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Pluto)
명왕성이 발견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겨우 70여년 전인 1930년의 일이었다. 해왕성의 운동이 뉴톤 법칙에 꼭 맞아 떨어지지 않는 사실은 해왕성 바깥에 또 다른 행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1930년 1월 미국 로웰 천문대의 톰보(Tombaugh)에 의해 발견된 명왕성은 반지름이 고작 1160km밖에 안 되는 작은 행성이었다. 가장 먼 곳에 있는 행성답게 그 이름도 저승의 신의 이름을 따서 'Pluto' 즉, 명왕(冥王)이라 하였다.
(1) 명왕성의 물리적 성질
명왕성은 아주 먼 곳에 있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관측해도 별처럼 점으로만 보인다. 지구에서 보이는 크기는 각도로 따져보면 0.08"이다. 따라서 겉보기의 크기로부터 지름을 정확히 재기는 어렵다. 기본적인 물리량인 질량도 최근까지는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1978년에 위성인 샤론이 발견되어, 그의 운동을 통해 명왕성의 질량은 지구질량의 500분의 1, 달의 6분의 1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명왕성의 밝기는 지구에 가장 가까이 올 때에도 14등급이다. 이 밝기로부터 명왕성의 지름은 3000km 이하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1985년부터 1987년에 걸쳐 샤론이 명왕성을 가리는 식 현상이 몇 번 관측되었다. 이 현상이 계속 됨으로써 명왕성의 지름이 약 2300km 정도 임이 밝혀졌다. 이 크기는 소행성 중에서 가장 큰 세레스의 2.3배에 지나지 않고, 우리의 달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 크기이다. 다른 행성과 비하면 매우 작다.
명왕성의 이러한 여러 가지 특징은 행성을 닮았다기 보다는 목성형 행성의 위성과 비슷한 면이 많다. 따라서 학자들 중에는 오래 전에 아주 질량이 큰 행성이 해왕성을 스쳐 지나가면서 해왕성의 위성이던 명왕성을 해왕성으로부터 떼어내어 태양을 돌도록 했고 이때 명왕성은 큰 행성의 인력으로 두 조각이 나서 샤론과 명왕성이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명왕성이 본래 태양계에 일원이 아니었는데 어떤 이유로 태양계에 잡혀 있게 된 외계의 볼모가 아닌가 생각하기도하고, 태양계 생성 당시부터 남아 있던 태양계를 형성하고 남은 물질이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질량 (kg)
1.29 x 10 22
질량 (Earth = 1)
0.0021586
적도반지름 (km)
1,160
적도반지름 (지구 = 1)
0.182
평균밀도 (gm/cm3)
2.05
평균궤도반지름 (km)
5,913,520,000
평균궤도반지름 (지구 = 1)
39.53
자전주기 (일)
6.387
공전주기 (년)
248.54
평균공전속도 (km/sec)
4.74
궤도이심율
0.2482
자전축의 기울기 (도)
122.52
공전면의 기울기 (도)
17.148
밝기 (Vo)
15.12
평균표면온도
-230o C
(2) 명왕성의 공전궤도
명왕성은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가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보다 약 40배, 즉 약 40AU만큼 떨어져 있다. 이 행성은 특이한 궤도를 그리고 있다. 다른 행성의 궤도가 거의 원에 가까운 타원형인데 비해 명왕성의 궤도는 약간 가늘고 긴 타원형이다. 따라서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에서는 44억 4200만km, 가장 멀어지는 원일점에서는 73억 8800만km로 크게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근일점 부근에서 명왕성은 해왕성 궤도의 안쪽에 들어가 버린다. <그림 1>에서 강교점이란 명왕성이 해왕성의 궤도면 아래로 나려가기 시작하는 점을 말하고, 승교점이란 해왕성의 궤도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점을 말한다. 명왕성의 궤도면은 기울어 있다. 다른 행성의 궤도면은 대략 황도면과 일치하지만 명왕성의 궤도면은 황도면에서 약 17 °나 기울어 있다.
(3) 명왕성의 달 샤론
명왕성의 유일한 위성인 샤론은 명왕성에서 약 2만km 떨어진 거리에서 6.39일을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데, 이것은 명왕성의 자전주기와도 같다. 따라서 명왕성은 샤론에게 항상 같은 면만을 보여주고 있다. 샤론은 명왕성에서 20,000 km 밖에 안 떨어져 명왕성과 동행하고 있으므로 지구에서 보면 하나로 보이기 때문에 1978년에 와서야 발견된 위성이다. 샤론의 크기가 명왕성과 매우 비슷하고 조성과 구조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샤론을 명왕성의 위성이라기 보다는 명왕성과 샤론은 이중 행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제 10 행성은?
명왕성은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명왕성만으로는 해왕성의 궤도운동이 교란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학자들은 명왕성밖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제 10의 행성을 찾기 시작했다. 명왕성을 발견한 톰보는 제10의 행성을 찾기 위해 17년이나 로웰 천문대에서 노력했지만 적어도 명왕성만큼 밝은 다른 행성을 찾아 내지 못하고 말았다. 10번째 행성을 핼리혜성의 근일점 통과 일시의 주기적 변동을 이용하여 계산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러한 계산에 의하면 새 행성의 질량은 태양의 1만분의 9로, 목성보다 조금 작지만 토성의 3배나 되어야 하고, 궤도 평균반지름은 지구 궤도 반지름의 60배 , 공전주기 464년, 이심률은 0.07이어야 하며 공전 궤도는 지구궤도면에 대하여 120 °를 이루어야 했다.
현재 태양계 내의 행성들은 거의 한 평면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궤도면의 경사각이 7 ° 와 17 ° 나 되는 궤도면을 움직이는 수성이나 명왕성의 질량은 작기 때문에 태양계 전체의 운동에 큰 영향이 없지만 토성의 3배나 되는 질량을 가진 행성이 120 ° 나 기운 궤도 위를 움직이고 있다면, 그 작용으로 수 십억 년이나 되는 오랜 기간이 지나면, 다른 행성의 궤도면의 위치를 크게 바꿔 버릴 것이다. 이런 작용을 오랜 동안에 걸쳐서 받고 있는데도 행성들의 궤도면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반론이 곧 나타나서 제10행성의 예보는 잘못이라는 주장 쪽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핼리 혜성의 움직임을 토대로 하여 계산된 제10행성의 위치는 이렇게 해서 부정되었지만 제10행성의 존재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다. 명왕성은 해왕성의 관측된 궤도변동을 설명할 만큼 질량이 크지 않고, 그 바깥쪽에 제 10행성의 존재가 예상되더라도 이론적으로 아무런 이상한 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톰보를 비롯하여 로웰 천문대의 관측자에게 어째서 이 행성이 발견되지 않았느냐는 점에 있다. 제 10의 행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이론과 그 동안의 관측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함께 설명하기 위해서는 명왕성 바깥쪽의 행성이 1개가 아니라 작은 것이 수많이 있어서 이것들이 전체로서 해왕성과 핼리 혜성의 운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해왕성이나 명왕성의 궤도 바깥쪽에도 행성이 되지 못한 운석크기의 소행성들이 수 없이 많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해왕성이나 명왕성의 궤도가 더 오랜 기간에 걸쳐서 관측되고, 그 변동이 자세히 알려지면 어느 정도의 질량이 이러한 변동을 주기 위해 필요한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명왕성 바깥에 제법 큰 제10의 행성이 있어도 이것이 발견되려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밝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명왕성에서 100배쯤 되는 거리에 명왕성보다 10배쯤 더 큰 행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행성의 밝기는 명왕성의 밝기의 1000분 1이 밖에 안 될 것임으로 발견될 확률은 아주 적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멀리 떨어진 행성은 그 밝기가 어느 정도 밝아서 관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움직임이 매우 느려서 항성과 구별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제 10의 행성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실패했다고 해서 그것이 제 10의 행성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21세기에 우리 자녀들이 배울 교과서에 행성 몇 개의 이름이 더 등장한다고 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