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의 우산
후쿠오카 여행 중이다. 연일 비가 내린다. 벚꽃 명소를 가려다가 내일로 미루고 텐진 시내관광을 한다.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의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4월로 치닫는 날씨는 꽃샘바람이 매몰차다. 거센 바람에 행인들의 우산이 곧잘 뒤집어진다. 휘청이는 우산을 다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바람 부는 방향을 잘 이용하여 우산이 뒤집어지지 않고 목적지까지 탈없이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책 없이 바람이 부는대로 흔들리다가 우산도 망가지고, 비까지 흠뻑 맞은 사람도 적지 않다. 후자의 경우 대부분이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 한 자신은 뒤돌아 보지 않고, 바람만 원망하지 않던가. 우리네 삶, 인간 관계도 별반 다르지 않을 터이다. 바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질곡과 고난의 삶에 부딪치더라도 불평하지 않고 수양의 계기로 생각할 것이며, 대인관계에서도 상대의 성향을 잘 가름하여 타협하고, 절충하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바람이 기승을 부린다. 횡설수설하다가 나의 우산이 뒤집어졌다. 여차하면 비 맞은 생쥐가 될 판이다. 다행이다. 눈 앞에 마침 카페가 있다. 얼른 우산을 접고 안으로 들어간다. 카페는 한산하다. 커피 주문을 하는 나를 쳐다보며 바리스타가 자꾸만 웃는다. 친절도 하시지. 비 맞은 나의 얼굴을 가르키며 티슈를 건넨다. 아마도 창 너머로 우산 뒤집히는 내 꼴을 본 모양이다. 모른 척 하시지, 그 친절이 반갑지만은 않다.
'깝죽거리다가 당한 꼴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