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코스 : 설악터미널 - > 양평 산음 자연 휴양림
오늘 25코스를 걸으면 경기 둘레길 가평 구간을 마치게 된다. 겨울철 산불 예방 기간과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고 또한 자택과 원거리가 되어 뒤에 남겨 놓은 구간인데 오늘 졸업하게 되니 종반전에 접어든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걸어야 할 구간은 전체 60코스 가운데 양평 구간 6코스와 물길코스인 안성 구간 5구간 그리고 갯길인 화성, 안산 6코스 김포 1구간 모두 18구간이 넘어가야 할 산으로 기다리고 있다.
길 걷기는 경기 둘레길을 걷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걸어가야 하기에 완주가 없다. 오로지 부지런히 산천을 걸어갈 뿐이지만 이름을 지닌 하나의 길을 걷고 나면 알지 못하는 뿌듯함과 자긍심이 인다.
그러기에 경기 둘레길 총거리 860km, 모두 60코스 걷기가 더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오기에 오늘도 아침 6시에 집을 나선다. 오늘의 출발지 잠실역 5번 출구에 이르고자 주엽역에서 전철을 탔다.
잠실역까지 1시간 30분 소요되고, 잠실에서 설악터미널까지 50분이 소요되어 오늘의 걷기 시작점까지 이르는데 2시간이 넘게 소요되지만, 전체 60코스 중 가장 교통이 좋은 곳이다.
7시 40분 잠실역에 도착하니 김 총무가 기다리고 있다. 김 총무는 항시 약속 시각 10분 전에 항상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7시 50분, 설악터미널로 출발하는 광역버스를(7001) 탔다. 버스 요금 2,800원이다.
오늘의 출발지인 설악은 고려 말기 승려 보우(普愚)가 1348년(충목왕 4) 지금의 설악면 설곡리에 소설암을 짓고 생활하다 열반에 들어 불교의 성산인 설산(雪山)과 부악(父嶽)에서 한 글자씩 따서 형성된 지명으로 알려져 있다.
설악터미널 부근에서 아침을 먹고 산음 자연 휴양림으로 향했다. 시내 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미원 초등학교를 지나 설악 교에 이르니 경기 둘레길 종주 스탬프 함이 있다.
인증 도장을 찍고 미원천으로 내려서서 천변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24코스가 큰골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기 시작하였는데 25코스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출발하는 것이다.
개천의 물이 맑은 것을 보니 마을인심 또한 유순할 것 같았는데 천변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탓인지 아침 시간인데도 개천가를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오늘은 영하의 날씨로 떨어져 겨울 추위를 느낄 수가 있다 하여 겨울 복장을 하였는데 영상의 날씨가 되어 다소 더워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고속국도의 육교 아래에 이르기 전 징검다리를 건너 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창의리를 알리는 돌비석에 세워져 있다.
창의라는 지명에서 倡義를 연상해 이 마을도 국란을 당해 이를 극복하고자 의병을 일으킨 고장일 것으로 추측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창리(倉里)와 삼의리(三宜里)에서 한 글자씩 따서 창의리倉宜里라 하였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동원 낙지 식당을 알리는 간판이 세워진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전환하여 도로에서 마을 길로 진입하여 창의리 마을 회관에 이르니 수백 년이 뛴듯한 느티나무가 벌거숭이로 맞이한다.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되어 감언이설과 위선적인 용모와 태도로 사람을 대하고 야욕을 숨긴 채 친하게 다정다감 하는 척 위장하는 표정 관리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타고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맞이하여 주는 느티나무에서 세월의 무게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듯하였다.
벌거숭이
우리
암몸으로 가자
너와나
실오라기 하나라도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로 살자
부끄러워 가리지 말고
창피하여 숨기지 않고
남이 알까 두려워 않고
숨김없이 파헤치고
낱낱이 들춰낸
알몸으로 햇빛을 쐬자
몇 해 전 가식과 위선을 떨쳐버리고 순수한 우리 본연의 모습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것일까 ? 라는 생각에서 읊조려본 비나리를 떠올리며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아스팔트 길이 끝이 날줄 모른다.
자동차 통행은 그리 많지 않은 도로가 되어 다행스러웠으나 숲길을 자랑하는 경기 둘레길 가평 구간이었기에 어서 숲길에 이르기를 기대하며 걸어간다. 향원사로 향하는 도로에 진입하여 창촌교를 지나 별미 마을을 지나갔다.
도로가를 걸어가니 눈에 띄는 것은 버스 정류장뿐이다. 위곡 3리를 알려 주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지금 걷고 있는 길이 한서로 210을 알려준다.
쉬어 갈 곳도 없고 오로지 자동차를 유의하며 걸어가는 도로가기에 다소 지루해질 때 설상가상으로 도로는 산 날망을 오르는 고갯길이 되었다.
날망에 오르니 노비 따스학교가 있었다. 이곳은 분명 고갯길인데 고개를 알려주는 그 어떤 표지도 없어 이름이 없는 고개인가 갸우뚱거리며 눈뜬장님이 되어 지나갈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 은혜 마을, 사랑마을 알리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갈 때 차량통행이 잦아지어 주의를 요했다. 지금까지는 아스팔트의 차도였지만 차량통행이 한산하였는데 갑자기 차량통행이 많아진 것이다.
이 지역에 지리가 밝은 김 총무는 이곳 인근에 청평, 설악으로 넘어가는 국도가 있어 차량통행이 많다고 귀띔한다. 차량은 많아졌는데 보도, 차도는 구별이 되어 있지 않은 주의 구간이다.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서 때로는 교행하는 차량을 피하고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차량이 완전히 진행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와중에서도 도로변 기슭의 계곡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설곡리 마을 회관에 이르러 지루했던 아스팔트 자동차 도로가 끝이 났다.
설곡리에서 봉미산 임도로 향할 때 소설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인적이 드문 산간벽지의 오지, 그리하여 버스는 오전, 오후에 한차례 정도로 운행할 것 같았는데 경가 듈레갈 홈페이지는 소설마을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소설 마을은 십승지로 꼽기도 한다. 십승지(十勝地)는 천재지변이나 전란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열군데 땅을 이르는 말이다. 용문산과 봉미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삼면을 막고 있고 오직 북쪽으로만 외줄기 길이 나 있는 마을이다. 한국전쟁 때도 이 마을은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숨은 마을이다”
이곳의 명품 설화는 옻샘이다. 옻샘은 신비의 온천수로 인하여 피부병을 치료하고자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병자 마을의 약수터에 개를 끌고 다니며 피를 흘리게 하여 온천수가 차가운 냉수로 변하여 온천수의 효험이 사라졌다. 한다,
善을 행하는 자는 하늘이 福을 주고 惡을 행하는 자는 禍를 준다는 옛 성인의 말씀으로 경계를 삼고 있는 순박한 고장의 설화를 들으며 하늘 계곡 야영장을 지나 봉미산 임도에 진입하기 전에 휴식을 취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간식을 먹고 경가 둘레길 안내판을 보니 지나온 대안학교인 따스학교가 있었던 날망을 마치고개로 기록하여 놓았다. 고개의 이름을 안 것은 다행이지만 준비 없이 걷기에 임한 것은 꾸짖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언덕이 자동차도로 개설로 인하여 그 흔적만이 남아있는 현실에 항상 아쉬움을 느끼어 비록 재는 파괴되었을지라도 재를 알리는 지명과 그곳에 맺힌 설화만이라도 보존될 수가 있기를 도보 여행가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또 기원하며 임도에 진입하였다.
얼마 만에 숲속의 흙길로 진입하는 것인가? 오늘의 코스에 이 길이 없다면 얼마나 서운할 뻔했을까? 발걸음도 가볍다. 오늘 가는 길이 봉미산 고스락에 이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예전에 2번 오른 것으로 대신하고 오늘은 봉미산 임도를 걷는 것으로 만족하며 걸어간다.
“ 산 모양이 봉황의 꼬리를 닮아서 이름한 봉미산은 양평 용문산 북쪽 산줄기가 솟구쳐 맥을 맺은 산으로 가평군과 양평군에 걸쳐있다. 이곳 사람들은 세상과 동떨어져 오지에 있어 속리산, 산꼭대기에 신비의 늪이 있어 늪산으로 부른다.”고 하였다.<경기둘레길 홈페이지>
이 고개를 넘어가면 가평군 설악면에서 양평군 단월면이다. 그렇다면 경기 둘레길 종주도 양평 구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경기도의 산하를 자동차 시대에 자동차가 아닌 두 발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걸어가는 경기 둘레길 종주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벅찬데 그 꿈이 한발한발 실현되고 있다.
오늘로써 완주의 고지가 보이는 것 같아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뜨거운 가슴으로 봉미산 임도를 넘어 양평군 산음 자연 휴양림에 이르렀다. 주말이 아닌 평일이기 때문일까? 휴양림은 정적에 쌓여 고요하다. 누가 이 정적을 깨트릴 수가 있으랴!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파묻히고자 휴양림을 찾는 사람들도 자연의 기운을 마음껏 누릴 수 있지만, 도보로 산길, 물길, 숲길 등을 걸으며 자연에 파묻히고 싶다. 그리하여 오늘도, 내일도 경기 둘레길을 걷는다.
종착지에 이르러 경기 둘레길 완주 인증 도장을 찍고 버스 정류장에 이르니 1시간 5분 후 버스가 도착 예정이라고 한다. 기다릴까? 망설이다가 택시를 호출하여 용문 전철역에서 전철을 타고 귀가하였다.
● 일 시 : 2023년11월25일 일요일 흐림
● 동 행 : 김헌영 총무
● 동 선
- 09시05분 : 설악 터미널
- 09시40분 : 창의리 마을 회관
- 10시25분 : 마치고개. 노비따스학교
- 11시05분 : 설곡리 마을 회관
- 11시40분 : 하늘 계곡 캠핑장
- 12시50분 : 봉미산 임도 정상.
- 13시20분 : 산음 자연 휴양림
- 13시40분 : 버스 종점
● 도상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20.3km
◆ 시 간 : 4시간3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