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 음료수, 고등어와 코다리
날이 추워지는 이 맘때쯤에 코다리가 많이 나갑니다. 코다리를 토막내서 쪄먹는 것이 맛이 좋다고 합니다.
코다리는 생태의 한 종류로, 4마리 묶음에 6500원에 팝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오늘도 이동장터에는 코다리가 종종 나갑니다.
그러던 차, 반가운 손님이 오셨습니다. 올해 초 지역 어르신께서 추천해주신, 밑반찬 지원가구 대상자 분께서 나오셨습니다.
아내를 사별하고, 자녀까지 먼저 보낸 아버님이셨습니다.
초반에 만났을 때는 매우 우울증이 심해보이셨습니다. 말도 먼저 잘 안꺼내시고, 조용히 지내시던 젊은 어르신이셨습니다. 부담스럽게 계속 다가가는 것이 힘드실까 싶어, 밑반찬 제공을 해드리겠다는 말씀과 서비스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7개월이 지났습니다.
밑반찬을 받고 통 반납할 때 어느 순간, 작은 포스트잇에 잘먹었습니다라고 하시던 아버님께서, 밑반찬이 끝날 무렵엔 복분자 엑기스를 직접 내리셔서,PT 한 병을 갖다 주셨습니다. 아버님의 마음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계셨던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아버님이 오늘은 이동장터까지 나오셨습니다. 적극적으로 물건을 구매해주셨습니다. 오늘 반찬은 무엇을 해드시는지 여쭤보니, 고등어, 코다리를 사신다고 합니다. 직접 조리해서 식사까지 해드신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며, 얼마전 함평까지 가서 머리를 하고 오셨다고 합니다. 동네에 버스가 드물게 와서 읍에 가는것보다 함평가는게 더 수월하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건네주시니 제가 더 좋았습니다.
물건 팔고 떠나는 이동장터 차에 손도 흔들어주시고, 처음에 비해 많이 가까워졌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일상을 조금씩 공유해주신 아버님이 고마웠습니다.
이따금씩 복지할 때는, 독거 어르신 있다하면 서비스를 어떻게든 주려고 하고, 그 분과 어떻게든 만남의 접점을 만들어, 어떻게든 관계를 이끌어내려고 작위적인 노력을 많이 했던것 같은데, 이 곳에서는 그런 아버님의 상황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아버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보니, 서로 편안하게 더 만나게 되게 됩니다.
힘든 시간에 대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웃으면서 손흔드는 아버님의 모습에,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다 싶은 생각에 걱정을 조금 내려놓은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