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믿음
“하나님이 이 네 소년에게 학문을 주시고 모든 서적을 깨닫게 하시고 지혜를 주셨으니
다니엘은 또 모든 환상과 꿈을 깨달아 알더라”(다니엘 1장 17절)
시골에서 처음 예수를 믿기 시작할 때 나의 신앙의 목표는 미미했다. 나는 배운 것도 부족하고 별로 내세울 만한 배경도 없으니 그저 예수 믿고 구원받아 하나님께만 인정받는 평신도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출세를 하고 재산이 많아도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예수를 믿는 것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자신 있게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하나님께 인정받기 위해서는 나의 형편과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여 봉사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교회에 출석하면서 내 형편과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농촌 소년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교회 주변을 돌아보는 일이었다. 청소를 하겠다고 나서서 주일 아침이면 제일 먼저 출석하여 장작을 패고 난로에 불을 피웠다. 찬송가 괘도와 탁자 정리, 현관 정리, 기물 정돈과 교회 청소 등을 도맡았다. 이 일을 하고 보니 할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에 기쁨이 오고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일이 익숙해진 후에는 또 다른 할 일이 없을까 궁리하곤 했다. 이런 자세로 교회생활을 하니 믿음이 자라나게 되었다.
신앙이 자라면서 내가 찾은 다음 일은 전도였다. 말도 다른 사람처럼 잘 못하고 배운 것도 부족하고 성경지식도 없지만 다른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전도가 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도에 전념하리라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신앙의 연륜이 적어 전도는 성령께서 함께하셔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내 힘으로 하려고 하니 아무리 몸부림쳐도 전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기도하던 중 깨달은 것이 전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도를 많이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또 혼자 힘으로 안될 때에는 여럿이 힘을 모아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친구 이양호(현재 장로)와의 협의하여 양승걸, 김용출, 김태호 등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죽산에서 4㎞ 떨어진 장능리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 박화선, 김창현을 전도했다. 이것이 내가 처음 한 전도의 열매였다. 그 후 친구들과 나는 장능리에 기도처소를 마련하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시간에 쫓기는 농촌사람들을 위하여 수요예배, 주일예배를 인도하곤 했다.
그다음으로 찾은 일이 미신을 타파하는 일이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미신의 폐해가 크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신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골에서는 “신내리”라는 놀이가 유행했다. 신내리는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 복숭아 나뭇가지를 들고 둘러앉아 “지천지도화중”을 반복하여 암송하면서 복숭아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신(神)을 내리게 하는 놀이다. 이때 신이 내린 사람은 몸을 막 떨고 옆에서 노래를 하면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는데 무당들이 신을 내리는 데서 유래한 놀이였다. 나는 이 미신 놀이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곤 이를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 놀이를 하는 곳을 찾아가곤 했는데 예수쟁이인 내가 가면 신 내림을 받은 사람이 복숭아나무를 내던지고 쓰러졌다. 나는 통쾌함을 느꼈고 하나님께서 살아 계셔서 나와 함께 한다는 증거로 생각되어 기뻐했다. 겁이 많아 근교 동산에 있는 공동묘지도 무서워 피해 가던 내가 믿음을 갖고 나서는 겁이 사라졌다.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교회 집사님의 12살짜리 아들이 전염병으로 죽었다. 시골에서는 총각이 어린이 시신을 만지면 장가를 못간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신앙을 갖게 된 나는 믿는 자에게는 마귀가 얼씬도 못한다는 믿음으로 죽은 아이의 어머니와 함께 어린아이 시신을 메고 공동묘지에 가서 묻고 왔다. 마침 구슬비가 내리는 저녁이었기 때문에 무섭고 스산한 분위기였지만 나는 믿음으로 담대하게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때 나도 예수쟁이 다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미신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농촌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시골 농촌에서는 1년에 한 번씩 가정의 평안을 위해서, 또 질병이나 어려운 일이 없게 해 달라고 굿을 하는데 그 비용이 최소 쌀 5말 혹은 1가마 값이 들었다. 예수를 믿게 되니 우상숭배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과 물질이 절약되고 건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예수님을 믿은 것이 나의 인생관을 바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