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묵상이 필요한 글들이 많이 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고 작년인가에 구입하여 다시 읽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화이트 에디션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게 남은 인생이다. 조금이라도 생각하며 살아 갔으면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저 / 토마스 산체스 그림 / 박미경 역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Bjorn Natthiko Lindeblad) 작가 파일
1961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며 스물여섯 살에 임원으로 지명되었지만 홀연히 그 자리를 포기하고 사직서를 냈다. 그 후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해 ‘나티코’, 즉 ‘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법명을 받고 파란 눈의 스님이 되어 17년간 수행했다.
승려로서 지킬 엄격한 계율조차 편안해지는 경지에 이르자 마흔여섯의 나이에 사원을 떠나기로 하고 승복을 벗었다. 환속 후에는 사람들에게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전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유쾌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스웨덴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던 그는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급격히 몸의 기능을 잃어가면서도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계속해서 전했던 그는 2022년 1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난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나티코의 이야기와 가르침을 담은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다. 2020년 말 스웨덴에서 출간되어 독자들의 열광 속에 그해의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30만 부 판매되었고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옮겨 본다.
프롤로그
가장 소중한 것 단 한 가지
사원을 떠나 환속하고 나서 스웨덴으로 돌아온 뒤, 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들은 제 남다른 인생 여정을 자세히 알고 싶어 하더군요. 특히 왜 출세 가도를 달리던 삶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밀림으로 들어가 낯선 사람들과 지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기자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17년 동안 승려로 살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무엇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했지만, 이 질문에는 서둘러서 답변하고 싶지 않았지요.
제 맞은편에 앉은 기자는 인생의 영적인 면에 큰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제가 승려로 살면서 포기했던 것을 다 알려주면 충격받을 게 뻔했지요. 수행하는 동안 저는 돈 한 푼 쓰지 않았고 성교나 자위도 하지 않았으며 텔레비전이나 소설책을 접하지도 않았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았고 가족도 멀리했음 휴일도 없었고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도 않았지요. 새벽 3시에 일어났고 하루 한 끼 주어진 음식을 주어진 만큼 먹으며 지냈습니다.
17년 동안
자발적으로
그렇게 해서 제가 무엇을 얻었을까요?
저는 대충 둘러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것을 곧이곧대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말을 멈추고 제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안에서 답변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17년 동안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에 매진한 결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은 초능력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초능력이지요. 당연히 여러분에게도 있어요. 혹시라도 그 능력을 잃어버렸다면, 다시 찾아내도록 제가 이끌어줄 수 있습니다.
저는 영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성장하고자 오랫동안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함께 나눌 기회가 참 많았다는 점에서 저는 진정으로 복 받은 사람입니다. 그런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깊은 의미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많은 기회가 삶을 더 순조롭게, 저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바라건대 이 책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삶을 더 순조롭게,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이 책에 담긴 지혜 중 몇 가지는 제 삶의 중추였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죽을 날을 받아 든 지난 몇 년간은 더욱 그러했지요. 아니, 어쩌면 시작하는 곳이 될 수도 있고요.
에필로그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1월 17일 한낮이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주어지는 음료를 한 잔 마시고 조용히, 평화롭게 잠들었습니다.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미리 알리지 않아 미안합니다. 모든 것이 제가 원하던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며칠 전에 그랬듯 여전히 제가 죽는 순간 가장 먼저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가여운 몸은 드디어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다정한 몸이여, 싸워주어 고맙소. 싸움은 드디어 끝났습니다.
그다음에는 분명히 경이를 느끼게 되겠지요. 지난 30년간 저는 이 순간과 그다음에 따를 일들을 준비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런데도 깜짝 놀라게 될 겁니다.
죽음 뒤에 사라질 그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적어도 살짝만 쥐고 살아가기에도, 떠나기에도 좋은 업보만을 남기길 바랍니다.
이제 저는 축복받은 자의 기쁨을 느끼며 어떤 예측도 불허하는 모험을 떠납니다. 걱정도, 의심도 더 이상 없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햇볕처럼 따뜻했습니다.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