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니스 헬리웰
인간 문명 속에 잊혀진 작은 요정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 당신이 엘리멘탈과 비슷한 성격을 갖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오
당신은 한 생애 이상을 우리와 함께 살며 일했소
조금 전에 보았던 전생은 그러한 전생 중의 하나였소 ”
“ 전생에 엘리멘탈에게서 명랑함 , 짖굿은 유머 , 순발력을 배웠다면 ,
내가 그들에게 가르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 ”
나는 참지 못하고 , 그가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었다.
수십 년 동안이나 집중력 훈련을 해온 후
타니스 헬리웰과 대화한 레프리콘
“ 그것은 대부분 책임감과 사랑에 대한 것이었오 ”
그가 대답했다.
레프리콘 : 하지만 우리가 사랑을 하거나 ,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꼭 필요하오.
우리는 한 가지 주제에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오.
나는 수십 년 동안 집중력 훈련을 해왔지만 .
보통의 엘리멘탈들에게 집중이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오.
인간들의 전설이나 우화 속에 등장하는 엘리멘탈은 변덕스러운 것으로 유명하오.
인간은 우리가 쉽게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다가 , 금새 또 다른 이와 사랑에 빠져서 떠나간다고 지적하지.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것이 사실이오.
우리는 다양성을 사랑하오.
우리는 온갖 새로운 것들을 체험하고 느끼고 싶어하지
그는 나를 쳐다 보았고 , 나는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 아 , 당신의 그런 능력도 우리에게서 받은 거요.
당신이 얼마나 많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떠올려 보시오.
당신은 테라피스트이자 , 당신이 지칭하듯 , 조직 컨설턴트 이기도 하지.
또 , 영적 교사이자 , 이제는 작가가 되었소
당신은 그 동안 20 여 개의 직업을 가져왔고 ,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많은 세월을 보냈소
이와 같은 가변성이야말로 , 굉장히 엘리멘탈스러운 것이라오 ”
나는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지만 ,
내가 사랑에 있어 변덕스럽다는 것은 동의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내가 나 자신을 변호하려던 찰나 , 그가 말을 계속했다.
“ 당신은 친구들과 사랑하는 연인에게 충실한 사람이오
하지만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소.
그것은 바로 , 당신이 책임과 사랑에 대한 감각이 잘 발달된 존재이기 때문이오.
그리고 ... ”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이어 나갔다.
“ 그런 감각을 지닌 게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요 ”
내 친구 레프리콘은 왠지 모르게 창피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 힐끔 쳐다 보았다.
무엇이 그를 창피하게 만든 것인지 , 나로서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다음 말을 듣고 ,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일정 부분 , 우리가 당신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소 ”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 보면서 , 내 반응을 확인했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해를 끼쳤다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는 내 얼굴을 마주 보며 말했다.
“ 엘리멘탈과 함께 사는 것은 당신의 집중력에 악영향을 끼쳤소
이 때문에 당신은 우리들처럼 쉽게 지루함을 느끼지. ”
그는 한 번에 모든 사실을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고 ,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 그 뿐만이 아니오.
당신은 영원히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오.
이는 당신의 몸과 무의식이 우리와 함께 살았던 때에 무수히 경험헸던 그 마법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오.
지금 당신에게 인간 세계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소. ”
나는 집중력이 약한 것이 내 약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그제야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자신 ,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자신과 싸워 왔다.
레프리콘은 내가 언제나 현실 세계에 대해 불만족을 느낀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지적했었는데 ,
이는 내 마음에 정말 와 닿는 부분이었다.
불현듯 , 어린 시절의 장면 하나가 눈 앞에 떠올랐다.
그 당시 나는 피터 팬 이야기에 푹 빠진 여덟 살에서 아홉 살 정도의 어린아이였다.
나는 피터팬이 사는 네버랜드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것은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의 부모님은 토론토에서 철물점을 운영하고 계셨고 ,
우리 가족은 가게 위층 집에 살았다.
아래층 가게에서 부모님이 일을 하고 계시던 어느 날 ,
내 침실 천장의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대기 중에 떠 있는 먼지 입자로 무지개가 만들어졌다.
마치 팅커벨이 어린아이들에게 뿌려 주는 , 하늘을 날게 하는 요정 가루 같았다.
나는 요정 가루가 떨어지는 곳 아래에 서랍장을 끌어다 놓았다.
그리고 의자를 사용해서 서랍장 제일 위까지 올라간 다음 ,
그 곳에 서서 눈을 감으며 , 요정 가루의 효력이 나에게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태양의 따스함과 함께 솟구쳐 오르는 영혼이 느껴졌다.
나는 하늘로 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비행을 시도했으나 ,
바닥으로 세차게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 다시 의자 위로 올라가 비행을 시도했다.
꽈당
나는 여러 차례 올라 갔다 , 떨어지기를 반복하였고
결국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픈 , 멍투성이가 된 몸으로 바닥에 누워 버렸다.
그 때 침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어머니는 방을 둘러 보며 소음의 원인을 추측하기 시작하셨다.
“ 그만 좀 뛰어내리렴.
아래층 가게에서 네가 뛰어내리는 소리가 다 들린다구 ”
어머니는 그렇게 화를 낸 뒤 , 방문을 닫고 나가셨다.
그렇게 나의 어린 시절은 끝이 났다.
그 순간 , 내가 아무리 네버랜드를 믿고 또 그 곳에 가기를 바란다고 하더라도 ,
결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정의 왕국이 존재하긴 하지만 , 그 곳에 갈 수 없는 분명한 어떤 문제가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나의 친구 레프리콘은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아 회상 중인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 나는 피터 팬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 이야기는 요정의 왕국으로 돌아가는 통로였거든요.
그렇죠 ? ”
나는 조용히 물었다.
“ 그렇소
당신은 다른 전생에서 어린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온 적이 있었고 ,
이번 생에서도 그러고 싶었던 것이오.
하지만 우리의 진화 속에서 당신이 이번 생을 그렇게 사는 것은
당신 개인에게도 , 인간 종족에게도 적절하지 않았소 ”
피터 팬 이야기는 인간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라오.
왜냐하면 , 그 이야기는 엘리멘탈 종족의 세계에 들어와
어떠한 제한과 얽매임도 없이 , 자유롭게 노는 마법의 시간을 인간들에게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오
레프리콘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 피터 팬 이야기는 인간 종족의 기억 중 일부라오 ”
피터 팬을 동경했던 타니스 헬리웰의 어린 시절
인간 종족들의 기억 중 일부라는 피터 팬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