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우표 한 장 붙여서 편지를 띄우며
(생강나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인연으로)
갑자기 기온이 올라 따뜻하다는 핑계로 어디든 가고
싶지만, 멀리 갈 수 없어서 휴일에 산에 다녀왔습니다.
언젠가 벗이 남해의 금산에 갔다가 산수유라고 하는
생강꽃도 피어있었다는 말에 산수유꽃과 생강나무
꽃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때를 기다렸다가 산에서 생강나무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진을 찍어 보내면 어떤 꽃을 보고 얘기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사방은 아직
황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를
제외하고는 아직 메마른 나뭇가지들만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습니다. 계곡을 따라 늘어져 있는 개나리도 전혀
꽃을 피우지 않았고 아직 산에는 기온 차이 때문에
꽃들이 피어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얼마쯤 더 올라가니 드디어 꽃이 피어있는 생강나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잎이 돋지도 않은 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생강나무는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는데 진한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샛노랗고 작은 꽃들이 뭉쳐 달린 모습이
참으로 소담스러웠습니다. 보기만 해도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와닿는 꽃을 보며 다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볼 수 있었던 꽃은 생강나무뿐이었습니다.
오래도록 생강나무 아래 있었더니 꽃향기가 저에게도
묻어나는 듯했습니다. 발길을 돌려 몇 걸음 걸어가는데
갑자기 벌 한 마리가 날아와 제 손등 위에 가만히 앉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한 모습에 저도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이 녀석이 왜 나한테 오는 거야? 꽃은 저기 있는데…."
한마디 말을 툭 던졌더니 이 녀석 여전히 날아가지를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한마디를 더했습니다.
"어서 가서 네 할 일이나 해."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정말 날아가는 겁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산에 오르니 기분이
참 상쾌했습니다. 산에 오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발에서는 통증이 느껴져 바위에 걸터앉아
커피 한 잔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잠잠했던 바람이 그만 누웠다 일어나는 듯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산에 오를 때만 해도
더운 느낌에 벗었던 점퍼를 입고서 산에서 내려가는
등산객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음악 소리가 들려서
그곳으로 따라가 앉았는데 아저씨 몇 분이 자리까지
깔고서 고스톱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옛날 노래들이 계속 흘러나왔고, 저는
멀찌감치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시집을 펼쳤습니다.
'나는 한 마리 이름 없는 새…' 이어지는 노래를 듣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언젠가 새라고
생각했었던 적 있었거든요. 이름 없는 새 한 마리는
날개가 있어도 날아오르지 못했었다고 말입니다.
잠이 들면 늘 멀리 날아가는 꿈을 꾸곤 했었는데,
갑자기 '악악악'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까마귀는
한참을 그렇게 울더니 잠잠해졌고 생각에 잠겨 있던
저는 어느새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 들이킨 다음
서둘러 산에서 내려왔답니다.
생강나무는 가을에 열매가 다 익으면 딱딱한 겉껍질을
깨고 속에 든 과육으로 기름을 짠다고 합니다. 동백이
자라지 않는 내륙에선 생강나무 기름을 동백기름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알싸하고 향긋한 노란 동백꽃 냄새"는
바로 생강나무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옛날 여인네들의
향기로운 머릿기름이나 화장유로도 쓰이면서 사대부
집의 귀부인들이나 고관대작들을 상대하는 이름난
기생들이 즐겨 사용하는 최고급 머릿기름으로 인기가
높았다 하고,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용 기름으로도 중요한 몫을 했다고 합니다.
생강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 나무의 껍질과 잎을 말려
가루를 내어 양념이나 향료로 썼다고 하는데 실제로
나무에 살짝 상처를 입히자 생강 냄새가 났습니다.
그래서 정말 생강나무라고 했나 봅니다.
어린잎은 작설차로도 마시며, 가을에 잔가지를 잘라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황매목(黃梅木)이라 하여 복통,
해열, 거담제로 쓴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골다공증,
간경화증, 기침, 근육통, 두통, 관절통, 신경통, 타박상
등 여러 병증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무리
좋은 약초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약으로 드시려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게 좋을 것입니다.
생강나무의 꽃말은 수줍음, 사랑의 고백이라고 합니다.
갈수록 봄볕이 완연해지고 많은 종류의 꽃들이
피어나면 또 편지를 띄울 생각에 가슴이 더 설렐 것
같습니다. 특별한 게 없을 것 같은 삶일지라도 겨울이
가고 또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 것처럼 우리에게도
꽃처럼 아름답고 눈부신 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라
생각하면서 글을 쓰며 댓글을 주고받으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인연으로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진정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작은 관심이
저에게도 살아가는 힘이 되기에 늘 감사한 마음과
함께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소중한 시간 속에
행복을 찾는 시간을 전합니다.
사진,글 ©️비꽃(이은숙)
첫댓글 노오란 생강꽃과 함께
봄이 성큼 다가왔네요~
소소한것에서 찿는 행복이
소중한 하루하루입니다~~
생강나무의 꽃은 산에 가면
볼 수 있지요.
어느새 봄이 왔네요.
이제 봄꽃들도 피어나고 있고
말씀처럼 소소한 일상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하루하루 잘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삶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잘 보내게 되네요.
늘 건강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