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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본 재판소(우리나라의 법원에 해당)를 방문하고 나서 써 놓앗던 기행문입니다.
오래전 방문하였던 것이지만, 지난번 미국 방문 기행문과 함께, 뒤늦게나마 우리 카페에 올립니다.
본인이 경남 밀양지원장 시절에 일본을 갔다 왔기 때문에 좀 진부한 느낌이 있습니다만, 심심풀이로 읽어 보시기를....
오늘은 회원 자유게시판에 한 건도 글이 안올라와서, 구원투수(?)로 운영자가 나섰다.
전문적인 부분은 건너뛰고, 일본의 나라, 사람습성 등을 관찰하면 재미있습니다.
日本 松江地方裁判所 방문 기행문
1. 첫머리
저는 1999. 5. 13. 목요일부터 5. 16. 일요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 송강지방재판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저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인 밀양시는 일본 야스끼시(安來市)와 자매결연을 맺은지가 9년이 되었고, 그 동안 시승격 기념일이라든지 각종 축제일에는 상호교환방문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밀양시에서는 道單位 축제로서 매년 5월 첫째주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 지방의 전설적인 閨秀, 아랑의 정조를 기리는 아랑제가 열리는데, 금년에도 5월 1일과 2일에 열렸습니다. 이 축제에 일본 자매도시인 야스끼시에서 의회의장과 부시장 등 5명의 방문단이 밀양시에 찾아와 축제를 관람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방으로 일본 방문을 하게 되었는바, 일본 야스끼시는 금년에 시승격 45주년이 되는데, 1999. 5. 14.경 기념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행사는 약 2달 전부터 행사준비가 이루어지는데, 어느날 사석에서 밀양시장에게, 본인도 재판소를 방문할 겸 일본 방문단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피력한바, 흔쾌히 동의하여, 일본방문이 성사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창원지방법원장님께 방문취지를 설명드리고 허락을 얻은 다음 3일간의 휴가를 내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2. 야스끼시는 어떤 도시인가.
야스끼시는 인구가 3만 2천명 정도의 아주 작은 도시입니다. 시마네껭(島根縣)에 소속된 시인데, 현 전체의 인구가 78만명에 불과하며, 일본의 43개 현중 거의 가장 작은 현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우기는데, 시마네현은 바로 자기네의 죽도가 속한 현입니다. 無人島 獨島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유인도인 울릉도가 있는가 하면, 일본에는 거의 같은 거리에, 같은 크기의 유인도 오끼섬이 있습니다. 독도의 행정구역이 경북 울릉군 독도이듯, 일본에서는 시마네껭 오끼시마 다께시마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시마네껭은 경북과 피할 수 없는 경쟁자이기 때문에, 도단위에서서는 경북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었습니다. 시마네껭은 일본 혼슈에서 경북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고, 히로시마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야스끼시는 인구로 치면 밀양시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3. 사전 준비
저는 법원방문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일본을 방문하기에 앞서 야스끼시에 법원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았으나, 거기에는 지방재판소 지부는 물론 간이재판소도 없다는 회답이었습니다.
다만, 야스끼시를 관할하는 법원은 縣廳 소재지인 마쓰에(松江)지방재판소라는 말을 듣고, 거기라도 좋으니,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여 그 쪽에서도 승낙이 있어 방문이 성사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야스끼시는 마쓰에지방재판소에서 불과 20km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아 재판소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지방재판소에서도 한국의 조그만 법원에서 판사가 방문한다니, 다소 궁금하게 생각하여, 방문하면 무엇을 알고 싶은지 물어와, 질문사항을 A4용지로 2매 적어서 팩스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일본현지에서는 통역이 있다고 하였으나, 한문이 많이 섞인 일본서를 겨우 해득하는 실력으로 질문서를 일본어로 할 수는 없어서, 간단한 영어와 경우에 따라서는 한문을 섞어 질문서를 보냈습니다.
4. 야스끼시에 도착하여
듣던 대로 시는 아주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어디가 시가지인지 알 수 없는 평범한 일본식 2층 목조가옥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에서는 조그만 읍이라도 그 중에서도 번화가라는 곳이 있어서 제법 도회의 풍을 느낄 수 있지만, 얼른 보아서는 상가인지 주택인지 모를 그런 집들이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었고, 다만 상가는 간판의 유무로 알 수 있는 그런, 평화로운 소도시였습니다. 밤에 도착하여 시가지는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안내원에 이끌려, 우리네 부페식 같은 만찬장에 도착하였는데, 테이블마다 이름표를 붙여 놓아, 우리 일행 5명은 각자 다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각 테이블마다 8명 가량의 시의회 의원, 농업위원 등이 분산배치되어 있었고, 한국어 통역인을 매테이블에 배치해 놓은 주도면밀함이 돋보였습니다.
시에는 시의회 의원 23명이 있는데, 역시 자민당이 15명으로서 가장 많았고, 공산당 1명을 포함해 군소정당에서 골고루 시의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의원과 같은 수의 농업위원이 있는 것이 특이하였습니다. 그 점에 관하여 만찬 도중, 집중적으로 질문을 해 보았으나, 정확한 임무를 지금도 알지 못합니다. 우리의 농지위원과 같은 일도 겸하지만, 그 외에 광범위하게 농업정책에 관하여 자문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농업위원 중 3분의 2 가량은 직접선거에 의한 선출직이고, 나머지는 농업전문가 중에서 임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약 2시간 가량 환담을 한 다음 숙소로 향하였는데, 시에서 운영하는 백조의 섬이라는 휴양시설에 숙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내온천, 노천온천과 일본식 정원을 넓게 꾸며 놓았는데, 숙박시설은 10여개 정도의 방이 있었습니다. 외양은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내부시설은 일본인의 취향을 반영하여, 일본식 인테리어를 해 놓아, 일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2년전에 지은 건물이라 현대식 건축술의 단면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대도시의 호텔은 세계 어디를 가나, 거의 같은 포메이션을 하고 있는데, 기회가 생기면 각 나라마다 특유한 숙박시설에서 묶는 것도 일리는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5. 야스끼시 승격기념 행사장
시승격 기념행사장에 가기에 앞서 시장실을 방문하여 차를 마시는 티타임을 가졌는데, 시청사가 초라한 것에 대하여, 매우 놀랐습니다. 청사로만 보면 밀양시가 10배는 더 좋아 보였습니다. 시장실도, 10평 정도로서 응접소파는 아예 놓을 자리도 없고, 시장 집무책상과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타원형의 회의탁자밖에 없었습니다. 직원 사무실도 비좁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런 검소함이 일본의 번영의 원동력이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훌륭한 숙박시설에 비해 또다른 일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시장은 시마타 지로인데, 46세로서 치과의사이며 2년전에 처음으로 시장에 당선되었다고 하며, 부부가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념 행사장은 시민회관이었는데, 500명 정도가 참석하였습니다. 현지사와 국회의원 4명이 참석하였는데, 식후에 전통 악기연주, 전통 민요창이 있었고, 또 현란한 동작의 봉놀림을 하는 민속놀이, 논에서 미꾸라지 잡기를 흉내내는 익살스러운 민속놀이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하찮은 소재도 민속의 경지로 발전시켜 소중하게 간직하려는 일본의 심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야스끼 지방에는 예로부터 바다에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을 노래한 야스끼부시(安來節)라는 전통민요가 전해오고 있는데, 일본 전역에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야스끼시는 몰라도 야스끼부시는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밀양시에 밀양아리랑이 있드시, 야스끼시에는 야스끼부시가 있는가 봅니다.
기념식은 전체적으로 절도가 있고, 한치의 빈틈고 주지 않는 완벽함을 추구하였고, 식후 민속공연은 갸날픔과 섬뜩함, 현란함 등이 어우러져 섬나라의 근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6. 松江地方裁判所 방문
금요일 오전은 기념행사장에 참석하는 것으로 끝을 내고, 일정에 따라 오후에는 우리일행중 나머지 분들은 시의 쓰레기 소각시설을 견학하는 틈에 저는 통역원과 안내원을 대동하고 재판소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마쓰에도 현청소재지라고는 하지만 인구 15만 정도의 소도시로서 번화함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재판소 입구에 들어서자 또다시 청사 건물의 초라함에 놀랐습니다. 지은지도 오래된 것 같았고, 청사가 중소도시의 초등학교 처럼 직 6면체의 특색없는 외양을 하고 있었는데, 내부시설은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재판소는 판사의 수가 전부 13명으로서 5명은 지부 또는 간이법원에 근무를 하고, 본청에는 8명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재판소장은 모리 마끼(森眞樹)로서 지금까지 주로 형사재판을 담당하였다고 하며, 60세 쯤 되어 보였습니다.
재판소장실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미리 준비한 질문서에 따라 재판소의 현황 및 일본의 사법제도 전반에 걸쳐 질문을 하려고 하였더니, 질문사항에 대하여는 부정확한 답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최고재판소에서 발행한 5가지 종류의 일본의 사법제도를 설명한 안내책자(일본어판 및 영문판)로 대신하고, 대신 소송기록의 편철방법과 법정견학만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해서 그대로 따랐습니다.
듣던 대로 소송기록은 민사소송기록은 3분법을 사용하여 소장, 준비서면 등 당사자의 주장서류, 증거서류, 기타서류의 순으로 분리하여 편철하였고, 형사는 다시 4분법을 사용하여 신병의 구속에 관계되는 서류를 더 나누어 편철하고 있었다.
우리는 접수순서에 따른 합철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였더니, 일본도 과거에는 편년체 방식을 채택하였는데, 약 30년 전부터 현재의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하였다. 문서의 접수시마다 기록을 일일이 분리하여 편철하는 것에 대하여 불편함이 없는지의 물음에 대하여, 천공기로 뚤어 철끈으로 편리하게 분리 및 합철이 가능하므로 불편함은 전혀 없다고 하였다. 각자의 장단점은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분리편철방식이 보다 선진화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더니, 동감을 표시하였다. 대신 일본은 아직도, B5용지를 쓰고 있어서, 우리는 컴퓨터 용지의 사용을 위하여 약 10년 전부터 A4용지로 바꾸었다고 하였더니, 그 점에 있어서는 한국이 더 발전하였다고 하였다.
재판소장은 한국의 구속기간의 제한에 관하여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법원에서 피고인은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제한이 없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그 기간의 제한이 있다고 들었는데, 중대한 사건에서 1심에서 심리기간이 6개월 이상 필요하다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왔다.
보석 등으로 석방을 한다음 심리를 하든지, 아니면 그 기간내에 판결선고를 하여야 하는 절대적인 기간이라고 하였더니,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가장 최근의 일본의 재판경향에 대하여 설명을 부탁하였더니, 민사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형사사건은 마약사범이 격증하는 추세여서 걱정이라고 하였다.
재판소장과의 면담은 2명의 사무국장(지방, 가정재판소)이 배석한 가운데 1시간 가량 이루어졌고, 면담이 끝나고, 성가신 부탁을 한것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재판소장에게 동양화가 그려진 전주 합죽선이라는 부채를 선물로 증정하였더니, 안받을려고 하였는데, 조그만 성의의 표시라고 하였더니, 웃으시면서, 이 선물은 내 개인의 선물이 아니고, 재판소에 대한 선물이니 받기는 하겠는데, 대신 집무실 벽 빈 공간에 걸어 놓겠다고 하였다.
다음은 총무과장의 소개로 법정을 견학하였다.
우선 법정은 우리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민사법정과 형사법정이 좌석의 배치에서 구분이 되는데, 일본은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였다. 일본에서는 민사법정도, 우리의 형사법정과 같이 원피고가 마주 앉는 對席구조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방청석의 좌석과 당사자의 좌석이 칸막이가 되어 있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칸막이가 되어 있었다. 일본에서는 민, 형사를 막론하고 당사자는 우리 형사법정의 검사와 변호인석과 같은 구역에 좌석한다. 그리하여 얼른 보면, 방청석이 무척 작아 보이고, 법정의 가장 넓은 공간이 우리의 형사법정에서 입회계장이 앉는 구역이 된다.
원격화상시스템이 지방재판소 단위에서는 완비되어 있었으나 활용빈도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하고, 우리의 조정위원회 회의실 같은 분위기의 독일식 법정도 마련하고 있었다. 사법연수소 연수생의 자리도 고정적으로 배치하여 놓았다. 속기와 녹음시설도 되어 있었다. 방청석 맨 앞에 보도진들을 위한 보도석을 마련해 놓은 것이 특이하였다. 우리 보다는 보도진들의 취재가 덜 엄격한 것처럼 보였다. 재판 시작 전에는 방송촬영도 허가에 의하여 가능하다고 하였고, 실제로 허가된 예가 많다고 하였다.
7. 기타의 특이한 점
다음은 일본을 방문하면서 제가 특이하게 느꼈던 제도를 간단히 소개합니다. 지방재판소에서 저에게 나누어준 '일본의 재판'이란 안내책자에서 요점만을 따온 것입니다.
가.일본의 지방재판소는 보통 지방,가정, 간이재판소가 한개의 청사내에 있습니다. 각 재판소의 업무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단순이 사무분담의 차이에 불과한데, 일본은 취급하는 업무에 따라 재판소의 이름이 완전히 다릅니다.
나. 재판소의 인사, 예산 등의 운영이 자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 재판관의 직급은 최고재판소장관, 최고재판소판사, 고등재판소장관, 판사, 판사보, 간이재판소판사 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고등재판소장관까지 임명에 있어서 천황의 인증을 받는 것이 특이합니다.
라. 최고재판소에서 처리하는 사건은 우리에 비하여 사건수가 훨씬 적습니다.
마. 재판소조사관(우리는 조사관이 고등법원에만 있는데, 소속은 국세청이고, 명칭도 국세청조사관이라고 하며, 특허법원에는 기술심리관이 있으나, 역시 소속은 특허청임), 집행관이 법원 소속 공무원입니다.
바. 우리와 같은 제도인 조정위원 외에, 민간인인 사법위원(민사재판), 참여원(가사재판)이 법정에 재판관 옆에 앉아 재판시에 직접 참여하고, 조정 등을 행합니다.
사. 검찰심사원이 있어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심사를 함으로써 검찰권의 행사에 대하여 실질적인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끝
첫댓글 그래 전문적인 것 말고 일본이라는 나라와 습관 그런 것이 더 재미 있겠네 어렵지만 끝까지 읽어 보았네
작문 글쓴 솜씨가 역시 대법관 감이네. 앞으로 기대한다. 아마 모든 동기들이 기도 할끼다.
표충사 앞 염소고기도 맛있었고 , 영취산, 밀양강, 아랑각과 사명당의 유품도 좋았다. 더 좋은 것은 룸쌀롱의 도우미 아가씨들이었다. 다만 친구가 체면 때문에 gentle하여 우리도 체면생각하여 gentle하게 놀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지!~ 정말 나도 모르겠다. 현호야!그 때가 좋았고 고맙고그립다.사진 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