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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들의 주책스런 늦바람에 더욱 거세진 신한류
한국 걸그룹의 일본 진출이 가히 폭발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등이 동반 진출하여 일본에서 일으키고 있는 신한류는 따져보면 ‘2세대 내지는 3세대 한류’쯤 될 것이다. 배용준이나 박용하 등이 드라마로 일으킨 한류가 1세대라고 친다면 동방신기 등 아이돌 그룹이 일으켰던 ‘K팝 붐’은 2세대쯤 될 것이기 때문이다.
1세대와 2세대 한류는 드라마와 가요라는 서로 다른 장르도 장르였지만 한류주체를 아줌마에서 소녀들로 세대간 이동시킴으로써 한류의 뿌리를 더욱 깊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걸 그룹의 일본 진출이 시작되었다. 걸그룹의 일본진출에 앞서 전문가들은 이들 역시 바로 직전에 진출한 아이돌 그룹과 마찬가지로 K팝 붐에 편승할 것이므로 ‘짐승돌’과 ‘인형돌’의 영역다툼이 있을 뿐 큰 차이가 없는 2세대 한류에 머무를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걸그룹이라는 점 때문에 또래 청소년들과 아저씨 내지는 삼촌 팬 등 남성 팬들을 더 많이 끌어들여 한류주체를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 전환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일부 추가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걸그룹의 본격적인 일본 진출이 시작되자 당초 그런 전망과는 전혀 다른 현상들이 벌어졌다. 한국 걸 그룹들은 공주풍의 일본 또래그룹과는 다른 당찬 카리스마를 뽐내며 단숨에 그 인기를 따라잡았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동방신기, 빅뱅, 샤이니 등 한국의 남성 아이돌 그룹의 활약으로 인해 한국 대중음악에 가장 예민한 집단으로 변신해 있었던 일본의 10~20대 여성의 존재였다.
동방신기의 팬들만 일본 전역에 30만 명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최근 한국 보이그룹의 해외 활동이 부진한 가운데 이들 보이그룹 팬들의 한국 음악에 대한 전반적 애정결핍이 걸그룹 쪽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귀엽고 만만한 일본 걸그룹에 비해 당차고 멋진 카리스마를 뽐내며 비교를 거부하는 한국 걸그룹이었기에 보이그룹의 공백을 충분히 메우기에 충분해보였다. 그러나 아무튼 일본 팬들이 열광하기는 했지만 당초 의도나 전망과 달리 가장 충성스러울 것으로 기대했던 계층인 남성 팬들의 움직임은 미미했고, 동성(同性)의 동급생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일종의 동성애 현상이 3세대 신한류의 가장 큰 특징이 되어버렸다.
걸그룹에 대핸 소녀팬들의 반응은 보이그룹에 대한 그것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어떤 면에서는 더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일본 여고생들의 소녀시대 따라 하기 동영상이 화제를 끈데 이어 이번에는 소녀시대의 안무를 세밀하게 소개한 댄스교본이 일본 잡지에 게재됐다.
최근 일본 잡지에 실린 걸그룹 소녀시대의 댄스교본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되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회제가 되고 있는데, 소녀시대 댄스교본에는 소녀시대의 히트곡이자 일본에서도 인기를 모은 ‘지’(Gee)와 ‘오!’(Oh!)의 안무를 그림으로 자세하게 표현돼 있으며, 소녀시대 멤버들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도 댄스교본에 삽입돼 있어 흥미를 더한다. 이로써 소녀시대의 인기가 국내 못지않게 일본에서도 뜨겁다는 사실과 함께, ‘제3세대 신한류’라 할 수 있는 ‘걸그룹 한류’의 주역이 소녀시대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동성애에 가까울 정도로 소녀팬들이 보이그룹 못지 않게 걸그룹에 애정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걸그룹의 구애 대상자인 아저씨 내지 삼촌팬들은 여전히 굼뜬 채 이상야릇한 방식으로 애정표시를 해오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의 인기비결을 차트 분석하는가 하면 경제전문지까지 한국 기업의 성장세와 닮은꼴이라는 등 현미경 분석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아저씨 팬들의 ‘그들만의 애정표시’였던 셈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만의 애정표현을 넘어 본격적인 아저씨 팬들도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3세대 한류가 당초 가야할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최근 일본에 진출한 소녀시대와 카라, 포미닛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걸그룹들이 섹시한 매력과 탄탄한 실력을 앞세워 한류에 무덤덤했던 30~40대 일본 아저씨들의 마음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 걸그룹 카라의 곡 ‘미스터’를 접한 뒤부터 섹시한 엉덩이춤과 탄탄한 노래실력에 반해 열성팬이 됐다는 일본 도쿄의 한 40대 직장인은 “한국 걸그룹은 일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섹시함과 실력을 갖고 있어 놀랐다. 왜 많은 사람들이 ‘한류’를 외치는지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일본 걸그룹들이 귀여움만 강조하는 데 실망한 아저씨부대가 섹시하고 화려한 콘셉트로 무장한 한국 걸그룹에 열광하며 ‘갈증’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일본 감독 다케우치 히데키와 배우 다마키 히로시는 “일본의 3040세대는 천편일률적인 일본 걸그룹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며 “무언가 확 끌어당기는 한국 걸그룹의 신선한 매력이 일본에서 통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일본 아저씨들이 한국 걸그룹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소녀팬들이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걸그룹에서 보지 못하는 그 무엇’이 손꼽힌다. 다만 소녀팬들과 달리 둔감한 피부 탓에 감전이 늦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처음 일본의 걸그룹과는 많이 다른 한국의 걸그룹이 도래했을 때 또래 여성들은 닮고 싶어 안달이 나 환호하는 반면, 남성팬은 아직 거부감으로 관망 중이었고, 그걸 보면서 韓·日 양국 팬들의 '걸그룹' 감상법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한국의 기획사측이 "한국에서 남성을 겨냥해 만들어진 걸그룹이 일본에서는 소녀 팬의 집중적 환호를 받고 있다"며 전체 팬의 50%가 넘는 동성 또래팬들의 수치에 놀라움을 표했겠는가. 또한 어떤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 남성에 비해 소극적인 일본 남성들이 '파워걸' 느낌을 주는 한국 걸그룹에 다소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롱런을 위해서는 친근감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까지 분석했겠는가.
소녀시대 써니조차 "한국에서는 공연을 하면 '우와'하는 남자들 환성이 크게 들렸는데 일본에서는 '꺄악'하는 소리에 압도됐어요. 우리 또래 여자들이죠. 그분들에게 저희가 멋있게 보이나 봐요."라고 일본에서는 남성팬들보다 소녀팬들이 많은 것을 신기해했을 정도였다.
아무튼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걸그룹의 팬들이 아저씨가 아니라 또래 소녀팬들이었고, 국내에서는 '삼촌팬'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10대는 물론 30~50대 중장년 남성 팬을 대거 거느리며 인기몰이를 해왔던 걸그룹들이 일본에서는 다른 종류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분석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일본 남성의 소극적인 면에서 찾으면서 롱런을 위해 아저씨들의 친근감을 높이라는 충고까지 나왔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할까...
또래 소녀팬들이 ‘꺄악’ 소리를 지를 때 골방에서 소녀시대를 분석하던 오타쿠 아저씨들의 분석 작업이 끝난 것 같다.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칼럼에서 “한국 걸그룹은 일본에 비해 긴 연습기간에 혹독한 훈련을 거친다. 5~9명에 달하는 멤버들이 일사불란하게 안무를 펼치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평가한 일본의 한 문화평론가의 분석결과처럼 말이다. 그리고 소극적인 탓에 덮어놓고 좋아하는 대신 좋아할 이유를 분석해놓고 나서 좋아하기 시작하는 일본 아저씨들의 ‘우와’ 소리도 커져갈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한국 걸그룹들의 성공적인 데뷔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움츠려 있던 일본 아저씨들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 것이나 ‘욘사마’에 열광하는 아내를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다는 40대 직장인의 말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한국 걸그룹들이 늦바람난(?) ‘아저씨부대’까지 끌어들이며 새로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 걸그룹이 대인기를 끌면서 일본에는 ‘신칸류(신한류)’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류에 무관심하던 아저씨부대를 형성하며 퍼져나가고 있는 ‘신한류(신칸류)’는 한류의 주도세력을 아줌마와 소녀에서 아저씨로 성 전환시켜 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찾아온 아줌마와 소녀들이 떠난 것도 아니니 제3세대 신한류는 가장 폭넓은 주도세력을 갖게 된 것이다. 주부들이 ‘욘사마’를 외치며 배용준에 열광하던 기존 ‘한류’와도 다르며 소녀들이 ‘오빠’를 외치는 또 다른 한류와도 다르다는 의미다. 이로써 여전히 2.5세대에 머무르고 있던 신한류는 3세대 한류로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며, 다시 재도래를 시작할 한국 보이그룹과의 본격적인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참고자료>
‘걸그룹에 소녀팬들...일본의 신한류는 동성애컨셉?’, 2010.9.7. http://cafe.daum.net/solbeeya/d4Aj/24
‘별 거 다하는 일본식 오타쿠 문화’, 2010.9.24 http://cafe.daum.net/solbeeya/d4Aj/25
소녀시대, 에이벡스의 '동방3인' 퇴출에 관련?, 2010.9.30. http://cafe.daum.net/solbeeya/cHyI/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