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3. 05
세계 4대 진미라고 하면 캐비어(철갑상어 알), 트뤼프(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 그리고 복어가 꼽힌다. 그만큼 복어는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그 맛 때문일까? 복어에 독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복어를 잘못 먹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은 독성이 청산가리의 1천배나 된다. 복어 한 마리가 성인 33명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을 정도다. 복어 독은 끓여도 잘 파괴되지 않고 1∼2㎎만 섭취해도 생명에 위협이 된다. 때문에 복요리는 반드시 전문면허가 있는 전문식당에서 먹어야 한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 맛이 더 좋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복어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맛은 달지만 독이 있다. 허약한 것을 보충해 주고 습한 것을 제거하며, 허리와 다리를 조절한다. 치질을 낫게 하고 몸 안의 벌레를 죽인다. 이 물고기에는 큰 독이 있어 맛은 비록 좋다고 하지만 조리를 잘못하면 사람이 죽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살에는 독이 없으나 간이나 알에는 독이 있다. 조리할 때는 반드시 피를 깨끗이 씻어 버리면 좋다. 미나리와 함께 끓여 먹으면 독을 없앨 수 있다."
복어의 육질은 다른 생선보다 탄력이 있고 질기므로 보통의 회를 자를 때처럼 썰면 질겨서 씹기 어렵고 삼키기가 힘들다. 그래서 1∼2㎜의 두께로 얇게 썰어 편평한 접시에 돌려 놓는다. 이때 회를 집는 부분의 허리를 세워서 국화꽃 모양으로 펴서 담는 게 일반적이다.
고기에 끈적끈적함이 있어 접시에 펴서 놓은 회는 접시를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인 것이 좋다고 한다.
실제 복어가 가진 영양을 알고 보면, '콧대 높을만하구나' 싶기도 하다.
우선, 단백질 함량이 100g당 20g에 달한다. 반면 지방 함량은 1g도 채 안 된다. 게다가 지방 중 20%가량이 EPA·DHA 등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이다. 100g당 열량은 85㎉가량이다.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몸에 생기를 주면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복껍질에는 콜라겐이 많이 들어 있어 피부미용에도 으뜸이다. 복어탕은 뛰어난 숙취해소 음식이다. 숙취는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쌓여 나타나는 것인데, 복어에 들어 있는 메티오닌과 타우린 같은 성분이 해독 작용을 하고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해준다. 탕을 끓일 때 같이 들어가는 미나리와 콩나물, 무 역시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고 독성 물질의 농도를 낮춰 숙취 해소 효과를 극대화한다. 특히 미나리는 피를 맑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서 저항력을 길러주는 효능도 있다.
복어는 독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난소와 간장에 강독이 많고 배에는 소량의 독이 있으며, 피부·정소·혈액·살에는 매우 적다. 복어는 특수한 요리 재료로서 맛이 좋아 수요가 많고 값도 비싼데다 요리방법의 발달로 수요가 급증하여 여러 곳에서 양식하고 있다. 독성이 강한 복어일수록 맛이 좋다. 식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종은 자주복(참복)·검복·까치복·복섬 등 몇 종류밖에 없다. 복어는 겨울부터 초봄까지 맛이 가장 좋으며, 한국에서는 제주도 근해에서 복어잡이가 활발하다.
양식 복어는 독이 없다. 이는 자연산 복어와의 환경차이에 의한 것이다. 자연산 복어는 먹이와 세균, 플랑크톤으로부터 테트로도톡신을 얻지만 양식 복어는 이와 같은 환경에 접하지 못하기에 독을 만들 수 없다
복어는 잡은 직후에 내장과 독성부위를 제거하고 24시간정도 숙성을 시킨 후에 요리를 한다. 복어 요리의 진수는 종잇장처럼 얇게 썬 회다. 복어요리사의 솜씨 여부도 회를 얼마나 얇게 뜨느냐에 따라 그 등급이 매겨진다고 한다. 이 외에도 얼큰하게 끓이는 복어 매운탕과 담백하고 시원하게 끓이는 복지리, 복껍질무침, 복찜, 복불고기, 복수육, 복튀김, 복샤브샤브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2~3월 복어는 독성이 약해지고 살집이 차올라 그 어느 때 보다 감칠맛이 뛰어나다.
게다가 아연과 셀레늄 함량이 많아져 고혈압과 당뇨병 예방에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 추운 날씨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요즘, 영양은 풍부하고 열량은 낮은 복어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는 건 어떨지.
김연수 /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자료출처 :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