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1473)
조반니 벨리니
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 1430-1516)가
1473년경에 <페사로 제단화>를 그렸고, <피에타>는 그 중 일부다.
피에타에 성모가 없는 것은
이 아래에 있는 제단화가 <성모의 대관식>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시점에서 그린 것으로 보아
제단화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는 십자가에서 내린 그리스도와 세 명의 성인이 등장한다.
십자가 처형 당시 롱기누스가 찌른 가슴의 상처만 아니라면
석관에 앉은 예수님은 마치 대리석조각에 색만 살짝 입힌 것처럼 건장해 보인다.
예수님과 자신의 손에 향유를 바르고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살짝 벌어진 입술은
그들 사이에 교감되는 지극히 인간적인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화가는 고통의 격렬함을 갈색 빛의 중간색조와
차분한 자세로 완화하여 절제와 우아함을 효과적으로 연출해냈다.
예수님의 몸은 머리가 벗겨진 아리마태아 요셉이 부축하고 있다.
성경에 따르면 아리마태아 요셉은 의회 의원이고 착하고 의로운 이였으며,
의회의 결정과 처사에 동의하지 않았고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시자,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하였고,
시신을 내려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모셨기 때문이다.(루카 23,50-53)
외경이 전하는 전설에 따르면
그는 롱기누스의 창에 찔려 흘러나오는 예수님의 피를
성배에 담아 보관했다고 한다.
그는 예수님의 시신을 아마포로 싸서 돌무덤에 안치하고 있다.
그림 오른쪽에 시신 방부제 역할을 하는 몰약 통을 들고 선 사람은 니코데모다.
성경에 따르면 그도 역시 예수님의 제자였는데,
“언젠가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니코데모도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왔고,
그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다.”(요한 19,39-40) 하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고 의회에서 예수님을 믿지 않는 지도자들에게
“우리 율법에는 먼저 본인의 말을 들어 보고
또 그가 하는 일을 알아보고 난 뒤에야,
그 사람을 심판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요한 7,51) 하고
예수님 편에서 항변했던 인물이다.
그는 깊은 슬픔에 잠겨 명상하는 모습으로 예수님의 시신을 내려 보고 있다.
이들의 배경은 푸른 하늘이고,
하늘의 구름은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듯이 상승하는 느낌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내려 돌무덤에 묻히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다.
그분은 부활하시고 승천하시어 우리를 심판하시러 다시 오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 주변에 있는 세 사람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것을 깊이 묵상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피에타 (1473) - 조반니 벨리니 |작성자 말씀과 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