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배가 만난 문인들 (26)
구향 김해성 시인
김 송 배
지난 6월 28일(월) 낮 12시 정각. 서울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서 제1회 김해성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본 상은 평생을 대학 강단에 봉직하고 한국문단생활 55년을 보내신 김해성 시인 . 문학박사의 문학정신과 교육사상을 기념하고 기리는 한편, 한국문학 발전과 후학 문인을 양성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그가 젊은 날 장편 서사시 영산강으로 문공부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부상으로 받은 상금으로 이 상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구향(龜鄕) 김해성(金海星) 시인은 본명이 김희철(金囍喆)이다. 1935년 8월 19일 전남 나주에서 출생하여 아호를 노강(鷺江), 소심(素心), 대봉당(大峰堂), 영산강인(榮山江人) 등으로 부르다가 최근에 와서 구향(龜鄕)으로 부르고 있다.
그를 만난 것은 1987년 경 한국예총 이사와 감사로 부임하면서 업무상 친밀한(물론 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교감을 나누었다. 당시 그는 문협에서 부이사장으로 있었기에 문협 회의나 문협 심포지엄 등에서 자주 대하는 기회가 많았다.
山房에 겨울이 가고 / 촛불이 봉오리 피워 오면 / 봅 밤을 새우고 온 / 앳된 女僧의 설레는 마음...... // 永遠이 뚜욱뚝 지고 / 도토리 구르는 소리속 / 念佛소리만 조으는 듯 하는데 // 이른 새벽 山길 / 길길이 자란 山草랑 / 칡넝쿨 찔레순 이슬에 젖어 / 뻗는 숨소리 산골문까지 닿아라 // 깊은 山속을 노루처럼 내가 서성대명 / 저 산 너머 절간의 목탁소리 / 山, 山, 山 / 山이 울었다.
그가 1955년 『새벽』지에 당선한 작품「山房」이다. 이후『자유문학』에 「신라금관」외 2편이 3회 추천을 완료(1956)하고 『국도신문』에「매화」외 4편이 당선(1956), 1967년 서울신문에서 문학평론이 당선하여 문단에 나왔다. 그의「신라금관」이 추천되었을 때 최일수 문학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1956년 서울신문 신문예에도 당선한 바 있는 김해성은 서울여대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카데믹한 서정의 시풍을 간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인한 의지를 나타내는 민족의식에 바탕을 두는 서사시를 추구하고 있다(이하 략-‘한국현대시문학개설’에서)
그는 2000년 8월, 약 30년간 근속한 서울여대를 정년퇴임하기 까지 대학과 대하원 국어국문학과장, 대학 신문사와 방송국 주간, 대학출판부장, 문과대학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하여 후학 양성에서 평생을 받쳤으며 문단에서도 펜클럽과 한국시조시인협회, 평론가협회 이사 등을 거쳐서 이사장 혹은 회장까지 역임해서 문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는 문학론 저서를『문학론 12강』을 비롯하여 40여권을 출간하고 시집도 『해연』을 비롯하여 제30시집 『신향기와 마음의 창가에서』를, 수필집 『지성이 머무는 창가에서』등 4권도 출간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월간 韓國詩』를 21년째 발행(2010년 7월 기준, 통권 255호)하여 한국 시인구의 저변확대와 작품의 발표지면을 제공해서 문학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은 그의 집념과 문학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보아진다.
그는 필자가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으로 피임되자 이 잡지에 편집위원과 심사위원으로 추대하고 작년에는 창간 20주년을 기념해서 축시 “『한국시』, 영원한 시향(詩香)-창간 20주년을 축하함”을 보내서 그의 업적을 축하했다.
여기 척박한 토양에서 / 시의 향기를 피워 올린 / 찬란한 발자취가 / 푸른 하늘 별빛으로 빛나고 있다. // 그 세월 20년, / 목마른 영혼들에게 / 감로수 한 모금 적셔주는 구원의 동반자 / 아아, 그 혼불이 밝혀준 / 이 시대의 진정한 시인들의 보금자리 / 어둠 속 등불을 켜들고 / 따스한 품안으로 감싸 온 역사 위에 / 시혼의 깃발을 펄럭이고 있다. // 영원히 잠들 수 없는 / 시인들의 가슴 깊이 / 다시 새움을 트이게 하는 생명의 노래 / 그들을 위한 그의 열정은 / 이 산하에 울려 퍼져 / 폐허에 남겨진 순박한 육신들을 구했으리. // 그것이 그의 숙명이며 / 그 숙명을 안고 우뚝 선 / 사철나무의 기개는 / 시의 향기로 영원하리라. // 우리 현대시사에 뿌리 내린 그 정신 / 맑은 하늘에 광채가 빛나고 / 푸른 들판에 화사한 꽃을 피웠으며 / 우리들 가슴에 지혜를 심었나니 / 지금 여기 만유의 진실로, 사랑으로 / 시여, 『한국시』여, 황홀하라. //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 험산준령을 넘어야 할지라도 / 별빛으로, 시혼의 깃발로 / 생명의 노래로, 그 향기는 / 온 인류의 축복으로 빛날진저.
그의 저서 중에서『한국현대시문학개설』(1976. 12. 을유문화사 발행)은 필자가 문학을 공부하면서 우리 현대시문학에 대한 이해를 이 책에서 배우고 지급까지도 활용하고 있는 명저이다. 특히 1950년대에 형성된 동인운동에 대한 개관과 설명은 다른 어느 문학사에서 발견할 수 없는 중요한 자료이다.
그는 문학논문도 120여 편을 발표하여 노산문학상, 백양촌문학상, 인도세계시인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장서를 서울여대와 경희대, 대불대, 신지성사와 신성교회 그리고 일선장병들에게 약 4만권을 기증하여 독자들에게 혹은 문학연구자들에게 일별할 기회를 제공하여 감사장과 표창패를 받았다.
그는 2006년에 문단생활 50년, 대학강단 45년, 월간 『한국시』창간 18년, 고희기념 편상집『新知性과 현실의 窓가에서』를 발간하고 그의 문학과 인생을 일차로 정리한 바가 있다.
1232. 시인과 예술가는 모든 사물을 보다 깊이 관조하고 관찰할 줄 아는 사고적인 감성의 소유자이며, 사고 속에서 나를 먼저 찾고 나를 찾은 다음에 자기 아닌 타인을 찾는, 또 다른 민감하고 지혜로운 생각의 넓이를 가진 성격과 품격의 소유자이니라
그렇다. 그가 주창하는 학문 속에는 인격을 중시하는 언술이 이 편상집의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모두 2109편의 주옥 같은 잠언을 방불케하는 편편은 ‘현실사고’와 ‘사회의식’, ‘도덕의식’, ‘교육의식’, ‘문학의식’, ‘지성’과 ‘신지성의 생활터전’ 그리고 ‘인간과 진실’이라는 항목으로 분류해서 해박한 지적 사유를 적시하고 있다.
또한 그는 ‘시인이 되기 위하여 10년을 습작기로 창작연습을 계속하였다면 그 시인은 그만큼 시 창작의 기초작업에 노력하고 시에 대하여 깊이 있게 자기 자신을 투신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느니라(1241).’라는 후학들에게 보내는 메시시를 항상 들려주고 있다.
며칠 전 ‘김해성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 백발의 원로지만 아직도 동안(童顔)으로 사모님 김현중 박사와 아들 김상훈 군과 함께 이 시상식의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이 상은 앞으로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문학상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상금과 시상절차, 심사 등을 관리하도록 한다는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우리 시문학을 위해서 영원한 등불을 비춰주십시오.
*2010. 7월호 [문학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