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해’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COUNT SHEEP
소비자의 작은 일상에 ‘새로운 기회’가 숨어 있다!
올해로 7년째로 접어드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2015년 전망은 ‘COUNT SHEEP’으로 모아진다. 해마다 그해의 띠 동물에 운을 맞추는 전통에 따른 것으로, 보통 잠이 오지 않을 때 양을 세는 습관에서 유래한 이 키워드는 ‘양 떼’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처럼 안온하면서 소소한 소비자들의 일상을 충실히 전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대한민국 전체가 결정장애에 시달리면서 ‘썸’ 현상이 더욱 대중화될 것이고, 셀피족과 어번그래니, 증거중독자들, 그리고 골목길 순례자들이 2015년 대한민국의 소비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선정 및 공개
이와 함께 2015년 판부터는 새롭게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이 신설되어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트렌드 상품이나 이슈 10가지를 선정하여 공개한다. 10대부터 80대까지 대한민국을 위로하고, 흥겹게 하고, 감동시키고, 들썩이게 한 10가지는 무엇일지 알아보자.
2015년 대한민국 10대 소비트렌드
햄릿증후군(Can’t make up my mind)
감각의 향연(Orchestra of all the senses)
옴니채널 전쟁(Ultimate ‘omni-channel’ wars)
증거중독(Now, show me the evidence)
꼬리, 몸통을 흔들다(Tail wagging the dog)
일상을 자랑질하다(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치고 빠지기(Hit and run)
럭셔리의 끝, 평범(End of luxury: just normal)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Elegant ‘urban-granny’)
숨은 골목 찾기(Playing in hidden alleys)
결정장애에 시달리는 ‘21세기 햄릿’과 ‘썸’ 타는 사람들,
희생정신을 벗어버린 ‘진격의 할머니’, 그리고 셀피족이 벌이는 ‘일상의 자랑질’ 향연
우유부단의 대명사, 햄릿이 2015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의 첫 번째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른바 ‘햄릿증후군’이 선택 과잉의 시대에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끊임없이 망설이기만 하는 모든 소비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트렌드 코리아]는 오늘날 만연하게 나타나는 결정장애 증상이 개인적이기보다는 사회적인 배경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큐레이션 커머스와 개인 컨설팅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배려형 서비스의 등장이 예고된다. 햄릿증후군은 [트렌드 코리아]가 말하는 ‘치고 빠지기’ 현상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제품 선택과 구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이 현상을 대중가요는 ‘썸’이라는 단 한 글자로 요약했다.
한때 젊은이들의 유치한 취미로 치부되던 ‘셀카’는 이미지 위주의 SNS가 대세를 이루면서 ‘셀피(selfie)’라는 용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바쁘게 일상을 자랑질하는 셀피족은 이제 셀카봉을 무기 삼아 라이프스타일 전사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셀피족이 더욱 근사하고 세련되게 자랑질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셀피족과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종족은 바로 새로운 할머니 세대인 ‘어번그래니(urban granny)’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이들이 손주를 보기 시작하면서 할머니 문화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전과 달리 고등교육을 받고, 직장 생활의 경험이 풍부하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이를 몸소 체험하고, 가난한 시대와 고소득 시대를 두루 경험한 이들에게서 과거 할머니가 보여주었던 품 넓은 ‘희생정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까지 손에 쥔 어번그래니는 이제 가정과 자녀라는 족쇄를 벗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어번그래니가 그려나갈 새로운 소비 풍속도는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보다 ‘덤’에 끌리는 사람들과 평범함을 추구하는 ‘놈코어’족,
오감 만족을 추구하는 ‘작은 사치’에 주목하라
[트렌드 코리아]가 주목하는 또 하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꼬리경제’ 현상이다. ‘1+1’이나 ‘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이제 ‘덤’은 제품의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텀블러를 갖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피규어를 모으기 위해 햄버거를 먹고, 화장품을 받기 위해 잡지를 사는 식이다. ‘덤’의 진화는 본제품의 진화보다 오히려 속도가 더 빠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 새로운 소비 현상은 2015년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선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놈코어(Normcore)’ 현상이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것이 바로 트렌드인 놈코어는 럭셔리에 지친 이들이 평범함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검은색 터틀넥셔츠와 청바지로 일관한 스티브 잡스의 패션이 대표적이다. 이제 가장 평범한 것이 오히려 주목받고, 얼마나 갖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여유 있느냐가 럭셔리를 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놈코어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오감 만족을 추구하는 ‘감각의 향연’이다. 주로 시각과 미각을 공략했던 기존 카테고리에서 진화해 최근에는 후각(베이컨 냄새를 내보내는 스마트폰 앱,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 촉각(가죽으로 마감한 스마트폰 케이스), 청각(고가의 헤드폰, 시그니처 사운드)을 만족시켜주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불황의 시대,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손쉬운 방법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들의 ‘작은 사치’를 응원해주는 것이다.
증거중독자들, 옴니채널 시대의 크로스쇼퍼, 골목길 순례자가 만드는 새로운 풍경
물건을 사면 포장 상자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지던 제품사용설명서가 이제는 구매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항목이 되었다. ‘내가 찾는 물건’, ‘나에게 맞는 물건’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면 구매 리스트에서 가차 없이 탈락되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분해하고, 성분 분석을 의뢰하고, 직접 사용해보고 나서야 기업이 하는 말을 믿는다. 의심사회의 도래는 엔지니어 정신과 기술로 무장한 ‘컨슈니어’, 제품설명서를 정독하는 ‘호모 도큐멘티쿠스’로 대표되는 ‘증거중독자’들을 대거 출현시켰다. 이들은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을 넘나드는 ‘크로스쇼퍼(cross shopper)’로 진화 중이다. 옴니채널 시대의 개막은 온·오프라인의 구분을 허무는 전방위 쇼핑과 서비스의 세계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유통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골목길의 재탄생이 눈길을 끈다. 올레길·둘레길로 대표되는 ‘길’ 열풍에 이어 ‘숨은 골목 찾기’ 열풍이 일고 있다. 미니 자본과 다양한 문화의 자생지인 골목길이 중장년층을 넘어 청년층 순례자들을 끌어모으며 새로운 문화 생태계의 탄생을 예고한다.
[트렌드 코리아] 선정
2014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선정 배경
한 해를 대표하는 상품을 꼽는 작업은 그해 소비자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가를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나아가 연도별 자료를 모으면, 해당 시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는지, 소비자의 욕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트렌드 변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비즈니스위크]나 [닛케이 트렌디] 등 다양한 기관에서 매해 연말 히트상품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올해의 히트상품’을 매년 발표해왔다. 다른 유통사나 언론사에서도 히트상품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지만, 광고주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사회적·문화적 변화를 읽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SERI의 히트상품 보고서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회사 내부 사정으로 2012년 이후 더 이상 해당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아, 2013년 이후 한국 시장을 돌아볼 수 있는 히트상품 명단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대규모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10대 트렌드 상품’을 선정해, 전년도를 회고하는 자료로 사용함과 동시에 ‘SERI 히트상품’이 지녔던 시계열적 자료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시장을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트렌드 코리아]의 독자 여러분은 물론, 한국의 소비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유용한 자료가 되길 소망한다.
10대 트렌드 상품의 의미
최종 선정된 2014년의 10대 트렌드 상품 리스트를 살펴보면 몇 가지 흐름이 발견된다.
첫째,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한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염려와 걱정이 트렌드 상품에 반영되어 나타났다.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누적 관객 수 1,700만 명 돌파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과 다양한 형태로 패러디된 ‘의리’ 열풍은 진정한 리더십에 대한 갈망과 ‘의리가 부재한 사회’에 대한 역설적인 비판으로 해석된다.
둘째, 국내외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용자에게 편리함과 실용성을 제공하는 작은 혁신의 사례나 대안적 구매가 지속적으로 보고되었다. ‘에어쿠션 화장품’은 일상 속 작은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역발상적 사고로 성공한 사례다. 한편 ‘해외직구’ 열풍은 개인 소비자가 행하는 대안적 구매 행동의 변화가 국내 유통 구조를 흔들 만큼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셋째, 7080 문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이 여전히 큰 인기를 끌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세대와 나이를 초월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tvN에서 방영한 ‘꽃보다’ 시리즈는 이런 트렌드의 선봉에 서서 올곧은 모범을 보였다. 추억의 간식, 팥빙수의 재해석은 신세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한편 패션계를 강타한 것은 다름 아닌 돌아온 ‘스냅백’이었다.
넷째, 다양하고 풍요로운 선택의 옵션을 갈망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트렌드 제품에 반영됐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세대 간의 협업이 훌륭한 조화를 이룬 컬래버레이션 가요였다. 공익과 아트가 만난 ‘타요버스’는 상상을 뛰어넘는 컬래버레이션과 재해석이 단연 돋보이는 사례였다. 일반적인 식수나 커피 같은 대중적인 음식에 질린 소비자는 ‘탄산수’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