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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겨울'어로클' 4번째 차시입니다.
여지없이 오늘 아침도 목덜미가 으쓱해져 꼭꼭 여미게 되는군요.
겨울도 깊어져 대설이 지난지 일주일째, 벌써 함박눈도 몇번을 날리고 세찬 바람에 손이 시려옵니다.
But....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떠나야합니다.
길위에서 낭송을 하러 말이죠
옛 선현의 지혜와 말씀인 공자님의 가르침을 받으러 길위로. 오늘도. 떠납니다.
떠나기 전,
지난 시간에 낭송했던 원문인 정직에 관한 공자님의 말씀
"섭공어공자왈 오당 유직궁자 기부양양 이자증지
공자왈 오당지직자 이어시 부위자은 자위부은 직재기중의"
"자왈 숙위미생고직 혹 걸혜언 걸제기린이여지"
을 테스트해서 통과된 친구부터 먼저 출발하는 기회를 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언 1년을 함께한 '어로클'이라 아이들도 웬만해선 "싫어요~또해요?~하기싫어요 "라는
군말들없이 모두 흔쾌히 줄을 서서 임합니다.
맨앞보다는 뒤쪽에 서서 앞사람들이 하는 걸 유심히 듣고서
기억을 더듬어 자기 차례가 되어 한 번에 통과할 심산으로
동생들한테 양보(?)를 하는 형들. 앙큼한 뇨석들~
얘들아 오늘도 즐거운 낭송되자!!
출~발~~!!
오늘은 여느때와 다르게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로 짝을 지어줬답니다.
처음엔 싫다더니 누나들이 남동생들을 알뜰히도 끝까지 보살펴주는 모습에 감동하였습니다.
어제 이은희 선생님의 합창시간에 배운 노래라며 '열두달 노래'와 '즐거운 농장' 등을 목청껏 불러대며
금천동을 뒤로한 채 육거리 시장쪽으로 버스를 타기위해 열심히 행진하였습니다.우우암동에 위치한 수암골까지는 걸어온 거리만큼 더 걸어가야했기에
수암골에서의 활동을 감안하여 나머지 거리는 버스를 이용키로 했어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먼저 목적지를 찾고 버스 번호를 검색하고 버스 도착시간을 확인하곤 시간이 촉박해지면 차비나 교통카드를 꺼내듭니다. 이젠 시키지 않아도 알려주지 않아도 척척척 합니다.
'어로클 '낭송수업의 주인은 바로 너희들.
주인의식이 생겨난 것이겠죠.
어로클친구들, 이제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에서 인생의 동반자로 거듭남을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
수암골은 우암산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어 큰거리에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야합니다.
슬슬 수암골명소를 암시하는 벽그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네요.
어른들 같았으면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칠 그림들이 아이들에겐 "이리오너라~"라고 손짓을 하는 걸까요?
아이들은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거리로 다가오나 봅니다.^^
"헉헉~헥헥~아후...... 선생님 수암골은 어디까지 올라가야 나오나요?
왜이리 높은 곳에 있나요?"
"얘들아, 이곳 수암골이 어떤 동네인줄 알니?
옛날 한국전쟁으로 살던 동네도 집도 부서져 오갈데 없는 피난민들이 살기 위해
우암산 산등성이 여기에 천막이나 판자를 이용해서 살던 곳이란다. "
그때 지어졌던 낡은 집들이 남아 있어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가 된 이곳을 지역예술가나 미술가들이 모두 힘을 합쳐 거리를 아름답게 만든 곳이란다. 그렇게 되니 이곳에서 TV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많이 사용되었고 더욱 알려졌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이젠 청주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로 운영이 된다고 하는구나."
조금만 힘을 내! 어떤 그림의 벽화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영차영차!!
드디어 첫번째 우리를 맞이하는 예술작품이 있었습니다.
영화세트장이네요?
에라~ 모르겠다. 감독님만 앉아 있으시네요?ㅊ 저두 옆에 좀 앉겠어요!
"은결아~그래도 발은 올리는 거 아니다. 감독님 눈에 잘못 보이면 영화에서 몽땅 편집당한다~ㅋ"
낭송과 노래, 춤이면 춤, 미모와 몸매.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는 우리들의 영원한 언니, 누나 김혜진양!
마이크를 보고선 그냥은 못지나치죠? 때마침 아침태양이 강렬하게 조명핀을 쏘아 주네요~
한곡 부탁해요~~ㅉㅉㅉ
"허걱~너희들은 어디서 온 녀석들이냥?"
"금천동 해인네에서 왔는데요? ㅋ"
"거, 거기서 뭐하냥?"
"낭송하는데요~ㅎㅎㅎ"
지구위에서 낭송한다고 하나 둘씩 올라가더니 한참을 저러고 있다가 내려오질 않아 결국 그 위에서 낭송동영상을 찍었다죠.
예들아 ,이제 본격적으로 수암골을 섭렵해보자구~
여기저기 우리의 흔적을 남기며 수암골을 쥐잡듯이 훑어보았죠.
첫번째 골목길.
그 유명한 명시.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여고시절, 이 따뜻한 한편의 시로 추운 겨울날 시문학의 매력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조금 뒤 만나게 될 연탄작품들을 암시한듯 합니다.(기대하시라~연탄작품들)
이제 어엿한 6학년이 되는 혜진양이 이 시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읊어 보고있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져옴을 느낄수 있니?
수암골의 한 귀퉁이를 돌고서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와 햇볕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낭송 한구절을 또 낭송해봅니다.
점점 얼굴에서 허기가 밀려듬을 알수 있겠죠?
짧고 굵게 속전속결로 낭송을 땃습니다.^^
한그림하시는 범석군!
"이거 정말 예술가 어른이 그린거 맞아요? 치이 나는 저것보다 더잘 그릴수 있어요!" 자신감 쑥쑥!
그래그래 범석아, 해인네 들어가서 한자 그림 많이 그리자꾸나~
어딜가나 한자를 보면 궁굼증이 돋아나는 성욱군.
두리번두리번 저를 찾더니 무슨 한자라며 묻는데....미안하게도 샘도 모르겠눈데? 윤. 갑. ? 헤헤~
"빨리 핸드폰사전으로 찾아주세요"
알았다알았다~ 재촉하지 말오~
음.....여기는 '윤 갑자 석자' 어르신 집이다. 주석 석자 이고 줄 석자라네.
고맙습니다~말만 남기고 어느새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찾고 있네요 ^^"
에고..한자 찾으랴 낭송하랴 그림 구경하랴 사진찍으랴 쉴틈이 없습니다. 헥헥~
그렇지~누리야~한번 타봐야지~ (모두 한번씩 자전거핸들을 잡아봤습니다. 모두 사진을 올릴순 없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창백한 삐에로 아저씨 얼굴도 쓰다듬어보구~
작가의 탁월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연탄재들의 재탄생!
작품 하나하나마다 주옥같은 글귀가 쏙쏙 가슴에 박히네요.
"울지마, 내가 있잖아."
"낭송은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친구가 있잖아."
수암골 어로클을 다녀온후 신문에서 수암골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버려진 연탄재를 주워다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하는 '린민'이라는 작가를 소개하는 기사였습니다.
그 작품들이 린민이라는 젊은 작가의 작품이었구나.
위 사진에 "예술은 개뿔! 굶어죽겠소!"라는 글귀에 작가의 배고픔이 느껴져 안쓰러웠었는데....
작가는 어릴 적부터 집을 나와 홀로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예술 활동을 하던 차에 여기 청주 수암골로 흘러 들어와 정착을 하게 되었고 수암골을 예술의 마을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몇년동안 해오던 사람이에요.
이번 성탄절에는 이런 연탄을 3000장을 이용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수암골의 어두운 밤을 환히 밝히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아쉽게도 우리가 다녀온 후에 트리를 완성해 점등식을 하는 사진을 신문 기사에서 볼수 있었어요.
기회가 되면 어로클 친구들과 함께 수암골을 다시 찾아 그 연탄트리를 꼭 보고싶습니다.
수암골의 반쪽을 훑고 나머지 새로운 반쪽골목길을 동네지도그림에서 찾아 다시 둘러보았습니다.
전봇대에 그려진 구름을 보고 그냥 지나칠수 없죠.
마치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근두운 같은 구름을 아이들이 장풍으로 날려버릴 심산인가 봅니다. ㅋ
받아랏~얍!
받아랏~얍얍!!
예슬이는 밥 두공기씩 먹구 얼른 혜진이 언니처럼 크거라~
천사 키가 너무 커서 자기는 안맞춰진다네요.
날개가 너무크다며 투정입니다~
낭송은 개뿔!
춥고 굶어죽겄소!
마지막으로 수암골 벽화앞에서 전체낭송 동영상을 한번 더 찍고....
아이들이 많이 지쳐있습니다.
슬슬 배고픔에 분노게이지가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아니되겠소~
지희샘~어서 밥 먹으러 가요!
'영광이네 서문우동'집에서 청주의 명물 서문우동과 돈까스, 간식으로 먹을 김탁구빵까지 포장해서
배터지게 먹었답니다.
우동 한그릇과 돈까스 두접시를 네명이서 함께 먹어도 그 양이 너무 많아 남겼지 뭡니까~
12시전이라 너무 이른 점심시간으로 우동과 돈까스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기다리다 지쳐 단무지를 두접시씩 먹더니만 ㅠㅠ
이건 다 그 단무지 때문이야.
마냥 집에선 셋째 막내인 수연이가 일일 짝궁인 환희를 걸을때나 낭송할 때, 밥먹을때 옆에서 알뜰히 챙겨주는군요.
불만도 투정도 어느새 많이 줄고 의젓해진 모습에 기특하더이다.
이제 배도 부르고~ 따뜻한 햇볕으로 공기도 데워지고 소화도 시킬겸 공원같은 곳에서 좀 쉬었다가 해인네로 돌아갈 계획이었죠.
널른 공원과 벤치를 보는 순간 해인네 실내에서 할 한자수업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에 설마하고 준비해간 한자카드를 꺼내들었죠.
순발력 짱인 성임이 언니가 제일 먼저 출발선을 떠나는군요!
무엇을 하러 뛰어가는 걸까요?
어디있지? 어느 거더라?
호랑이면 '범 호'자인데?
앵무 앵, 앵무 무, 여우 호, 황새 관, 원숭이 원, 표범 표, 곰 웅,....
돼지 시, 닭 계, 소 우, 개 견, 고양이 묘, 양 양,...
둥그런 계단식 벤치에 지난 시간 청주동물원에서 배웠던 야생동물 한자와
오늘 배울 집에서 기르는 동물, 가축에 관한 한자를 배워보았답니다.
헤헤 동물 한자들을 널려놓고 동물 사냥을 해서 잡아오는 게임입니다.
한 마리씩만 잡기로 하고, 자기가 잡은 동물을 소개하는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여러번의 게임으로 모두 땀이 송글송글 맺혔어요.
짖궂은 형들은 맞는 한자카드인지도 모른체 이것 저것 마구 잡아가 버렸대요.
일단 잡고 보는 거죠 ㅋ
남자들의 본능일까요? 사냥한다고 하니 정신을 못차리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성범이는 토끼만 주구장창 잡았다죠?^^
지난 어로클시간에 배웠었던 '압각수'의 오리 압과 새 조, 까치 작, 까마귀 오 등등의 한자카드도 챙겨와
다시 복습의 시간도 가지고
잊어버린 한자들도 다시 익힐 수 있는 수업있었죠.
배부르게 먹고 한껏 뛰어 땀이 났는지 모두 점퍼를 벗어 가방에 끼우고 해인네를 향해 발걸을 재촉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리도 아프고 덥고 지쳐갔지만 지나는 곳곳 마다에서 진귀한 돌멩이나 나뭇가지, 각종 쓰레기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줍고 줍고 또 줍는 바람에 해인네에 다달았을땐 두손에 주머니에 묵직하게 한가득씩 안고 와야했어요.
얘들아 자기가 감당할 수 없으면 포기도 할 줄 알아야지~
선생님도 손이 모자라요~ 사진 찍을 손이 없어요~
이젠 못 맡아줘~ 다시 가져가~
드디어 해인네에 도착했습니다.
휴....2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군요.
하지만 오늘 배운 새로운 한자를 그냥 흘려 보낼수 없겠지요?
모두 한자공책을 꺼내와 오늘 자기가 사냥한 동물을 한번씩 써보고 잡고 싶었던 동물도 좋아하는 동물도 적어보고
이야기도 꾸며보았아요.
오늘 4번째 겨울어로클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다음 어로클 시간에 건강하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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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
수암골에 다녀온지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 사진으로 다시보니 생생하게 살아나네요~^^
길마다 배움이 있어 가끔 힘들다 생각해도,
토욜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