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六度集經) 제7권 ★
(吳康居國沙門) 강승회(康僧會) 한역:한길로 번역
5. 선도무극장(禪度無極章) ☞第 80 章☜
부처님께서 가시다가 길가 나무 밑에 앉으셨는데 1천2백50명의 비구와 함께 계셨다. 일심으로 선정에 드셨을 때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갔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몹시 목이 말라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물을 가져오라. 내가 마시고자 한다."
"방금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갔기 때문에 그 물이 매우 흐려서 마실 수가 없나이다."
거듭 신칙하셨다.
"내가 더욱 목이 마르니 너는 빨리 물을 가져오라."
이렇게 두세 번이나 신칙하시니, 아난이 아뢰었다.
"계곡이 있으니 이름은 구대(鳩對)라고 하옵니다. 물이 맑고 아름다워서 목욕도 할 수 있고 마실 수도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과 이런 말씀을 하고 계실 때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은 포계(胞?)인데, 바라문을 스승으로 섬겼었다. 그 바라문은 이름이 라가람(羅迦藍)이었다.
포계가 부처님의 신령한 빛을 보니 몸빛이 자금색이며, 상호가 아주 특이하여 옛 성인에게도 희유한 것이었다. 마음에 기쁨이 넘쳐서 합장하고 곧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방금 5백 대의 수레가 이리로 갔나이다. 세존께서 듣고 보고 하셨나이까?"
"듣지 못하였고 보지 못하였노라."
포계가 또 아뢰었다.
"세존께서 누워계셨나이까?"
"내가 좌선을 하여 일심정(一心定)을 얻었었노라."
포계가 감탄하였다.
"여래·무소착·정진각의 현묘하고 깊은 선정이 이럴 수도 있나이까? 수레가 향하는 곳은 나라가 진동하고 몸이 진애로 더럽혀지거늘, 도를 뜻하시고 휘청거림이 없으시며 듣지 않으시고 보지 않으시니, 하늘땅은 움직여도 이 뜻은 기울이기 어려운 줄 아나이다. 저의 스승이 계실 때 역시 길가 나무 밑에서 참선을 하셨는데, 그 때 역시 5백 대의 수레가 그 앞으로 지나갔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묻기를, '수레가 가는 것을 듣고 보고 하였느냐?'고 하니, '듣지 않았고, 보지 않았다'고 하였나이다. 그 사람이 또 말하기를, '당신은 잠들었던 것이냐?'고 하니, '나는 마음을 하나로 하여 청정한 선정을 얻었으므로 듣지 못한 것이다'라고 하였나이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아라한의 도[羅漢道] 뜻의 깊음이 이럴 수가 있는가. 수레가 앞을 지나가서 몸이 먼지로 더렵혀져도 알지 못하니' 하고, 그 사람이 저분의 뜻이 깊고 현묘함을 보고는 종신토록 스승으로 섬겼었나이다."
포계가 또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고요하고 안정되어 휘청거림이 없으신 뜻이 저의 돌아가신 스승과 같나이다. 오늘부터 목숨을 마치도록 부처님 5계를 받들고 청신사가 되겠사오니 감히 여러 가지 나쁜 짓을 하겠나이까?"
부처님께서 포계에게 말씀하셨다.
"5백 대의 수레소리와 우레 진동하는 소리가 어느 것이 크겠느냐?"
"천 대의 수레소리도 비올 때 작은 천둥소리에 견줄 수 없는데 어찌 하물며 격노의 벼락소리이오리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예전에 아담현에 있을 때 초막 밑에 앉아서 생사의 근본을 생각하였는데, 사나운 바람·비·우박·우레·번개·벼락으로 네 마리의 소와 밭 갈던 형제 두 사람이 죽었었다. 그 고을 백성들이 모두 나와서 구경하였는데, 내가 나가 경행하려는데 한 사람이 내게로 오기에 내가 묻기를,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보는 것이냐?'고 하였다. 그 사람이 사실대로 이야기하고는 '부처님께서는 그 때 어디에 계셨나이까?' 하였다. '혼자서 이 초막 밑에 있었노라' 하니, 그 사람이 또 묻기를, '그러면 그 때 주무셨나이까' 하였다.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더니, '어찌 깨어 계시면서 듣지 않으실 수 있나이까? 도의 뜻이 심히 깊으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부터 원컨대 스승으로 세존을 섬기고 다섯 가지 청정한 계율을 밤들어 청신사가 되겠으며 종신토록 참됨을 지키겠나이다'라고 한 일이 있느니라."
포계가 듣고는 마음이 열리고 맺힌 것이 풀려서 그 기쁨이 한량없었다.
종자(從者)에게 신칙하였다.
"집 창고에 금으로 짜서 만든 옷 천 벌이 있으니 그 속에서도 좋은 것으로 가져오라. 내가 부처님께 울리리라."
종자가 명을 받고 집에 돌아가서 가져오니, 포계가 자기 손으로 옷을 부처님 몸에 입혀 드리고 물러나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이제부터 원컨대 세존께옵서 높으신 몸을 굽히시어 저희들 마을의 청신사들 처소에 왕림하옵시고, 아울러서 제 집에도 내려오셔서 종문의 여러 사람이 각각 자신의 부처님께 공양하게 하여 주소서.
하늘땅이 다하도록 지극히 공경하는 마음으로써 하늘·용·귀신이나 날고, 기고, 꿈틀거리는 것들을 봉양하는 것이 하루 동안 한 사문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하거늘 하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되신 부처님이오리까? 원컨대 큰 자비를 베푸시어 제게 다함이 없는 복을 내리소서."
세존께서 매우 좋다고 하셨다.
보살은 선(禪)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마음을 하나로 함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