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쾌락의 도시 고린도에 하나님의 교회가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교회 안에 고린도가 있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고린도는 아가야 지방의 고린도 만에 위치한 항구도시였다. 로마제국 각 곳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고린도는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당대 중요한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사도는 아덴을 지나서 고린도에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나님의 교회는 바로 이런 곳에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 탐욕이 판치는 곳에, 쾌락의 거대한 탑이 높이 솟아나는 곳에 하나님의 교회가 우뚝 서야만 한다. 그리고 그 어둡고 침침한 세상에 등대처럼 빛을 밝게 비추는 것이 하나님 계획이며 교회의 사명이다.
(행 18:1) 그 후에 바울이 아덴을 떠나 고린도에 이르러 (행 18:2) 아굴라라 하는 본도에서 난 유대인 한 사람을 만나니 글라우디오가 모든 유대인을 명하여 로마에서 떠나라 한 고로 그가 그 아내 브리스길라와 함께 이달리야로부터 새로 온지라 바울이 그들에게 가매 (행 18:3) 생업이 같으므로 함께 살며 일을 하니 그 생업은 천막을 만드는 것이더라
바울은 고린도에 잠시 머물다가 떠날 것이 아니기에, 그곳에서 아예 직업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 그는 고린도에서 적어도 1년 6개월은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가 로마에서 와서 그들과 연합함으로 큰 힘을 얻게 되었는데 그들은 이미 그리스도를 믿었던 사람들로 보인다. 헌신적인 두 사람과 바울 그리고 마케도니아에서 온 실라와 디모데 일행은 고린도에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행 18:4) 안식일마다 바울이 회당에서 강론하고 유대인과 헬라인을 권면하니라 (행 18:5) 실라와 디모데가 마게도냐로부터 내려오매 바울이 하나님의 말씀에 붙잡혀 유대인들에게 예수는 그리스도라 밝히 증언하니
그들은 안식일마다 유대인의 회당에서 말씀을 강론하며 복음을 전하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그들의 기별을 거절하고 비방하자 장소를 옮겨 회당 옆에 있는 유스도라 하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집회를 이어갔다. 바로 이곳이 고린도 교회의 첫 집회소가 되었다. 회당에서는 장소를 옮겼지만, 여전히 기별을 들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쉬운 곳에 장소를 정한 것은 지혜로운 판단이었다.
(행 18:8) 또 회당장 그리스보가 온 집안과 더불어 주를 믿으며 수많은 고린도 사람도 듣고 믿어 침례를 받더라
마침내 당시 유대인 가운데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던 회당장과 그 가족이 복음을 믿고 침례를 받았다. 그렇게 고린도 교회가 고린도에 세워진 것이다. 바울은 이후 고린도에 보낸 편지에서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교회를 세웠는지 적었다.
“바울이 고린도의 헬라인들 앞에 그리스도로 제시하려고 했던 예수님은 사악함이 속담거리가 된 한 동리에서 자라나신 비천한 가문의 한 유대인이셨다. 그분은 자기 백성에게 거절을 당하시고 마침내 악인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었다.”(행적, 244) 그가 전하는 예수님은 어느 유명한 가문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 받고 남다른 삶을 살아 온 그런 분이 아니라 비열하고 추잡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사렛과 같은 곳에서 비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거룩한 생애를 살았지만 자기 백성들에게 거절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전했다.
고린도는 나사렛처럼 “사악함이 속담이 되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거기에 우리 주님이 필요했다. 쾌락과 방종이 뒤범벅된 곳에 우리 주님이 계셔야 한다. 그래야만 그 죄악의 깊은 수렁에서 소망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후일 그렇게 세워진 하나님의 교회 안으로 고린도의 세속적인 정신이 들어오게 되었다. 교회가 세상에 역전도 당한 것이다. 혹시 우리 교회는 그렇지 아니한가?
하나님 아버지! 고린도에 주님의 교회를 세우시는 주님의 특별한 섭리와 계획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세워진 주님의 교회에 사탄은 다시 그 안에 자신의 왕국을 세웁니다. 세상의 권력과 파벌을 세우고 서로 미워하며 다투고 싸우도록 부추깁니다. 십자가의 정신이 사라지고 고린도의 정신이 판을 칩니다. 주여, 저희를 도우사 주님의 교회로 교회다운 주님의 왕국이 되게 하소서. 십자가의 주님을 닮게 하시고 세상의 소금이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