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는 겨울철 서민들의 최대 고민거리다. 올해 겨울은 가스 요금과 지역난방 요금이 오른 데다 국제 유가도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해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더욱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민 가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장판, 전기난로 등의 전열기 사용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무작정 사용하다가는 더 비싼 난방비를 지불할 위험이 있다. 바로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제 때문이다.
월전기료 4900원의 허상 지난 22일 MBC ‘불만제로’에 방영된 전기장판 요금으로 인해 새삼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 달 내내 사용해도 전기료가 4900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광고를 보고 구매한 한 소비자가 한 달 뒤 13만원이 넘는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게 된 과정을 살폈다. 제보자 외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이 같은 허위광고를 믿고 제품을 구입했다가 폭탄요금이 부과되는 낭패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특정 전기장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분평동에 거주하는 이종대 씨(39)는 지난달 전기난로를 구입했지만 한 달 만에 사용을 중단했다. 이 씨는 “구입처에서 하루 8시간을 사용해도 월 2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발생할 뿐이라고 해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개인주택에 거주하는 이 씨는 한 달 난방비가 대략 40만원 가량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자꾸 오르는 기름값에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 씨의 기대와는 달리 전기요금은 12만원 가까이 더 나왔다. 이 씨는 “기름값이나 별 차이도 없고, 아이들 안전도 걱정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난방비를 아끼려는 서민들을 속여 허위광고로 전열제품을 파는 상술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누진제에 있다. 현행 전기 요금제는 용도에 따라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으로 구분해 차등 적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주택용뿐이다.
누진제를 적용하면 총사용량에 따라 적용되는 요금이 달라진다. 처음 100kwh까지는 kwh당 56.20원의 요금이 적용되고, 500kwh를 넘어서면 10배가 넘는 kwh당 656.2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누진제는 100kwh 단위로 차등 적용되며, 기본사용료도 380원(100kwh이하 사용)에서 1만199원(500kwh 사용)까지 6단계로 나눠져 있어 전력사용량이 증가하면 요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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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철 서민들이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전열기구다. 기름값·가스요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용에 적용되는 누진제를 고려하지 않고 사용하면 요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예를 들어 불만제로에 소개된 것처럼 전기장판으로 인해 93kwh의 전력사용량이 증가했다면 평소 310kwh를 사용하던 가정은 4만 5940원(기본료·전력산업기반기금·부가세 포함)을 내던 전기요금을 7만 6640원이나 내야 한다. 만약 500kwh를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증가폭은 더욱 커진다. 11만7850원이던 요금을 19만3440원으로 내야 하니 같은 전기장판을 사용하더라도 전기요금은 큰 차이를 보인다.
“서민들만 봉인가”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열기의 효율이 과거보다 좋아지기는 했지만 전기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특성상 가전제품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전기를 소모한다. 특히 누진요금제인 주택에서 전기히터 등을 사용하면 전기요금은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기난방제품은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며, 특히 전기히터는 전기 용량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용암동에 거주하는 한동헌 씨는 “전기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지만 가정에 따라 사용 환경이 다르다. 무조건 많이 쓴다고 몇 곱절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욱이 주택용에만 강제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서민들을 봉으로 아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박민식 국회의원은(한나라당 부산 북구강서구갑) “전기요금 정책이 가정용에 페널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로 왜곡됐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서민들에게 적용되는 누진제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누진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전력이 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 징수를 통해 2007년 3534억원 2008년 4185억원 2008년 4185억원 2009년 523억원의 흑자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산업용은 1조 2000억원을 보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서민들에게 제값 이상 벌어들인 돈으로 대기업이 보조를 받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