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이 제 꼬리를 자른다’라는 뜻의 이 말은 공자(孔子)가 편찬한 역사서(歷史書)
춘추(春秋)의 주석서(註釋書)인 춘추삼전(春秋三傳) 중 좌씨전(左氏傳 또는 左傳)에
나오는 말로 기원전 520년 소공(昭公) 22년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동주(東周) 경왕(景王)의 총신(寵臣)이며 왕의 아들인 자조(子朝)의 사부(師父)인
빈맹(賓孟)은 당시 왕위계승 문제로 권력다툼이 격렬하던 때라 왕에게
아들인 자조를 빨리 태자(太子)로 세울 것을 권하였다.
그는 ‘소신(小臣)이 교외(郊外)에 갔다가 수탉이 스스로
꼬리를 쪼아 자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의 곁에 있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묻자
꽁지가 화려한 수탉이 제사 제물에 적합하다고 사람들이 의논하는 말을 들은
수탉이 자기 자신이 희생물이 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자기 꼬리를
자르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라고 왕에게 말했다.
수탉에게 있어 꽁지는 자존심과 화려함의 상징이지만
목숨이 달린 문제 앞에서는 그런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비유의 요지였다.
雄鷄(웅계) (버지니아 맥클린 한국학교 교장 이은애 作, 油畵)
이처럼 화(禍)가 닥쳐올 때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회가 왔을 때 즉각 결단하여야
하는데 경왕(景王)이 국가 안위가 걸린 일에 결정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결단을 촉구하라는 뜻에서 한 말이었다.
그러나 왕은 빈맹의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단목공(單穆公)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이러한 고사에서 유래한 웅계단미(雄鷄斷尾)라는 말은 이후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서는
아깝더라도 덜 중요한 것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게 되었는데
선비가 화(禍)를 피하여 스스로 자신의 재주를 감추고 은둔하거나,
왕의 신임을 크게 받던 노(老)신하가 관직을 버리고 조정(朝廷)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산이나 향리(鄕里)에서 은거(隱居)하는 모습을 비유 할 때도 사용되었다.
옛날 중국에서는 너무 재주가 많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면 주위의 시기와 모함 등으로
졸지에 역적으로 몰려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했기 때문이었다.
이 고사와 관련된 것으로 사향노루가 ‘배꼽을 물어 씹으려 해도 입이 닿지 않는다’는
서제막급(噬臍莫及; 씹을 噬, 배꼽 噬, 아닐 莫, 미칠 及)이라는 말이 있다.
사향노루는 사냥꾼에게 잡히면 제 배꼽을 물어뜯으려 하는데
사냥꾼들이 사향이 들어있는 노루의 배꼽만 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슴이 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배꼽에 입이 닿지도 않고 이미 때는 늦었다는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평범한 골퍼들의 예를 들어보자. 파5의 긴 홀. 드라이버 샷을 멋지게 날렸는데,
가보니 공이 약간 아래쪽으로 경사진 페어웨이에 놓여 있고 앞에 있는
커다란 호수까지는 80야드 정도의 거리.
제2타는 180야드 이상을 쳐야 호수를 넘길 수 있는 상황.
마음을 비우고 호수 앞으로 두 번째 샷을 안전하게 날린 다음
여유 있게 제3타로 호수를 넘기면 파나 보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무리하게 페어웨이 우드를 잡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치니 공은 물에
빠져버리고 이를 만회하려다 오히려 실수를 연발, 트리플 보기나 더블 파를 하고 만다.
우리 아마추어 골퍼들이 웅계단미의 고사를 생각하고,
이럴 때 과감하게 욕심을 버린다면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니
이 고사성어가 주는 교훈은 옛날이야기로만 듣거나
남의 일에만 해당한다고 그냥 흘리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