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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금융전쟁 그 첫번째 이야기는 "영국은 전쟁 중, 미래의 정보 패권을 사수하라" 입니다.
정보를 선점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미 정보전쟁은 불이 붙었습니다.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라는 알림음과 함께 친구가 선물을 보냈다는 문자가 스마트폰에 뜬다. 친구의 번호가 확실하기에 아무 의심 없이 연결된 링크를 클릭하자 갑자기 애플리케이션 하나가 다운로드된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얼마 후부터 연락처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이상한 문자를 보내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가 빗발친다.
근래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스미싱 문자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히 지인들의 번호로 문자가 가는 것이라면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소액결제가 이뤄지는 등 피해 사례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생활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위험도 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탄생시킨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러더’ 프로파간다 포스터. <자료원: libcom.org>
“빅 브러더가 당신을 보고 계신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
디스토피안 사회를 묘사하는 문학작품으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 쓴 《1984년》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이다. 소설 속의 배경은 서기 1984년 영국이다. 이 소설에서 영국은 주권을 상실하고 오세아니아(Oceania)라는 초국가의 일개 주로 편입되어 ‘제1 활주로(Airstrip One)’라는 지역명으로 불린다. 오세아니아는 전체주의국가로 모든 시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빅 브러더는 무시무시한 오세아니안 철권통치의 상징과도 같은 수수께끼의 독재자다. 시민들은 모든 자유를 억압당한 채 텔레스크린이라는 전자통신 장치를 통해 일거수 일투족을 빅 브러더에게 감시당하며 살아간다. 오늘날 빅 브러더는 국가와 같은 거대 권력집단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됐다.
이 소설이 1949년에 발간됐으니, 영국인들의 뇌리에 속박에 대한 두려움이 일찌감치 깊이 각인됐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소설이 나온 시기로 볼 때 빅 브러더의 탄생 배경은 스탈린이나 히틀러에 대한 공포심이었다. 히틀러의 제3제국은 망했고, 소비에트연방 또한 분해된 지 오래다. 그러면 오늘날 빅 브러더라고 불릴 만한 존재는 누구일까? 영국인들에게 물어본다면 십중팔구가 미국이라고 답할 것이다. 최근 줄리언 어샌지(Julian Assange)의 위키리크스(Wikileaks)와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의 폭로로 미국 정부의 가공할 만한 정보력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을 견제하려는 각국의 반응은 격했다. 사사건건 미국에 딴죽 걸기를 좋아는 유럽 국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 정부를 비난했다. 그런데 영국은 어땠을까?
어샌지와 스노든 모두 영국에 기댔다가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 어샌지를 스웨덴 성범죄 혐의로 체포해 교도소에 집어넣은 건 영국이었다. 결국 그는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숨어 지내야 했다. 스노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스노든의 폭로를 특종으로 보도한 언론은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이었다. 영국 정부는 정보기관인 정부정보통신사령부(Government Communications Headquarters, GCHQ) 요원들을 신문사에 보내 편집국장을 비롯한 3명의 간부들을 조사했고, ‘중요 재판정보 사전 공개 금지령’으로 <가디언> 경영진을 압박했다.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가 <가디언>에 대한 압박을 직접 지시한 정황도 있다. 결국 영국 정부는 미국 편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바로 영국과 미국의 정보협력 파트너십 때문이었다.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 주도 에셜론(ECHELON, 전 세계 통신망을 감청하는 정보감시망)의 파트너 국가로 영국을 빼놓을 수 없다. ‘5개의 눈(Five Eyes)’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5개국으로, 이들은 모두 영미권 국가들이다. 그중에서도 영국에는 유럽 지역 전체를 담당하는 감청기지들이 설치되어 있다. 영국은 에셜론의 모든 정보를 여과 없이 수집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유일한 국가다.
국가 권력을 넘어선 초국가 기업의 출현
정부 차원에서는 오세아니아(미국)에 적극 부응하는 제1 활주로가 된 영국이지만, 민간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바로 기업의 정보독점이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 권력이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당신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 무슨 일을 하는지,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무엇인지, 심지어 배우자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스러운 성적 취향까지 세계 어느 정보기관도 수집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집단이 있다. 바로 구글(Google)이다.
미국 정보기관에 대한 폭로는 앞장서서 막아주는 영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구글에 대해서는 직접 공격에 나섰다. 영국에서 지난 수년간 이미 수차례에 걸쳐 탈세 논란에 휩싸였던 구글의 법인세 납부가 2014년 7월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구글 영국법인이 2013년 회계연도에 벌어들인 매출과 법인세 과세 규모가 큰 차이를 보여 세금 축소 의혹이 다시 제기된 것이다. 영국 정부는 구글이 영국에서 번 돈을 아일랜드 매출로 전환해 탈세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계 거물급 인사들도 직접 구글을 거론하며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의 위정자들이 일개 기업에 대한 비난 여론에 힘을 싣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 권력이 독점하던 정보력을 일개 기업이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에 대해서만큼은 영국은 미국이 아닌 유럽 편에 서 있다. EU는 반독점 조사를 명분으로 미국계 거대 IT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EU는 최근 4년 동안 구글의 검색 사업, 개인정보 관리 정책, 특허 등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하고 사업 행태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해왔다. 일부 사안은 이미 소송이 마무리돼 벌금이나 경고 등 징계가 내려진 상태고,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0년 10월부터는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를 가능케 한 것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3개 기업이 중심이 되어 구글을 제소했기 때문이었다. 2012년 10월 EU 각국의 데이터 및 개인정보 규제기관들은 실정법에 어긋난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시정하라고 구글에 명령했다. 당시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루마니아,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24개국이 이런 내용의 서한에 동참했다.
EU 법안에는 사사건건 딴죽을 걸면서 반대표를 행사해 금융거래세 같은 거대 법안도 사장시킨 영국이 이번에는 서명한 것은 물론, 심지어 이를 주도했다. 이에 앞장선 곳은 다름 아닌 영국의 정보통신규제국(Ofcom)이었다. 영국은 2013년 구글의 개인정보 정책이 EU 기준에 어긋난다며 시정을 요구했는데, 이는 프랑스와 스페인으로도 번져 구글은 해당국에서 벌금을 내야만 했다.
영국은 2014년 5월에 유럽사법재판소(The European Court of Justice, ECJ)에서 인정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무기로 구글에 정보 삭제를 요구한 건수가 1만 2,000건에 달해, 프랑스와 독일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정보 삭제 신청을 한 나라다. 영국은 국내에서는 세금 문제로, 국제 무대에서는 EU를 움직여 정보침해 문제를 공론화해 구글을 괴롭히고 있다.
영국이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기업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 세계 최대의 디지털 콘텐츠 유통기업이자 가장 성공적인 스마트가전 기업인 애플, 세계 최대의 인터넷 전문 유통기업 아마존도 견제의 대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 기업이란 점이다.
‘잊힐 권리’ 논쟁이 미국과의 정보 패권 전쟁의 전초전이라는 시각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최근 인터넷의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 대부분이 미국 기업인 반면 영국에는 세계적인 인터넷서비스 기업이 없다. 구글은 유럽 검색 시장의 90%, 인터넷광고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영국의 정보기관이 미국의 NSA와 우애를 과시한다고 해도 민간 시장에서 사기업들이 영국인들의 정보를 고스란히 미국 서버로 가져가는 상황은 영국에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서버에 저장된 정보는 미국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영국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영국은 대영제국 시절부터 세계의 자원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고, 자본까지 독점해 세계 패권을 유지해본 경험이 있다. 전 세계의 자원과 금융 자본의 3분의 1이 영국 런던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대영제국이 해체된 오늘날에도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라는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 시대에는 자원을, 자본주의 시대에는 자본을 독점해야 한다면, 21세기 정보 시대에는 정보를 독점해야 패권을 쥘 수 있다. 영국은 이런 면에서 미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디지털 공룡들은 모두 미국 기업들이고, 영국에는 이에 대항할 경쟁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에 영국은 미국을 더 이상 정보 공유 파트너로 보지 않고 미래의 세계 패권을 두고 싸우는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정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사전 봉쇄한다
영국의 IT 전문 법무 컨설턴트 매튜 워런(Matthew Warren)은 ‘잊힐 권리’가 인정된 것은 EU가 미국 IT 기업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견제를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영국과 유럽 주요국의 ‘대미 정보 전쟁’ 전략은 무엇일까? 영국과 유럽은 조금 다른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된 EU 측은 미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럽 기업을 만들어 정면돌파 전략을 모색하는 반면, 영국은 아예 IT 기업들의 사업 환경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적의 전력을 약화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EU의 수장인 장-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cker)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잊힐 권리’ 판결 시점에 공개적으로 제안한 ‘유럽계 거대 IT 기업 설립’ 방안은 유럽과 EU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독일과 프랑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방안은 구글에 버금가는 IT 기업을 만들어 직접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기업이 탄생할 토양을 조성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프랑스 정부는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을, 독일 정부는 유틸리티 기업 규제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망 중립성은 정보가 유통되는 인프라, 즉 통신망 공급자가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경쟁을 빌미로 어떠한 차별도 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이동통신사가 설치한 통신망을 사용해 서비스하는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들이 통신사의 수입원인 문자서비스와 경쟁된다는 이유로 통신사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거나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등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구글같이 시장점유율이 큰 인터넷 기업들에 프랑스 통신 인프라를 사용할 때 투자금을 분담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통신망을 설치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데이터 트래픽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구글이 분담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프랑스 경제부까지 나서서 차세대 광대역 통신망 구축사업에 구글이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하자, 구글도 굴복했다. 2013년 1월부터 구글은 프랑스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 오랑지(Orange)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독일의 경우, 구글의 인터넷 지배력을 감안하면 전기, 가스, 수도 같은 유틸리티 공급기업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유틸리티 기업에 가해지는 모든 규제를 구글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이런 행보는 상이한 접근법이지만 그 목표는 하나다. 구글에 대항할 유럽 기업을 유틸리티 기업으로, 그것도 공기업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영국의 BT가 그 모델이다. 영국에도 인터넷이나 방송서비스 사업자는 매우 많지만 이들은 모두 BT 통신망을 쓰고 있다. 실제 통신망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사업자를 범유럽 거대 IT 기업으로 만들고, 이 기업이 구글과 같은 사업 영역에 진출한다면, 적어도 유럽 시장에서는 구글 대비 경쟁우위를 쉽게 점할 수 있는 거대 IT 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국은 직접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틸리티 기업으로 규제를 가하고 경쟁 기업을 만들어 유틸리티 분야에서 경쟁하더라도 이미 구글이 망 구축 사업에 직접 진출하기 위해 검토하는 상황에서 유럽 기업이 경쟁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구글의 최대 무기인 정보력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다. 검색 사업에서 오랜 시간 구축해 쌓아놓은 막대한 양의 정보야말로 수많은 경쟁 검색 기업들 사이에서 구글이 여전히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러한 기업에 맞서려면 정면돌파보다는 패러다임 자체를 무너뜨리는 게 효과적이다. 영국은 이를 위해 정보의 독점 가능성을 원천차단하는 방법을 택했다. 2010년부터 영국의 내각 직속 기구인 기술전략위원회(Tech Strategy Board)는 ‘빅데이터 공유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정보의 사유화를 저지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정책으로, 특히 공공 부문, 즉 정부기관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업이나 개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반세기 이상 전 국민에게 무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료 시장의 독점을 통해 축적한 영국 국민 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의 의료 데이터를 2010년부터 전면 공개했다. 이로써 6,000만 영국인의 평생 진료 기록을 민간 의료 관련 기업들이 라이선스를 주고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게다가 2015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주력 아이템은 건강이다.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부가서비스와 연계하는 블루오션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국 NHS의 빅데이터인 스파인(Spine)과 협력하려는 IT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빅데이터는 인구조사 같은 사회과학적 정보 분석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부가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 빅데이터 공유화 정책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는 비교적 간단한 기상정보에서부터 기업활동 내역, 치안, 개인의 노동활동, 일자리 등 군사정보같이 민감한 국가 기밀을 제외하고 매우 다양하다. 사기업이 아닌 공공 부문에서만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장점을 살려 구글 같은 IT 기업의 영향력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다.
정보의 수집과 유통 과정 자체에 제재를 가하는 법적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11년 4월부터 디지털 경제법(Digital Economy Act)을 근거로 영국 영토 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의 정보 소비 행위를 검열할 수 있는 합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토렌트 같은 P2P 공유서비스는 영국에서 아예 접속이 불가하도록 막혔다. 영국 정부가 직접 접속 제한을 둔 것이 아니라 인터넷서비스 공급사들을 통한 간접적 제재안이다. 정보 유통의 주체인 구글 같은 기업이 아니라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ISP)들이 정보 유통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한 것이다. 즉, 사용자가 구글을 통해 접근한 정보가 법에 저촉될 경우, 망을 제공한 영국 역내 통신사가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얘기다. 통신사들이 구글 같은 기업들과의 계약을 통해 자발적으로 정보의 유통을 제한하게 함으로써, 페이스북 접속을 공권력으로 막은 중국같이 정보 검열 국가라는 비난을 피하면서도 같은 목적을 달성했다.
이처럼 오늘날의 디지털혁명은 과거의 산업혁명과 비교될 정도로 인류사회 발전사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산업혁명이 자본주의를 태동시켜 신분제도를 무너뜨렸다면, 디지털혁명은 국가 권력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구글 같은 일개 기업이 국가가 독점하던 정보 권력을 위협함으로써 이를 실제로 증명해내고 있다. 고대로부터 모든 인류사회에서 가장 발달된 통치술의 정점에는 정보의 독점이 있었다. 자원의 독점이 지배자들에게 피지배자를 제어할 힘의 기반을 마련해주었다면, 정보의 독점은 피지배자들을 영구히 지배할 수 있는 최종장치가 되어주었다. 정보를 가진 자는 그렇지 못한 자의 정신까지 지배할 수 있다. 그것이 오웰이 이야기한 오세아니아의 현실이다. 구글 같은 초거대 정보 기업의 등장은 권력의 마지막 보루인 국가의 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움직임은 서로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