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구(句) 만들기>
한국시조협회 고문 김흥열
시조 창작시 가장 주요한 것이 구(句)를 만드는 것이다. 구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시조라는 문학 장르를 70%는 이해하는 것이다.
(사)한국시조협회에서 만든 <시조 명칭 및 형식 통일안>을 보면 구(句)는 의미의 단락이 이루어지는 부분으로 장 하나는 두 개의 구로 이루어진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 간단한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음절 수가 깨지거나 장(章)의 독립성, 완결성이 깨지게 된다. 소위 말하는 시조의 외적인 형식은 이 구만 잘 만들면 작품 전체는 자동으로 내. 외적 형식을 잘 맞춘 정격 시조가 된다는 말과도 같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서 좀더 상세히 설명해 보기로 한다.
첫째는 체언(명사)만으로는 구를 만들지 못한다.
초장; 봄 여름 가을 겨울/강산 마을 도시를 지나
이 예문의 초장을 보면 7개의 체언(명사)와 ‘지나’라는 부사어로 짜인 문장이다. 명사의 나열일 뿐 의미의 단락은 생기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초장 전체가 하나의 구가 되는 셈이다.
종장;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한꺼번에 지나갔다.
이 역시 전구는 의미 단락이 생기지 않는다. 첫 마디 3자 역시 비독립적이다. 앞에 나열한 체언(명사)은 모두 and로 연결된 문장이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본다.
초장; 악!
혀를 깨물었다./
아흐흐 나 죽었네.
이 작품은 ‘악!’ 이라는 문장과 ‘혀를 깨물다.’라는 술어와 ‘아흐흐’라는 의성어와, ‘나’라는 주어와‘ ’죽었네‘라는 과거형 술어로 마감된 장이다.
초장은 두 개의 장으로 짜였을 뿐 아니라 시조 형식을 희화한 작품이다.
둘째 관형어의 중복은 구의 의미 단락을 변화시킨다.
예를 들면 “부르면 따스해지는 희망 같은/ 이름들”이라는 중장을 보자
전구의 의미 단락은 어디서 생기는가?
‘따스해지는 희망 같은’은 모두 ‘이름들’을 수식한다. 통일안에서 말하는 의미의 단락은 중장 전체가 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구(句) 하나에 장(章)도 하나인 모습을 취한다. 장 하나는 구가 둘이라는 조건을 깨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단시조 한편은 6구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작품은 구가 두 개뿐이다.
다른 예문 하나를 더 보자.
예문
청동빛 골목길/***
세월이 익어가면 마음도 익나보다
형용사 한마디로 가슴이 환해지는
먼 미래 올레길이 된 청동빛 사람들
이 예문에서 중장 후구가 “환해지는”이라는 관형어로 마감되었는데 구의 의미단락으로 볼 때 중장 후구는 완결성이 없는 상태이다. 완결성은 종장 말미 ‘사람들’까지 되어야 한다.
종장 전구 ‘먼 미래 올래길이 된 청동빛’은 모두 ‘사람들’을 수식하는 관형어이다. 종장은 없고 중장까지만 존재하는 시조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시조의 정체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전통’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더구나 이 작품은 어디에도 술어가 없다. 종장 말미의 ‘사람들’이 어쨌다는 말인가? 결론도 없고 작가의 의지도 없고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없고 그저 어떤 상황을 설명한 설명문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관형격 조사 ‘의’의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홀로 깬 새벽잠의/ 뒤끝이 뜨악하다.”라는 초장에서 사선(/)은 작가가 생각한 전구 후구 표시이다. 통일안에서 말하는 의미의 단락이 이루어지는 곳은 ‘홀로 깬 새벽잠의 뒤끝이/뜨악하다’처럼 된다. 전구의 소절은
2개 이기는 하나 전구는 음절 수가 3.7이 되어 형식을 깨뜨린다. 후구 역시 소절이 하나밖에 없는 모양이므로 형식에 어긋난다.
어느 작품 종장에서 “철수의 가방 속에는 만화책만 들어 있다.”라고 했을 때 의미의 단락이 이루어지는 곳은 ‘철수의 가방 속에는/만화책만 들어 있다.’ 등이다. 두 개의 소절은 맞다. 그러나 종장 첫마디 3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7자가 들어와 있게 된다. 이는 관형어+체언도 3자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 관형격 조사 ‘의’는 종장뿐만 아니라 초장이나 중장 말미에 두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형어를 장의 말미에 두게 되면 장(章)의 독립성과 완결성에 지장을 준다. 즉 장의 충족 조건인 장의 완결성, 독립성이 없어진다는 말이 된다.
위 예문에서 ‘풀어 놓는’의 주체는 ‘울림’이다. 즉 울림을 수식하는 말이 되므로 장의 독립성 완결성은 ‘퍼진다’에서 이루어진다.
구(句)는 작은 의미의 단락이며 장(章)은 큰 의미의 단락이 생기는 곳으로 이 장에서 문장의 독립성과 완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독립성이나 완결성 문제는 관형어만의 문제는 아니며 주어가 장의 말미에 두는 경우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를 들면
생존의 길목/***
호숫가 나뭇가지 앉아 있는 물총새가
먹잇감 지나가나 목을 빼고 기웃댄다.
때맞춰 바람이 불어 낙엽하나 주고 간다.
초장 물총새가 주어이므로 이 주어가 취하는 동작은 중장 ‘기웃댄다’에서 이루어진다. 즉 문장의 완결이 중장에서 이루어지므로 초장 자체만으로는 완결성이 없는 문장이 된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구와 장의 의미 단락 문제만 확실히 이해하면 모두 해결되는 문제이다.
첫댓글 고문님!
감사드립니다
공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