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1 왜 모세는 여호와의 종으로, 여호수아는 모세의 수종자로 소개되고 있는가?
여호와의 종 모세가 죽은 후에 여호와께서 모세의 수종자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수 1:1)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가 죽었다. 그의 죽음과 함께 한 시대가 끝났다. 그러나 아직 출애굽의 대업은 끝나지 않았다.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땅 가나안에 들어가야 했다. 그 일은 새로운 지도자 여호수아가 감당할 몫이었다. 여호수아서는 그 대업을 완성할 새로운 지도자 여호수아를 공식적으로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공적인 업무를 감당하게 될 새로운 인물에 대한 최초의 소개는 매우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그것은 그의 자격이나 역량을 나타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하는 여호수아에 대한 첫 소개는 어떠한가? 바로 '모세의 수종자이다. 이 표현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지금까지 그가 어떻게 소개되어 왔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호수아가 최초로 언급되는 것은 출애굽기 17장의 아말렉 전쟁 기사에서이다. 그때부터 여기 여호수아 1장 1절 이전까지 여호수아는 모두 28번 언급된다. 그중 열여섯 번은 눈의 아들 (33:11; 11:28; 13:8, 16; 14:6, 30, 38; 26:65; 27:18; 32:12, 28;34:17; 신 1:38; 31:23; 32:44; 34:19)로, 두 번은 모세의 '종자'(출 24:13;신 1:38)로 소개되었다. 그 외에는 단순히 이름만 언급된다. '눈(Nun)의 아들은 그의 혈통을 소개하는 것이며, '종자' 혹은 '수종자는 모세와의 관계 속에서 그의 직무를 나타낸 것이다. 출애굽기 33장 11절은 이 두 표현을 묶어 "눈의 아들 젊은 수종자 여호수아"라고 소개한다.
그의 '직무와 관련된 표현인 '종자' 혹은 '수종자는 두 개의 다른 히브리어가 사용되었다. 신명기 1장 38절에서 종자'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 오메드이다. 이 단어는 '서다'는 동사 아마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야말로 '옆에 서서 조력하는 사람이란 의미이다. 출애굽기 24장 13절과 33장 11절에 각각 '종자'와 '수종자'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모두 샤라트이다. 이 단어는 영어로 aide(NIV), servant(NKJV), assistant(NRSV) 등으로 번역되었다. 공통된 의미는 '조력하는 자이다. 이 단어가 여호수아 1장 1절에서 '모세의 수종자라는 표현에 사용된 바로 그 단어이다. 그러니 여호수아는 지금까지 소개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소개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이끌어 온 걸출한 지도자인 모세를 섬기던 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모세에 대한 소개와 대비할 때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여기서 여호수아는 '모세의 수종자(샤라트 모세)'로 소개되지만, 모세는 '여호와의 종(야훼 에베드)'으로 소개된다. 즉 여호수아는 '모세의 샤라트이고, 모세는 '여호와의 에베드'이다. 샤라트가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는 조력자라면 에베드는 성숙한 자로서 주인을 섬기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모세와 여호수아의 대비는 그들이 어떤 자이냐에 의한 것보다 그들의 주인이 누구냐에 의해 결정된다. 다시 말해 모세는 '여호와의~'로 소개되지만 여호수아는 '모세의~'로 소개된다는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그렇다. 여호수아는 아직 '여호와의~'로 소개되지 않는다. 그러면 여호수아는 평생 '모세의 수종자였을까? 그렇지 않다. 그도 어느 순간 그의 스승 모세처럼 '여호와의 종'으로 소개된다. 그때가 언제일까?
그 사실을 파악하기 이전에 먼저 모세가 언제부터 여호와의 종'으로 불렸는지 확인해 보자. 민수기 12장을 보면 모세가 구스 여인을 아내로 취한 것 때문에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한다. 그때 여호와는 그 두 사람 앞에서 모세의 권위를 확인해 주시면서 그를 '내 종'(아브디, 7~8절)이라고 부르신다. 그러므로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의 종'이라고 불린 것은 그의 생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하나님이 아니라 성경 기자가 그를 '여호와의 종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죽었을 때이다. 신명기 34장 5절은 "이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라고 기록한다. 이후 모세는 줄곧 그렇게 불린다(수 1:1, 13, 15: 8:31, 33: 11:12; 12:6; 13:8; 14:7: 18:7; 22:2, 4, 5: 24:29: 2:8:왕하 18:12; 대하 1:3; 24:6). 이것은 모세의 전체 생애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가 다 살고 난 이후에 그의 삶을 보았을 때 그는 정녕 '여호와의 종이었다는 그런 의미이다.
그렇다면 여호수아도 마찬가지일까? 과연 그렇다. 여호수아의 죽음을 보도하는 여호수아 24장 29절은 "이 일 후에 여호와의 종 눈의 아들여호수아가 일백십 세에 죽으매"라고 기록한다. 죽음을 맞게 된 여호수아는 그의 스승 모세가 죽을 때 그러하였던 것처럼 여호와의 종'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것도 역시 그의 전체 삶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다. 그의 전체 생애를 요약하였을 때 그는 곧 여호와의 종이라는 것이다. 여호수아는 그의 공적 사역을 시작하였을 때는 '모세의 시종(샤라트 모세)'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의 봉사를 마쳤을 때에는 그도 모세처럼 '여호와의 종(에베드 야훼)'으로 불린다. 얼마나 멋진 평가인가? 우리의 삶도 그래야 되지 않을까? 비록 누군가의 제자로 일을 시작하지만 일을 마쳤을 때에는 야훼 에베드로 평가받는 그런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