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하는 일에 전문가가 되고, 프로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나 또한 지금 프로라고, 전문가라고 말하기엔 여전히 부족함이 많고 현장과 실제에서보다 책에만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는 아예 나와는 다른 것이라고 여기게 될 때가 있다. 정말 현장에서 수고하는 분들에게 책만 파는 사람으로서 조금은 부끄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이를 가르치면서 혼자 머리를 싸매고 힘들어 하던 때 지도교수께서 “프로란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지나치면서 내게 무심코 던졌던 말이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떤 날은 수업이 잘 될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수업이 왜 이렇게 안 되는지 막막하고 힘겨울 때가 있었다. 그 이유를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깨우치게 되었는데, 내 감정의 기폭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은 날은 수업이 유난스럽게 잘 진행되고, 기분이 힘겨운 날은 학생들까지도 나를 힘겹게 하여 수업을 지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기분이 좋은 날은 내 기분이 학생들에게까지 전파가 되어 수업이 잘되었고, 수업이 잘되지 않은 날은 기분이 좋지 않은 선생의 눈치를 보는 학생이 내 눈치를 본다고 수업을 방해하니 어쩔 수 없이 수업이 잘 진행될 리가 없었던 것이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다. 엄마 마음이 불편하면 아이 또한 불편해지고, 엄마 마음이 행복하면 어떤 상황이든지 아이는 행복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감정의 사회화라고 하던가.
가끔씩 졸업한 학생들이 내게 묻는다. 어린이집이나 사회복지기관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접목시킨다는 것이 너무 어렵고 그저 하루하루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처음 일을 하다 보면 이론과 실제를 접목하겠다는 것은 나의 희망사항이었을 뿐이고 현장에서는 이론이 실제와 같지 않다고 불평만 했었다. 그래서 현장에서만이라도 충실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워 하루살이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현장에서 일을 하다 지식과 이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이해되지 않던 이론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 이론을 실제에 적용한다는 것은 여전히 큰 숙제였었다.
적어도 현장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을 3번은 거듭해야 현장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배운 이론이 현장에서 이렇게 적용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적어도 5년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는 이론을 실제에 내 방식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어도 10년이 넘어야 진정한 전문가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일을 적어도 10년이 넘어야 장인이라고 하는 것처럼 전문가가 되고 프로가 된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반복과 훈련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그 반복과 훈련 속에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알아가는 것이 전문가가 되고 프로가 되는 것이고 그만큼 인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게으르지 않고 늘 자신의 부족한 면을 채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끔씩 보면 덜 채워진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을 알리기에 급급하고,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 노여워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나를 알아주지 않음에 노여워하고 서운해 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부족함이 오히려 더 큰 실패를 초래한다는 것을 깨닫고 멈추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진정한 전문가와 프로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채워 넘쳐흘러 사람들이 저절로 그 능력을 알도록 하는 것 같다. 그 오랜 시간을 참고 견뎌야만 진정한 전문가와 프로가 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빠름의 시대에 장인이 없고,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팔방미인을 요구하는 시대에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말처럼 들리지만 이젠 나도 묵묵히 한 가지 일에 성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