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수상작 심사평
권대근
금상
<양철나무꾼의 심장>
심장을 찾으려는 공무원의 처절한 반성은 일상에 매몰되어 존재의 이유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서늘한 깨달음을 안겨 준다. ‘민원인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서 비로소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심장 한 조각을 가졌다.‘는 결말부 지배적 정황이 절창이다. 치환을 통한 문학성의 획득 및 진솔하고 담백한 고백과 성찰을 통해 감동의 고지로 독자를 이끌어낸다.(196)
은상
<돌을 읽다>
고찰과 통찰이 수필의 색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월의 침식을 거부한 채 등대처럼 서 있는 돌 덕분에 작가는 사색을 펼친다. 돌이 인간에게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작가의 심안은 맑고, 무생물인 돌을 보며 펼쳐내는 상상의 세계가 탄성을 불러낸다. 돌에 생명을 부여하는 솜씨가 탁월하지만, 결말부 주제를 전달하는 목소리가 직설적이어서 아쉽다.(196)
은상
<강담이야기>
강담의 아름다움에만 눈길을 두지 않고 그것을 있게 한 굄돌의 가치를 보아내는 것이 작가의 시선이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이다. 일등주의, 편리주의에 물든 사회를 향한 비판의식을 담 쌓기라는 신선한 제재에 담았다. 강담의 돌에서 사람살이를 읽어내는 세심한 관찰과 의미부여가 돋보이며 세대를 이어가며 굄돌의 역할을 부각시켜 나가는 구성이 남다르다.(194자)
은상
<교도관이 된 사서>
사서를 꿈꾸던 아버지는 교도관이 되었고, 판사를 꿈꾸던 아들은 사서가 되었다. 절묘한 대비다. 부자간에 흐르는 잔잔한 정에 독자는 자신의 삶을 대입해 보게 된다. 아버지를 ‘교도관이 된 사서이고, 나라는 책이 제자리에 꽂힐 수 있도록 도와준, 나의 사서’라고 의미화 함으로써 시간적 전개로 이끌어온 마지막에 지배적 정황을 심음으로써 형상화에 성공하였다.(197)
은상
<선택>(교원)
‘죽음에 대한 선택’이란 무거운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었다. 연명치료를 선택하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무거운 짐이 된다. 자신의 체험으로 특수성을, 유명인의 안락사 뉴스와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가족의 임종 문제를 통해 보편성을 확보하였다. 중심제재인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서사를 강조하려면 다른 예화는 정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은상
<겨울실업>
제목에서 주는 힘듦과 황량함은 주제의 온기와 대비되어 오히려 소중한 노동 경험이 된다. 수지가 맞지 않아도 비탈길을 올라 가난한 할머니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아버지와 라면을 대접하는 할머니, 그리고 그 일들의 소중함을 아는 아들의 마음에서 인정이 물결친다. 대화글을 통해 실감을 확대하였다. 힘든 삶에 윤기를 입힐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197)
동상
<부자의 길>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달동네 좁은 골목길은 부자가 함께 걷는 길이다. 실직과 가난으로 힘겨웠던 삶의 끝에 휠체어를 탄 아버지와 아들은 다시 그 길을 걷는다. ‘화해의 길’이 정의 문학이라는 수필의 특성에 부합하고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수미상관 기법으로 탄탄한 짜임을 보여준 노련함이 돋보인다.
동상
<세상을 올려다보며>(교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하고 학교로 돌아와 배움터 지킴이로 일하는 자신의 일과와 보람을 적었다. ‘명예는 공직자의 몸에서 나오는 향기’라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는 진지한 삶의 태도와 사회의 문제를 보는 비판적 시각이 돋보인다.
동상
<무전기>
경찰관인 필자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가지는 높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무전기라는 참신한 소재에 인정을 입히고 수많은 연상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무전기를 소금으로, 싱싱한 세상을 가꾸는 파수꾼으로 그려 내고 있다. 비유와 대조 등 문학적 수사를 다채롭게 활용하여 글맛이 탁월하다.
동상
<골목대장>
사라져가는 골목길에 대한 향수를 보여준다. 유년의 놀이터였고, 애증의 길이었으며, 아버지의 무거운 삶을 읽었던 골목길은 디지털 세상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골목길에 대한 삽화들을 펼치며 아날로그적 인정을 잃어가는 현대사회를 안타깝게 조준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