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1호 대통령 경호관' 배우 이수련 "죽는 훈련 정말 많이…어차피 한번은 간다" (daum.net)
'女1호 대통령 경호관' 배우 이수련 "죽는 훈련 정말 많이…어차피 한번은 간다"
박태훈 선임기자입력 2023. 12. 20. 08:28수정 2023. 12. 20. 09:20
10년간 靑경호관…배우 출사표 던지자 女후배들 만류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섬'에서 경호팀 리더로 활약한 배우 이수련. ⓒ 뉴스1 DB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섬'에서 경호팀을 이끌며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이수련(42)은 여성1호 대통령 경호관 출신이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온 이수련은 2004년 대통령 경호관 공개모집에 지원, 여성 공채1기로 경호실에 들어가 2013년까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 10년간 3명의 대통령을 근접 경호했다.
이수련은 20일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와 인터뷰에서 경호원 시절 에피소드와 함께 "인생은 어차피 한번 죽는다"라는 심정으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마음을 들게한 배경으로 "경호할 때 죽는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본명이 이수령으로 '배우를 하겠다'고 결심해 이수련이라는 예명을 쓰고 있다는 그는 "우심방 중격 결손이라고 해서 정맥과 동맥의 피가 섞이는 그런 심장 구조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했다.
이런 신체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격 자체가 활달해 육상, 축구하는 것을 좋아해 초등학교부터 태권도를 시작해 지금은 태권도 5단"이라며 이제는 누구 못지않게 건강한 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여중, 여고를 나온 이수련은 " IMF 외환위기 때 등록금 안 내는 학교가 어딜까 고민하다가 사관학교를 지원했지만 신체 검사 때 군의관이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해 사관학교를 못 가고 이화여대를 가게 됐다"고 했다.
대학 때 "방송국에서 프리랜서 리포터를 했었는데 이게 재미있어 졸업할 때 PD나 기자가 될까 해 언론사 입시를 준비를 했었다"는 이수련은 "언론사 입시 공부하려면 신문을 많이 봐야 하는데 그때 신문 하단에 '대한민국 대통령 경호실에서 여자를 처음으로 공채로 뽑는다'는 공고가 난 것을 봤다"고 했다.
이에 "이거다 너무 가슴이 뛰어 지원을 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뽑혔다"고 했다.
하지만 경호실에 들어간 뒤엔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이수련은 "경호실은 군대적인 조직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인데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온 저때문에 선배들이 너무 힘들어했다"며 "훈련때 조교들이 '저기 보이는 저 골대 찍고 옵니다. 선착순 1 2 3'하면서 '힘듭니까?' 그러면 '아닙니다' 해야 하는데 저는 '너무 힘들어요' 했다"고 웃었다.
자신으로 인해 "저희 동기들이 전부 얼차려 받았다"며 미안해 한 이수련은 "지금은 쉬는 시간 있으면 같이 족구하고 축구하고 이런 문화가 더 익숙하다"고 했다.
여성 1호 대통령 경호관에서 배우가 된 이유에 대해선 "제가 영문과 출신이어서 미국이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국빈들이나 정상들을 근접 수행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정말 좋았는데 어느 날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5년 후 10년 후 내 모습이 어떻게 될지, 이 조직에서 내가 오를 수 있는 직위가 어딘지 예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재미가 없어 졌다"고 했다.
즉 "예측 방향이 뻔해 그 순간에 모든 게 다 싫어졌다"는 것.
여기에다 "경호관으로서 '안 되면 되게 하라,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악이다 깡이다' 이런 훈련을 받다 보니까 '나라고 안 될 게 뭐 있어' 이런 근자감이 생겨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한번 해보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라는 점도 덧붙였다.
이런 결심을 하고 경호실을 떠나기로 했을 때 "부모님이 많이 말렸고 여자 경호관 후배들이 '선배님 1기인데 지속적으로 가는 모습을 저희에게 보여주셨으면 좋겠다'며 제가 사는 집 현관 문 앞에 밤새 쪽지들을 써서 붙여놓고 가는 등 말렸다"며 "그런 것들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작은아버지가 원로 연극인이라고 밝힌 이수련은 "작은아버지가 '힘든 길이니까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해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잘 된 것을 보시고 '우리 집 안에 그런 피가 있나, 있나 보다, 응원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경호관 시절 죽는 훈련을 많이 했다, 죽는다는 건 인간의 본능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그 반대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했다"는 이수련은 "지금도 어떤 사람들을 좀 구해줘야 될 땐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게 된다"고 했다.
이처럼 "기회가 됐을 때 좀 가치 있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나를 써버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그런 마음으로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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