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넘는 우랄산맥
올 봄에는 유달리 해외 출입이 잦은 편이다.
3월에 필립핀을, 이 6월에 서유럽과 중국방문을 하게 되었으니...보통 1년에 한번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 데, 올해는 아무래도 내게는 유별난 한해가 되는 것 같다.
몇달 전 부터 준비해 온 이번 여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출발 시간이 되었다.
파리행 KAL기에 몸을 싣고 드디어 인천공항을 이륙하였다.
8년전에 동유럽 방문 이후에 유럽여행은 두번 째 이다. 특히 이번에는 서유럽이 되다보니
적잖이 가슴이 설렌다. 힘차게 육지를 출발한 비행기는 서해 서북방으로 진입하드니,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근처로 나아간다. 앞으로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라니 그 지루함이란
겪어 본 분들은 다 아실것이다.
지참한 책을 펼쳐서 읽어 본다.
책은 "목적이 인도하는 삶" 이라는 책이다. 평소에 읽어 보지 못하다가 요번 여행중에 읽어
보려고 준비해 간 책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목회하시는 워랙 목사님이 지은 책이다.
창가에 앉은 나는 자주 밖을 내다보며 변해가는 바깥풍경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무료한 시간
을 달랜다. 몽고의 수도인 울란바트로 근처를 지난 비행기는 마침내 러시아 땅으로 들어선다.
화면에 나타나는 비행기의 이동항로를 살펴보면서,지루한 마음을 달랜다.
저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검푸른 땅이 이제 러시아이다.
지도를 보면 러시아 남부지방이 될 듯 하다. 듬성듬성한 마을이며 외길 도로이며 저수지인지
호수인지가 어렴풋이 내려다 보이는 이국의 풍경이긴 하지만, 저곳에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이려니 하고 생각하면 그리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8년전 처음으로 우랄산맥을 넘을 때 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다.
아시아 대륙과 유렵을 나누면서 남북을 힘차게 내리 달리는 우랄산맥....!!! 유심히 내려다 보니
여전히 머리에 흰눈을 안고, 처음 만났을 때 처럼 그렇게 그자리에 서 있구나...!!!
너의 머리위로 얼마나 많은 비행기들이 넘어 다녔으랴. 우랄을 넘으니 기류의 변화가 느껴진다.
구름과 안개가 급한 바람과 함께 비행기의 시야를 가려 버린다.
강원도의 높새바람이 태백산맥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고 배운 사실이 상기된다. 그보다도 훨씬
높은 산맥을 경계로 하였으니 기상의 변화는 당연하리라. 시야를 가려버린 구름을 핑게로 잠을
청해 본다. 한숨 푹 자고 눈을 떠보니 모스크바 남쪽을 지난 비행기는 폴란드 바르샤바를 저만큼
북으로 두고 서남으로 달린다. 오스트리아도 지나고 어느 덧 프랑스 땅이다.
잘 가꾸어진 지상의 풍경에 감탄하다 보니 바로 드골공항이다.
드디어 여기가 프랑스란다. 이번 여정의 출발지 파리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하였다.
그러나 이번 여정의 주무 부장인 나로서는 일행들의 편안하고 의미있는 여정을 위해서 두루 챙겨
봐야 할 일이 많아, 더욱 심신을 가다듬는다. 반갑다 파리야...!!! 우리 일행들을 반갑게 맞아다오.
2. 파리에서
드골공항에서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는 현지 가이드와 만났다.
파리에 유학와서 현지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분이다. 이 분의 안내로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한다.
이동 중에 차내에서 파리시내의 풍경을 바라본다. 파리는 얼마나 유명한 도시이든가.
또한 방문기회를 갈망한 지가 그 얼마이든가....!!!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온의 등장으로 유럽은 전란에 휩싸이며, 유럽천하를 호령하든 나폴레온의
최후와 더불어 프랑스 역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태리, 스페인과 더불어 대표적인
캐톨릭국가인 프랑스....!!! 시내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적지도 캐톨릭과 나폴레온의 발자취와 무관
하지 않다.
파리시내를 유유히 흐르는 세느강을 중심으로 이 도시의
유명한 건물들과 유적들이 포진하고 있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 나라의 위용을 뽐내는 개선문,
순교자 뒤노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된 몽마르트 언덕과 그 주변, 파리 문화
예술의 자존심 루부르 박물관, 아직도 옛날의 호화로움과 위용을 자랑하는 베르사이유 궁전, 도심의
핵이자 주요 문화유적지들을 주변에 가지고 있는 상젤리제 광장....등.
우리 일행이 파리체류 2박 3일간에 찾아 본 주요 방문장소들 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이곳에 오면 찾게 되는 장소들을 우리도 둘러 보았다. 현지 가이드는 우리들
에게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준다. 파리와 소매치기라니..의아해 하는 우리들에게 속
사정을 설명해 준다.
파리도 이제 프랑스인들만 사는 도시가 아니고, 북아프리카나 동 유럽등지에서 몰려 든 사람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이러한 집시류의 유랑민들은 이곳 파리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보니 절도행각이 적지 않게 이들을 통해서 발생한다고 한다. 물론, 이들이 모여사는 곳은 치안이 불안
하여 경찰들도 접근하기를 꺼린다고 한다. 이러한 우범자들이 절도나 소매치기의 대상으로 노리는
이들이 파리의 물정에 어두운 여행객들이고, 그 중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는 한국인들 이란다.
또 하나 놀란것은 화장실 사용료이다. 공공장소에서도 이 사용료를 받고 있다. 40센트 유로(우리 돈
으로 560원 정도)가 통상 가격이라니 화장실 인심이 아직은 후한 편인 한국인으로서는 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관광지라고 하여 상당한 액수의 입장료를 받으면서 화장실 사용료를 별도로 받고 있으니 얌체
들이라고 할까. 소매치기와 화장실 사용료로 인해 내 나름대로 가졌던 파리의 좋은 이미지에 다소간
실망한 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보면서 파리 방문의 보람을 다소나마 회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