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회. 정목스님. 나무 아래 앉아서 / 빈자의 미학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서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가난한 사랑의 노래 중에서>
실연의 아픔을 추스리지도 못한 채 생활의 무게를 이겨야 하는
가난한 이웃 청년을 위해 쓴 시.
Missing 워낭소리 중 Ending credit
떠나보내야 할 것들 놓아주어야 할 것들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야 할 것들 잘 정리해야 하는 12월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했었던 기억이 나시나요?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사는 덴마크 사람들. 공간이 곧 인생이다.
가족의 역사와 손때가 묻은 오래된 의자를 더 좋아하는 덴마크 사람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공간의 가장 중요한 요소.
2016년 유엔이 선정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는가는 곧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이다.
휘게<Hygge>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Hygge life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것을 추구하는 삶.
Sarah’s song
따뜻한 연말 분위기로 새롭게 단장한 나무 아래 앉아서.
만약 집을 짓는다면 어떤 모양의 집을 지으시겠습니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획일화된 주거공간.
빈자의 미학<승효상>
작가의 철학이 반영된 초기 건축 11점을 만날 수 있는 책으로
유홍준 교수의 집 수졸당부터 돌마루 공소 웰콤시티 등
승효상의 스케치와 설계도가 책을 보는 기쁨을 더한다.
또한 건축계의 거장 르 꼬르뷔제의 라 뚜레뜨 수도원부터
우리네 달동네와 종묘까지 자코메티의 조각과 추사 김정희의 글씨
몬드리안과 김환기의 그림 등이 승효상만의 독특함이 잘 담겨 있다.
우리가 지난 몇 십 년간 교육을 받아온 기능적이라는 어휘는 그 기능적인 건축의
실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피폐화시켰는가.
보다 편리함을 쫓아온 삶의 모습이 과연 실질적으로 보다 편안한 것인가.
살갗을 접촉하기보다는 기계를 접촉하기 원하고 직접 보기보다는 스크린을
두고 보기를 원하고 직접 듣기보다는 구멍을 통해 듣기를 원하는
그러한 편안한 모습에서 삶은 왜 자꾸 왜소해지고 자폐적이 되어 가는가.
우리는 이제 기능적이라는 말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
더구나 주거에서 기능적이라는 단어는 우리 삶의 본질마저 위협할 수 있다.
적당히 불편하고 적절히 떨어져 있어
걸을 수밖에 없게 된 그런 집이 더욱 건강한 집이다.
소위 기능적 건축보다는 오히려 반 기능적 건축이 우리로 하여금
결국은 더욱 기능적이게 할 것이다 <빈자의 미학 중에서>
오빠 생각
달팽이 편지
스님! 안녕하세요?
지난 달에 남편이 회사 일로 본의 아니게 작은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어요.
남편은 평범하고 욕심 없이 일만 하는 사람인데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게 되었고 결국 법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2주 전에 저도 재판을 참관하고 집으로 오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고 한숨만 푹푹 나왔어요.
이런 저런 생각하며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갑자기 귤 하나를 건네시는 거예요.
아까부터 자꾸 한숨을 쉬고 있어서 걱정이 된다시며 먹으라고 하셨어요.
순간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제게 할머니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운 내라며
등을 두드려 주시고 당신은 지금 아들 교도소에 면회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신도 숨도 못 쉴 것처럼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고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다 생기는 법이라고 그래도 다 흘러간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을 추스리고 보니 그 할머니는 손에 염주를 꼬옥 쥐고 계셨어요.
제가 불자시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자신은 부끄러워서 어디 가서 불자라고
말 못한다면서 그저 매일 오고가며 부처님께 참회 기도를 올린다고 하셨습니다.
중간에 할머니는 내리시고 제 손엔 할머니가 준 귤 하나가 남았더군요.
스님! 지금 생각해보면 이름도 모르는 그 할머니가 제게는 관세음보살님이셨습니다.
그날 이후 저도 매일 참회기도를 했습니다.
그 전에는 남편이 억울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기도를 하다보니
남편으로 인해 고통 받았을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재판은 몇 번의 과정이 더 남아 있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이제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스님께서도 억울한 누명을 맏으면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셨지요?
지금 저는 인생을 배우고 있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인생 잘 배우겠습니다.
어려운 고비 잘 이겨내시길…
모두 한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독백
당신과 내 안의 신성한 빛 거룩한 불성에 경배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