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호모스마트포니쿠스, 디지털 노마드, 디카시
2021년 제3 디카시집 『고흐의 해바라7|』를 출간하고 3년 만에 제4 디카시집 「에덴의 동쪽』을 출간한다. 이 디카시집은 디카시 발원 2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지닌다.
2016년 창신대를 명예 퇴직하고 중국 정주경공업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이후, 한국과 해외를 왔다 갔다 하며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다. 제3 디카시집 『고흐의 해바라기』를 출간하고 나서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2022년 1월 27일 메콩대학교의 초청을 받아 베트남으로 들어가서 1년 이상 체류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마다 베트남 곳곳을 여행했다.
2023년 4월 말에 한국으로 다시 들어와 창신대 문덕수문학관 확장 이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 문덕수문학관개관 23주년을 맞아 2023년 10월 창신대 도서관 2-4층으로 확장 이전해 재개관하고 2024년에는 경상남도에 사립문학관으로 등록하였으며, 한국문학관협회 가입도 완료했다.
한국에 들어온 이후에도 시간 날 때마다 베트남에 가서 1주일 정도씩 체류하며 메콩대학교 학생들도 만난다. 2022년 이후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더욱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생을영위하고 있다. 이번 디카시집은 제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는 한국에서, 2부는 베트남에서 각각 호모 스마트포니쿠스로서 포착한 디카시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향유하며 새로운 시선, 새로운 영감으로 디카시를 창작할 수 있게 한다.
디카시는 주지하듯 2004년 경남 고성을 중심으로 지역문예운동으로 시작됐다. 디카시는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해서 스마트폰 내장 디카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찍고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5행 이내로 짧게 언술해서 영상기호와 문자기호를 하나의 텍스트로 소셜 미디어를 활용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순간포착, 순간언술, 순간소통의 극순간멀티언예술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시대의 산물이다. 2004년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할 때 나는 디카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새로운 시를 실험했다. 당시 문창과 교수로서 미디어의 진화에 따라 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응전이었다. 2007년 정기간행물로 반년간 《디카시》창간호를 낼 때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출시했다. 디카시는 저커버그와 스티브 잡스에 의해서 구축된 디지털 플랫폼을 타고 극순간 멀티언어예술로서의 날개를 달 수 있었다.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는 곧 인간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문명의 이기들은 인간을 확장시켜 왔지만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만큼 인간을 더 많이 확장시킨 것이 있을까. 스마트폰은 외장형 뇌일 수도 있고 눈일 수도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초강력 엔진인 스마트폰을 장착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확장된 신체의 인간형이 '호모 스마트포니쿠스이다. 나도 스마트폰으로 표상되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서 확장된 신체를 지닌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AI 챗GPT도 이용한다. 아직 시 창작에는 활용하지 않지만 챗GPT나 구글 번역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언어의 장벽도 넘어선다. 챗GPT가 “호모스마트포니쿠스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정보 접근성 향상,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다양한 앱을 통한 편의성 증대 등 인간 능력의 다양한 확장을 가져왔어요."라고 말하듯. 인간 능럭의 확장성 면에서도 스마트폰 이전의 인간과 이후의 인간은 다른 인간이 맞다. '호모 스마트포니쿠스'로서의 의사소통과 인식의 변화는 물론이고 인지능력과 경혐도 확장성을 가져온 게 사실이다.
이번 제4 디카시집은, 디카시가 본격문학이면서도 남녀노소 향유하는 프로슈머들의 생활문학으로서 미국 중국 캐나다 영국 독일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등 해외에서 한글과 문화를 알리는 K-리터러처 글로벌 문화콘텐츠로도 활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구글번역기와 챗GPT를 이용해서 직접 영어 번역을 해서 병기했다. 구글번역기와 챗GPT 텍스트를 입력하면 즉각적으로 번역을 해주었지만 그것은 내 의도를 제대로 드러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오케이 할 때까지 계속 검색어를 바꾸어 가며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구글번역기와 챗GPT를 이용하는 번역 작업도 단순 기계 작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창작행위였다.
고향집에 기식하는 길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철학적 사유의 연작 디카시를 여러 편 쓴 것도 특기해 두고 싶다.
2004년 4월 2일 최초의 디카시 『봄밤』을 창신대 연구실에서 쓰고. 그후 20년 만인 2024년 4월 2일 제4 디카시집 『에덴의 동쪽』 서문을 쓴다.
한국디카시연구소 별관 '시움'에서
이상옥
달
Moon
밤마다 둘은
동그랄게 빛난다
Every night two
Shine round
꽃눈이에게 바치는 헌사
Praise for Kkotnoon
사람이나 짐숭이나
세상의 모든 어미는 성모 마리아
세상의 모든 아들은 성자이시다
Whether human or beast
The morher of all the world is the Virgin Mary
Every son in the world is a saint
베트남 쌀국수
Vietnamese Rice Noodles
100여 년 전 남딘 방직공장 노동자처럼
진한 국물 후루룩
뜨거운 생 후루룩
Like the Nam Dinh textile factory workers 100 years ago
Slurp the rice soup
Slurp her life
칼뱅의 예정론
Kalvin's Doctrine of Predestination
지구별로 오기 전 먼 머언 어느 봄날
밤의 ‘따이 학 꾸롱’을 꿈꾸듯 보며
씬 짜오, 씬 짜오라고 중얼거렸지 아마
One spring day, long before I came to the planet Earth,
Looking dreamily at 'Cuu Long University' at night,
I probably muttered 'Hello, hello'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
Walter Benjamin's Aura
기술복제 시대에도 여전하여라
형형한 눈빛
It remains relevant even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A piercing gaze
빈롱의 석양
Sunset in Vinh Long
곧 소멸을 전제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견뎌내고 있다, 나는
Assuming immediate extinction
Enduring the most beautiful moment, I am
에덴의 동쪽
East of Eden
오늘이 어제를 밀어내고 또 내일로
역사의 부유물 둥둥 떠 흐르는 메콩강
Today pushes away yesterday and moves on to tomorrow
As Mekong River flows, carrying the flotsam of history
이상옥 / 경남 고성 출생, 1989년 월간 『시문학』 등단.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중국정주경공업대 교수. 베트남 메콩대 교수 역임.
현재 창신대 명예교수, 문덕수문학관장, 경남정보대 특임교수,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국경없는디카시인회 대표, 계간《디카시》 발행인, 심산문학진흥회이사.
시집 『하얀 감꽃이 피던 날』 『꿈꾸는 애벌레만 나비의 눈을 달았다』 『유리그릇』 『환승역에서』 『그리운 외뿔」 『하늘 저울』. 디카시집 『고성 가도』 『장산숲』『고흐의 해바라기』. 평론집 및 이론서 『변방의 시학』 『역류하는 시학』 『시적 당화체계연구」, 『아름다운 상처의 시학』 『현대시와 투명한 언어』 『불통의 시를 넘어』 『경남현대시인론』 『시창작강의』 『시창작입문』 『사색을 위한 기독교 명시』 『시가 있는 아침에』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 『디카시를 말한다』『앙코르 디카시』 『디카시창작입문』.
공저 『문학의 이론』 『「한국현대문학사』 외.
시문학상, 유심작품상, 경남문학상, 산해원문화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