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전주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무죄판결을 뒤집고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인사개입의 책임을 물어 이해하기도 동의하기도 어려운 벌금 천만 원을 선고했다. 아직 상고심이 남아있어 더 다퉈 볼 여지는 있지만 전북교육이 흔들리게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그의 인사개입이 있었는지, 단순 의견 표명과 재량권 행사였는지 그것이 관행이었는지, 처벌이 정당한 것인지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자세한 내용은 김승환 교육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그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하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가 교육감으로서 보여준 실천과 곧은 의지, 감동적 교육 변화에 기반하여 여전히 그를 응원한다.
진보교육계는 그리고 최소한 전북교육계는 그에게 커다란 시대적 빚을 지고 있다.
찬찬히 돌아보자.
얼마 전 8년간 도피생활을 하다 구속된 최규호 전 교육감은 부패비리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2010년 교육감 선거당시 “누가 되던 행정 못해도 좋으니 제발 부패비리만 없어도 전북교육이 살겠다.”가 교육계의 염원이었다.
그리고 2018년 현재 전북교육계에서 부패비리는 잊혀진 단어가 되었다. 심지어 최하위에 머물던 행정기관 청렴도는 전국 최상위권을 평균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가히 혁명적인 변화다.
이명박근혜 시절 9년은 우리 사회가 한 발짝도 진보하지 못하고 외려 퇴보하던 암흑의 시대였다.
진보진영에겐 저항과 선명한 투쟁을 통한 사회발전은 고사하고 그저 깃발을 들고 서있는 것도 버거운 시절이었다.
특히 교육은 광풍이 몰아치는 폭거의 시절이었다.
저항하는 교사는 자르고, 교육감에게는 고소고발로 대응하고, 감사팀을 보내 이 잡듯이 뒤지고, 심지어 교육감을 미행 도청 사찰까지 자행하는 시절이었다.
학생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일제고사, 학폭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여 주홍 글씨 새기기, 자사고 특목고 등 교육의 수월성 추구, 반인권정책, 학교민주화 역행 정책. 역사왜곡 교과서 강요하기.
교사에겐 동료교사를 경쟁의 상대로 내모는 차등성과급, 교원평가, 학교평가를 통한 예산 차등지급, 내부형 교장공모제 무력화, 돈과 점수로 교사를 길들이고 파편화하기.
말 잘 듣는 교육청에 돈 몰아주며 관리하기, 전교조 법외노조화, 교사에 대한 부당징계 등.
도저히 맨 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운 그야말로 야만의 시절이었다.
이러한 위협과 폭거에 전교조출신 교육감들마저도 흔들리고 타협하는 안타까운 모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전북은, 김승환 교육감은 달랐다. 자신의 신념도 있었고 법학자로서의 양심도 있었겠지만 교육감으로서 자신의 직을 걸고 소송을 불사하고 교사와 학생,참교육을 향한 원칙에 타협이 없음을 저항적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광풍에 흔들리는 깃대를 붙잡고 보통교육 평등교육을 지켜내는데 맨 앞에 섬을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그가 모든 것을 잘하지는 못했다. 때론 진보교육계와 다투기도 하고, 방법적 이견을 보이며 갈등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계 수장으로서 그가 보여준 결기는 여느 운동권 못지않았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문재인정부 들어 교육적폐청산의 흐름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지지부진하지만,
혹독한 시절에 교육개혁의 그 소중한 희망의 씨앗을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은 김승환 교육감의 역할이 컷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모든 공을 그에게 돌릴 순 없으나 최소한 그의 공이 크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것만으로도 전북교육을 넘어 우리 교육 역사에서 그는 대접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에게 암흑의 시대를 버티고 평등교육을 유지시켜간 것에 대한 시대적 빚을 지고 있다.
개혁의 속도와 방향 등 일부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철학을 그의 신념을 그의 노력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공자는 爲己之學이 아니라 爲人之學을 하는 선비가 仁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위기에 처해있다. 그간 수많은 송사를 거치면서 교육감직 상실 따위는 그의 인생에서 큰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외려 자신의 양심에 반하지 않는 행동이 불명예스러운 판정을 받는 것에 더 당황해하고 잠 못 이루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를 응원하고 지켜줘야 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