 데려가지 않았느냐! 찾아오란 말이다!
- 대, 대, 대장님. 웃겨 미치겠습니다. 그만 하십시오. 그만 간지럽히시고 저희 말을 좀…
- 찾아오겠다고 대답해라!
- 찾아오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생각할 시간을 주셔야지…
- 그래, 막간 주겠다.
- 너무 짧습니다, 대장님
- 막간에 막간으로 줄인다.
- 아닙니다, 대장님. 막간이면 충분합니다.
- 그래, 그럼, 막간 잰다!
- 예, 대장님.
- 어쩌려고?
- 코!
- 아!
- 파자
2.
- 백항아, 백당아, 따라오거라
- 어, 여기는?
- 갑자기 여기는 왜 왔어?
- 백항아, 백당아, 대답 안 하느냐?
- 네, 향단님. 분부 따르겠습니다.
- 우리 다시 온 거야?
- 왜 코딱지의 효과가 하나도 없지?
- 아, 미치겠네
- 그러게
- 백항아, 백당아, 무슨 작당을 그리 하고 그러느냐?
- 아니옵니다, 향단님. 그런데, 무슨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십니까?
- 백항인 가서 마당을 빗자루로 좀 쓸고 오너라, 백당이는 나를 따로 좀 보고
- 알겠습니다. 마당을 쓸고 오겠습니다.
- 향단님, 저는 왜?
- 너는 빛깔 바람의 맛을 좀 보아야겠다.
- 빛깔 바람이 뭡니까?
- 그런 사람이 있다.
- 사람입니까? 뭐하는 사람입니까?
- 빛깔 바람이라는 사람이다.
- 그 빛깔 바람이라는 분이 뭐하시는 분입니까?
- 그런 사람이 있다.
- 왜 대답을 피하십니까?
- 백항이 다 쓸었느냐?
- 넌 또 왜 이렇게 빨리 왔어?
- 백항아
- 네, 향단님?
- 너도 빛깔 바람의 맛을 좀 보겠느냐?
- 그 사람을 제가 왜 봅니까?
- 사람인지는 어떻게 아느냐?
- 어떻게 알다뇨? 마당에서도 향단님의 목소리 다 들립니다.
- 둘 다 빛깔 바람의 맛을 보지 않겠느냐?
- 그러하옵니다.
- 그러하옵니다.
- 그러하느냐?
- 너희 둘은 운이 좋구나.
- 향단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 너희 둘이 맛을 보지 않겠다고 해서, 내가 너희 둘에게 아무 짓도 안 하기로 했다.
- 향단님, 지금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겁니까?
- 너희 둘은 나를 속였다.
- 아참. 잘못했사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향단님.
- 지금 장난하느냐?
- 아니옵니다. 정말 진중하게 반성을 하는 중이옵니다, 향단님.
- 그러하느냐.
- 그러하옵니다.
- 난 너희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기로 했다.
- 향단님, 그럼 저희를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 그러하다.
- 감사하옵니다, 향단님.
- 그러하느냐?
-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 무엇입니까?
- 코딱지를 파서 이리로 가져오너라.
- 향단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 코, 코딱지를 파라뇨?
- 명령이다. 안 그럼 빛깔바람의 맛을 보여주어야 하느니라.
- 햐, 향단님… 그, 그것만은, 너무…
- 싫은 것이냐?
- 그, 그게 아니라, 코딱지 파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하시는 말씀이신지요?
- 그게 말이다
- 네 말씀하십시오.
- 아까 너희들이 코딱지를 파니까 사라지던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그런다.
- 아니, 햐, 향단님, 그럼 우리를 시험해 보시는 겁니까?
- 너희가 나를 속이지 않았느냐?
- 그, 그럼…
- 그러니, 내가 너희를 시험해 보지 않고 어떻게 견디겠느냐?
- 햐, 향단님. 정말로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 저도요, 향단님, 다시는 안 그럴라오!
- 백항아
- 예, 향단님.
- 너 말투가 갑자기 왜 그러냐?
- 제 말투가 어때설라오서요, 향단님?
- 갑자기 왜 대거리를 하느냐?
- 향단님, 대거리라뇨? 제가 언제 대거리를 하였다고 말씀하실라우?
- 지금 대거리하는 거 아니고 뭣이냐, 말투가 왜 그 따구냐?
- 제 말투가 어때설라우서요?
- 왜 한 번도 쓰지 않던 말투로 대거리를 하느냐?
- 백항아, 너 진짜 이상해
- 내가 뭐가 이상해설라우서요?
- 백항아, 너 정말 그럴 것이냐?
- 코딱지는 파기 싫어설라우서!
- 알았다. 파지 마라.
- 정말이설라우?
- 네가 이겼다
- 그게 무슨 말씀이설라우?
- 더는 네게 코딱지 파란 말 안 하겠다, 헌데.
- 네
- 백당, 너는 파서 가져 와야겠다
- 왜 저만 파서 가져갑니까?
- 너도 대거리하는 것이냐?
- 대거리해야 안 파도 되는 거 아니라우?
- 그렇다
- 대거리를 해야 안 파도 된다
- 정말이라우?
- 그렇다
- 대신, 저기
- 아, 대장님, 언제 왔습니까?
- 대장님, 그만 하십시오.
- 네 녀석들이 우리 향단이에게 계속 대들고 있겠다?
- 다시는 안 그러겠사옵니다, 대장님, 그만 하십시오
- 내가 이번에는 네 녀석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 대장님, 정말 웃겨 미치겠습니다
- 향단아, 너도 웃기느냐?
- 아니옵니다, 대장님. 저는 웃기지 않습니다.
- 네 녀석들, 코딱지.
- 대장님, 거긴…
- 코딱지를 팔면 사라진다 했겠다.
- 대장님, 그럼 어떻게 되는 건지 아시는지?
- 내 알 바 아니다. 네 녀석들 코딱지를 내가 파면…
- 대장님이 날아갑니다
- 그럴 리가 없다.
-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 그래, 한번 해 보자.
- 그럼, 누구의 코딱지를 먼저?
- 향단아 이리 와 봐라.
- 네, 대장님.
- 너는 백항의 코딱지를 파 보거라, 나는 이놈의 코딱지를 파 볼 테니. 동시에 파는 것이다.
- 알겠습니다, 대장님.
- 이리 대!
- 대장님, 정말 파시게요?
- 네 녀석들 왜 웃느냐?
- 팔면 좋은데?
- 그래, 그럼 파겠다.
- 대장님, 시작하시죠
- 그래, 향단아, 시작하자
3.
- 대장님, 지금 파고 있는 겁니까?
- 그렇다
- 근데, 왜 아무 느낌이 없지?
- 어딜 파시는 거예요?
- 코를 파고 있다
- 근데 왜 파는 게 안 보이지?
- 너희들은
- 네, 대장님
- 이제 해방이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대장님?
- 너희 갈 길을 가라
- 저희를 정말로 놓아주시는 겁니까?
- 그렇다, 갈 길을 가라
- 정말로 정말입니까?
- 그렇다. 잡지 않겠다. 가라.
- 고맙사옵니다, 대장님.
- 가자, 천사야.
- 그래, 박사야.
4.
- 향단아
- 네, 대장님
- 네 소원대로 되었구나
- 네, 맞습니다.
- 저들을 왜 놓아주라 했느냐?
- 저들이 가야 할 길이 보였습니다
- 저들이 가야 할 길이 어디느냐?
- 곧 아시게 될 것입니다.
- 그러하느냐?
- 네, 그러하옵니다.
5.
- 박사야
- 응, 왜 그래?
- 근데 말이야
- 응
- 우리 금괴가 하나도 없어
- 응, 그러네?
- 어떡하지?
- 그냥, 돌아가자
- 그래야겠네
6.
- 대장님
- 백당, 백항, 너희들 왜 돌아왔느냐?
- 저희 그냥 여기 있게 해 주십시오.
- 아니, 기껏 생각해서 놓아 주었더니, 그마저도 거부하는 것이냐?
- 그게 아니라
- 그게 아니라 무엇이느냐?
- 저희 먹고 살 길이 막막하옵니다.
- 그러하느냐?
- 그러하옵니다
- 저희를 그냥 거두어 주십시오
- 거두어 달라니?
- 대장님과 향단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 그러하느냐? 진심이느냐?
- 진심이옵니다.
- 향단아, 너 이 두 녀석을 믿을 수 있겠느냐?
- 믿을 수 없사옵니다.
- 아, 향단님, 정말로 잘못했사옵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 저도 잘못했어요, 거두어 주시와요!
- 말투가 또 왜 그러느냐?
- 거두어 주십시오, 대장님, 향단님.
- 날이 어두워졌구나
- 대장님, 별도 떠 있습니다
- 그렇구나, 저 녀석들이 있으면, 그놈들이 가만 안 있을 텐데
- 대장님, 방법이 있을 겁니다.
- 그러하겠지.
- 이놈들은 지금 잠이 오느냐?
- 그냥 두시지요
- 그래야 하겠구나.
- 내일은 좀더 멀리까지 가 보도록 하거라
- 네, 대장님
- 일찍 자야겠구나
- 네, 대장님
- 이놈들 옆에서 잘 테냐?
- 아닙니다, 좀 있다 들어갈 것입니다. 이놈들은 그냥 여기서 자게 내버려 두시지요.
- 그래야겠구나.
- 잘 자거라
- 네 대장님
- 내일이 걱정이구나
- 네, 대장님,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 그래, 알았다. 잘 자거라.
- 네, 대장님.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 그래, 이놈들 잘 보고 가거라.
- 네, 대장님.
2부. 빛깔 바람 - (3) 드디어 시작하는 그놈들
1.
- 향단아!
- 네, 대장님?
- 백항이와 백당이는 어디 갔느냐?
- 마당에 청소하러 갔습니다.
- 그러하느냐?
- 네 그렇습니다.
- 일찍도 일어났구나?
- 네, 하늘에 별이 보이나 봅니다
- 그건 또 무슨 소리냐?
- 하늘에 별이 보이니, 백항이와 백당이가 일찍 일어나 청소하는 것이지 싶습니다.
- 아 그런 것이냐?
- 네, 대장님
- 그럼 향단아
- 오늘은 그곳에 가봐야겠구나!
- 네 대장님, 가보겠사옵니다
- 내가 같이 가야 하느냐?
- 아니옵니다, 대장님
- 괜찮겠느냐?
- 네 대장님
- 정말 괜찮겠느냐?
- 네 대장님 정말 괜찮사옵니다
- 그래 알았다
2.
- 향단님! 향단님!
- 무슨 일로 나를 찾고 그러느냐?
- 백당이랑 저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하시는 건지요?
- 백항이, 너부터 데려가야 한다
- 네? 저 말인가요? 어디로?
- 읍내로 가봐야겠구나
- 거긴 왜?
- 읍내에 가면 파는 게 많다더구나
- 뭐 사야 할 게 있나요?
- 그래서 짐꾼이 필요하다
- 그런가요? 제가 힘이 그렇게 센 편은 아닌데요?
- 그래서 말이다
- 말씀하세요, 향단님
- 향단님, 향단님!
- 너는 무슨 일이냐?
-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 아니다
- 아니, 저는 왜 안 된다고 하십니까?
- 백항이만 데려갈 거다
- 아니, 저 힘 셉니다!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 안 된다고 했느니라!
- 이유가 뭡니까?
- 이유? 이유식이란 것도 파느냐?
- 아 그렇사옵니다. 이유식을 파니까, 그곳에 나가면 그 이유식을 제가 들고 오겠습니다.
- 그러하느냐?
- 네 그러하옵니다
- 그럼
- 네 향단님
- 가자꾸나
- 네?
- 어서 가자, 준비하거라
- 정말 저를 데려가시는 겁니까?
- 너만 데려간다
- 백항이는 안 데려갑니까?
- 뭐하러 둘씩이나 가느냐?
- 방금까지 안 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 이유식을 판다고 하지 않았느냐?
- 네 그렇습니다, 향단님!
- 그게 뭔지 모르겠으니, 찾거든 말해 주거라!
- 향단님!
- 왜 그러느냐?
- 정말 이유가 뭔지 모르십니까?
- 이유식이라 하지 않았느냐?
- 이유식이 뭔지는 아십니까?
- 먹는 거 아니냐?
- 먹는 거는 먹는 건데, 누가 먹는 건지는 아십니까?
- 내가 먹으려고 한다
- 아니, 향단님께서 그걸 왜?
- 이유식이 먹는 거라 하지 않았느냐? 맛있을 거 같느니라.
- 그렇사옵니까?
- 그러하다
- 그런데 말입니다, 향단님?
- 왜 그러느냐?
- 꼭 읍내에 가셔야겠습니까?
- 그럼 안 가고 어떻게 짐을 들고 오느냐?
- 짐을 들고 와야 됩니까?
- 그러하느니라!
- 그럼, 코딱지를 팔까요?
- 백항아, 코딱지는 이제 없느니라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 코딱지가 없습니까?
- 코딱지가 없다고…
- 그러느니라…
- 없다고…?
- 없습니까…?
- 그러느니라
- 이제 코딱지는 잊고 살거라
- 아니되옵니다!
- 그럴 수 없사옵니다!
- 날아가야 됩니다!
- 잊어야 하느니라!
- 아니되옵니다!
- 잊어야 하느니라!
- 왜 이렇게 시끄럽느냐?
- 대장님, 오셨습니까?
- 읍내에 갔다 오라고 한 게 언젠데 아직도 이러고 있느냐?
- 지금 갔다 오겠습니다
- 백항이를 데려가는 것이냐, 백당이를 데려가는 것이냐?
- 백당이를 데려가려 하옵니다
- 그러하느냐? 백항이는 그럼 나를 따라오거라
- 알았어요. 따라갈께요.
- 백당이는 나를 따라오거라
- 예, 향단님,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 가자, 백당아
- 가자, 백항아
3.
- 백항아
- 예?
- 나를 따라오는 게 좋으냐?
- 아니요, 안 좋아요
- 그러하느냐?
- 그럼 향단이를 따라가는 게 더 편하느냐?
- 네 그러해요. 저는 왜 부르신 거죠?
- 향단이를 부탁한다.
- 저한테 왜 부탁을?
- 그러니까
- 네?
- 네가 향단이를 계속 돌보지 않았느냐?
- 제가 아니라 백당이가…
- 아니다, 내가 보기엔 백항이, 네가 향단이를 돌보았느니라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 네가 잘 해서다
- 무엇을요?
- 네가 잘 해서 향단이가 잘 자랐느니라!
- 제가 무엇을 잘 했다는 것인지요?
- 네가 잘 해서다
- 그러니까, 제가 무엇을?
- 그러니까, 네가 향단이한테 잘 해서다, 잘 돌봐줬느니라
- 그러니까, 제가 무엇을 잘 돌봐주었다는 것인지요?
- 꼭 대답을 들어야 하느냐?
- 말씀해 주세요!
- 그러하느냐?
- 왜 자꾸 하늘은 쳐다보고 그러세요?
- 정말 모르느냐?
- 정말 모른다구요! 왜 제가 돌봐줬다고 하시는지요?
- 그러니까, 백항이 네가 돌봐준 건…
- 네, 뭔데요?
- 아니다
- 아니, 뭐냐고요!
- 꼭 말해야 하느냐?
- 네, 말씀해 주세요!
- 그러하느냐? 대답을 듣고 싶은 게로구나!
- 네, 그러해요!
- 지금 네가 대답했느니라!
- 뭘요?
- 네가 향단이를 돌본 이유에 대해서 네 스스로 대답했느니라!
- 제가 뭐라고 대답했는데요?
- 그러해요! 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 그게 향단이를 돌봐줬다는 것과 무슨…
- 그러니까, 향단이는 너에게 그런 존재니라
- 제가 향단이한테 그런 존재가 아니구요?
- 그러하느니라! 향단이가 너한테 그런 존재니까…
- 그래서요?
- 그래서 네가 향단이를 돌봐주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 대장님
- 왜 그러느냐?
- 그만 놀리시지요!
- 놀리는 걸로 보이느냐?
- 그럼 놀리는 게 아니고 뭔가요?
- 난 백항이도 백당이도 놀린 적 없느니라
- 대장님
- 왜 그러느냐?
- 항상 저희를 놀리지 않으셨는지요?
- 그런 적 없다
- 아니, 왜 그런 적 없다고 하시는지요?
- 그런 적 없으니, 없다고 하는 거다!
- 저희 간지럼은 왜 태우셨나요?
- 놀린 게 아니라!
- 네! 놀린 게 아니라?
- 벌을 준 것이니라!
- 그러니까, 벌을 왜 놀리면서 주시냐고요!
- 지금 내게 따지는 것이냐? 또…
- 저 또…
4.
- 백당아
- 네, 향단님
- 나를 따라다니는 게 좋으냐?
- 안 좋습니다
- 그럼, 대장님과 있는 게 편하느냐?
- 네, 그렇습니다.
- 그럼, 나는 왜 따라나섰느냐?
- 짐꾼이 필요하시다면서요?
- 그렇긴 하지!
- 짐꾼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제가 짐꾼이 되기로 한 겁니다.
- 그러하느냐?
- 그러하옵니다
- 그럼?
- 네, 제가 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 이유식부터 찾아보거라
- 향단님!
- 왜 그러느냐?
- 여기서 이유식을 어떻게 찾습니까?
- 아니, 왜 못 찾느냐?
- 여기는 정말로 읍내가 아닙니까?
- 그럼 어딘 줄 알았느냐?
- 뭔가를 팔고 사는데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예를 들어, 슈퍼마켓이라든가 편의점이라든가?
- 그게 뭐하는 곳이냐?
- 사고 팔고 하는데 모르세요?
- 사고 팔고 하는 곳도 있느냐? 그건, 뭘로 물물교환을 하는 것이냐?
- 화폐라는 건데… 상평통보도 있고…
- 상평통보? 그것도 파는 것이냐?
- 그게 파는 게 아니고, 그게 있으면 좋은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는 물건입니다
- 그런 물건도 있었느냐? 참 좋은 물건이구나
- 좋은 물건입니다. 없어서 그렇지.
- 지금 갖고 있는 거 없느냐?
- 향단님, 저한테 그게 있을 리가!
- 아, 그러한 것이냐?
- 그러하옵니다
- 다 왔구나!
- 여기가 어디입니까?
- 여기가 바로
- 네 어디입니까?
- 네 녀석이 있어야 할 곳이다
- 네, 제가 왜 여기 있습니까?
- 여기서 한 시간만 있거라!
- 향단님, 어디를 갔다 오시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 아니다
- 그럼 왜 저더러 한 시간만 이곳에 있으라고 합니까?
- 백당아
- 네, 향단님
- 있으면 알게 되느니라
- 향단님
- 왜 그러느냐?
- 정말로 그리 여기십니까?
- 그러하다
- 그러하옵니까?
- 그러하다
- 그래서 말이옵니다
- 그래서 무엇이냐?
- 여기 못 있습니다
- 왜 못 있느냐?
- 전 이걸 할 줄 모릅니다
- 왜 못 하느냐?
- 동전이 없습니다
- 동전은 또 무엇이느냐?
- 동전이란 걸 넣어야 이게 작동합니다
- 이게 무엇인지는 아느냐?
- 이게 무엇인지는 아는데 읍내에 이런 게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사옵니다
- 그러하느냐?
- 그러하옵니다
- 그럼!
- 네 향단님
- 대장님께 동전을 달라 하거라
- 대장님께 말입니까?
- 그래, 대장님께
- 지금 대장님께 갔다 오면 됩니까?
- 아니다
- 아니면, 어떻게 동전을 달라 합니까?
- 같이 가자
- 대장님께 동전 달라고 하시렵니까?
- 아니다
- 그럼 왜 같이 가시려 합니까?
- 같이 가서 백당이 네가 동전을 달라고 대장님께 졸라 보거라
- 제가 말입니까?
- 그렇다
- 그러면 어찌 됩니까?
- 한번 해 보거라
- 그러면 어찌 됩니까?
- 동전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느니라
3부. 그놈들 (1) – 시작한다는 것은
- 그러하면!
- 다시 와야 됩니까? 돌아갔다가
- 그러하느니라!
- 그렇다면!
- 왜 그러느냐?
- 이걸 그냥!
- 왜 그러느냐?
- 이 기계를 부수는 방법이 있습니다
- 백당아
- 왜 그러십니까?
- 이 기계를 부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 부수면?
- 그러하느니라
- 부수면 어떻게 되냐면, 이 속에 있는 저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저것들은 무엇이라고 하느냐?
- 인형이라고 하옵니다
- 그러하느냐?
- 그러하옵니다
- 근데
- 네, 향단님
- 이것들을 부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 방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 정말 모르느냐?
- 어떻게 되옵니까?
- 한번 해 보겠느냐?
- 아니옵니다.
- 그럼 어떻게 하겠느냐?
- 저것들을 부수면 어떻게 되는지 먼저 알려 주십시오
- 내 대답을 꼭 들어야 하느냐?
- 그러 하옵니다
- 그러 하오면!
- 대답해 보거라
- 잠깐 잠깐!
- 왜 그러느냐?
- 백당아, 너 왜 나한테 대거리를 하느냐?
- 제가 그리하였습니까, 향단님?
- 방금 그러지 않았느냐?
- 향단님, 앞으로 잘 모시겠습니다
- 그러하느냐?
- 그러하옵니다!
- 그럼, 이 이상하게 생긴 물건을 부수겠느냐?
- 향단님, 이거 부수면 어떻게 됩니까?
- 일단, 부숴 보거라
- 향단님! 먼저 알려 주서야!
- 벌써 왔구나!
- 저들은 누구입니까?
- 제군들!
- 네, 경장님!
- 지금부터 철저하게 감시하도록!
- 어디를 감시하면 됩니까?
- 일단, 저기 저 요상하지만 잘 생긴 놈부터 감시해라!
- 저기, 저기?
- 무슨 일이시오?
- 요상하지만 잘 생긴 놈은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 댁 이름이 뭐요?
- 백당이라고 합니다
- 요상하고 잘 생긴 놈이 댁이요?
- 그럼, 저 아니고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 제군들!
- 예, 경장님!
- 지금부터 이분을 데려간다!
- 어디로 데려가면 됩니까?
- 잠깐 잠깐!
- 왜 그러시오?
- 나를 데려간단 말씀이십니까?
- 그러 하오만?
- 어디로 나를 데려간단 말이오?
- 일단 가보면 알거 아니요?
- 향단님, 향단님!
- 향단님이 누구시오?
- 향단님, 왜 아무 대답이 없으십니까?
- 저분이 향단님이오?
- 네 맞습니다. 저분이 나의 주인님이십니다.
- 그러하오? 그렇다면, 백당님은 저분의 집사님이요?
- 집사가 뭡니까?
- 집사가 다른 사람 집안을 돌보아주는 사람이오!
- 다른 사람 집안을 왜 돌봅니까?
- 그러니까, 월급을 주는 거 아니오?
- 앗, 그럼 그거 월급 주는 사람이오? 그럼, 금괴도 살 수 있겠네?
- 돈을 많이 받으면 금괴도 살 수 있소만!
- 그럼, 저도 집사 좀 하게 도와주십시오!
- 향단님이 주인이라고 하지 않으셨소?
- 아니오, 주인님 아닙니다.
- 백당아
- 네, 향단님
- 백당아, 너는 나의 집사니라
- 향단님, 제가 언제부터 향단님의 집사가 되었사옵니까?
- 백당아
- 네, 향단님
- 너는 언제나 나의 집사였느니라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 언제까지나 나의 집사가 되어줄 수 있겠느냐?
- 향단님, 그건 좀…
- 싫은 것이냐?
- 향단이라고 하였소?
- 그렇사옵니다, 경장님
- 백당님은 향단님의 집사인가 보오.
- 그러하옵니다
- 근데, 월급은 꼬박꼬박 주시는 거지요?
- 아마도 대장님께서 꼬박꼬박 주시는 것 같습니다
- 대장님이 따로 있소?
- 그렇습니다
- 그럼, 대장님이 잘 챙겨주시겠소!
- 그러 하옵니다
- 아니, 아니라고! 아니옵니다, 경장님
- 뭐가 아니라고 하시오?
- 나는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 정말이오?
- 그러 하옵니다
- 그럼, 향단님을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시겠소?
- 그건 또 뭐하는 곳이요?
- 노동청 비슷한 곳이요!
- 노동청은 또 뭐하는 곳이요?
- 그런 데가 있소!
- 대체 무슨 말들을 하시는 것입니까?
- 향단님, 이분들 분명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이 분명합니다.
- 여기가 다른 나라요?
- 여기서 살던 분 아니지 않습니까?
- 나는 40년 동안 여기서 살았소!
- 어 그럴 리가 없는데?
- 나도 40년 동안 여기서 살았는데?
- 향단이라고 하였소?
- 네 그러 하옵니다
- 지금 벌어진 이 사태에 대해서 뭔가 아는 바가 있으십니까?
- 저의 입장을 설명 드려야 됩니까?
- 아 그래주시면 고맙겠소!
- 제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 향단님!
- 왜 그러냐, 백당아?
- 정말로 입장이 뭡니까?
- 궁금하느냐?
- 그러 합니다
- 입장이 뭐요?
- 백당이를 데려가야 한다는 겁니다
- 어디로 데려가겠소?
- 저희 집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 그곳이 어딘지 알려주십시오!
- 무엇을 말이오?
- 근로복지공단!
- 신고할 거요?
- 신고할 것입니다.
- 향단님?
- 네, 경장님
- 당신도 같이 가야 할 거 같소!
- 제가 말입니까?
- 그렇소. 이분이 최저임금 위반인가 뭔가로 신고할 듯 하오!
- 그게 뭡니까?
- 월급을 안 주고, 일을 시키면 벌을 받게 되어 있소!
- 그런 벌도 있습니까? 무슨 벌입니까?
- 벌금을 무오!
- 벌금이 뭡니까?
- 돈이오!
- 돈을 물어요?
- 그렇소
- 돈은 뭐고, 그건 왜 뭅니까?
- 돈이 뭔지 모르시오?
- 네, 그렇습니다. 돈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 그러시군요. 돈도 모르는 사람을 주인으로 삼고 있었소?
- 어쩌다 보니…
- 그럼, 백당님?
- 네?
- 백당님은 돈이 뭔지 알고 있소?
- 압니다만
- 그럼 백당님을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해야 할 게 있소
- 아니, 저를 왜요?
- 돈을 모르는 사람을 주인으로 삼고 있다면, 응당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오?
- 무슨 이유요?
- 경장님!
- 왜 그러나?
- 백당을 경찰서로 잘 모시겠습니다.
- 그리해라. 깎듯이 모시거라.
- 알겠습니다. 백당님, 가시죠.
- 향단님, 향단님!
- 저도 따라가야 합니까?
- 향단님은 돌아가셔도 되는데… 아참!
- 저도 뭔가 조사할 게 있으십니까?
- 있는 게 아니고!
- 네 무엇입니까?
- 돈이 무엇인지 정말로 모르오?
- 그러 하옵니다
- 그럼, 돈을 드릴 터이니, 돈이 뭔지 안 다음에 경찰서로 출두하시지요.
- 돈 말입니까?
- 그렇소. 여기 천원 있소이다.
- 천원이요?
- 천원이면, 음료수를 하나 사 먹을 수 있소이다.
- 음료수가 무엇이오?
- 물 같은 거요!
- 물이 천원이요?
- 천원 주고 음료수를 달라고 해 보시지요.
- 어디 가서 사면 됩니까?
- 저기 보이는 저곳!
- 향단님!
- 백당아, 왜 그러느냐?
- 저기 편의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 저곳에서 이걸 주고 음료수를 달라고 하면 주는 것이냐?
- 그러 하옵니다
- 그러면, 같이 갔다 오겠느냐?
- 저 경찰서에 조사 받으러 가야 하는뎁쇼?
- 그러하느냐?
- 예, 그러 하옵니다
- 편의점은 나 혼자 가야 하는 것이느냐?
- 그러 하옵니다
- 향단님!
- 네, 경장님?
- 그럼, 백당님은 저희가 모시고 갈 터이니, 편의점으로 가서 1000원짜리 음료수를 달라고 해 보시오!
-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음료수를 마시면 돈이 뭔지 알게 되실 것이오!
-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음료수를 마시면 되오!
- 음료수를 마시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그 다음엔 집으로 돌아가시면 되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모르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 그러면 경찰서로 오시면 되오!
- 경찰서란 곳이 어디 있는지 모르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 그리하면?
- 그리하면 진짜 어떻게 되는 거지?
- 제군들!
- 네, 경장님!
- 백당님을
- 네, 경장님
- 그냥 두고 가자
- 아니, 이러시면 안 됩니다
- 제군들 가자!
- 네, 경장님
- 절 그냥 두시고 가면 어떡합니까? 날 데려가십시오! 날 조사하십시오!
- 백당아!
- 네, 향단님?
- 다 갔느니라
- 향단님
- 왜 그러느냐?
- 대장님께 가서 동전을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여기 천원이 있는데 이걸로 어떻게 안 되겠느냐?
- 안 됩니다
- 안 되느냐?
- 네 안 됩니다. 대장님께 돌아가서 동전을 달라 하셔야 합니다
- 그러하느냐?
- 네 그러합니다
- 그럼, 돌아가자꾸나. 대장님께 가서 동전을 받아서 다시 오자꾸나!
- 그리합지요.
- 갈 길이 멀구나
- 네, 향단님!
- 그럼, 가자꾸나
- 네에, 향단님!
3부. 그놈들 (2) – 끝의 시작 (완결)
1.
- 백당아!
- 네, 대장님?
- 왜 이리 빨리 왔느냐?
- 저기, 그게…
- 향단이는 어디 갔느냐?
- 분명 좀 전까지 같이…
- 있었느냐?
- 네, 그러 하옵니다
- 근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
- 분명, 있었사옵니다
- 그런데 어디론가 사라졌느냐?
- 네, 그러 하옵니다
- 어디로 갔는지는 아느냐?
- 모르겠사옵니다
- 백당인 모르는 게 많구나
- 제가 본래 모르는 게 많사옵니다
- 백항이는 어디 갔는지 아느냐?
- 모르옵니다
- 같이 가고 싶은 것이냐?
- 백항이랑 같이 말입니까?
- 그렇다, 백항이랑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이냐?
- 백항이도 갈 만한 곳이 있다면 가는 게 맞는 거 같사옵니다.
- 그런 것이냐? 함께하기 싫은 것이냐?
- 저는 지금이 좋사옵니다
- 나의 수발을 듣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이냐?
- 아니옵니다
- 그럼 무엇이 좋은 것이냐?
- 저는 향단님의 수발을 듣는 것이 좋사옵니다
- 그런 것이냐?
- 그렇사옵니다
- 그럼, 향단이가 어디에 갔는지는 아는 것이냐?
- 모르옵니다
- 향단이랑 같이 가고 싶은 것이냐?
- 그렇습니다
- 그곳이 어디인지는 아는 것이냐?
- 모르옵니다
- 다시 한번 묻겠다. 정말로 같이 가고 싶은 것이냐?
- 네, 향단이랑 같이 하고 싶습니다
- 향단이의 수발을 듣는 게 그렇게 좋은 것이냐?
- 수발을 듣는 게 좋은 게 아니라
- 그럼 무엇이냐?
- 향단이가 좋습니다
- 향단님이라고 부르지 않는구나
- 향단이가 오면서 더 이상 향단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 왜 그렇게 했는지는 아는 것이냐?
- 모르옵니다
- 그런 것이냐?
- 네, 정말 모르옵니다
- 향단이가 가는 곳에 백당이는 가지 못한다
- 왜 그렇습니까?
- 그곳은 좋은 곳이 아니다
- 왜 좋은 곳이 아닙니까?
- 향단이가 말 안 하더냐?
- 아무 말 안 했습니다. 향단이는 어디로 갔습니까?
- 이곳을 떠났다
- 아니, 어디로 말입니까?
- 먼 곳으로 떠났다
- 그럼, 이제 향단이를 볼 수 없는 것입니까?
- 백항이도 볼 수 없다
- 아니, 백항이도 향단이도 볼 수 없습니까?
- 그렇다
- 그럼, 대장님은 계속 볼 수 있습니까?
- 그렇다
- 아니, 왜 향단이랑 백항이는 못 보는데, 대장님만 볼 수 있습니까?
- 백당아
- 네, 대장님
- 나와 함께하기는 싫은 것이냐?
- 네, 그렇사옵니다
- 아니, 왜 그런 것이냐?
- 대장님의 간지럼이 너무 두렵사옵니다
- 그런 것이냐?
- 그렇사옵니다
- 앞으로는 간지럼을 태우지 말아야겠구나
- 그래 주십시오
- 그러면 같이 있겠느냐?
- 아니, 아니옵니다
- 그래도 싫은 것이냐?
- 그런 건 아닌데…
- 그런 건 아닌데 무엇이냐?
- 대장님과 저와 단둘이서만 지내야 합니까?
- 그러하다
- 그건 싫습니다
- 싫은 것이냐?
- 정말로 싫습니다
- 그런 것이냐?
- 그렇습니다
- 그럼 향단이랑 백항이가 있는 곳으로 보내줘야 하느냐?
- 네, 그렇게 해 주십시오
- 그렇게 되면 나와 같이 가야 하는데 괜찮겠느냐?
- 네, 그렇사옵니다
- 향단이랑 백항이가 있는 곳이면 나와 같이 있어도 괜찮겠느냐?
- 네, 그러 하옵니다
- 너의 마음을 알겠구나
- 그렇사옵니다
- 그럼 기다려 보거라
- 예, 기다리겠습니다
2.
- 백당님!
- 응, 향단아?
- 백당님, 동전은 달라고 해 보셨어요?
- 동전?
- 네, 동전이요!
- 아참, 동전
- 빨리 해보세요!
- 대장님! 동전 좀 주실 수 있습니까?
- 동전은 왜?
- 인형뽑기 해야 됩니다
- 잘 하느냐?
- 잘은 못 합니다
- 그럼 안 되느니라
- 왜 안 됩니까?
- 동전을 얼마나 쓰려고 그러느냐?
- 모르겠습니다
- 그래서 안 되느니라
- 그렇습니까?
- 그러느니라
- 향단아, 안 된단다
- 그래요, 백당님? 안 된대요?
- 그렇대.
- 그럼 어떡하지?
- 왜 그러는데?
- 인형선물을 못 하겠네
- 누구한테 하려고 그랬는데?
- 백당님한테요
- 나한테 인형선물을 왜 해?
- 백당님이 인형을 뽑으시면 백당님께 인형을 선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 백당님꺼잖아요!
- 백항인 어디 갔어?
- 여기 있어
- 언제 나타났어?
- 아까부터 듣고 있었어
- 향단아, 나한테 무슨 선물 하려고 했어?
- 백항님께는 동전 선물이요
- 동전?
- 백당님께는 인형을 선물하고 백항님께는 그 남은 돈을 선물하려고 했어요
- 향단아, 그랬던 거야?
- 네, 백항님
- 그러한 것이냐?
- 네, 대장님!
- 그래서 뭐하자는 거야?
- 백당아
- 응?
- 너 하고 싶은 게 뭐야?
- 나 하고 싶은 거?
- 응!
- 아, 하고 싶은 거
- 그렇지
- 하고 싶은 게 있었지
- 그래
- 하고 싶은 걸 해야지
- 그래
- 대장님
- 이번엔 또 무슨 일이냐?
- 주십쇼!
- 뭘?
- 동전 100개만 주십쇼
- 왜 동전 100개냐?
- 500원짜리 동전이 필요합니다
- 뽑기 하려고 100개나 쓰겠다는 것이냐?
- 아닙니다
- 그럼 무엇이냐?
- 야구를 할 것입니다
- 야구?
- 그렇습니다. 타자가 되고 싶습니다
- 500원짜리 100개면 되겠느냐?
- 그렇습니다
- 100개면 됩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 알았다. 100개 여기 있느니라
3.
- 잘 쳐봐!
- 아니, 이 이상 어떻게 잘 쳐?
- 백당님, 잘할 수 있어요!
- 그래, 백당인 잘할 수 있어!
- 잘할 수 있어!
- 백당님은 할 수 있어요!
- 그래, 백당아, 할 수 있다
4.
- 나 하나도 못 친 거야?
- 아니야, 그래도 스쳐지나간 거 몇 개 있었어
- 몇 개나 있는데?
- 두 개인가 있었어
- 그렇게나 많아?
- 그래, 그렇게 많아!
- 그럼, 나 타자가 될 수 있겠지?
- 그래, 될 수 있을 거야!
- 그래, 그렇게 되어야지
- 백당님, 저도 하고 싶은 게 있어요!
- 그게 뭐야?
- 빛깔 바람 하고 싶어요
- 그게 뭔데?
- 빛이 나고 때깔 좋은 바람이요
- 그런 바람은 무슨 바람이야?
- 백당님 같은 바람이요
- 백항이 같은 바람이 아니고?
- 백항님 같은 바람도 되고요
- 나는?
- 대장님 같은 바람도 되겠네요
- 그렇지!
- 네!
- 그럼 향단이는 빛깔 바람이 되는 거야?
- 네
- 그럼, 우리 바람은 언제 맞지?
- 바람이나 쐴까?
- 그래요! 바람이나 쐬러 가요!
- 근데 어디로?
- 좋은 데가 있어요!
5.
- 여기 뭐하는 데야?
- 저 사람들 뭐야?
- 저 하늘에 있는 저 사람들을 위해서 애쓰시는 여러분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 저 사람은 또 뭐야?
- 왜 이렇게 지루하지?
- 지루하세요?
- 여기 무슨 연설장이야?
- 네, 저분이 연설 중이에요!
- 무슨 연설을 이렇게 지루하게 해!
- 난 재밌는데!
- 대장님만 재밌는 거 같은데!
- 그러게!
- 이거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돼?
- 바람이나 쐬자며, 바람은 하나도 없네!
- 저게 바람이에요!
- 무슨 바람?
- 에어컨이라는 건데, 저기서 바람이 나와요!
- 이건 무슨 바람이야?
- 선풍기라는 바람이요!
- 선풍기는 뭐고 에어컨은 뭐야?
- 그런 바람이 있어요. 한번 쐬 보실래요?
- 그래 한번 쐬보지!
- 여기 대 보세요!
- 아아아!
- 백당님, 왜 그러세요?
- 이거 왜 이렇게 차가워? 얼음이야?
- 아니요, 원래 이렇게 차가운 거에요!
- 이렇게나 차가워?
- 네!
- 그럼, 우리 여기서 바람 계속 쐐야 돼?
- 우리 이제 따뜻한 빛을 쪼이면 안 될까?
- 추우세요?
- 그래, 여긴 너무 춥네
- 아는 곳이 있어요
- 그래? 그럼 가자!
6.
- 백당님, 여기에요
- 여기는…
- 쟤네들은?
- 우리를 판 녀석들!
- 근데 쟤네?
- 잠을 자고 있네? 백당아!
- 그러게, 잠을 자고 있어, 백항아!
- 꽤 오래 잔 거 같은데?
- 그러게, 왜 안 일어나지?
- 백항님, 백당님
- 향단아, 뭐 아는 거 있어?
- 저들은 원래 이 세상에 있던 사람이 아니에요
- 그게 무슨 얘기야?
- 저도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아니에요
- 그건 또 무슨 얘기야
- 대장님
- 백당아, 백항아
- 네, 대장님
- 금괴를 가지고 가거라
- 그게 무슨 얘기입니까?
- 나와 향단이는 할 일이 끝나서 가봐야 하느니라
- 어디로 말입니까?
- 그런 곳이 있다
- 같이 가면 안 되는 것입니까?
- 가면 후회할 것이니라
- 그렇습니까.
- 그렇다
- 그럼, 안 가겠습니다
- 그래, 잘 생각했다
7.
- 백당아
- 왜?
- 이 금괴 가지고 이제 뭐하지?
- 이 금괴 가지고?
- 이제 금괴도 생겼고 향단이도 가고 대장님도 가고
- 그러네
- 이 금괴로 돈을 벌 수 있는 거는 맞지?
- 맞는데?
- 방법은 알아?
- 향단이랑 대장이 애기한 게 무슨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 그렇지, 그래야겠지
- 저 녀석들, 언제 깨어나지?
- 일어나면 물어봐야지!
- 그래, 저 녀석들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봐야겠다
- 그래, 금괴 잘 보고 있고!
- 알았어,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저 녀석들 깨어나겠지!
- 그렇겠지!
- 해가 보이네?
- 일단, 해가 뜨니, 몸이 좀 뜨뜻해지니 좋네
- 좋네
- 좋네
- 근데 왜 향단이가 하늘에서 보이지?
- 어, 어디?
- 어, 저거 진짜 향단이야?
- 맞는데?
- 향단이 웃는 거는 처음 보는구나
- 그렇네
- 향단이 웃는 걸 보니
- 왜?
- 왜 이렇게 웃기지?
- 나도 왜 이렇게 웃기지?
- 대장님이 없지?
- 없는데?
- 근데, 왜 이렇게 웃기지?
- 백항아
- 그래!
- 우리 실컷 웃어야겠다
- 그래야겠다
- 푸하하하하하하하하
- 푸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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