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어사로 1... (대전을 떠나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시위사태... 전국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1차 민중 총궐기대회는 폭력으로 얼룩졌다. 이에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으로 지탄(指彈)이 빗발쳤다. 일부 종교인과 야당 정치인까지 나서 민주노총의 평화적 시위를 압박하게 만들었다. 이에 위원장은 조계사로 피신(避身)하였다가 자수하였다. 조계사는 범죄혐의자를 避身시켰으니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인가? 간첩도 은신하면 숨겨줄 일인지... 우리 사회의 갈등(葛藤)은 폭력 없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 칡과 등나무라는 葛藤... 사정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화합하지 못하는 경우다.
넝쿨식물인 칡과 등나무... 칡은 좌측으로 오르고, 등나무는 우측으로 오르니 두 나무가 만나면 당연히 얽히게 되니까 바로 갈등의 유래다. 칡 하니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가 생각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시작한 이 시조는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와 더불어 같은 세트다. 즉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로 시작한 이 시조는 죽을 각오를 하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시조다. 정몽주의 어머니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라고 가르쳤단다. 산에 가면 칡은 많지만 등나무는 드물다. 등나무가 자생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 있으니 부산의 범어사다.
범어사(梵魚寺)는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한 뒤인 문무왕 때에 창건하였고 흥덕왕 때 중창(重創)하였다고 전한다. 일설에는 신라 흥덕왕 때 동해에 왜구가 침입하여 신라를 위협하였다. 그때 왕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의상대사로 하여금 금정산(金井山)에 올라 가 기도를 올리면 왜구가 물러날 것이다.’라는 진언(眞言)을 하였다. 말 그대로 하였더니 과연 왜구가 물러났단다. 이를 기리기 위해 범어사를 창건하였단다. 하지만 의상대사는 효소왕 때 입적(入寂)하였으니 130년이 빨라 시기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설이라 어째든 의상대사가 틀림없이 창건한 梵魚寺는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의 하나다. 또한 영주 부석사와 함께 신라 화엄십찰(華嚴十刹)의 하나로서, 왜구를 물리친 비보(裨補)사찰이다. 특히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西山大師)가 범어사에서 활동을 한 이유로 왜군에 의해 전소(全燒)되었다. 또 일제강점기에 범어사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만해 한용운 선사와 함께 ‘범어사학림의거’라는 독립만세운동을 했던 일은 꽤 유명하다. 전국에서 사용 될 태극기를 이곳에서 모두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부산 범어사로 2... (양산을 지나며)
범어사가 있는 금정산(金井山)...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동래현 북쪽 20리에 있는 명산이다. 이 산마루에 높이 50여 척의 큰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 위에 금빛을 띤 샘이 있다. 이 샘은 항상 물이 가득 차 있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샘에는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고 하여 금샘(金井)이라 하였다. 이 전설이 깃든 금정산 기슭에 위치해 있어 ‘하늘의 물고기’라는 뜻으로 金井山 범어사(梵漁寺)라 이름 하였다. 이 범어사를 12월 6일 한화관광을 따라 여행을 떠났다.
대전을 떠난 여행길 금강유원지와 청도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김해의 대동JC에서 남양산IC로 빠져 나간다. 양산의 호포역에서 시작한 산행길... 금호사-희망공원-임도-하늘릿지-통천문-장군봉갈림길을 거쳐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북문-범어사로 이어지는데 4시간이 소요된다. 다리가 불편한 나로서는 산행을 하지 않을 사람과 함께 범어사로 직행하였다. ‘행복한 동행, 선도 양산’은 부산의 배후 도시로 지하철로 연결된다. 남양산 근처의 양산타워... 양산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근처 양산천을 중심으로 분수공원, 또 구름다리는 리듬에 맞춰 빛의 유희(遊戱)를 즐길 수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양산... 자장율사가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부처님의 정골(整骨), 불아(佛牙), 불사리(佛舍利), 가사(袈裟) 등이 모셔져 있는 통도사가 일경이다. 봄이면 철쭉과 진달래가, 가을이면 억새가 절경을 이룬 천성산, 울창한 숲 속으로 흐르는 계곡이 아름다워 피서객과 등산객이 줄을 잇는 내원사 계곡, 상중하 3단으로 떨어지는 물보라가 사방으로 퍼져 멋진 풍경을 자아내는 홍룡폭포, 가지산 고봉을 타고 흘러내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배내골, 낙동강의 낙조(落照)를 탄성(歎聲)시키는 천태산의 정상 등이 볼만하다.
그 외 낙동강과 그 건너편의 산들과 어우러져 수려한 산천을 느낄 수 있는 임경대... 물이 맑고 주변의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만이 들리는 대운산 자연 휴양림도 양산의 자랑거리다. 이곳이 고향인 이원수 선생이 생각난다... 15세에 그가 작곡한 고향의 봄...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로 시작한 이 노래는 지금도 불멸(不滅)의 주옥(珠玉)같은 노래다. 단순한 한편의 동요가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가 곱게 스며드는 마음의 그림이다. 동시에 현대 한국인의 기본율동이 용해(溶解)되어 있는 가락이란다. 부산으로 떠난다.
부산 범어사로 3... (범어사에서)
다시 남양산IC로 진입한 여행길은 양산JC를 지나 노포IC로 나가 범어사로... 노포IC에서 얼마가지 않으니 구불구불한 산길로 이어진다. 우측으로 깊게 경사진 도로... 위험하게 느낀다. 과속(過速)을 할 수 없는 도로이기에 자연 경관을 바라보기에 좋다. 도심(都心) 속에서 찌든 피로를 풀기에 적격(適格)이다. 지나는 길에 한편에 서 있는 자동차... 청춘 남녀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드라이브 족(族)일 것이다. 계절은 대설(大雪)이고 보름만 지나면 동지(冬至)... 해가 짧은 시기지만 아직 남아있는 낙엽... ‘마지막 잎새’가 생각난다.
미국의 O.헨리가 지은 ‘마지막 잎새’... 폐렴(肺炎)으로 사경(死境)을 헤매는 무명의 여류화가... 주위의 격려와 위안 속에서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쟁이덩굴 잎이 다 떨어질 때 자기의 생명도 끝난다고 생각했다. 같은 집에 사는 친절한 노화가(老畵家)가 나뭇잎 하나를 벽에 그려 심한 비바람에도 견디어낸 진짜 나뭇잎처럼 보이게 하여 그녀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는 이야기다. 운명을 겁내면 운명에 먹히고, 운명에 도전하면 운명이 길을 비켜주는 것인가? 이 소설은 고칠 병 하면 낫는 것이고, 고질 병 하면 불치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가람(伽藍)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인 조계문(曹溪門)에 도착한다. 천왕문과 불이문과 함께 일주문의 하나인 曹溪門... 기둥 두 개로 지지(支持)되는 다른 사찰의 일주문과 달리 암반 위에 돌기둥 네 개를 세워서 3칸을 만들었다. 원래 일주문(一柱門)은 문의 양 끝에 한 개의 기둥만을 세워 조성하였기 때문에 범어사 조계문은 일주문이라 할 수 없다. 다만 일주문이라 하는 이유는 ‘절에 들어가면서 첫 번째 만나는 문’으로 의미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이 一柱門은 세속(世俗)에서 때 묻은 마음을 벗고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조계문에 이어 천왕문, 불이문, 보제루를 지나니 대웅전에 이른다. 가람으로 들어가는 두 번째 문인 천왕문(天王門)... 불법을 수호하는 동서남북 네 방향의 문을 지키는 신중(神衆)인 사천왕을 모셨다. 10척이상의 키에 우락부락한 눈... 어릴 때 이 사천왕을 보고 무서움을 느낀다면 평소 죄를 많이 지은 것이라고 어른들이 말했던 기억이 난다. 사천왕께 빌면 용서를 해 주고 앞으로 죄를 짓지 말라고 하였다. 사찰의 세 번째 문인 불이문(不二門)... 있음과 없음, 삶과 죽음, 선과 악 등이 같단다. 양 극단에 치우치지 말고 중도적 관점을 뜻한다. 해탈문(解脫門)이라는 不二門을 지나면 보제루(菩提樓)다.
부산 범어사로 4... (대변항에서)
절의 중심 불전 앞에 세워진 보제루(普濟樓)... 만세루(萬歲樓), 구광루(九光樓)라고도 하는데 두루 모든 중생을 제도(濟度)한다는 뜻이다. 강당(講堂)의 기능을 갖춘 이곳은 예불하고 법요식(法要式)이 거행하는 곳이다. 높은 석계(石階)를 올라 가야하는데 누각 밑을 통과하여야 대웅전(大雄殿)에 도착한다. 가람의 중심인 大雄殿... 주불전(主佛殿)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곳이다. 大雄이란 법화경에서 사마(四魔)에게 항복을 받아낸 큰 영웅이란 뜻이다. 주변에 서지전, 나한전, 지장전, 비로전, 미륵전, 삼층석탑, 종루 등 전각들이 많이 있다.
불교신자인 일행 중 한 분이 사찰(寺刹) 음식을 먹자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이를 '공양한다.'라 한다. 즉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모나 스승, 이웃 등에게 향(香), 등(燈), 차(茶), 꽃(花) 과일(果) 등을 드리거나 밥을 지어 올리거나 먹는 일'을 말한다. 공양은 사찰 음식은 맛을 떠나서 일체 인공 조미료를 쓰는 일이 없단다. 숲에서 얻을 수 있는 낯선 이름의 건강채소들이 사찰음식이다. 오늘 점심... 반찬이 나물과 김치찌개와 된장국이 나왔는데 맛이 있다. 사찰 공양... 고마운 마음으로 먹으면서 마음 까지 수양을 쌓을 일이다.
500년 이상 된 은행나무... 높이 25m에 이르는 이 나무는 한 승려가 나무에 서식하고 있는 땅벌을 잡기 위해 연기를 피우다가 나무에 불이 붙은 탓에 밑둥치에 구멍이 뚫려 있다. 이곳 보살께 등나무 산책로를 물으니 모른다. ‘산책로’ 뜻을 모르는지... 마치 해우소는 알아도 화장실은 모른다는 격이다. 천연기념물인 등나무 군락... 6,5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데 소나무, 팽나무, 참나무들을 감고 올라가니 밀림(密林) 속의 풍경이다. 등나무가 꽃이 피는 5월에는 화려한 선경(仙境)을 연출하는데 이를 등운곡(藤雲谷)이란다.
이제 범어사를 떠나 기장군 대변항으로... ‘전통과 첨단이 조화되는 물과 빛 그리고 꿈의 도시 기장군’이다. 경상남도 동래군에서 양산군으로, 다시 부산시에 편입된 기장군... 멸치회가 유명하여 소주 한 잔을... 원(願)이 없는 하루다. ‘없다’하니 그 시리즈는? 10대는 철이 없고 20대는 답이 없단다. 30대는 집이 없고 40대는 돈이 없단다. 50대는 일이 없고 60대는 낙(樂)이 없단다. 70대는 이(齒)가 없고 80대는 처(妻)가 없단다. 요즘 경제란... 노사정(勞使政) 모두가 합의한 대 타협안을 일부 노동자의 반대로 폭력화됨을 비판해 본다. 오늘 여행을 마치며 경부고속도를 타고 대전으로... 고맙습니다.
범어사 전각들
은행나무
등나무 군락지
대변항의 멸치회
첫댓글 항상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멸치회 정말 맛있겠다~~먹고싶네요^^
때가 되면 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