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507호 큰 창 밖으로는 교회가 보였고
저녁이면 부근의 아파트에서
별처럼 빛이
새어나오고는 했다
그러는 사이 동생은 간식을 제외한
모든 음식들에
관심을 끊어버렸고
병원 밥만 고수하고 있었다
이유는 여러가지일 것이다
긴 병원 생활을 하다보니 식탐은
도움이 되지않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리라
서로가 돌아가며 짜장면 등을 시켜서
먹긴 하지만
그 행위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식욕을 따라 가다보면 간신히 눌러놓았던
그리움, 보고픔, 고향 쓸데없는 옛 생각들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크다
슬기로운(쓸쓸한) 병원생활을 위한
스스로의 철칙이다
아침 일찍 내려간 날이었다
웬지 그리 좋아하는 비빔국수가 꼭
먹이고 싶었다
비빔국수를 해다주리 하고 묻자
역시나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로 내젓는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먹어보라고
제촉했다
귀찮기도 했는지
드디어 고개를 끄덕이며 먹겠다고 한다
차 없는 시간대에 시속100k로 가면
30분이면 집에 도착이다
국수 삶을 물 올리고
김치는 썰어 양념하고
계란 지단은 부쳐 썰고
야채박스의 호박은 꺼내어 볶았다
고기는 찢어서 고명으로 양념을 마쳤다
삶은 계란도 챙겼다
국수는 쌂아 찬물에 헹궈내어
돌돌말아 따로
담았다
다시 시속 100k로 달려와 버무려서 주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먹고는
커튼이 흔들릴 만큼 큰소리로 말했다
"잘 먹었어요!"
"너한테 잘 먹었다는 말 처음 듣는다!"
병원 방에 웃음이 돌아다녔다
잘 먹었다는 말, 처음 했고,
처음 들었고
그것이 마지막으로 먹은 비빔국수였다.
동생은 국수를 먹고, 나는 건성대며 앉아있던
2016년 11월 시흥 21세기 병원 507호
왜 사진이 찍고 싶었는지‥
맛있게 먹어주어 고맙고 고마웠다
카페 게시글
투병일기
2016년 11월의 비빔국수/신연옥
신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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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9
22.02.25 13:2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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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