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하고 싶은 말 / 조 철수
사랑이
넘쳐나는 우리집
아들과 딸들 또 가지
학력이 있든
재산이 없든
마음이 가난해도
문학에 취미 삼아서
시인으로 삶을 즐겨라
왜!
해보면 알겠지만
그 속엔,
낭만들이 가득하고
내일의 꿈도 있구나
그리고 아빠가 엄마가
한평생 얻은 것이란다.
‘아련한 어린시절’/시화, 김 년호
엄마 드나드는
정지문 소리 삐이꺼억
하얀 연기 굴뚝에 춤을 춘다
마구간엔 송아지 엄매~엄매~
마당에 잡초향기
모갯불 연기 모락모락
한지 부채 살랑살랑
더위 식히우고
평상에 둘러앉아
된장 열무김치 보리밥이 행복이요
하늘에 푸른빛
반짝반짝 은하수 지붕되고
아버지의 호령 야야 삽작 닫아라~
*경상도 방언:
부엌 ㅡ 정지 모깃불 ㅡ 모갯불 대문 ㅡ 삽작 얘야ㅡ야야
사랑이라서.56 /시화, 배 종숙
고요한 밤의 풀벌레 소리
코끝 맴도는 풀향
잔잔한 흙내음
어머니처럼 마음속에 드리운다.
꿈같은 여행을 꿈꾸며 / 이 겸주
징기스칸을 닮은 친구야
광활한 만주 벌판
몽골의 푸른 초원을 같이 가자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대지를 눈에 넣고 오자구나
은하철도 999
철이 같은 내 친구야
밤새 달리는 기차를 타고 싶다
취리히역을 지나는
그런 기차도 좋겠고.....
실크로드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아침을 맞고
밤도 맞고 싶구나
아니,
삼등객차라도 좋으니
너랑 함께라면
가슴에 쪽빛 동해라도 좋으니
담고 오고 싶구나
내 맘속엔 / 최 혜선
어제의 터널 속을 벗어났을까
유난히 캄캄하고 암울했던 시절
이젠, 꽃피고
눈지는 봄이 올 테고
뜨겁게 타오를 태양빛 여름과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곁에선 가을
그리고
세찬 바람 몰아치고
흰 눈 내릴 겨울
사계절의 느낌도
혼돈과 가치도
내 맘속엔 하릴없는
시간만 흘러갔었나 보다
이제 어둠의 영역을 뚫었기에
기쁨과 사랑으로 재탄생 하리라
추억으로 새록새록 피어나려는...
팔월은 가고/ 淸巖 김경근
팔월이 갑니다
그리고
구월이 옵니다.
이른 아침 나의 텃밭
풀잎 사이사이 맺힌
다가오는 가을의 아침이
동녘 여명을 따라
더위와 미련을 안고
여름이를 따라 갑니다.
미련도 없이
불러도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고.
저 멀리 남녁 하늘에는
밀려오는 가을의 소식이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가 여린 나뭇가지 흔들어 대니
마른 잎 떨어져
가까이 가을을 따라 옵니다.
밭 한켵
누렇케 익은 호박 한 덩이
우리 착한 며늘 위해
제법 굵게 익어 가는 가을이 다가 옵니다.
인연 / 조 순희
인연이 주는 아픔이
반복될지라도
그 인연
소중히 여기리라
두 인연이 하나 되었으니
고뇌인들 왜 없으랴만
어렵게 만나고
쉽게 떠날 수 없었던 이유나 알자
쉬운 인생이 어디 있으랴?
삶은
본래부터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던가!
나의 반쪽이
세월이란 바람 앞에
서서히 중독된 시간들로
힘없이
흔들릴지라도
홀로서기에 열중하며
쉬이 떠날 수 없던 이유는
내가
그대를 사랑하기보다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 입니다ㆍ
끝까지
기다리고
참아주며
포기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기에,
그 사랑을
나도
끝까지 살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생 스케치 / 이 용주
뒤 한번
돌아 볼 겨를도 없이
그저 달려가고자 한다,
색다른 인생의 뒤안길을
눈 여겨 볼 필요도 없이
그저 나아가고자 한다
속박과 구태를 벗어
산세 수려한 곳으로
그냥 그렇게 떠나가고자 한다
은빛 갈대 물결치고
가을 햇살 출렁거린 억새밭. 같은
깊은 정취에 한껏 취하고자. 한다
아쉬운 사랑 / 송 승철
잠자던 내 가슴
살며시 비집고 들어와
천둥처럼 내 마음 흔들고
떠나간 당신이랄까
애당초 맺지 못할
사랑은 아쉬움만 더합니다.
그래도
잊을 수 없어
그리움만 더합니다.
망초 / 배 윤자
잡초인 줄 알았던
망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스스로 지닌 그 향기에 취해서
무심했던 너에게 이끌려
자꾸만 가까이 다가간다
넓은 시골집 마당에 지천으로 깔려서
하늘까지 치솟아 오른 너를
보기 싫다고 자르고 또 잘랐지만
죽어가면서도 기가 막힌 꽃향기를 내 뿜는
말없는 천사여!
이 가을이 가면 가만히 두어도
아픔을 남기고 떠나는 너를
왜 그리도 미워하며 뽑아버렸는지
나의 무지를 탓하며 후회하는 마음
초가을 새벽 여명과 함께
회색빛 하늘
아침을 맞이한다.
가수/금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