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10( 그대를 바라만 봐도 외)
홍매화(紅梅花)야!
시/백천 김판출
아침햇살에
속살 비치듯
투명한 모습 부시네
분홍빛 레이스에
노란 속눈썹이
바람에 나풀거리네
올망졸망
만개하고파
곰실곰실 주리를 틀고
옷고름 날리며
봄 마중 나서는
여인네 마냥
유난히 화사하고
빛나는 맑은 얼굴들
가지마다 촉촉하니
송이송이 맺힌
곱게 핀 홍매화야
따사로운 햇살에
고귀한 입맞춤으로
수혈하는 붉은 꽃술
네 모습이
참으로 곱기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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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의 단상(斷想)
시/ 백천 김판출
어제는
대동 지나리
아내와 함께 꽃바구니
옆에 끼고 쑥을 뜯어
오늘 아침
쑥국을 끓여
맛있게 먹었네
오는길 화원에서
퇴비를 사와 옥상
화분에 분갈이도 하였네
상추 방풍나물
부추 파 등 채소를 심고
모서리에 내 꿈도
한 모종 심어 놓았네
조그만 텃밭이라
큰 수확은 없겠지만
조금씩 가꾸고
기르는 그 재미에
취해 보리라
이잰 나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아무것도
하는 일 없는
못 난놈이라
자책 하지 않으리라
새 움이 트고
잎이 펼쳐지는
대자연의
신비를 지켜보면서
우주의 질서도
배우고 익히며
늙은이의 목마른
갈증을 달래며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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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시/ 백천 김판출
봄바람
산들바람
간들간들 불어오면
꿈틀대는
대지 위에
새싹 새 생명이
하품을 한다
긴 겨울날의
텁텁했던
사연들은 마른
솔가지에 걸어 두고
복사꽃
망울망울 피어오르고
실개천 개울 물소리
메아리 되어 들려올 때
산 까치는
곱디곱게 몸단장하고
산비둘기 구구구
목청 높여 노래하리라
오지 않을 줄만
알았던 내 맘의 그대 역시
꽃가마 타고
여왕 되어
오신다는 기별 올 지니
침잠하던 내 마음
임 마중 생각에 괜스레
옆구리만 들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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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몽(春夢)
시/ 백천 김판출
겨울바람에
많이도 아팠는데
어느새 붉은 꽃망울
곱게도 피었구려
가지 끝에
매달린 해님이
복사꽃에 내려앉아
꽃망울 만지작거리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저녁노을에 불타오릅니다
춘분도 지난 화창한 봄날
내 마음은 꽃처럼 붉은데
사랑하는 그댄 어디에 계시나요.
인생에서 삶이란
기다림이고 사랑에서
생이란 그리움인데
그대와 나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한 번쯤은 세월의
강가에서 만나겠지요
봄은 와서
찬란한 빛이
그대를 꿈꾸게 하고
희망은
내 심장을 뛰게 하고
설래이는 가슴엔
보고 싶은 그대뿐입니다
그대 어느 길로가시든
언제나 꽃길이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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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시/ 백천 김판출
길고 긴 고독에
적응하기 위해
기린은 긴 목을
갖게 되었고
고래는
지독한 고독에
살아남기 위해
심해로 들어가
수억 년 동안
잠수 중이고
주목은 산정에서
고독과 싸우다
선 채로 죽는
진화를 택했을 것이다
아직 가닿지 못한
달팽이의 더딘 쓸쓸함은
지금도 진화 중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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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老齒)
시/ 백천 김판출
이빨 한 개 뽑았네
어금니 하나 뽑았네
그냥 두면 성한 이도
뽑게 된다는 의사의 말에
충치도 없는 이를
뭘 잘 못 씹다가
뜨끔 하더니
흔들린다는 이유로
그냥 뽑아 버렸네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어디 있나
봄바람에 나뭇가지는
흔들려야 꽃이 피고
인생도 흔들려야
사랑의 꽃이 피는데
이빨 빠진 빈자리로
밥알 손님 몇 분이
들락날락 하루에도
몇 번씩 빈자리 핥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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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賞春)
시/ 백천 김판출
2월 할매
소소리 바람은
이미 떠나가고
뜨겁게
쏟아지는 햇살에
꽃 처녀
마음도 살랑살랑
가냘픈 진달래도
바람에 살랑살랑
봄 향기
바람 타고 처녀
총각 들뜨게 한다며
산 넘고
물 건너서 온
살결 고운 처녀가
보드라운 손 내밀며
상춘 놀이 가자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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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춘(晩春)
시/백천 김판출
봄비 내린 계곡에
물소리는 청아한데
수양버들 하늘하늘
여인의 치맛자락
아름다운 아가씨여!
꽃이 피는 날에는
꽃밭 속에 흙들도
헤죽헤죽 웃는구려
하얀 목련꽃
백치(白癡) 미인의
봉긋한 우윳빛 젖가슴
꽁꽁 묶인 사랑 그대여!
잔인하다는 사월도
만춘(晩春)의 입맞춤에
라일락 향기로 가득한데
언약 없이 떠나버린
가녀린 벚꽃 추억들
연초록 버드나무 잎새들
만져보고 싶도록 화사한
아름다운 4월의 사랑이여!
금년에는 상춘놀이도
다 못했는데 벌써 가시려나
그대 가시려면 내 빈
가슴 밭에 향 진한 꽃
한 송이 피워두고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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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예찬(禮讚)
시/백천 김판출
4월이
업고 가네
바람 속에
쓰러지는
노란 영혼이여!
가로수
왕벚꽃은
화려한
왕관을 쓰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아름답고
고귀한 봄날
꽃그늘
아래에서 만나
사랑도 속삭이고
달콤한 향기
코끝에 머물며
햇살이 너울거린다
여기저기
꽃피는 사월을
그 누가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지는 꽃이
아쉬워서일까
시기하는
여신의
몸부림이었을까
가는 이는
가라 해야지
지는 꽃잎은
지라 해야지
아무도
못 말리는 세월
그 세월을
꽃이 밟고 가네
꽃피고 지는
사월은
열매 맺고
행복 키우며
기쁨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계절
사랑으로
맺어지는
4월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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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소리
시/백천 김판출
저 계곡 물소리
청아 하구나
봄이 오는 소리
수양버들 하늘하늘
여인의 치맛자락
아름다운 아가씨여!
하얀 목련꽃
백치 미인의
봉긋한 우윳빛 젖가슴
꽁꽁 묶인 사랑이여!
봄봄봄 새봄
상큼한 날이여!
환희에 찬
희망의 날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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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바라만 봐도
시/ 백천 김판출
그대를
바라만 봐도
솜사탕 같은
포근함을 느낍니다
그대의 은은한
호수 같은 눈망울이
이슬처럼 스며들 때면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그대만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보고 싶단
말은 못 해도
솟아오르는 그리움을
나 홀로 삭혀야만 하여도
수정처럼 영롱한
그대의 눈망울은
내 마음을
이해해 줄 듯도
내 마음을
믿어 줄 듯도 한데
착하고 예쁜
그대가 너무 이뻐서
그대 곁에 감히
다가설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ㅤ
시리고 버거운
일상 속에서도
구름같이
바람 같이
덧없는 삶의
굴레 속에서도
밝게 웃는 그대의
미소가 언제나 내게
행복을 안고
살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 줍니다
희망과 기쁨으로
내 삶의 존재와
가치를 느끼게 하시는
너무도 소중하고
따스한 그대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음에
나는
언제나 즐겁고
신바람이 납니다ㅤ
내 사랑이
끊임없이
샘솟게 하시고
그리움을
피어나게 하시는
그대가 있기에
나는 행복합니다
이토록 깊고 따스한
솜사탕 같은 사랑을
가슴속 깊숙이
쌓아 두려고 합니다
그대 또한 이쁘게
오래오래 살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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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슬픈 건
시/백천 김판출
잔인한 달
4월은 내게
그리움의 달입니다
사월이 슬픈 건
그대 하얀
빈자리 때문인가요
별이 하나씩
사라지듯
내 곁에 있던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 가고
그대와 걷던
달빛 속 텃밭
앵두나무 울타리
오솔길 길도 사라져 가고
4월이 와도
4월이 가도 내 가슴은
마냥 시려옵니다
사월이 슬픈 건
눈부시게 푸른 저
햇살이 서러워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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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 되어
시/백천 김판출
봄 들녘
노란 미소
한 시절 꽃 피우다
홀씨 된 민들레야
먼 길 떠날
준비하는
네 모습이 감회롭다.
얄궂은
시련 속에
할퀴고 짓밟히고
아픈 상처에
흰 피까지 흘려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네 삶의 족쇄는
우리 민초의 삶이로다
웃고 있어도
울고 있을 민들레야
간밤에 찬 이슬 맞아
춥지는 않았는지
부디
민들레 홀씨 되어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
내생(來生)에는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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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밑에 핀 제비꽃
시/백천 김판출
햇살 좋은 담장 아래
고개 숙여 핀 작은 꽃
그 모습이 아름다워
물 찬 제비 닮은 제비꽃
작고 귀여워 부르는
병아리 꽃 앉은뱅이 꽃
오랑캐의 머리채 닮아
억울하게 붙은 오랑캐 꽃
비너스의 눈 밖에나 큐피드
납 화살 맞은 비련의 꽃
연보랏빛 치맛자락 인고의
세월 품은 진실의 꽃
만사형통 기원하는 소망 꽃
수줍고 부끄러워 담장 밑에
살포시 얼굴 내민 모습이
보랏빛 당신을 닮아
참으로 예쁘고 귀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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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
시/백천 김판출
푸른 숲 사잇길에
때 아닌 백설인가
바람에 흩날리는
향기로운 눈송이여!
달콤한 향기 품고
하얀 꽃잎 흩날리며
가슴 설레게 떠오르는
옛 추억 속 아카시아
첫사랑의 상처 주고
말없이 떠난 임의
이별이 서러운 듯
기구하게 살다 간
한 여인의 슬픈 생애
뿌리 속 깊이 맺힌
한이 꽃이 되었나
가지마다 송이송이
가냘프게 매달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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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꽃 연정
시/백천 김판출
철쭉꽃 수줍어
빨개진 얼굴 녹색
옷에 연분홍 옥구슬
빨간 꽃잎 너무 곱고
분홍 꽃잎 너무 예뻐
화사한 봄
움 돋는 춘정 햇살
아니어도 달아오르네
이글거리는
5월의 뜨거움
가슴 아파하지 않아도
그저 그리우면 그뿐인데
더 이상 아픈 추억
남기기 전에 가슴속에
묻어 버리면 그만인데
애타게 피어낸
분홍빛 그리움
끙끙 앓아누운
슬픈 봄을 안겨주는
그대여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좋은 그대여
이 봄날이
슬프다 해도
그대가 피어있음에
나는 그저 행복하여라
==============
철쭉꽃
시/백천 김판출
눈부시게
빨간 꽃 수줍은
연분홍빛 그리움이여!
화려한 듯
단아한 그 모습이
내 잊지 못할
첫사랑을 닮았네
환한 듯 살풋한
미소가 그녀를 닮았네
향 가득함도
후덕함도 그윽한
풍채도 여유로움도
내 잊지 못할
첫사랑을 닮았네
수줍고 서툴고
용기 없어 이별한
그 사랑이 못내 아쉬워
잠시나마 너를 내
가슴에 품고도 싶고
만져도 보고 싶고
안기고도 싶고
나 뒹굴고도 싶어라
내 너를
가슴에 꾹꾹
눌러 담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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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출 시(詩)방
창작시 10( 그대를 바라만 봐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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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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