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디지털 아트 전문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소영이 직접 기록하고 정리한
대한민국 디지털 아트의 21세기 첫 10년사
기계와 기술을 통해 일상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예술. 이제 미술관 밖으로 나가 대중 속에서 사회와 예술 간의 긴장을 만들어내고 평범한 일상에 비범한 예술적 발상과 감각을 적용시키며 끝없이 영역의 한계를 확인하고 확장하는 최전선의 예술, 그것이 바로 디지털 아트이다.
“멀티미디어 예술에 관한 ‘지식 지도’는 없을까? 적어도 아트센터 나비가 활동하는 영역, 한국 디지털 아트의 현 시점에 대한 그런 지도를 만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항상 변해가는 기술적 여건 위에 펼쳐지는 문화 예술적 흐름에 어떤 방향성이 있는가를 탐색해보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노소영)
현대예술의 최전선, 디지털 아트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융ㆍ복합의 미학
‘대한민국 최초의 디지털 미술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아트센터 나비를 15년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노소영 관장은 미술전공자는 아니다. 저자는 1980년 서울대 공과대 입학, 1984년 미국 윌리엄&메리대 경제학과 졸업, 1989년 시카고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1990년 스탠퍼드대 교육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다. 하지만 저자는 1993년 개최된 대전엑스포에서 '아트&테크놀로지' 전시팀장을 맡으며 예술과 기술, 산업의 접목에 눈을 뜬다. 저자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대전엑스포 때 오명 당시 조직위원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을 오래하며 초고속네트워크 등 우리나라 정보통신 인프라를 만든 분이죠. 당시 함께 일을 하면서 예술과 기술이 접목되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봤습니다.”
저자는 1998년 시어머니 박계희 여사로부터 워커힐 미술관 관장직뿐 아니라 (최태원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박 여사의 ‘개척자 정신’도 물려받아 회화와 조각이라는 전통적 개념의 미술과는 달리 (저자가 전공한) 공학과 경제학과 밀접하게 관련된 밀레니엄 시기에 태동하고 있던 디지털 아트에 주목, 2000년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한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는 ‘노소영과 디지털 아트’의 접목이 단지 우연적 만남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자음과모음에서 출간한 책의 제목은 ‘디지털 아트’이다. 디지털 아트는 흔히 ‘미디어 아트’ 혹은 ‘뉴미디어 아트’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대변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예술의 물적 기반으로 사용하는 예술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겠다. 덧붙여 (회화나 조각 등도 포함되는) ‘미디어’라는 범용적 용어를 사용하는 ‘미디어 아트’보다는 일명 ‘아날로그 아트’인 전통적 예술과 구분될 수 있는 ‘디지털 아트’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노소영의 『디지털 아트』는 디지털 아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기획한 바를 가감 없이 적은 일종의 ‘기록서’이다. 저자는 “지난 15년 디지털 아트의 현장에서 이론과 실천을 함께 고민해온 한 문화예술인의 어설프지만 진솔한 기록으로 읽힐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저서에서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하기 전 디지털 아트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찾아가 만났던 (이론가에서부터 디지털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아트 관계자들에 관한 에피소드부터 아트센터 나비에서 기획한 다양한 행사들 그리고 국내외 전시장에서 기획한 프로젝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준다. 따라서 신간 『디지털 아트』는 ‘노소영의’ 디지털 아트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술 복제시대의 예술에 근원을 두고 20세기 과학기술의 발전 속에 눈부신 속도로 같이 성장해온 예술 영역인 디지털 아트에 대해, 그 대략의 역사를 짚어가며 주요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살피고 디지털 아트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디지털 아트의 발전소’를 자임하며 아트센터 나비가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아트 분야의 초기 활동을 개척해갔는지를 정리했다.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뛰고 부딪히며 쓴 입문서인 만큼 디지털 아트의 교육, 생산, 홍보, 유통 등에 대한 실제적 문제의식과 예술 철학적 논의가 연결되어 있고 디지털 예술에 기울여온 저자의 애정이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20세기 현대예술의 역사는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아날로그 미술관의 화이트 월(하얀 벽)에만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채널인 TV와 인터넷을 타고 거리로, 일반 대중의 일상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저자는 로이 애스콧, 크리스토퍼 랭턴, 모리스 베나윤, 크리스타 소메레 & 로랑 미뇨노, 줄리언 오피, 노재운, 이이남, 이준, 장재호 등의 여러 디지털 아티스트의 예술 세계와 그들과 아트센터 나비의 만남을 이야기하면서 지금의 미디어 예술이 과학기술과 어떻게 융합, 복합의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길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자연스럽게 언급한다.
매일같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며 스마트폰을 잠시라도 손에서 놓지 않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이러한 ‘쌍방향성’, 즉 예술가와 관객의 상호참여야말로 디지털 예술의 본질이고 누구나 예술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오늘날 디지털 아트가 지닌 커다란 가능성과 현재까지 이루어낸 성취, 예술시장에서 직면한 문제점, 그럼에도 지향해야 할 점들까지도 놓치지 않고 다루고 있다. 특히 근대 이후 다다이즘, 플럭서스 그룹, 앤디 워홀의 팩토리,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등의 과정을 거쳐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그들의 정신을 발전시켜왔는지 상세한 용어 설명과 함께 작품 사진을 다수 수록함으로써 디지털 아트의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은 적절한 입문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영상 시대의 예술은 지배적 미디어, 즉 디지털미디어의 특성을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아트센터 나비는 디지털 아트를 육성하는 기관, 즉 ‘기계와 기술을 가지고 예술을 하는 곳’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날의 기술은 만만치 않다. 기술을 가지고 논다고 하지만 기술에 놀아나기가 훨씬 쉽다. 그래서 예술가의 자존심과 능력이 더 한층 요구된다. 이러한 예술작업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생산에 직접적인 개입하고, 나아가 사회에 유통시키는 일이 아트센터 나비의 주 업무이다. 전시, 교육, 생산, 그리고 유통. 디지털 아트의 작가를 발굴하고, 대중에게 각광받을 수 있는 작가로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그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아트센터 나비의 작업이 증명되는 것, 이것이 나의 목표이다.”
[교보문고 제공]
책속으로
―들어가는 글
1. 순수예술의 죽음
예술의 종말, 순수예술은 죽었다 | ‘예술 독립군’ 플럭서스 그룹 |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프로그래밍 예술
2. 미래의 미술관
퓨처 뮤지엄을 꿈꾸다 | 뮤지엄 약사(略史) | 아트센터 나비: 디지털 미술관 | 아트센터 나비의 초기 프로젝트들 | 대한민국의 초기 디지털 아트
3. 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
열린 극장 | 유비쿼터스 예술 | 세계 속의 대한민국 디지털 아트 | 인다프(INDAF) 2010 | 예술의 존재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질문
4. 디지털 아트의 다양한 얼굴들
어번 스크린: 스피노자와의 조우 | 바이오 아트: 사이버 세계의 인공생명 예술 |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 디지털 내추럴리스트 이이남 | 노재운의 웹시네마
5. 디지털 아트 2.0
감정 커뮤니케이션 | 연결성 예술, 사랑인가 욕망인가 | 네트워크가 ‘욕망 발전’ | 사람 잇는 연결성의 효용 극대화
6. 대담
새로운 예술을 향한 항해: ‘화이트 월’을 넘어서 | 디지털 아트, 아래로부터의 혁명 | 이것이 미래의 예술이다 | 우리는 모두 예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