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TV 공익광고 문구와 함께 나오는 얼굴들, 흑백사진 속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분의 삶이 재조명되었다 우리 국민들조차 외면하는 소록도에서 43년간 소외된 한센인들을 돌보며 사신 두 천사 이야기였다 그분들은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43년을 보내고, 고국으로 돌아가셨다 그들을 후원했던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 후원으로 이어진 두분의 봉사는 댓가를 바란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더 우리는 그분들을 기억해야 한다는거다
문득 아이들이 초등학교때 만난 수녀님과의 만남이 생각났다 한창 영어 조기교육 열풍이 시작되던 때, 아파트로 방문하셔서 영어를 가르쳐주시는 분이었다 한창 개구장이였던 두 아들은 외국인 수녀님이 신기한지 일주일에 한번 오시는 수업시간을 기다리며 곧잘 따라하는 것 같았다 간식거리라도 들고 문앞에 가 보면, 피곤해서 깜빡 주무시는 수녀님을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두녀석은 쉿! 조용히 하라고~ 그때 이미 환갑이 되신듯 보였는데, 새벽부터 수녀원에서의 일상생활을 하시고 또 봉사하러 다니시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우연히 현관에 놓인 수녀님의 낡은 구두를 보게 된 순간 내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얼마전, 우리집에 오셨다가 내 신발장을 보신 친정아버지께서는 네가 춘천이멜다냐고 핀잔을 하셨다 당시 필리핀 국민들은 가난과 빈곤에 허덕이는데, 장기집권하며 초호화판 생활로 전세계인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던 대통령부인이었다
살짝 수녀님 신발 사이즈를 보려해도, 너무 낡아서 알 수 없었다 돌아가시는 수녀님께 조심스레 사이즈를 여쭤봤다 다음날, 까만색에 굽이 낮고 편한 구두를 찾아 구두점을 기웃거렸다 수녀님께 드릴 새 구두를 사온 날, 너무 기분이 좋아 전화로 엄마한테 말씀드렸다 다음 수업시간에 새신발을 받은 수녀님은, 생각치못한 뜻밖의 선물을 받고는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좋아라하셨다 신고 온 헌 신발은, 따로 수선을 해다 드린다고 하니까 더 기뻐하셨다 나의 진심을 받아주셔서 너무 행복해졌다
여고시절 명동성당옆 학교를 매일 오가던 나에게 수녀님들의 존재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복잡한 세상과 등지고 살며 순결한 성모마리아를 따르며 사는 고고한 분들로만 여겼으니까
몇년이 지난 후, 우연히 그 수녀님을 다시 만난건 성당입구였다 반갑게 두손을 잡고서 이젠 사춘기인 아이들의 안부를 묻고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잘 신고 다닌다며 신고있는 신발을 보여주셨다
이젠 성함도 가물가물해진 그분의 안부가 궁금하다
나눔과 배려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당신의 가슴엔 어떠한 가방이 있습니까? ) 이 광고의 문구가 나에게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다 이미 환갑이 지난 이 나이에도 가방에 옷, 구두, 모자등 치장하는데만 연연하던 내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해본다
하나씩 주변정리를 하면서, 내게 주어진하루하루를 차분하게 수놓는 자세로 살아야겠다 주름진 모습까지도 멋진 여자로 살고싶다 감히 그분들의 낮은 곳으로 임하는 자세를 닮고싶다
첫댓글 제목은 가방인데 내용은 신발입니다. 오늘 수업한 대로 제목을 <신발>로 하시고 신발장을 열면서 거기에 보관된 많은 신발들을 보면서 젊은 날의 검소하지 못했던 것들을 돌이켜보고 반성한 후, 자꾸만 붙들려고 했던 삶을 조금씩 놓아주기로 결심하는 그런 논조로 풀어내면 되겠습니다.
필히 이 작품을 완성하시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조샘
글을 참 잘 쓰시네 계속 공부하면 훌륭한 수필가가 되겠어요
글을 다 쓴 뒤에는 한글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하면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맞게 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