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의도
창극이란 무엇인가. 판소리에 바탕을 두면서 연기, 연출, 무대미술은 근대 양식을 접목한 근대극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장르이다.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가부끼는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통사회에서 양식화된 장르지만, 창극은 개화기에 분창이 시작된 이후 1930년대 동양극장시대에 시작된 장르로 100년 채 되지 않는 공연 장르이다. 즉 창극은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이시대의 공연물이며, 고전극의 전통과 근대극의 양식을 함께 갖추고 판소리를 바탕으로 연극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를 모두 갖춘 종합예술이다.
창극을 옛날 사람이 즐겨 보았던 장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恨)과 해학(諧謔)이 넘치는 판소리극인 창극은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재미와 의미의 한계를 헤아릴 줄 아는 좋은 공연물이다. 국립창극단은 판소리에 단순히 서양식을 가미하는 것이 아닌 본질을 최상의 가치로 두고 이해하며 현대에 맞게 이시대의 ‘창극’으로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국립창극단 배우들은 국창급 소리꾼들로서 6시간이 넘는 판소리의 완창을 소화하는 창자이자 창극의 배우이다. 국립창극단의 창극에는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양한 배역과 무대가 존재한다. 또한 정해진 보면에 수성(隨聲)음악에 존재하는 연주자들과 창자들의 생동감이 함께한다. 유영대 예술감독은 “창극이 대중화되고 정형화되기 위해선 수성반주를 중시하는 창극의 음악적인 구성을 관현악단의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연주에 배우들이 자신의 감정을 맞추어서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짜릿한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창극이 지닌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하였다.
<청>의 제작 목표와 방향성은 창극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만의 전통양식을 개발하는 한편, 음악극의 보편성을 따라 공감대를 넓히는데 두고 있다. 효(孝)를 주제로 하면서도 끈적끈적한 웃음과 가슴 저리는 듯한 슬픔이 잘 어우러져 있는 <청(淸)> 은 어떻게 잘라낼 수 없을 만큼 좋은 극적 구성을 갖는다. 오늘을 사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뜻 깊게 짚어봐야 하는 비전을 주기도 하고 사랑을 수반하지 않는 효의 의미가 얼마나 가치 없는 것일까? 라는 반문을 던져주기도 한다.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고, 한국적 미의식의 구성을 가진 우리의 영원한 고전 <심청>은 오페라로, 발레로, 뮤지컬로, 춤으로 표현되어 왔다. 이렇듯 많은 장르로 표현되는 <심청>이 이젠 새로운 모습의 <창극>,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리의 모습의 <청(淸)>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전통적인 내용이 진부하고 지루하다는 선입관과 시선을 깨뜨리고 뮤지컬보다 더 생동감이 넘치는 무대와 음악으로 진솔한 판소리의 매력과 여린 듯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멋진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장면별로 보는 <청>
창극 <청>에서는 기존의 판소리 ‘심청가’의 유명한 눈대목을 모두 들을 수 있다. ‘상여소리’, ‘뱃노래’· ‘방아타령’, ‘화초타령’ 등은 합창으로 불려지고 다른 대목들은 독창으로 불러진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판소리 명곡 ‘추월만정’이 불려지면 애호가들은 판소리의 매력을 흠뻑 느낄 것이다.
한국의 기층민요 ‘상여소리’
과거에 자주 볼 수 있었던 주거니 받거니 메기고 받으며 상여를 메고 나가는데 광경을 요즘은 보기 어렵다. <청>의 앞부분에서 곽씨부인이 심청을 낳은 후 죽어 마을 사람들이 상여를 메고 나가며 상여소리를 하는데 그 상여소리가 들을 만한 한국의 기층민요이다. 흔하던 상여소리를 이제는 거의 들어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는 상여소리를 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폭풍우 속에서 거친 항해, 회한과 절망속의 인당수
심청이 인당수 제수로 몸이 팔려 넓고 넓은 바다로 나아갈 때 유명한 ‘범피 중류’ 대목에 이어 ‘뱃노래’가 합창으로 불러지게 된다. 첫 부분은 넓은 바다를 향해 천천히 출발하는 배의 출항모습을 그린다. 템포도 느리고 소리도 유장하게 진양조로 되어있다. 그렇게 한참 항해하면 선인들이 배를 저으며 뱃노래를 하게 되는데 도창이 앞소리를 메기고 선일들이 뒷소리를 받아주며 한다. 그리고 그 뱃노래에 이어 북을 울리면 심낭자가 인당수 물에 빠지는 대목이 이어진다. 이 부분은 음악이 극적상황을 가장 멋지게 표현하는 훌륭한 장면이다. 바다로 뛰어들어야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도화동 쪽을 바라보며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 청이는 조금도 생각 마옵시고 어서어서 눈을 떠 대명청지 다시 보고 칠십생남 하옵소서”라는 말을 남기고 뱃머리로 나아가 바다에 빠지는 장면이 창극<청>의 하이라이트이다. 극중 16m의 회전무대는 단순한 시각화의 작업이 아닌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또한 청이 홀로 물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거대한 소용돌이와 한없이 연약한 한 개인을 대비하는 효과를 거뒀다.
전통사회 안의 파격적인 일탈! 뺑덕어멈과 ‘방아타령’
‘추월만정’ 이후 대왕이 맹인잔치를 배설하고 뺑덕어멈이 등장하게 되어 재미있는 <뺑파전>의 한 부분이 연출되게 된다. <심청전> 안의 뺑덕어멈은 파격적인 인물이다. 절제를 미덕으로 알고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전통사회에서 과연 그러한 인물이 있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그것도 어린 심청이 목숨을 바쳐 아버지 눈을 띄우려는 이야기의 전개과정에서는 더욱 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일반적 관념에 벗어난 행동과 말을 하는 뺑덕어멈의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은 웃음과 재미를 찾는다. 맹인잔치에 심봉사는 뺑덕어멈과 황봉사와 함께 중간에 주막에 당도한다. 이때 심봉사 일행은 황성 맹인잔치에 가는 맹인들과 어울려 한바탕 질펀한 팔도민요잔치를 벌인다. <청>전체를 통하여 가장 해학적으로 구성되어, 지금까지 조여왔던 구조에서 풀어주는 구조로 옮겨온다. 재미있는 노랫말과 윤충일 등 최고의 배우들의 명품 연기를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더욱 풍성해진 ‘화초타령’ 과 판소리 명곡 ‘추월만정’
심청이 황후가 된 다음에 불려지는 합창의 ‘화초타령’과 심황후 독창의 ‘추월만정’ 대목이 들을 만한 대목이다. ‘화초타령’은 판소리 심청가의 유명한 대목으로 가야금병창으로도 자주 불려진다. 합창으로 불려지는 이번 창극에서는 더욱 풍성한맛이 있다.
심황후가 독창으로 부르는 ‘추월만정’은 널리 알려진 대목이다. 심황후가 고향의 아버지를 그리며 부르는 이 대목은 청중을 숙연하게 하고 판소리의 매력을 전달할 것이다.
공연줄거리
1부
황주 도화동에 사는 심봉사와 곽씨부인 사이에서 딸 청이 태어났다. 그러나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곽씨부인이 죽고 심봉사는 어린 딸을 동냥젖으로 키우게 된다.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한 심청은 밥을 빌어 부친을 공양한다. 이웃의 장승상 부인이 그 이야기를 듣고 수양딸로 삼고자 하나 부친 공양을 이유로 거절하고 돌아오는데, 딸을 기다리던 심봉사는 날이 저물도록 심청이 오지 않자 마중을 나가다가 물에 빠진다.
이때 그를 구해준 화주승에게 공양미 삼백 석을 불전에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공양미 삼백 석의 시주를 약속하지만 길이 없어 시름에 빠진다. 효성 깊은 심청은 이 말을 듣고 남경장사 선인들에게 인당수 제수로 자신을 팔아 공양미 삼백 석을 받고, 자신은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2부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은 옥황상제의 명을 받은 동해용왕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 곽씨부인을 용궁에서 상봉하고, 다시 인간 환속을 하게 되어 황후가 된다. 이 때 심봉사는 못된 뺑덕이네를 만나 가산을 탕진하고 있었는데 부친의 걱정만 하던 심황후가 황성맹인잔치를 열고, 이 소식을 들은 심봉사도 뺑덕이네와 상경을 하던 중 뺑덕이네가 도망을 친다.
갖은 고생 끝에 황성 맹인잔치에 참석한 심봉사와 심황후가 상봉을 하고 죽은 줄 알았던 심청이 살아 있음에 심봉사는 더욱더 놀라는데 아직 부친이 눈을 뜨지 못한 것을 슬퍼하는 ‘심청’의 효심에 하늘이 감동하여 심봉사가 눈을 뜨고 광명천지를 환하게 보게 된다.
주요출연자
◉ 심청- 이소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전문사과정중이며,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이다. 2004년 임방울 국악제전 판소리 일반부 최우수상, 2007년 국립극장 차세대 명창, 2008년 국립국악관현악단 기획연주회 ‘젊은 예인을 위한 협주곡의 밤’ 협연, 2009년 국악뮤지컬<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오늘, 오늘이>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는 차세대 명창이다.
◉ 심청- 박자희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 졸업을 졸업하였고, 2002년 제 10회 전국 학생 국악 경연대회 장원. 문화관광부장관상, 2003년 국립극장 차세대 명창 공연, 2006년 독일 월드컵 FIFA FAN FEST 초청 공연, 2006년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주최 초청 공연, 2006년 야후 JAPAN 주최 일본 동경 공연, 2009년 남산 국악당 '남산골 허생뎐' 설희역 등 많은 분야에서 활약중인 차세대 명창이다.
◉ 심청- 서진실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하고, 2006년 고산가사 국악경연 대회 가야금 병창 부문 대상, 2006년 명량국악제 종합대상 등을 수상하고, 1999년 한국문화사절단‘ 우즈베키스탄 공화국’초청공연, 2007년 일본 와카야마현 쿠시모토 후쿠오카 초청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는 차세대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이다.
주요스태프
◉ 예술감독- 유영대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고전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춘향문화선양회 춘향문화대상 학술부분 대상(1998)을 수상하였다.
◉ 연출- 김홍승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태리 연극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오페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구 오페라하우스 관장을 맡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시립오페라단, 예술의 전당 등의 기획 오페라 다수를 연출하였다. 국립창극단과는 <황진이>(1990), <배비장전>(1996,2000), <삼국지 적벽가>(2003), <십 오세나 십 육세 처녀>(2006년) <춘향2010>(2010년) 등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 작창/ 도창- 안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이자 국립창극단 원로단원. 남원춘향제 전국명창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1986), KBS 국악대상(1987), 제25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1993), 예술문화훈장(프랑스문화부, 1998) 등 수상. 판소리 다섯 바탕 완창 등 다양한 소리공연 및 창극 공연에서 소리 및 도창, 작창 작업에 노력중이다.
◉ 작곡/ 지휘- 이용탁
현) 국립창극단 음악감독
중앙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역임, 중앙대 한국음악과 및 동대학원 지휘전공졸업, 헝가리 INTERNATIONAL SEMINAR'S CONDUCTING COURSE 수료, 대한민국 젊은예술가상 수상
◉ 대본- 박성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했다. 강도근, 성우향, 정광수 선생을 사사하고, 199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국립창극단 <장끼전>과 <시집가는 날>의 대본, <산불>, <로미오와 줄리엣>의 연출을 맡은 바 있다.
◉ 안무- 정은혜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 현재 충남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국제무용협회(CID-UNESCO)한국본부 이사, 대한무용학회 이사, (사)한국공연문화학회 이사, (사)한국공연예술학회 이사, 춤 목련회 예술감독, 정은혜무용단에서 단장을 맡고 있다.
◉ 조명디자인- 고희선
◉ 무대디자인- 이학순
이탈리아 밀라노 Nuova Accadeia 무대미술과를 졸업했다. 제15회 서울무용제 미술상(1993), 제31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대상(1995)을 수상했으며 대극장 무대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무대디자인을 제작하는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 분장디자인- 김종한
현재 오픈 스테이지 대표. 국립극단과 국립창극단의 여러 작품을 비롯하여 오페라 <나비부인>, 뮤지컬 <신밧드의 모험>, <아가씨와 건달들> 등과 아시안 게임 개폐회식 등에 분장 디자이너로 참여하였으며, 현재 수원여자대학에 출강중이다.
<청> 주요 공연일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고의 기량을 뽐낸 <청>은 서울에서의 본 공연 전에 이례적으로 소리의 본고장 전주 세계소리축제에서(2006년 9월) 초연을 올려 창극 애호가들의 열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그 여세를 몰아 1차년도(2006년 11월)와 2차년도(2007년 5월) 서울공연 동안 전석 매진에 가까운 관객동원의 성과를 올렸다. 대형 뮤지컬과 오페라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도 찬탄을 할 만큼의 역동적이고도 화려한 스펙터클을 선보이며 국가브랜드 공연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창극 <청>은 국가브랜드 공연으로 지난 6년 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다. 특히 2007년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과 ‘한중교류의 해’문화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상해와 남통 공연을 통해 세계에서도 통하는 공연임을 확인하였고, 매년 전국에서 <청> 초청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청> 지난 6년간 73회, 8만명이 관람하였다.
2006년 9.22~23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 초청작_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
2006년 11. 국가브랜드 1차 공연_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06년 12.9~10 인천문화재단 2주년 기념공연_인천종합문화회관
2007년 5.1~13 국가브랜드 2차 공연_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07년 5.25~26 고양아람누리 개관기념 공연_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2007년 9.17~18,22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 중국 해외 공연_남통 루까오 대극원
_상해 동방예술중심극장
2007년 10.19~20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참가작_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07년 10.26~27 성남아트센터 개관 2주년 기념공연_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2008년 3.15 대구오페라하우스 초청 공연_대구 오페라 하우스
2008년 10.18~19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참가 공연_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09년 5. 2~9 국립창극단 국가브랜드 공연_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10년 4.29~5.8 국가브랜드 3차 공연_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10년 6.10 지방초청공연_경남문화예술회관
2010년 10. 지방초청공연_의성문화예술회관
2010년 11.12 G20기념특별공연_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11년 3. 5 부산문화회관 리모델링 개관기념 초청공연_부산문화회관 대극장
2011년 5.7~8 대전예술의전당 초청 어버이날 기념공연_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2011년 5.15~28 국가브랜드 4차 공연_국립극장 해오름극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