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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좋고 행복한 일이 많고 많지만
따로 떨어져 사는 어버이로서는
자식이나 후손들로부터 문안 인사를 받거나
보고 싶다는 연락이 오면 인간관계로서 그보다 더 기쁜 일도 없다.
엊그제 워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소 불고기가 먹고 싶으니 사 달라고 한다.
그것도 이 애비를 저의 집까지 와서
사 달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워나나 주니를 본 지도
지난 설 이후 처음 이다.
그렇게 저녁 약속을 잡고는 겨울 이불을 다시 한 번
세탁을 한 후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갈 곳은 많으나 어디로 갈 지 얼른 목적지가 떠오르지가 않는다.
결국 발걸음이 다시 향한 곳은 영도 이송도 흰여울 문화마을이다.
집을 나서니 아파트 한 켠에 애기동백꽃이 활짝 가득 피어 있다.
분명 한 나무 같은 데
곷의 모양이 다르게 피어 있는 게 신기해 보인다.
이송도에 도착 하니
평일인데도 방문객이 제법 많고
해안로 한 켠에서는 해녀 한 두 명이 갓 잡은
해산물을 관광객을 상대로 팔고 있다.
최근에 보이지 않더니
날이 조금 풀려 다시 장사를 하러 나온 모양이다.
내 눈에 유독 들어 오는 해녀들 탈의실 겸 작업실
내 눈에도 들어 오는 만큼 오고가는 관광객들에게도
호기심 있게 눈에 들어갈까..^^
그렇게 흰여울 문화마을을 한바퀴 돈 후
봉래동 수리조선소 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대평동 영도 경찰서 뒤쪽 깡깡이 문화마을과는 또 조금 다른
풍경을 갖는 곳이다.
이 곳에는 최근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카페가 두 엇 있다.
하나는 카페 무명일기 이고 다른 하나는 카페 모모스 이다.
두 카페 간의 거리는 20미터 남짓이다.
무명일기는 디저트로 유명하고
카페 모모스는 커피 맛으로 유명하다.
특히
카페 모모스의 본점은 지하철 온천역 바로 옆에 있다.
처음엔 카페 모모스에서 커피 한 잔을 하려다가
사람도 많은 데다가 의자도 너무 불편 해 보여
약간 실내가 어둡지만
좀 더 조용한 무명일기에서 마시기로 했다.
다행히 무명일기에는 7~8명 되는 한팀과 커플 한 팀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커피 맛은 역시 모모스보다 조금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두 곳 다 그리 추천하기는 뭣하다.
찾아가기도 좀 불편하고
선박수리소 앞이라 전망조차 좋지 않은데다가
공장을 개조한 곳이라
외지인이나 친구, 혹은 지인들에게 권할만한 장소는 아니다.
나야 워낙 이 카페, 저 카페 빨발거리며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호기심에 들러보긴 하지만.
아무래도 영도는 공장을 개조한 곳으로는
카페 신기산업이나 신기숲이 좀 낫지 않나 싶다.
영도 대형카페로는 그나마 태종대 쪽에 위치한
피아크가 좀 나은 것 같다.
그렇게 여기저기 느긋하게 돌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과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식당은 아이들을 만나면 종종 함께 가던 고깃집이라
익숙하다.
주인은 미나리가 갓 나왔다며 미나리부터 챙겨 주었다.
그리고 평소대로 주인은 어른인 내게는 안심을 내 주었고
아이들에게는 등심을 차려 주었다.
먹는 양도 늘 하던 대로 평소처럼 먹었다.
그런데 나올 때 영수증을 보니 지난 번보다 꽤 많이 나왔다.
평소에는 24~25만원 하던 고기값이
31만원이 넘었다.
그 것도 된장국과 밥은 서비스로 제공을 해 주었는 데도.
엊그제 마트도 그렇더니
고기값도 이러니 과연 물가가 오르긴 많이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는 고깃집 옆에 있는 카페에서
워나가 쐈다.
원래는 유동 카페가 운영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삼진 카페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카페의 분위기가 조금 고급이고, 자리가 편해
내가 좋아하는 카페이기도 하다.
이렇게
내 짧은 겨울 해
긴 첫 봄 하루도 지나 가고 있다.
사랑스런 후손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