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분지울엔...
월드컵 그리스전을 응원했었던 분지울사랑방 대신에 돔하우스가 들어서 있고,
입구쪽 사이트들도 자연석 축대로 깔끔히 정리되어 있고
하우스트레일러도 자리를 옮겨 나란히 서있고
화장실, 개수대도 비닐옷을 입고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분지울 작은캠핑장은 가을옷을 벗고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가는 분지울이었지만
안락한 휴식처와 그 쥔장께서 늘 한결같이 반겨주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음주는 어디로 갈까?"
언제부턴가, 아내와 난 일요일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다음주 일정을 논의하게 되었다.
지난주 금국자연농원에서 캠핑을 마치고 돌아올때도 예외없이
"다음주는 어디로 갈까?" 하며 아내의 의견을 구했다.
그 다음주에 아이들 학교시험도 있고, 요즘 몸도 힘들다며 이번 한주는 쉬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아내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매주 긴장된 금요일 하루일과를 마치고, 퇴근하자마자 짐싣고 떠나서
일요일 늦은오후에 집으로 돌아와 짐정리하고 쓰러지듯 잠자리에 드는것이 주말의 일과가 되다보니
집에서의 휴식도 필요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엔 오랜만에 친구들과 가까운 곳에서 가벼운 등산후에 막걸리 한잔을 하고,
일요일엔 집에서 방구들에 누워 뻥튀기 먹어가며 만화책장 넘길 상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히려 주말에 집에서 보내게될 휴식이 기다려졌다.
월요일 저녁 아내는 주말에 혼자 캠핑을 다녀오라고 한다.
토요일 일요일 아이들 시험공부를 시키려고 하니, 캠핑가고 싶으면 다녀오라며 선심을 쓴다.
아이들 성적이 오르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과 함께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씁씁한 우스개소리가 떠오른다.
몸부림치듯 기지개펴며 가까스로 일어났던 월요일 아침만해도
뻐근한 몸을 이끌고 문밖을 나섰던 월요일 출근길에서도
이번주말엔 집에서 쉬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내가 흔쾌히 솔캠을 허락해주니 이놈의 몸둥아리가 솔깃해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갈까...?
영월로 갈까...?
만화책을 빌려가볼까...?
가서 실컷 잠이나 잘까...?
이번엔 무슨 요리를 해볼까...?
날도 추워지는데 정종을 마실까...?
주문을 외우듯 혼자 중얼거리다 잠이들었다.
화요일 아침식사때 아내의 새로운 전갈이 날아왔다.
『 아이들 시험공부도 시킬수 있고, 따뜻한 커피 한모금과 책도 보며 편안히 쉴수 있는 캠핑장을 섭외할것! 』
난 그제서야 알았다. 아내와 나의 여독이 풀리는데 필요한 시간의 차이를.....
놀토도 아니고 미리 체험학습도 제출하지 않으터라, 아이들 학교마치고 점심때 출발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떠나보는 1박2일의 여정이다.
토요일 아침 이불속에서 학교가는 아이들을 배웅한후, 다시 늦잠을 청하고
자다 지쳐 일어나서도 시간에 쫒기지 않고 여유로운 샤워를 하고
아내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는사이 시식코너를 돌며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캠핑장비를 실어날으는 엘리베이터안에서 휘파람 부는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도 보고
아내가 옷가방 챙기는 사이 청소기를 돌려주어도.....
아직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토요일 오전이 이렇게 길었던가?....
토요일 오전이 주는 여유로움이 1박2일 캠핑의 매력으로 새삼 다가왔다.
가깝고, 조용하게 오붓한 분위기에서 아이들 책도 읽히고, 마음껏 게을러지고 싶은곳... 분지울로 향했다.
▲ 입구에 새로 선보인 분홍 돔하우스
▲ 오랜만에 보는 짱투가 의젓해졌다.
▲ 입구쪽 사이트들도 자연석으로 깔끔하게 구획정리가 다되었다.
▲ 건태아빠님과의 텔레파시 덕분에 오붓하면서도 외롭지 않은 캠핑을 할수 있었다.
영화 '친구'에서 친구란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벗이라 했다.
캠핑장에 가면 언제나 좋은 친구가 있다.
학창시절처럼 매일 볼수는 없지만
한달에 몇번씩 만나고, 만나면 며칠씩 함께 시간을 보내니 친구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해맑은 소년의 웃음을 가진 건태아빠님과
그런 건태아빠님께 너무 잘어울리는 건아엄마님
언제나 달려가면 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겨주시는 반달곰님
그리고 부부의 인연으로 만났지만, 친구의 인연으로 살아가고픈 손사임당님!
이번 주말에 명성리 밝은 별빛아래, 맑은 물이 솟는 분지울에서 함께한 좋은 친구분들이다.
덕분에 동짓달 긴긴밤을 행복하게 지샐수 있었다.
▲ 난로와 양초 불빛아래에서, 반달곰님 덕분에 오~랜만에 한라산 소주도 맛보았다.
▲ 반달곰님의 푸근한 미소도, 매력적인 수염도, 넉넉한 너털웃음도...그대로였지만, 웬지 수척해지신것 같아 자꾸 마음이 쓰인다.
▲ 촛불에 취한 눈망울엔 여리고 마음착한 건아엄마님만 있을뿐, 국민남동생, 철의여인은 없었다.
▲ 아직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멀리선 벌써 먼동이 터왔다.
명성리 분지울에서
밝고 맑은 친구분들과 함께한 무박2일...
오랫동안 기억되고 그리울것 같다.
▼ 오가와 화목난로 [치비스토브, CHIBEE STOVE]
▲ 베레로를 보는순간 아내는 이텐트 마음에 든다고 했다. 몇달뒤 우린 베레로 유저가 되었다.
지난주말 화목난로가 마음에 든다고 아내가 관심을 보였다. 올겨울이 가기전 화목난로 유저가 되어있을까?...(^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