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가 숙성되는 곳
- 오크 캐스크
위스키를 만들
때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중요한 것이 바로 숙성과정 이지요. 위스키가 오랜 세월 동안 잠자며 숨 쉬면서
익어 가는 곳이 바로 오크 캐스크(Oak Cask)라고 불리는 참나무 통입니다. 이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을 시켜야 위스키 특유의 맛과 향이 배어듭니다. 스코틀랜드에는
나무가 별로 자라지 않기 때문에 예전부터 참나무로 만든 통이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스페인에서 수입한
쉐리주를 마시고 난 빈 통에다가 위스키를 저장하곤 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스카치 위스키의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숙성시키는데 사용되는 쉐리 통은 10%미만이고, 90%이상
거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버번을 숙성시키는데 한번 사용되었던 미시시피강 연안에서 자란 화이트 오크 로 만든 캐스크를 사용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처음에
위스키를 오크 캐스크에 담은 것은 매우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민 초기에 참나무 통은 곡물,생선등의 물건을 보관하던 통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술을 만들었는데 막상 담을 곳이 없자 생선 담던 통을 비워 여기에 술을 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생선을 담았던 통이니 비린내가 나겠지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 통 안에 불을 피워서 안쪽을 태워 생선 냄새를 없앴습니다. 그런 뒤에 위스키를 담았더니, 잡 냄새도 없어진데다 오히려 위스키가 더 숙성이 잘되었던 것이죠. 오히려
새로 만든 통보다 훨씬 숙성이 빨리되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참숯을 보아도
알 수 있지만, 나무를 태우면 그 표면적이 넓어집니다. 그냥
나무보다 한번 살짝 태우면 나무의 표면이 울퉁불퉁해져서 공기에 닿는 면적이 넓어지는 것이죠. 표면적이
넓어지니까 공기 접촉하는 면적도 넓어지고 또 숯이 바람직하지 않은 잡미도 제거해주니 일거양득 이었죠. 즉
위스키의 맛과 향이 더 좋아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참나무의 고소한 바닐라 향도 우러나게 되구요. 미국에서 만드는 위스키를 버번위스키라고 하는데, 이 버번을 만들
때부터 통 안을 살짝 태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오크 캐스크는 참나무를 잘게 쪼갠 나무 판을 철로된 틀에 끼워서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통은 190리터 용량의 통으로 배럴(Barrel)이라고 부르는데, 이 캐스크 하나를 만드는데 보통 28-31개의 참나무 조각이 필요합니다. 일정한 폭으로 길게 자른 나무를 철로 된 몰드(틀)에 끼워서 대충 둥그런 통 모양을 만든 뒤에 망치로 촘촘히 붙이고 내려쳐서 모양을 만듭니다. 영화나 만화에 많이 등장하는 가운데가 뚱뚱한 모양의 나무 통을 본 적이 있지요? 나무를 촘촘히 잇대어 붙이고 모양을 만든 다음에는 맨 마지막에 후프 드라이버(Hoop
driver)라는 기계로 꽉 눌러서 모양을 잡습니다. 캐스크는 통 둘레를 감싸고 있는 철제
몰드에 꼭 맞게 만들어져 있고, 또 안에 술을 넣으면 나무가 술을 머금으면서 팽창을 하므로 새지 않습니다. 그래도 양쪽 바닥과 뚜껑부분은 혹시 이음새에서 샐 수 있기 때문에 리프라고 불리는 갈대 비슷한 가느다란 가지를
망치로 두드려 끼워 새지 않게 꼼꼼히 마무리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스크는 보통 6-10번 정도 재사용됩니다. 캐스크에 위스키를
넣고, 12년 이상 숙성시키는 경우에는 6회 정도, 8년 숙성시키는 경우에는 10회 정도 재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여러 번 계속 쓰게 되면 나무에서 우러나는 위스키에 안 좋은 수지(Resin)향이나 오래된 나무에서 나오는 퀘퀘한 냄새가 섞일 수 있으므로 좋지 않습니다. 캐스크가 나무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
기억에 190리터짜리, 그러니까 1배럴정도의 캐스크 하나가 한국 돈으로 50만원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꽤 고가라고 할 수 있지요. 미국에서 버번위스키를
만들던 것을 가져다가 위스키를 숙성시키기 때문에, 쓰다가 망가지면 다시 흩어내서 보수하여 새로운 캐스크를
다시 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도 다시 안쪽으로 한번 살짝 불로 그을러서 만들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캐스크의 안쪽은 거의 검은 색을 띕니다.
참나무는 캐스크를
만들 만큼 성장하기까지 약 100년이 걸리고, 그 나무를
잘라 캐스크로 만들면 술을 숙성시키는데 100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며, 또 숙성고로서 수명이 다한 캐스크는 각종 가구나 인테리어용품으로 재활용되어 오랫동안 사용됩니다. 스코틀랜드에는 거리의 가로수나 화단을 꾸밀 때 오래되어 못쓰는 캐스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일본에 갔더니 일본에서도 이 캐스크를 활용하여 다양한 실내 데코레이션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을
본 적이 있구요. 참나무 한 그루가 300년을 사는 셈이지요.
첫댓글 종국님, 또 재밋게 읽고 마니 배웁니다.지는 아직 술을 본격적? 으로 못배워 주량이 약소합니다만...마눌은 훨 술을 사랑합니다. (여담 )묵은 쌀로 밥할땐 청주몇잔,생선조림할때, 오향장육, 삼겹살등등 모든 요리,나물무칠때등에도...소주/청주를 넣네요. 잡냄새 없애고..탱글탱글,오돌오돌 더욱맛있대나요..그란디,귀하게 힘들게 주조한 酒님을. 그렇게 부엌에서 막 사랑해도 되나여?? 우아하게... 은밀하게.. 사랑혀야~~ 하는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