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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정원?? 스크랩 음악을 향한 첫 걸음 - 악보와 음악용어에 대한 개괄적 이해 -
유수/백재성 추천 0 조회 706 18.12.04 02:3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음악을 향한 첫 걸음

- 악보와 음악용어에 대한 개괄적 이해 -


The First Step to Music
- General Understanding of Musical Score and Terminology -


전 상 직 (Sang-Jick Jun)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

| 약 력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Universitaet Mozarteum in Salzburg 졸업



음악을 포함한 모든 공연예술은‘창작(Creation)-공연(Performance)-감상(Appreciation)’이라는 세 단계를 거침으로서 완성된다. 즉 모든 공연예술은 ‘공연’이라는 ‘창작과 감상 사이에 놓인 매개 행위’ 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작과 공연 사이에는 문서, 또는 기호화된 매개체가 존재하는데, 음악의 경우 이 ‘기호화된 매개체’, 즉 작곡가의 음악적 의도가 약속된 기호들을 통해 기록된 것을 악보(Score, 樂譜)라고 한다.


소리로 이루어진 음악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소리의 특성을 규정하는 제반 요소, 즉 음의 높이(Pitch), 길이(Value), 빠르기(Tempo), 셈여림(Dynamics), 발음(Attack, 發音), 조음(Articulation, 調音: 음의 표정), 연주기법(Instrumental Technique) 등 다양한 음악적 매개변수(Musical Parameter)들을 어떻게 기호화할 것인가에 관한 약속을 필요로 하는데 이 약속을 악전(樂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음악가뿐만 아니라 음악애호가에게 있어서도 이 악전에 대한 이해, 즉 악보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우리가 글을 읽고 쓰는 것 못지 않은 기본적 소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악보의 구성요소


악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음의 상대적인 높낮이를 표시하기 위한 기준선(Staff)과 그 위에 놓인 음표(Note)이다. 이 기준선은 중세의 단선으로부터 출발하여 2선, 4선 그리고 현재의 5선으로 발전되었다. 그 위에 놓인 음표는 그 위치에 따라 높낮이를 표시할 뿐만 아니라 그 모양을 통해 음의 길이를 표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 즉 그 음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리듬적 주기성(박자 : Meter)을 지니고 있는지를 표기하지 못한다. 따라서 5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음들을 의미하는지를 지시하는 음자리표(Clef), 그리고 그 음악이 어떤 조(Key)에 의한 것인지, 아울러 어떤 리듬적 주기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밝혀주는 조표(Key Signature)와 박자표(Time Signature), 그리고 박자표에 따라 5선 위에 세로로 그은 마딧줄(Bar Line) 등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5선, 음자리표, 조표, 박자표와 마딧줄, 이상 다섯 가지의 기본적 구성요소들은 마치 원고지나 모눈종이처럼 음악을 기록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틀로서, 작곡가는 그 위에 음표를 기입함으로써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하나의 음악이 악보화되기 위해서는 이 외의 다양한 기호와 연주 지시어를 필요로 한다. 대개의 경우, 오선 위에 놓인 음표를 통해 연주로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음높이와 리듬 뿐이다.

따라서 작곡가들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좀 더 세밀하게 기록하기 위해 악보 위에 음표 이외의 여러가지 연주 기호와 다양한 나타냄 말들을 써놓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용되기 시작한 음악용어들은 후기 낭만 시기의 독일 음악을 제외하고는 거의 이태리어로 되어있는데, 이는 17세기의 이태리 오페라가 전유럽에 크게 유행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템포지시어


우선 악곡의 빠르기를 지시하는 템포 기호를 살펴보자. 음악의 빠르기는 이태리어로 된 ‘빠르기말’ 과 한 박의 길이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는‘메트로놈 숫자’ 등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음악의 빠르기를 의미하는 템포(Tempo)의 사전적 의미는‘빠르기’가 아닌 ‘분위기 ’이다.
즉 모데라토, 알레그로 등의 템포지시어는 그 음악의 절대적 빠르기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을 통해 유발되는, 다시 말해 그 음악이 지닌 음악적 분위기를 지시하는 용어인 것이다.

물론 특정 음악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 중의 하나가 빠르기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으므로 이를 단순히 악곡의 빠르기로 규정하는 것이 그다지 억지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똑같은 빠르기를 지닌 음악, 다시 말해 한 박의 물리적 길이가 0.5초로 똑같은 두 곡의 음악이라 할지라도 각 곡의 선율적, 리듬적 특성에 따라 이 두 곡이 각기 전혀 다른 빠르기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음악에 있어서의 빠르기는 음악이 진행됨에 있어서의 절대적 속도가 아니라 제반 음악적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변화되는 상대적 속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 박의 구체적인 길이(박의 수/1분)를 정확히 지시하는 멜첼 (J. Malzel, 1772~1838)의 메트로놈(Metronome) 숫자는 현대음악이 아닌 한 결코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베토벤(L,van Beethoven)의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을 예로 들어 보자. ‘빠르고 활기있게(Allegro Con Brio)’라는 지시어와 M.M. ♩= 108( = 108/1분, ♩= 약 0.56초)로 지시된‘운명’의 1악장을 오자와(S. Ozawa), 아바도(C. Abbado), 그리고 카라얀(H. von Karajan) 등이 베토벤이 지시한대로 7분 15초 내외로 연주하였음에 반하여 번스타인(L. Bernstein)은 8분 45초로 연주하였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템포는 그 악곡의 절대적인 진행속도가 아닌 감각적인 진행속도, 다시 말해 제반 음악적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유발되는 음악적 분위기, 즉 감상자가 느끼는 상대적 빠르기를 의미한다.

음악의 빠르기라는 것이 악곡의 맥락에 따라 좌우되는 감각적인 경험이고 보면, 악곡의 템포를 메트로놈 숫자를 통해 절대적 빠르기로 표시하는 것보다 빠르기말을 통해 그 음악의 분위기를 지시하는 것이 보다 음악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놓여 있다.


몇 몇 템포 지시어들의 본래의 의미, 즉 이들이 지닌 고유의 빠르기 이외에 이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살펴보자.

우선 똑같이 느린 템포를 지시하는 라르고(Largo)와 그라베(Grave)는 각기 ‘폭넓고 느리게’ 와 ‘느리고 장중
하게’라는 다소 상이한 분위기를 지시한다.

따라서 장송곡 등의 비감 어린 곡의 경우 그라베(Grave)라는 템포 지시어가 사용된다.


그 외에 느린 빠르기를 지시하는 안단테(Andante)는‘느린 걸음걸이’,

보통 빠르기를 지시하는 모데라토(Moderato)는 ‘절제하는, 중간의’,

빠른 빠르기를 지시하는 알레그로(Allegro)는 ‘즐거운, 행복한’,

매우 빠르게를 지시하는 비바체(Vivace)와 프레스토(Presto)는 각기 ‘밝고 생동감 있게’ 와 ‘서두르는’ 등의 고유의 음악적 분위기를 지시한다.


여기에 덧붙여 몰토(Molto : 매우),아싸이(Assai : 매우), 포코(Poco : 조금씩), 논 트로포(Non Troppo : 지나치지 않게), 메노(Meno : ~보다 적게) 등의 접두어,

~시모(~issimo : 더욱 ~하게), ~에토(~etto : ~보다 약하게) 등의 접미사,

그리고 비보(Vivo : 생동감 있고 활기 있게) 등의 형용사 등을 통해 보다 세밀한 음악적 분위기를 지시할 수 있다.


셈여림 기호


앞에서 다루었던 것이 빠르기에 대한 음악용어라면, 악곡의 각 부분, 또는 특정 음을 어느 정도의 크기로 연주할 것인지도 지시하는 용어들이 있다.

셈여림 기호 역시 악곡의 빠르기와 마찬가지로 음의 상대적인 셈여림을 지시한다.

앞서 언급한 메트로놈 숫자와 마찬가지로 음의 셈여림 역시 데시벨(Db)이라는 절대적 단위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이러한 절대적 단위는 상대적 관계가 중요시되는 음악에 있어서는 무의미하므로 피아노(Piano)와 포르테(Forte) 등의 상대적 셈여림기호가 사용된다.

여기에 각각 ‘조금’ 을 뜻하는 접두사 메조(Mezzo)와 최상급을 뜻하는 접미사 ~시모(~issimo)를 붙임으로써 ff, f, mf, mp, p, pp 이상 여섯 단계의 셈여림 기호가 사용된다.

후기 낭만음악 이후 20세기에 이르러 포르테나 피아노를 5개씩 중첩한 예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
는 그 음악의 셈여림이 지닌 최대치와 최소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고전음악의 ff나 pp에 비해 현격히 크거나 작은 소리로 연주할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를 통해 셈여림의 단위를 보다 세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상 바로크(Baroque)시기까지는 셈여림 기호가 거의 쓰이지 않았으나, 악기의 개량에 따라 음의 세기의 표현의 폭이 넓어지고, 이에 따라 음의 세기가 음악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취급되기 시작함으로써 셈여림기호가 점차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우리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소리의 크기’와‘소리의 셈여림’이라는 개념이 각기 ‘소리의 부피와 강도’ 라는 두 개의 상반된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소리의 크고 작음은 소리를 부피와 연관지어 규정한 것이고 소리의 셈여림은 소리를 강도와 연관지어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피아노(p)가 지닌 ‘작게, 부드럽고 평평하게’,

그리고 포르테(f)가 지닌 ‘크게, 강하고 단단하게’,

그리고 크레센도(Crescendo)가 지닌‘점점 크게, 발전하는, 성장하는’,

디미누엔도(Diminuendo)가 지닌 ‘점점 작게, 떨어지는, 감소하는, 점점 여리게’,

등 이들 용어가 소리의 양과 강도를 동시에 의미하는데 따른 현상이다.


그림 2. 성 요한 축일을 위한 찬미가


음이름과 계이름


악보에 기록된 음의 높이는 고유의 음이름과 그 음악에서의 사용된 음계에서의 상대적 위치를 의미하는 계이름이라는 두 개의 속성을 지닌다. 음이름이란 특정 음높이가 지닌 고유의 음높이에 부여된 이름으로서 그 이름은 어떠한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다.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음이름으로 악보를 읽어야만 한다. 하지만 노래하고자 할 경우 음이름으로 악보를 읽는 것 ‘고정도법(Fixed do)’ 은 적절한 훈련을 받지않은 이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음의 높이를 그 상대적 관계에 따라 읽는 방법, 다시 말해‘도레미파솔라시’이상 일곱개의 음을 기본으로 하여 악보를 읽는 방법이 일반인들에게 적합한 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이동 도법(Movable do)’ 이라 한다. 이를 또 다른 말로 솔미제이션(Solmization)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계이름 ‘솔’ 과 ‘미’ 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중세의 귀도 다레쪼(G. d’Arezzo, 992~1050)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누구나 당연시하는 사실에 대한 궁금증은 때로 우리에게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 한 예로 계이름‘도레미파…’의 유래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적은 없는지. 중세의 어느날 귀도 다레쪼는 성 요한 축일을 위한 찬미가 ‘너의 시종들이 마음껏(Ut Queant Laxis)’을 구성하는 여섯 구절의 각 첫 음절이 각기 다른 6개의 음(Hexachord)으로 이루어진 것을 발견하였다.

그 여섯 음에 부여된 가사의 음절은 아래서부터 차례로 Ut, Re, Mi, Fa, Sol, La였다. 이후 17세기에 이르러 Ut는 하나님을 의미하는 라틴어 Dominus로부터 유래한 Do로, 그리고 그 여섯 음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음은 성 요한 Sancte Ioannes의 약자 Si로 불려지게 되었다.



오역(誤譯)에 의해 곡해(曲解)되고 있는 음악용어들


위에 열거한 음악용어 이외에 한 곡의 음악을 구성하는 음악용어와 기호는 한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만큼 다양하다. 이를 이 짧은 글을 통해 소개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별다른 의미도 없으므로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음악 용어 중 그 의미가 잘못전달된 몇몇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의 사고가 언어, 즉 개념(Terms)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원뜻을 곡해한 용어의 사용(그것이 대부분 서양음악이 전래되는 과정에서의 오역(誤譯)에 의한 것들이지만) 이 음악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하여야 한다.


우선 작곡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곡(曲)의 사전적 의미는‘구부러지다, 간절하다’, 그리고‘가락’이다. 가락은 물론 선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작곡이라는 단어는 고도의 지적, 기술적 작업을 통해 소리의 입체적 질서를 구축하는 소위 ‘음악 만들기’ 를 단순한 ‘선율 짓기’라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게 하는 폐해를 끼칠 수 있다.

작곡을 의미하는 영단어는 구체적으로 Musical Composition, 즉‘음악적 구성’이다.
음악을 입체적으로 구성할지 단순히 선적으로 노래하고 말 것인지, 그것이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용어에서 결정되어 버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수도, 이것이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음악이건 순수음악이건 가리지 않고 수많은 한국 작곡가들이 선율작가에 머물고 있다는 현실은 어찌할 것인가?


원래 성악음악(Vocal Music)과 구분하기 위하여 기악음악(Instrumental Music)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된 소나타(Sonata)는 하이든(J. Haydn)에 이르러 소나타형식이라는 견고한 구조를 지닌 음악으로 발전하였다. 제시부(Exposition : 주제의 제시), 발전부(Development : 주제의 발전?), 그리고 재현부(Recapitulation : 주제의 재현) 등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이 견고한 형식에 있어 ‘발전부’ 라는 용어 역시 전문가들에게 조차 곡해될 여지가 많은 용어이다. 영단어 발전(Development)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소나타형식의 중간부분에서 주제가 발전되어야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주제의 발전이란 과연 무엇인가?

발전이란 미흡한 상태로부터 보다 낳은 상태로 변화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미 제시된 주제가 불완전한 형태란 말인가? 소위 발전부에 나타난 주제의 형태가 보다 완결된 형태란 말인가?

아이러니칼하게도 제시부의 주제는 결코 불완전하지 않으며 오히려 발전부에 단편적으로 나타나는주제가 불완전한 형태이다. 따라서 이 중간 부분은 주제의 ‘발전부’ 가 아니라 ‘전개부’ 라고 해야 마땅하다.

영단어 Development와는 달리 독일어 용어는 이를 정확하게 ‘전개부(Durchfuhrung)’ 라고 부른다.


초등학교 시절 배운 으뜸음, 딸림음, 버금딸림음도 마찬가지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 중의 하나이다. 으뜸음(Tonic)이야 별 문제 없지만 딸림음과 버금딸림음은 정말 황당한 오역의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으뜸음의 5도 위에 놓인 음(솔)을 의미하는 딸림음은 한자어 속음(屬音)의 순 우리말 표현으로서 아마도 일본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 추측된다.

‘ 딸림’은 ‘부수적인, 종속된’ 등의 의미를 지니므로 결과적으로 딸림음은 으뜸음에 종속된 부수적인 음이란 뜻이 된다. 그리고 많은 음악인들조차 이를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딸림음을 의미하는 도미난트(Dominant)는 이와 정반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지배적인, 우위를 점하는’
등의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중세까지의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를 필두로 하여 공통관습시대(Common Style Period, 바로크-후기낭만)의 음악, 심지어 일부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어떤 음악에서 가장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음,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음은 으뜸음(중세의 경우 종지음 Finalis)이 아니라 바로 도미난트이다. 따라서 이는‘딸림음’이 아닌‘지배적인 음’으로 규정되어야 마땅하다.

마찬가지로 버금딸림음(Sub Dominant, 파) 역시 ‘버금가는 딸림음’ 이 아닌 ‘으뜸음의 5도 아래 (Sub-)에 놓인 지배적인 음’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음악용어들


끝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음악용어들을 살펴봄으로써 글을 맺고자 한다.

요즘 출시된 커피음료 칸타타(Cantata)는 루터(M. Luther)의 종교개혁 이후 카톨릭의 예배음악인 미사(Mass)를 대신하는 루터교의 예배음악을 의미한다. 이는 이후 특정 역사적 사건이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대규모의 성악음악,즉 교성곡(交聲曲)으로 확대되었다.

20세기 중엽 명동의 명소였던 다방 돌체(Dolce) 역시 ‘부드럽게’ 연주할 것을 지시하는 음악용어인데, 그 외에도 아마빌레(Amabile : 우아하게) 또는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 등의 커피숍 상호는 못해도 전국에 수 십개는 있지 않겠나 싶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악용어는 모 완성차 업체의 차명(車名)들이다.

승용차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라 할 수 있는 ‘달리기’ 및 ‘속도’ 와 템포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활용한 1980년대의 소형승용차 프레스토(Presto :‘ 서두르는’,‘ 기민한’등을의미하는 템포지시어), 화려한 색채와 깜찍한 디자인으로 강인한 인상을 심고자 했던 1990년대의 소형승용차 액센트(Accent : 특정음을 강조하는 기호), 행진곡을 의미하는 1990년대의 대형승용차 마르시아(Marcia), 합창을 의미하는 중형 버스 코러스(Chorus), 그리고 베스트 셀링카라 할만한 소나타(Sonata, 음악역사상 가장 완성도가 높은 기악 음악 장르) 등이 그 예인데, 그 차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그 이름을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 외에, 주거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라는 의미의 주택 브랜드 더 샵(The Sharp, # : 반음 올리는 기호), 입는 이의 품격을 높인다는 의미의 의류 브랜드 마에스트로(Maestro : 위대한 지휘자, 대 음악가),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는 의미의 화장품 브랜드 에튀드(Etude :연습곡) 등 그 예들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만큼 많은 음악용어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파고들어 있다.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겨울연가(Winter Sonata)’ 역시 빠뜨릴 수 없겠다. 음악용어들이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이러한 현상은 그 추상적 속성으로 인한 음악의 순수성, 그리고 하나하나의 음악용어들이 지닌 아름다운 의미들 때문이리라.


음악을 감상한다, 음악을 이해한다…….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술이 바로 음악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깊게 접근하기 어려운 예술 역시 음악이다.
이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청각적 경험이 오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지각능력을 요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더욱이 음악에 담긴 모든 소리는 언어와는 달리 구체적 의미를 지니지 못할 뿐더러 구체적 현상을 유추할 수 있는 소음의 사용까지도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있으므로 어떤 음악을 들으며 그것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해설을 읽지 않고는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심지어 그 해설조차도 사족(蛇足)에 불과하여 무의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사회의 교양인들 조차도 음악에 관하여는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아니 당당하게 말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하지만 풍요로운 의식주와 해박한 지식이 있으니 이미 이 시대의 평균 이상의 교양인으로서 이미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생각은 큰 오해이다.


아직 내가 모르고 있는 아름다운 세계가 남아있으니까. 경험해 보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도,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무의미한, 그래서 순수함으로 가득한 세계가……


기획 : 남경필 편집간사



대한토목학회

THE MAGAZINE OF THE KORE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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