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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자유♡게시판 스크랩 데비 한 - 서구화된 미의 기준 좇아 성형하는 사회 풍자
석겸선생 추천 0 조회 1,654 10.12.22 17:02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데비 한
서구화된 미의 기준 좇아 성형하는 사회 풍자 2008.07
데비 한
1969년 서울 생. 12세 때 도미. UCLA 예술학부, 프렛 인스티튜트 석사 졸업. 1999년부터 미국, 이탈리아, 한국의 주요 갤러리에서 8회의 개인전. 성곡미술관, 제2회 국제 포토 페스티벌 만하임, 미디어 시티 서울 홍콩 크리스티 옥션 등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 참여. 2007년 폴락 크래스너 파운데이션 그랜트(뉴욕), 2000년 카파 미술상 우수상(LA), ARCUS project 아티스트 레지던시, 비머스 센터 아트스트 레지던시 등 다수의 수상 경력. 현재 한국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 중.
이진숙  미술평론가
Talking Three Graces.
  “성형이라는 말을 ‘고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고친다’라는 말은 잘못된 것을 교정한다는 뜻이 담겨 있잖아요. 한국 여성은 자신의 타고난 신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구화된 미의 기준으로 자신의 몸을 ‘고치는’ 사회 풍조에 반하듯 작가 데비 한은 서양미의 표본인 비너스 상을 ‘고치는’ 작업을 해왔다. 헤이리의 터치아트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데비 한은 비너스의 머리에 한국 여인의 몸을 결합시킨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사진 속 모델들이 옷을 입고 거리를 거닐 때 만났다면 늘씬한 아가씨들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을 몸매들이지만, 비너스의 얼굴을 달고 나타나니 그 늘씬함은 매우 낯선 것이 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서구인보다 허리가 길고, 다리의 하박 부분보다 상박이 길며 가슴이 빈약한 동양인의 신체적 특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작품 속 여신들은 서양인의 눈에도 동양인의 눈에도 낯선, 그런 존재가 되었다. 데비 한의 <하이브리드 그레이시즈:잡종 여신들>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요소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우리의 의식을 반성하게 만든다.
 
masturbating grace, bowing grace, Shy Grace.

  이 여신들의 외관상 이미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신들이 취하고 있는 자세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고매한 비너스 여신은 동양 여인처럼 배에 손을 얹고 공손한 자세로 고개 숙여 인사한다. 두세 명의 여신들은 서로 팔짱을 끼는 등 매우 다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여성끼리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거리를 다니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지만 서양인에게는 명백한 동성애 코드이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개개인의 자세들도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터부시된다.
 
  우리의 몸, 몸이 취하는 어떤 자세들 역시 사적인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사회적인 것임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 준다. 한쪽에는 자위하는 여신이 있다. 사회적인 관습에서는 금기시되는 몸짓이지만, 그것 역시 여성의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사진이지만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실제 모델을 사진으로 찍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조각 같은 느낌을 나도록 바꾸는 고된 작업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매우 호평을 받아서 5월 말 있었던 홍콩 크리스티에서 추정가의 3배가 넘는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타원형 액자에 나전칠기 기법으로 담은 초상화.

  이민 1.5세대인 데비 한은 2003년 영은미술관의 해외 작가 초빙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왔다. 그때 그는 너무나 서구화된 한국 문화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모두가 서구를 기준으로 좇을 때 한국의 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확하게 규정해서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은 작업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표현 기법도 한국적인 것을 찾았다. 그가 찾아낸 것은 ‘아시아의 신비’라고 불리는 청자 기법이었다. 작은 비너스의 흉상을 청자로 만들었다. 그 비너스들은 때로는 매부리코, 두툼한 입술, 동양인의 작은 눈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왜곡과 변형 속에서 우리는 뜻밖에 은은한 백제의 미소도 만날 수 있다. 이런 작업 과정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청자 드로잉 작업을 하는 석 달 동안 30여 점을 만들었는데, 29개가 깨져 버렸다. 고국이었지만 아무런 연고도 소속도 없는 그에게 작품이 뜻대로 나오지 않는 것은 큰 시련이었다. 절망감도 들었지만 작업에 대한 열망만은 뜨거웠다. 지치지 않은 열정은 보답을 받았다. 청자로 된 비너스 시리즈 작품들로 미국의 폴록 크래스너 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은 것이다. 국제적인 미술재단에서 인정받은 것은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Sport Venus III.

 
  지금 여기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실에 메스 들이대
 
  데비 한을 매료시킨 다른 한국적인 방법은 바로 나전칠기다. 아시아 5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전통이다. 특히 자개를 잘게 부수어 붙이는 타발법은 한국 고유의 기법으로 작가는 이 기법을 많이 소개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기법으로 르네상스 타원형 액자에 담긴 측면 초상화를 만들어 냈다. 이 얼굴들은 여러 가지 인종의 특성이 섞인 다국적인 얼굴이다.
 
  “이게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싶어요. 사람은 길든 선입관과 문화적인 편견으로 사물을 보는데, 다른 기준으로 나와 남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Sport Venus II.

  초등 5학년 때 이민을 갔던 그의 작품에 대해 처음에는 한국의 현실을 비꼰다는 식의 부정적인 평이 나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게 애정이죠. 이제는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요. 중국이나 한국이나 아주 힘찬 미술을 선보이는 나라입니다. 혼돈, 모순과 함께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어요. 한국 사람은 일제 통치 기간에 자긍심을 잃었어요. 그래서 타자화된 잣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지금은 이것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Sport Venus I.

  나직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작가는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이 나전칠기 기법으로 제작한 비너스의 얼굴은 축구공ㆍ야구공ㆍ농구공과 결합하고 있다. 필자는 미의 상징에 스포츠를 결합시킨 이 과감함에 놀랐다. 비너스와 대중 스포츠를 결합시킨 것은 여성의 몸이 마치 경기처럼 ‘플레이’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였다. 데비 한은 ‘지금 여기’ 한국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회현상에 대해 날카로운 예술적 비판의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강렬할 뿐 아니라 지적인 담론이 숨어 있다.
 
  는 베를린의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성을 모델로 독일의 소시지와 살라미로 빅토리아 시크릿처럼 화려한 속옷을 만들어 입히고 사진을 찍은 작품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식과 색’ 시리즈는 광고 속 여성 이미지들에 대한 데비 한식의 비판이다. 우선 그는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 여성을 모델로 해 누구든지 꾸미면 모델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여성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옷이나 장신구를 만들어 걸치고 있다. 음식과 여성의 공통점은 ‘먹는다’라는 동사의 목적어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은 여성은 음식처럼 직접적인 욕망의 대상이 됨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이것은 광고 속에 나타나는 여성의 성상품화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코멘트다. 모두가 한물결을 타고 정신없이 떠내려갈 때 그것은 아니라고 외치는 외로운 사람들이 진정한 예술가다. 청자, 사진, 음식 퍼포먼스, 나전칠기 등 다양한 방법을 넘나들지만, 그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일관되게 흐른다. 아톰 머리를 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모의 데비 한은 힘주어 말한다.
 
Carnal Desire.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과 철학입니다. 기술만 있다면 그것은 장인이지요. 자기의 목소리를 키우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실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비 한과의 알맹이가 꽉 찬 대화는 오랜만에 맛있는 정찬을 풀코스로 먹은 듯한 행복감을 주었다. 작품 속에 담기는 생각의 깊이,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풀어 낼 줄 아는 각별한 예술가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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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12.30 13:32

    첫댓글 단단한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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