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제1막 [장] 1장 [무대] (맹진사 태랑씨의 안사랑 가풍있는 전가 하수는 안방 집뒤로 재실이 있는 모양 나무 가 울창하고 그중 한 그루 젖나무가 상수 한 구석에 높이 섰다. 막이 열리면 무대는 잠시 비었다. 맹진사 하수 쪽문으로 들어선다. 기고만장하여 일종의 흥분상태이다)
[맹진사] 예! 아무도 없느냐 아무도 없어? 헛 내가 어떤길을 다녀왔다구 쥐새끼 한마리 얼 씬 않느냐 (사람들이 안에서 나온다) [삼돌] 에그 나리마님 어느새 당겨 오셨군 입쇼 [맹진사] 에끼 이놈 그래... 마님 계시냐? [삼돌] 네. 가셨던 일 어찌나 되셨나 그렇찮아두 지금 안절부절... [맹진사] 안절부절은 왜? 그런걱정말구 냉큼 나오시라고 그래 [삼돌] (안으로 들어간다. 그와 스쳐 사랑에서 길보 뛰어 나온다) [길보] 에그 나으리 어느새 당겨 오셨어유? [맹진사] 꼭두새벽에 도라지골을 떠났다. [길보] 그렇잖아두 가셨던 일이 어찌나 되셨나 큰나리마님허구 운산골 나리꺼정 오셔서... [맹진사] 운산골 나리? 오 숙부님께서도 오셨단 말이겠지? 그러면 그럴테지 [길보] 네 가셨던 일 하회가 어찌나 되셨나 하구 [맹진사] 계서두 안절부절들이냐? [길보] 아 그야... [맹진사] 에이 걱정들두... 나가 였줘라 곧 나아가 뵙겠다구 [길보] 그럼 거지반 성사가 됐군입쇼. [맹진사] 헛! 누가 나선 일인데 [길보] 암으렴입쇼. 네가 뭐랬읍니까. [맹진사] 예 갑분아씬 어딨느냐 [길보] 갑분아가씬 이뿐이 거나리구 이웃 색씨들허구 뒷산에 도라지 캐러 가셨나 봅니다. [맹진사] 뭣이? 도라지 캐러? 에이 조심성 없는것 냉큼 쫓어가 모셔 오너라. [길보] 네에 (발씻을 물을 떠다놓고 사랑으로 나간다) [맹진사] 저때문에 이 애비 이 고초도 몰르고... 그나마 지체높은 김판서댁 며누리가 되느냐 못되느냐 하는 판국에 에이 조심성 없는 계집애 같으니라구 (한씨와 유모 안에서 나온다) [한씨] 에그 영감 듣자오니 거진 성사 시켜가지구 오셨다지요 [맹진사] 나왔오? [한씨] 그래 근사하게 들어 마졌어요 [맹진사] 그나하게? (잔뜩 버티며 의관을 벗는다) [한씨] (의관을 받어 유모에게 넘기며) 자 가셨든 일 얘기나 좀 하시구려 그래 어떻읍니까? [맹진사] ... 에헴! [한씨] 아이 갑갑해 [맹진사] ... 에헴 놀라지 말어 행랑방만 사십칸 애그그 삼십칸이라니 사십칸두 더 되겠든걸. 행랑방만말야. 행랑방만... 알았어? [유모] 아유머니나 행랑방만 사십칸 이건 정말 어마어마하구먼입죠 나리마님 [맹진사] 거기다가 오곡백과는 가뜩 가린 곡간이 아마두 하나 둘 셋 넷... [한씨] 아마 대궐같은 집인가 보그려 [맹진사] 내게 대한 접대야말루 구중궁궐에서 나온 손님인양 융숭하기 이를데 없구 [유모] 어쩌면... 그런집 구경이라도 한번 했으면 갑분 아가씨 시집갈땐 이년이 꼭 후행하게 해 주서요 네 나리마님 [맹진사] 후행? 암 가야지 젖 엄마가 후행 가잖으면 누가 가나. [한씨] 원 어느새 후행이니 뭐니 괜히 영감 혼자서 지래춤만 추는거나 아니시유? [맹진사] 헛! 지래춤이라니 누가 간 일인데 내가 애초에 도라지골로 찾아 갈때부텀 이속엔 계책이 딱 섰든거야. 아암 계책과 성산과 자신대로 허허허 안될꺼 어딨드람. [한씨] 정말이유? 정말 저편에서두 좋다구 그랬나요? [맹진사] 이렇게 사람을 못믿어 허긴 참... (연상 뻐기며) 만사가 다 수완나름 이거든 수완 수완 나름이다마다 허허허. [한씨] 에그 영감 수완이 놀라우신거야 누가 모르리까? 어쨌던 이번 일에 성사하셨다면 영 감 평생에 첫공으로 공덕비라두 세워 드려야겠구려 [맹진사] 공덕비? 아함 그렇지 히히히... [한씨] 하늘에 별따기루 어찌다 드러 마췄을테니 좀 놀아운 공이시유 [맹진사] 뭐어? [유모] 정말 이시라면 나리마님 예사로 뵐게 아니시로구먼 마님. [맹진사] 아니 유모꺼정 요렇게 깔보기야. 응? 버릇없게 [유모] 에그 아니야요. 요 주둥아리가... 그저 헤헤헤... [맹진사] 에헴! 난말이야 이제부터 말이야 권세 높은 김판서 대감의 사둔이야 (불시에 고성) 유몰랑 얼른 가서 갑분 아가씨나 찾어와. [유모] 네에 (급히 나간다) [한씨] 참 영감 그러구 보니 영감께서 돈으루 사서 한 벼슬이지만 진사하나 해 두기를 잘 하셨군요 아닌게 아니라 요새 세상에 진사쯤이야 애단찮은 벼슬이지만 그래두 안해둔것 보 다는 나았지! 안그래요 [맹진사] 돈으루 사서 한 진사? 쉿 요 복촐아 누가 듣겠구료 엥이! 당신땜에 내 평생이... [한씨] 에그머니나 아버님께서 나오시나보지 (안으로 들어간다. 박참봉에게 부축 받어 나오 는 맹노인과 맹효원 맹노인은 이는 빠지고 이목공히 몽롱하 세상 만사가 비몽사몽간이다) [맹진사] 아버지 나오십니까. 에그 작은 아버지 원로에 어려운 행차를 하셨군요. [맹효원] 맹가의 인륜대사가 작정 된다는 마당에 내가 안와 볼수가 있느냐 (마루에 좌정) [맹진사] (아버지와 숙부앞에 넙적히 절하며) 도라지골엔 방금 댕겨 왔읍니다. [맹효원] 애썼다 그래 어떻게나 됐느냐. 모처럼 애써 찾아간 보람이나 있었느냐? [맹진사] 네... 하렴해 주신 덕분으로 일은 순조롭게 성사될까 봅니다. [맹효원] 어떻게? 김판서두 만나구? [맹진사] 아 그야 사둔될 양반을 안만나면 누굴 만나겠읍니까? [맹효원] 허... 만났어... 그래 만나본 하회는? [맹진사] 누구 일이라구 어련 허겠읍니까? 헤헤헤 [맹효원] 아암 네가 직접 나섰으니까? 그래서 [맹진사] 아버지와 숙부님 승낙 여하로 곧 사주 보낼 택일을 헌다고 그랬읍니다. [맹효원] 어느새 택일이라니? 서루 선들두 안보구서? [맹진사] 염려 마세요 저편에선 우리 갑분일 이미 잘 알고 있든걸요 [맹효원] 그래 헛헛헛 딴은 대가의 솜씨라 달르구나. 헌데 우리두 신랑의 손을 봐야지 너 어 디 잘 보구 왔느냐? [맹진사] 누구말씀 입니까? [맹효원] 당자 말이지 [맹진사] 당자 라시면? [맹효원] 아 이애가 신랑될 그 미언인가 허는 김판서 아들이지 누군 누구야 [맹진사] 네... 그야 만나나 마나 허지 않읍니까 작은 아버지 [맹효원] 뭐? 만나나 마나 하다니? 원 이런 병신같은 소리가 있나 혼살 건느러 가서 신랑의 슨을 안보구 오다니 [맹진사] 아 뉘댁 자제라구 어련 하겠읍니까 원 작은 아버지께서두 [맹효원] 무슨 소리냐! 경주 돌이면 다 옥돌 이라드냐 그럼 구태여 게꺼정 댕겨올 필요도 없지 않느냐 [맹진사] 내 전 구태여 보지 않기로 했읍니다. 그러다가 되려 세도 명문가의 예의 범절에 거 슬리는 배나 되면 어찌허나 했구 더군다나 판서 대감께서 말씀하시기를... [맹효원] 그래두 그런게 아냐 게다가 그 당사 미언인가 하는 신랑 가음이 듣건데 인물이 보 통이 아니라는걸 그래 [맹진사] 보통이 아니라니요? 뭐 언챙이란 말씀이요? 외눈깔이란 말씀이요 [맹효원] 아니 성미가 괴팍 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드라구 [맹진사] 남자의성미야 뜨뜨미지근 하기보다야 괴팍한 편이 큰 인물감이죠 안헐말루 흉을 잡을라면 우리편에 더 많읍네다 기껏해야 진사의 딸에 저편은 판서대감의 자제 이왕이면 다 홍치마라구 그만 세도권문허구 사둔 맺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오며 일후 우리 가문을 위 해서라두 작은 아버지 무엇이 부족합니까 사실말루 일후에 한가지 덕이라두 보면보았지 한 가지라도 해로울거야 있을리 없지 않소이까 헤헤헤 [맹효원] 덕을 보다니? 네 생각이 내겐 맞당치 않다. 형님 형님께선 어떠십니까? 저 애 얘기 가... [맹노인] 무슨 이야기? 난 한마디두 못알아 듣겠다. 난 요새 이놈의 귀구녁에서 모기떼가 벗 쩍 아우서치는 통에 들리는 소리란 왼통 저승의 사자들이 부르는 소리밖엔 안들리는구나 [맹효천] 형님 태량의 딸 말씀이예요 갑분이 [맹노인] 갑분이 [맹진사] 아버지 손녀 말씀이에요 벌써 열여덟인데 어디다 줘야 허지 않겠읍니까? [맹노인] 열 여덟살... 여 그년이 어느새... [맹진사] 어떨까요? 김판서 자제 하구요 [맹노인] 누구 하구? [맹효천] [맹진사] (동시에) 도라지골 김판서 자제요 [맹노인] 도라골 김판서? 좋지 좋다마다 김판서는 소식적부터 제동으로 열다섯에 과거 급제 는 허드니만 연연등관을 하야 삼십때엔 판서루 앉은 사람이야... 허 그 선친이란 사람돈 역 시 여간 걸물이 아니어서 평안감사로서 착실이 한 몫 보았는데 실상은 김승지가 승지가 된 시초도 일테면 그 돈 덕이였고 또 감사의 선천이란 인물이 바로 왜 저 그래니... 김판서의 조부가 바로 그 종조부의 아들이지만 김판서의 아버지를 낳아 가지구 설랑 평안감사 벼슬자 리 승지루 승차하구... [맹진사] 아버지 혼사에 부족이 없다구 여기는데요 [맹노인] 혼사라 (삭막하다가) ... 누 누구의 혼사던가 [맹효원] 갑분이 허구 말씀이에요 [맹노인] 오라! 갑분이... 갑분이가 누구든가? [맹진사] 어이구! 아버지 손녀! 제 딸 딸 갑분이! [맹노인] 오! 라 [맹효원] 형님 생각이 어떠십니까 김판서 댁이어요 우리 갑분이 허구 [맹노인] 오라 김판서 허구... 다시 일을 자리냐 훌륭하다뿐야 헌데 얘들아 거 나이가 너무 틀리지 않겠느냐 [맹효원] 김판서가 아니구 김판서의 아들이에요 [맹노인] 허허! 김판서에게 그런 아들이 있었든고! [맹효원] 에이고 형님두 참! [맹진사] 원 갑갑두 하셔라! [맹노인] 김판서가 아니구 김판서의 아들이라... 헷헷헷 (혼자 좋아한다 삼돌 등장) [삼돌] 영감마님 점심진지 차려 놨읍니다 모시구 큰사랑으로 나가 싶사구요 마님께서 [맹진사] 아버지 큰 사랑으로 나가세요 [맹노인] 어디루가? [맹효원] 점심 진지 잡수시래요! [맹노인] (언동 받어 일어나면서) 점처러가? 궁합을 보려구? [맹진사] 점이 아니라 점심이에요 [맹노인] 오냐! 점을 쳐서 궁합을 봐야지 어서들 댕겨 오너라 나야 가나마나 허지... 이놈 삼 돌아! [삼돌] 네엣?... [맹노인] 왜 장승처럼 서있어 어서 내 점심상을 채근허지 않구 (암전)
[장] 제2장 수개월후 석양 (청홍쌍필의 채단과 청홍이사의 색채동 패금물 다량 기타 가락지, 노리개 등 패물상자를 곁 에 놓고 맹진사 맹효원 대좌해있다. 맹효원 강경한 태도로 육박한다) [효원] 왜 말이 없어 왜 대답이 없어 [맹진사] ... [효원] 그럼 이게 선치가 아니면 뭐냐 말이다 선치가 반드시 나쁘다는건 아냐 돈있는 집에 서 돈없는 집 색씨를 데려갈 때 용혹 무괴헌일 이로되 그러나 이 집은 아직 그토록 니려앉 진 않았어 선치 안받군 딸자식 시집 못보내게시리 망해 버리진 않았단 말야 맹문집은 맹문 집으로서의 지체가 있구 예의와 위신이 있단걸 왜 몰랑 [맹진사] ... [효원] 네가 처음 도라지골에 갔을 때 정녕 아무말도 한베가 없었겠다? [맹진사] 네? [효원] (패물상자를 가리키며) 선치네 대해서 말이다 [맹진사] 네 네 아 아무말두 [효원] 적실이? 그렇다면 더욱이나 고이허지가 않느냐 그럼 이 물건을 받을 때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받았느냐 응 [맹진사] 전... 선치라군 생각지 않았읍니다 [효원] 뭣이 어째? 그럼 딸자식 팔아먹은 응당 받아야 할 값이란 말이냐 [맹진사] 작은아버지 [효원] 따져 말할 지경이면 이건 일종의 매매혼인야 패물로서 딸자식을 파는것이나 다를게 뭐냐말야? [맹진사] 작은 아버지 그건 좀 너무하신... [효원] 아냐 명문집안을 생각하거들랑 잔말말고 퇴해버려 [맹진사] 작은 아버지 말씀은 지당하시나 그렇다구 이제와서 이걸 퇴해 보낸다든가 하면 저 편에서 어찌 알겠읍니까 되레 세도권 문가 예의범절에 거슬려서 모처럼 이룩해논 혼사에 세 삼스레 긁어 부스럼이나 되지않을까 전 두렵습니다 [효원] 대관절 넌 말끝마다 예의범절 예의범절 하면서 어째 너의 집 예의는 찾을줄 모르느 냐 응 [맹진사] 작은 아버지 그럼 저두 한마디 똑똑히 여쭙겠읍니다 (공세를 취한다) [효원] 말해봐 [맹진사] 전 그댁허구 사둔관계를 맺음으로서 우리집 문벌을 높일겸 또한편으론 저이가 살 아가는데도 그 덕으로 어떤힘도 얻어 보려는 긍량으로... [효원] 무슨 소리냐 그럼 너도 세도가 탐이 난단 말이냐? [맹진사] 세도가 나쁠건 또 뭡니까? 가문을 한칭 더 빛나게 하려는게 나쁠건 뭡니까 작은아 버지 [효원] 듣기싫여 (벌떡 일어나며) 선치를 받어 모욕을 당하구 이집안 세도가 올라가? 천치같 은것 되레 당신인줄은 왜 모르구... 좋을대로 해라 그대신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드라 그세상 웃길 짓만 해봐라 용서치 않을테다... 에이 난간다 [맹진사] 작은아버지 [효원] 더 얘기하구 싶지두 않구 구구한 변명을 듣고 싶지도 않어 일이 있거들랑 운산골루 오너라 (사랑으로 퇴장) [맹진사] 제기랄 고집두 내참 어쨌단 말이유 어 내딸가지구 내맘대로 하는데 작은아버지면 제일이야 왜 이러시우 이러시길 내참 (한씨 등장) [한씨] 아니 영감은 허실 이야기가 있으면 맞대놓구 허시지 달보구 짖는 개처럼 왜 혼자 두 들거리우 글쎄 [맹진사] 아지두 못허문 가만이나 있어 여보 저런것 받으문 못쓰오? [한씨] 뭐 말씀유 [맹진사] 선치는 아니지? [한씨] 저것요? 선치면 어떻구 선치 아니면 어떨라구요 보낼 수도 있구 받을수두 있구 그런 거지 뭡니까? [맹진사] 글쎄 그런걸 가지구 숙부께선 괜히 사람을 가지구 두부자루 훑듯이 내려 훑어 올 려 훑어 성미시라니 에이 참 [한씨] 성미 잘 아시면서 뭘 그러세요 오늘 같이 길한 날엔 언성들을 높이시구 [맹진사] 글쎄 내야 뭘했오 저 패물들을 당장 퇴해 보내라구 그러시니 이게 큰일이 아뉴응 [한씨] 호사다마라구 작은 아버지두 속으룬 부러워서 그러지 갑분이년이 알면 울고 불고 펄 펄 뛰며 울고 불고 허는 꼴을 누가 보시려구 어서 갑분일 생각해서라두 꾹 참으시요 [맹진사] 아니 고년이 어느새 그렇게 됐어? 원 조런년 좀 보지 [한씨] 말두 마셔요 아까 사주 왔을 때두 말이요 어쩌면 고년이 아 문구녁에 착 달라 붙어 가지군 세상 떨어지질 않드랍니다 저두 시집 잘가는줄은 아는 모양이지 어이구 요샛년들이 어떻다구 [맹진사] 헛헛헛 그러니 딸년은 생판 도적년이란 옛말이 정말이야 어느새 달아날 궁리부터 하니 (갑분이 조금전부터 나와섰다가) [갑분] 아이 아버지 제가 언제 달아날 궁리만 해요 [맹진사] 에이 요것 문구녁에 착붙어서 떨어질줄을 모르드라면서 [갑분] 아이 흉해라 제가 언제 [한씨] 안그랬니 요것아 [갑분] 아이 어머니가 죄 ... 난 몰라 [한씨] 몰라? 엑끼 앙큼한것 헛 [맹진사] 인제 넌 김판서댁 며느님야 조심있게 몸 간수도 잘 해야 해 코흘레기 두멧골 기집 애들허구 쓸데없이 싸댕기지두 말구 입분이같은 천종허구두 같이 놀지말구 [한씨] 입분이야 상관있나요 한집에서 잔뼈가 굵은 몸종인걸 [맹진사] 아무래두 종은 종이지 무슨 소리를... 엥이 어미가 저꼴이니 낼모래 시집갈년이 천동벌거숭일밖에 [갑분] 입분인 나 따라간다구 며칠전부터 울구불구 야단이에요 어머니 [맹진사] 뭐 누가 어딜 따라가아? 엥이 어물전 망신을 뭐라드라? 헛 오늘은 아침부터 숙부 께서 말썽이시드니 마지막에는 종년꺼정 나를 시달린단 말이야 (마침 나노는 입분에게 "엑 끼년!") [입분] ...? [맹진사] 안돼 못써 (사랑으로 퇴장) [입분] 아가씨 어쩌면 사람을 그렇게 속이셔 [갑분] 내가 뭘 속였니? [입분] 그럼 사람을 잠간 기다리래 놓구 혼자만 도망쳐왔으니 속인게 아니구 뭐에유 [갑분] 내가 언제? [입분] 그만두세유 어느새 이러단 뭐 시집가시는날엔 나같은건 왼눈으로도 안보실테지 (패 물을 보며) 어유 으리으리 허구 눈이 부시네 아가씨 어디 한번 차 보세유 [한씨] 입분아 말조심해 오늘부터 아가씨허구 얼려 놀지두 말어 너이 동무가 아니니깐 아가 씬 명문 대가집 며느리님이 돼서 그럼 못쓰느니라 [입분] 저두 알어요 그렇지만 ... 마님 아유 이게 모두 금이죠 아가씨? [한씨] 그만 만져 [맹진사] (소리) 갑분아 [한씨] 갑분아 아버지 부르신다 (갑분 안으로 퇴장) [입분] 난 아가씨 모시구 가서 아무거나 다 할테에유 난 뭐든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잘 할테에유 마님 저두 따라 갈테에유 [한씨] 원 이런 주책없는것 같으니 정신없는 소리말어 영감마님이 들으셨단 큰일날라 [입분] 그럼 아가씨 없는 이댁에 저혼자서 심심해서 어떻 게 살어유 (목이 메인다) [한씨] 그야 한젖을 같이 먹고 잔뼈가 굵은 사이라 정도 들기야 해겠지만 넌 종이고 아가씬 상전아니야 더군다나 그 시댁이 어떤집안이라구 배운데없는 네가 이댁 흉허물이나 잽히게 헐려구 아예 그럼소릴말어 [입분] ... [한씨] 입분아 늬 에미대신 내가 있구 아가씨 대신 삼돌이가 있잖어 [입분] ... [한씨] 내 인제 집두 사두고 삼돌이한테 시집가서 갑분이 아가씨처럼 옛말허구 살면 되잖어 그렇지? [입분] 삼돌인 싫어유 삼돌이 열줘도 갑분아가씨만 못해유 [한씨] 원 고집이라니 [입분] 갑분 아가씨 없이는 전 못살어유 따라갈테에유 [한씨] 그럼 끝내 내말을 못듣겠단 말이지 요년 어디 두고 보자 (한씨 패물상자 들고 퇴장 삼돌이 사랑에서 등장) [삼돌] 입분아 너 왜 울고 있어 옳지 아가씨가 시집간대니까 괜히 안좋아서 그러지? 아니 부러워서 그러니 응? 너무 부러워 할것 없어 조금만 기다려봐요 요 맹초야 [입분] (피해서며) 뵈기 싫여 [삼돌] (대서며) 희 제맘대루 싫어 [입분] (다시피해서며) 왜 왜 내맘대루 못해 [삼돌] 버언이 알면서 그래 마님께서 허허 너하구 나하구 얘기 못들었어 [입분] 몰라 [삼돌] 왜 몰라 [입분] 거짓부리 [삼돌] 거짓부리 아니라니께 헤헤 (동리처녀 갑,을 등장) [갑] 아유 숭어가 첨벙하니까 복아지두 첨뱅이로구나 [을] 너희들은 언제 초렐 이루지 입분아? [입분] 듣기 싫여 누가 시집간댔어? [갑] 아주 대감댁 며느님 몸종이라구 너꺼정 뻐기는구나 [을] (삼돌이에게) 입분이 새서방님 갑분이 아가씨 좀 모셔와요 [삼돌] 헤헤 ... 놀리지들 말어얘 (안으로 퇴장) [갑] 얘 저기 나온다 갑분이가 아니 새색시가 ... 막 걸음걸이 꺼정 인제 제법이구나 [을] 광채가 영롱하구나 (갑분 등장) [갑분] 너희들 왔구나 [갑] 아주... [을] 요것아 한턱하잖을테야 [갑분] 무슨? [갑] 아까 사주 디리고 돌아가는걸 우린 뭐 못본줄알고 [갑분] 너이두 장차 있을걸 뭐 내게만있는 일이라구 [을] 요것이 무슨팔자에 너같이 그런 [갑] 김판서댁... 얘 대감댁이로구나 [을] 복도 많지 [갑] 그래 혼인은 언제냐? [입분] 아직몰라 [갑] 곧 한다든데 [갑분] (끄덕) [을] 아이 좋아 오래잖아 국수 먹게 됐구나 [갑] 그래 신랑이 썩잘 났다지? 풍채는 두목지요 [갑분] (끄덕) [을] 문장은 소동파 [갑분] (끄덕) [갑] 필적은 왕희지 [갑분] (미소) [을] (손뼉치며) 아이참 어쩌면 보기나 한것 같구나 (갑분일 에워싸고 졸른다) [갑분] 얘들아 귀찮게 굴지 말어 [입분] 우리 아가씨 귀한 몸에 뭐야 이게 쌍스럽게 [갑] 뭐어이 어째 귀한 몸에 뭐야 누가 뜯어먹어 [을] (입분에게) 이것아 넌 얼마나 양반이야 건방지게 쌍것이 뭐니 되지 못한것 [입분] 왜들 이래 저리들 가 아가씨 [갑분] 왜 그러니? [입분] 뭘 왜 그래요 다 알면서 나 시집 안데리구 갈테에요? [갑분] 그런걸 내가 어떻게 아니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생각해 하실꺼지 [갑] 아이머니나 저것이 시집까지 같이 살자구 졸르는 모양이로구나 [을] 삼돌인 어떻거구우? [입분] 아가씨 난 아가씨 시댁에 가면 뭐든지 실수 없이... [갑분] 시끄러 그만 안에 들어가 봐 또 어머니한테 꾸중 듣지 말구 (입분 무색하여 시름없이 집뒤로 간다) [맹진사] (족보를 들고 나오다가) 갑분아 [갑과을] (인사를 한다) 안녕하셨어요 [맹진사] (본체만체) 그렇게 타일러도 못알아 들을까? 썩 들어가지 못할까? (갑분이 안으로 퇴장) 너희들두 인전 이집엘 댕기질 말아라 이제부텀 감문인 너이들 동무가 아니야 알아 들 었니? (갑,을 입을 비죽거리며 퇴장) [맹진사] 헛헛헛 김판서댁 사돈댁 내 딸은 그댁 장손 며느님이고... 두멧골 무지렝이 계집애 들이 어디라구 함부로 출입이람 분별없는 쌍것들 같으니라구 (기고만장하여 방으로 들어간 다) 참봉! 참봉! [참봉] (소리만) 네 [맹진사] 아 뭣해 여태? [참봉] (지필을 들고 등장) 네 먹을 갈어가지구 오느라고 그랬읍니다 [맹진사] 어서 올라와서 좀 펼쳐보게 [참봉] 네 [맹진사] 에이 군색스럽게 무슨 좁보가 이러고 고주부 증조부 그저 내리 초시 엥이 겨우 내 대에 와서야 진사라 이래가지구도 숙부님께서 나무라기만 허시니... 안그런가 이사람 참봉 [참봉] 누가 아니랍니까 [맹진사] 아암 내가 이번에 판서댁을 사돈으로 삼은 연유도 말야 참봉만큼은 알겠지 [참봉] 아 아다뿐입니까 헤헤헤 [맹진사] 어서 적게 태량의 장녀 갑분이는 판서 김치정의 장남 미언과 혼인 아니 이렇게 적 게 진사 태량의 사위를 판서 김치정 대감의 장남 미언으로 정함 [참봉] 헛 엎치나 뒤치나 [맹진사] 뭐라구? [참봉] 아 아니 올시다 네 대서 특기합죠 (입분이 집뒤에서 소반에 정화수를 떠가지구 나무 앞에 놓고 빈다) [입분] 신령님 갑분 아가씨가 저의 진정을 그렇게도 몰라주실줄은 몰랐어요 전 부모도 일가 친척도 없는 혼잣몸에요 단지 갑분 아가씨만이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 친동기와 같이 의지하 고 살든 저의 아가씨에요 그 아가씨를 떨어져 어떻게 혼자 살아가겠어요 전 외로워서 못살 어요 아가씨 따라 가게 해주세요 제발 빌어요 신령님 (조금 전부터 집뒤로 등장하여 물끄럼이 입분이를 보고 있든 유생풍의 남자) [사나이] 아가씨 [입분] 아이 깜짝이야 [사나이] 지나가는 과객입니다만 [입분] 누구신지 모르오나 저리로 나가시면 사랑에 머슴이 있읍니다 [사나이] 아 내방인줄 모르구 실례가 많았오 (퇴장) [맹진사] 누가 오지 않었어? 참봉 [참봉] 글쎄올시다 이렇게 날이 저문 뒤에 누가 올라구요 운산골 영감께서 조금전에 노발대 발해서 가시군 아예 발길두 안하시겠다드군요 (입분이 안방으로 뺑소니친다) [맹진사] 요년 왜 아직두 사랑으로 뱅뱅 돌구 있어 안에 들어가서 일거들 생각은 않구 (길보 사랑에서 등장) [길보] 영감마님 [맹진사] 넌 또 뭐야 [길보] 글공부 허는 선비인데 하루 이틀 깃들어갈 수 없느냐 하굽쇼 [맹진사] 뭐? 깃들여? 우리 집이 새둥지드냐? 사랑도 손님으로 꽉차서 요지부동이니 다른집 으로 가 보라구 그래 [길보] 네 (퇴장) [맹진사] 헛참 오늘은 꼭두 새벽부텀 재수가 없으려니까... (마루로 올라가서) 어디 한번 볼까 적은걸(풍월조로) 맹 아무 아무개의 아들이 진사 태량에 다가 장녀 갑분이고 그 남편이 판서 김치정 대감의 장남 미언이라... 음... 이걸 숙부님께 갖 다 자랑좀 시켜야겠군 이제도 뭐라구 하실까 딱한 양반같으니 [참봉] 댁 족보가 이제야 오색찬란한 광채를 띄었읍니다 그려 [길보] (다시 등장) 나리마님 쫓았읍니다 [맹진사] 잘했다 그따위들 치슨 치슨 굴었자 귀한 쌀이나 축나지 이로울께 하나 없지 지금 세상에 유생이 다워야 [참봉] 오직해야 그꼴을 허고 문전걸식을 다니겠읍니까? [길보] 그런데 쫓겨가면서 허는 말이 날이 저문데 이제 도라지골 꺼정 갈일이 난처하다굽쇼 [맹진사] 뭐 뭐 ... 도라지골? [길보] 네 아닌게 아니라 이제 도라지골 꺼정 대 갈려면 땀사발이나 흘릴걸입쇼 [맹진사] 엑기 이 맹추같은 녀석 정녕 도라지골에 사신다드냐 [길보] 네 왜그러세요 [맹진사] 왜 그러세유라니 아 이놈아 도라지골이라면 판서댁 동리가 아니냐 [길보] 누가 아니래유 [맹진사] 엑기 맹꽁이같은 녀석이 쫓아가 도루 모셔오지 못할까 아불사 이거 크게 낭패보겠 군 [길보] 이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원 [맹진사] 이봐 참봉 참봉 [참봉] 네 [맹진사] 어디야 어디 [참봉] 예 있잖읍니까? [맹진사] 엥이 모두가 굼벵이 들이지 빨랑 가져오지 못할까? [참봉] 아 뭐 말씀입니까? [맹진사] 뭔 뭐야 내 관하구 도포 말이지 [참봉] (빙빙 돈다) 관하구 도포라... [맹진사] 관을 몰라? 도포도 모르구? [참봉] 네 네 이건 주마가편이신데 관관 관이라 관 [맹진사] 얼른좀 아 얼른 좀 입혀 이사람아 [참봉] 네 네 원 급하게도 구십니다 관이라... [맹진사] 왜 급허지 않어 까딱하면 모두가 수포로 돌아갈 지경인걸 (길보와 김명정 등장) [맹진사] (조급하게 관을 연성 매만지며 내려가서) 이거 아까는 너무도 실례가 컸소이다 듣 자오니 도라지골에 사신다는데 무식한 것들이 그런소리를 미처 전치도 않어설랑 원 인사가 아니었읍니다 그려 [김명정] ... 누구시온지 [맹진사] 네 바로 내가 이집 쥔 맹태량이올시다 [김명정] 아 그렇읍니까 이거 되레 송구스럽습니다 소생은 도라지골에 사는 김명정이란 유 생인데 실상인즉 아까도 잠깐 여쭈었지만 진사 영감댁 재실이 하도 조강하고 정결하다기에 심히 당돌한 청이오나 집으로 가는 길에 하루 이틀 폐를 끼칠까하와 [맹진사] 아 그것 어려울것 뭐 있읍니까 소문 보담 다소 좀 구중중 할지 모르오되 조강한것 사실인즉 조금도 어려워 마시고 한달이구 두달이구 ... 자 자 위선 이리좀 어서 이리좀 (두사람 마루로 대좌한다) [김명정] 창졸간에 너무 어렵습니다 [맹진사] 그래 도라지골에 사신다니까 김치정 대감을 혹 아시는지요? [김명정] 김치정 대감? 아 대감 김판서 말씀입니까? [맹진사] 네 네 대감 김판서 맞었읍니다 [김명정]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명문대가 김판서댁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겠읍니까? 아 다 마다요 [맹진사] 헛... 아시는군 바루 그댁에 나허구 사둔을 맺게 되지요 에헴 [김명정] 아 그러세요 네 거참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축하합니다 [맹진사] 뭘요 모두가 하늘이 내려주신 연분인가 합니다 자 그럼 누추한대로 재실구경이나 하시지요 [김명정] 감사합니다 [맹진사] 참봉 아니 길보야 안에 들어가 분부해라 도라지골 손님께서 오셨으니... 참 아직 저 녁 전이시지? [김명정] 헛 ... 네 주신다면 사양않고 먹겠읍니다만 너무 과만하지 않읍니까? [맹진사] 에그 무슨 이런 말씀을 또 하십니까 얘 빨리 저녁진지 잣고 겸해서 ... [김명정] 아니 찬밥이나 있으면 주시지 인제 지시라니 ... 그만 두십시요 [맹진사] 찬밥이라니 원 이렇게 대할 손님 저렇게 대할손님 손님 나름인데 사둔댁 고장서 도신 귀빈을 ...얘빨랑 주안상까지 으젓하게 차려 내오도록 해라 아 아니다 넌 발씻을 물이 나 떠드려라 주안상일랑 내가 챙견할테니 (안으로 퇴장) [길보] (세숫대를 가지고 와 발을씻어주며) 아마트면 낭패볼뻔 하셨죠 도라지골 꺼정 가시느 라 [김명정] 헛 댁 영감이 후덕하셔서 복많이 받으시겠군 그런데 댁에선 왜 하필 김판서댁 과 사돈을 맺었나? [길보] 해필이라닙쇼? 지체높은 판서대감 자제로 문장은 소동파요 필적은 왕희지요 풍채는 두목이라 뭣이 부족해서 해필입니까? [김명정] 다 근사하지만 풍채하난... 아니야 [길보] 아니라닙쇼? 그럼 신랑을 잘 아십니까? [김명정] 아다뿐인가 썩잘알지 나하군 죽마지우로 아주 막연한 사인데... 인생의 재미도 모르 고 한평생을 쓸쓸히 지낼줄 알았더니 그래두 인덕이 좋아 이댁 아가씨같은 분을 만났으니 다행이지 그이가 대감댁 자제루 이십이 넘도록 혼취못한것두 그탓이었지 [길보] 그탓이라께? [김명정] 죽은 나무에 꽃이 피었네 [길보] 죽은 나무에 꽃이 피었다뇨? 아 그럼 신랑이 장가 못갈 흉물이란 말씀이신갑쇼? [김명정] 외눈깔이 언챙이만 못지않는 탈 한가지가 있어. [길보] 네에 무슨탈? [김명정] 아 그것두 몰라? [길보] 그거라닙쇼? [김명정] 그래 진정 그것두 몰라? [길보] 그거라닙쇼? [김명정] 그래 진정 그것두 몰라? [길보] 아무두... [김명정] (씻은 발을 닦으면서) 이거야 이거 [길보] 이거라닙쇼? [김명정] (길보 귀에 수군수군) ... 배안의 병신이야 [길보]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쩔둑발이 시늉을 해보고) 아이구머니 하느님 맙시사 이거 사 람 여럿 잡을일 생겼구나 영감마님 영감마님 (안으로 뛰어 들다가 참봉을 만나 귓속 참봉 대경실색하여 사랑과 안으로 흩터진다 이윽고 맹진사 허둥지둥 뛰어나와 김명정 앞으로 다가간다) [맹진사] 여 여보 도라지꼴 양반 (절둑발이 시늉을 해보이고) 이 이게라뇨?
[장] 제 3 장 (다시 얼마후 전장과 동일 맹노인 맹효원을 비롯하여 일가친척갑,을,병,정이 그득히 모여 긴 급회의다 침통한 침묵 깨트리고) [근친 갑] 버리자니 대감댁이요 [근친 을] 주자니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근친 병] 왈 호미난망이며 진퇴유곡이렸다 [근친 갑] 결국 문제는 둘중의 하나가 좀 길단 말이지 [근친 을] 같은 이치지만 한편다리가 좀 모잘라 맞는단 말이지 [근친 병] 허참 일은 제법 맹랑하게 됐군 그래 [근친 병] 배안의 병신을 이십이 넘어서 뼈가 굳을대로 굳었으니 고칟 도리도 만무하지 [근친 갑] 공자님 역시 세세악질을랑 삼가라 하셨겠다 [근친 을] 엔간 절어두 모르겠지만 그렇게 목불 인견이라니 [효원] 큰 걱정을 앞에 두고 시시한 소릴랑 그만들 허슈 [근친 병] 애당초 태량이가 갔을때 선을 안본게 잘못이지 [근친 정] 선? 암 그렇지 글쎄 어쩌자구 인륜대사가 선두 안본다 [효원] 누가 아니라오 애당초 내가 따졌거든 선을 봐야 하느니라구 그랬드니 뭐 어쩌그 어 째 명문대가의 예의범절에 어긋난다구? 이놈 태량이 어디 갔느냐? [근친 갑] 이거 고정하슈 잘 하는 일이 그리되는 수도 있는 법이요 항차 항우도 낙상하는 수가 있다지 않소? [효원] 항우가 이거 이몸이 아깝쉐다 [근친 을] 이왕지사를 정론헌들 아무 소용이 없어 헌즉 무슨 묘책이라두 생각해 내도록 합 시다 [효원] 묘책? 꼼짝 못하구 당한 일에 묘책이 무슨 빌어먹을 묘책이란 말이여 그래 자 네에겐 짧은 다릴 잡아늘리구 긴다리를 오무라쳐 들이는 신통력이 있나 [근친 갑] 아 글쎄 역정으로 그럴께 아니라니까 (맹진사 참봉 초연히 등장) [효원] 애당초에 저애 맘보가 틀려 먹었어. 글쎄 이것좀 들어 보시겠오 김판서댁 하구 사둔 을 삼기루 우리가 미찔게 뭡니까? 일후에 한가지 덕이라두 덕을 보면 봤지 백가지에 한가지 나마 우리가 미찔게 뭡니까 그랬지! 흥 오늘 이 지경이 모두가 너의 자작지일인줄 알어라 일찍 "사마온공"께서도 말씀 허시길 혼취에 재물을 탐내지 말라 그랬어 이것아. [맹진사] 작은 아버님 아무러기로니 그런 말씀을... [효원] 듣기 싫어 넌 입이 광주리만 해두 말을 못해! [노인 갑] 허_ 무슨 자랑이라구 왁작하고 이러시오 조용들 합시다 [근친 을] 암 그렇지 기왕지무로 이미 벌려 논 일을 어떻게 교묘히 기술적으로 효과적으로 수습하느냐가 오늘의 과제거든 눈을 꼭 감고 그냥 감행한다? 그러자니 첫째 당자되는 갑분 이가 저렇게 펄펄 뛰어하니... [참봉] 말씀두 맙쇼 아가씨께선 (갑분이 어조로) "아이 세상에 절뚝발이라니_ 그런것한테 누 가 가? 난 죽어두 그런데 못가 난 싫여" 하구 안팍이 때그르르 뒤집히게 곤두박질인걸요 [근친 을] 당자두 당자지만 그보담 딱한건 맹운집의 위신일께요 양반집이 양반집에 대해설 랑 일단 언약 맺은 이상... [근친 갑] 그럼 타파해 버리지? [근친 정] 타파라뇨? 아 신랑댁에선 금방이라두 드리민다는데 별안간에 무슨 이유를 부친단 말요 [근친 을] 지금와서 선을 안봤으니 그럴수도 없구 [근친 병] 글쎄 애당초에 선을 안본게 잘못이라니까 [근친 을] 니 무슨 좋은 묘책이라두 없을까? [근친 병] 과연 호미난방이렸다 (다시 침묵) [맹노인] (만사가 피안지소사다 혼곤히 잠이 들어 코를 골고있다) [효원] 엥이 부자간에 어쩌면 저리도 꼭 같을까 (일어선다) [근친 병] 우리도 나갑시다 시장허군 그래 [근친 갑] 이렇게 앉었다구 별도리 있을려구 (효원과 갑,을,병,정 사방으로 나간다) [맹진사] 다들 나가면 나 혼자 어떻거랍니까? 참봉 [참봉] 네! [맹진사] (불러놓고 딴생각에 잠겨서 한곳을 오락가락한다) [참봉] 무슨 말씀이신지요? [맹진사] 응 (한층 자아쳐 오락가락 한다) 이거 아닌데 암만해두 아니야 무슨 도리가 없을 까? [참봉] 글쎄올시다 [맹진사] (더 속한 걸음으로 쏴다니면서) 이거 무슨 방도가 없느냐 말야 [참봉] 글쎄올시다 [맹진사] 엥이 참봉두 별수없네 그려 구구로 풍월 잘허는 자네나 하며 지내게 내머리나 임 자머리나 다를게 없군 그래 비켜나게 어머님께 여쭤봐야지 아버님 (앞에 꿇어앉아 조심조 심) 아버님 큰일 났읍니다 아버님... [맹노인] 응... 냠 얌 얌 얌 솔곳이 잠이 들었을껄 그저 앉으면 잠이니 허 (생글생글 웃는다) [맹진사] 아버님 미언이가 병신이랍니다 그려 [맹노인] 뭐? [맹진사] 갑분이 신랑이 절뚝발이 랍니다 그려 이를 어쩌면 좋읍니까 양반끼리 맺은 일륜대 산데 퇴할수도 없고 그냥 둘수도 없고 이야말로 친퇴유곡인즉 어찌했으면 좋겠읍니까? 아버 님 무슨 좋은 묘책이나 없을지요 네? 아버님? [맹노인] 뭐라고 그러나냐? 다 죽어가듯 종알대니 무슨 소린지 난 통이 모르겠구나 [맹진사] 미언이가 병신이랍니다 [맹노인] 미음? 응 미음을 먹으라구? [맹진사] 미음이 아니라 미언이예요 미언이요 [맹노인] 미언? 오 미언이? 가만있자... 미언이가 누구드라? 응 [맹진사] 엥이 참 갑분이 신랑될 미언이 말이예요 그 미언이가 (냉큼 일어나 절름발이의 시 늉을 하며 거의 비명으로) 이거랍니다 갑분이 새 신랑이 이거랍니다 이거요 이렇게 지도간 절름발이라니 어쩌면 좋읍니까? 어쩌면 좋아요? [맹노인] (지극히 행복한 웃음을 띄워 침한번 치르고) 옛날에 "노래자"가 때때옷을 입고 설 탕참새를 잡아 달라고 그 아버지에게 엉석을 부렸더니 백살이 된 그 아버지께서 대단히 기 뻐하드란다 하하하... "노래자"와 같이 너두 내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게냐? 부모앞에서는 백 살을 먹어도 자식이란 언제나 어린애같은 게니깐 오냐 나도 즐겁다 그만해둬라... 하하하 [맹진사] 어이구 아버님두 "노래자"이야기가 아니예요 (드디어 신경질) 미언이가 절뚝발이에 요 [맹노인] 누가 절뚝발이야? [맹진사] 갑분이 신랑 미언이 말씀예요 [맹노인] 갑분이? 오라 그년이 혼인이 내일이라지 참! [맹진사] 어이구 하느님 미언이가... (김명정 행장을 꾸려 든다) [참봉] 쉿! [맹진사] 이? 뭐야? (김의 눈치를 알아차리고 황황히 뒤로 손질해서 참봉과 노인을 퇴장케한다) [맹노인] 사랑으로 나가래나? 그럼 그리루 내 옷을 내 오라게...헷헷 내 생전에 그년 혼인잔 치를 보리라구야 헷헷헷헷(참봉과 함께 퇴장) [맹진사] 어딜 행차 하시려구 그렇게 의관을 갖추구 나오시우? [김명정] 뜻하지 않고 오래 폐를 끼쳤읍니다 인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까해서 인사를 여쭈려 왔읍니다 [맹진사] 돌아가면 도라지골루 가시게요? [김명정] 네 그런데 아침에 뭐가 있었나요? 울구 불구 했으니 [맹진사] 아 아니올시다 뭐 저 촌 무지렁이 작인녀석들이 와서 소작에 대한 문제루 좀 시끄 럽게 굴어설랑 제지했읍니다만 [김명정] 네에? 작인들이요? 작인이란 항상 귀찮은 존재니깐 헛헛... 그럼 실례 하겠읍니다 혹시 사돈댁에 전할것이라두 있으시걸랑 제가 가는 길에 돌래 드리겠읍니다 [맹진사] 아 아무것도...없읍니다 여삼추루 혼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죠 신부 내 딸년이나 장인될 이 사람이나 헤헤... 신부가 말하기를... [김명정] 신부가 뭐라든가요? [맹진사] 아 아니올시다 신부는 그저 "아이 그런 지체높은 시댁에 들어가서 나 같은게 어떻 게 해낼꼬"하구 아주 좋기두 하거니와 걱정두 돼서 [김명정] 허 그렇읍니까? 그야말루 결혼전 처녀의 마음이라구 심사다단 하겠읍죠 [맹진사] 그런데... [김명정] 그런데... [맹진사] 내 사위가... 그게 정말루 사실입니까? [김명정] 허 여기꺼정 소문이 퍼졌군요 그럼 아니땐 굴뚝에서 연기 날 턱이 있겠어요 [맹진사] 그럼 좌우간에 어느편 다리요 여보슈 어느다리가 그꼴인가유? [김명정] 혼인날을 눈앞에 바라보면서 너무 황황하십니다 그려 헛헛... (퇴장) [맹진사] (완전히 울상을 하고) 그럼 꿈두 아니구 농담 역시 사실이란 말이구려 아 여보슈 도라지골 양반 (급히 사랑으로 쫓아 퇴장) (갑분이 발을 구르며 안에서 나온다 한씨와 이뿐이 쫓아 등장) [갑분] 몰라... 몰라... 다 듣기 싫어! [한씨] 에그 딱두해라 여기 좀 올라온 네가 펄펄 뛰는 심정이야 이 어민들 왜 모르겠니만은 그렇다구 양반끼리 굳게 작정한 노릇인데 어쩌면 좋냐 갑분아 네 깊이 생각좀 해주려므나 응? [한씨] 그럼... [갑분] 싫여요 그렇게 좋거든 어머니나 가시구려 [이뿐이] 에그 아가씨! [한씨] 원 저런년 말버릇 좀 봤나 옛날 어디서는... [갑분] 옛날 어디서요? 또 구렝이 이야기구료 구렝이하구 혼인을 해서 정경부인까지 된 열 녀가 있었드란 얘기죠? 어머님 날 무슨 놀림감으로 아세요 응 [한씨] 무남독녀 귀한 너를 내가 왜? 그럴께아니라 글쎄 혼인날을 받어놓구 이러면 어쩌란 말이냐? [갑분] 아이 듣기 싫어요 정녕 자꾸만 우기시면 난 죽어버릴테야 [한씨] 에그 요것아? 어이구 망할놈의 신수두 다있지 [유모의] (소리) 마님 경단 볶는것하구 편육 뜨는것 잠깐 좀 봐주세요 [한씨] 에그 유모가 보아 허게나 그려 무슨 경황에... 그래두 이왕시작헌 일이니 경단두 볶으 구 편육도 떠야지 (들어가다가 동리처녀 갑,을 등장하는 것을 보고) 오! 너희들 오는구나 [처녀 갑] 아주머니 안녕하세유 [처녀 을] 놀러와두 괜찮어유 [한씨] 아! 그게 무슨 소리야? 어서들 놀라와 갑분이가 너희들 떨어질 생각을 허구 죽게 서 러워 하는구나 (퇴장 갑, 을 서로보고 비쭉 거린다) [처녀 을] 얘 갑분아 이왕 그렇게 된걸 마음 상하지 말아 [처녀 갑] 어쩌면 얼굴이 다 헬쓱해졌어 [갑분] 누가? 아이참 별소리 다 듣겠네 [처녀 을] 그렇지만 정말 안됐구나 갑분이 그런데 한쪽 다리가 길다지? [처녀 갑] 아냐 한쪽다리가 짧대 배안의 병신이구 그렇다지 얘 갑분! [처녀 을] 그럼 절름발이 양반이니 사내 춘향이로구나 [갑분] 아이 귀찮게 굴지들 말어 이것들아 [처녀을] 얘 잠잖구 있자 너같으면 울화가 나지 않겠니? [처녀 갑] 그야 울화두 날거야 시집두 가기전에 포대기부텀 장만허구 야단법썩을 쳤으니 [처녀 을] 저만 잰척허구 의시대구 우리 따위야 웬눈으로나 봤니 [처녀 갑] (쩔뚝 시늉으로) 서방님 행차 하실때는 잘룩 [처녀 을] 집으로 돌아올때두 잘룩 (웃는다 이뿐이 등장하여 애처러운듯 보고있다) [이쁜이] 보자보자 하니까 에이 몹쓸것들 붙는 불에 키질이냐 가거라 가! 갓! [처녀 을] 호 약올라 죽겠지 잘룩! [처녀 갑,을] 별진잘룩! (함께 잘룩거리며 깔깔대며 나간다) 잘룩 잘룩 자리잘룩...(퇴장) [이쁜이] 갑분 아가씨! 배지못한 저런 쌍것들을 탓허지 말어요 응 그리구 너무 실심을 하셔 도 못써요 난 요새 아가씨 모양이 가여워서 죽겠어요 가슴이 미여지는것 같아요 (울며) 마 음을 다잡어요 응? [갑분] 마음을 다잡다니? 괜히 걱정두 좋아하지 내 모양이 어떻다고 그래 난 아무렇지도 않 은데 (딴은 천연스럽다) [이쁜이] 아냐 난 다 알어유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채 하지만 아가씨 속은 안그래요 아 가씨 속은 구름이 자욱해요 내가 왜 몰라요 [갑분] 괜찮어 그까짓 시집 안가면 그만이지 뭐야 [이쁜이] 에그머니나 정말 시집 안가실려나보네 아가씨! 정말 안가세요? 그런법 없어요 그 만일에 그럼 못써요 그건 안돼요 아가씨 [갑분] 뭐야? 뭐가 그만일이야? 그 몹쓸 병신에게 가란 말이냐? 너 같으면 가겠니 응 어떻 거란 소리냐? [이쁜이] 그야 가야지요 [갑분] 아이구 기맥혀라 [이뿐이] 언챙이든 절뚝발이든 그런게 무슨 상관있어요 [갑분] (대노) 아니 넌 그럼 무엇이 어떻게 상관이람 말이냐 응? [이뿐이] 진정이예요 진정만 있으면 모든건 문제가 아닌줄 알어요 [갑분] 진정? 응 사랑 말이로구나 [이뿐] (크게 긍정해보이며) 더군다나 새서방님께선 꼭 그 진정이 많으실꺼예요 그게 젤이지 뭐야요 [갑분] (울며) 어떻게 그리 잘알어 네가 데리고 살아봤어 그이를 [이뿐] 이이머니나 이 아가씨가 (맹진사 초연히 들어온다) [갑분] 그럼 뭐야? 무슨 바보같은 소리냐 말야 [이뿐] 바보요? 그렇잖아요 난 무식한 년이지만 이렇게 생각해요 난 진정이 제일이라고 진 정만 있으면 죽어두 괜찮다구요 [갑분] 네가 가려무나 그 절뚝발이가 그렇게 좋거든 네가 가서 그 놀라운 진정이란 것하구 실컷 살어! 아무두 말리지 않을테야! [맹진사] (듣고있다가 혼자 무릎을 탁치며) 옳지! [갑분] 아버지! [맹진사] (깜짝놀라 뒤로 물러서며) 오냐 요것아! 애비 간 떨어지겠다 [갑분] 천지 바보! (안으로 퇴장) [맹진사] 어? [이뿐] 아가씨! 아가씨! 아이 딱해 죽겠네 (급퇴) [맹진사] (혼자 좋아서) 허허... 갑분아 걱정말어 늬애비가 너를 그런 병신에게야 주겠니? 그 렇다구 이 혼인을 타파하는 것두 도리가 아니지 두구 보아라 이 맹진사의 수완에는 불가능 이라는것이 없을게다 작은아버지... 헷헷... 귀신두 곡하구 물러갈 묘책이지 이봐! 참봉참봉 (급히 등장) [참봉] 네 [맹진사] 얼른 가서 고군을 불러오게 [참봉] 고군이요? 고군은 시집가는 날 불러두 늦지않읍니다 [맹진사] 허허 참봉두 모르는 소리 그런게 아니라...(귓속) [참봉] 아이그머니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겠읍니까 그게 바로 들어만 맞으면야! [맹진사] 쓸데없는 걱정두! 만사는 이 내 흉중에 있어 제아무리 제갈공인들 어쩔려구 [참봉] 네 알았읍니다 과연 신통하십니다 얘! 갈보야! 삼돌아! [맹진사] 아서! 어렵지만 참봉 몸소가서 좀 데려오게 이번 일은 특히 집안 아랫것들두 깜쪽 같이 모르게허야 헌단말야 그리구 참봉 안에 들어가서 마님허구 젖엄마를 좀 나오라게 [참봉] 네네 그럼 곧 제가 가서 불러오겠읍니다 (사랑으로 퇴장 그와 스치어 삼돌이 등장) [삼돌] 영감마님 부르셨어요? [맹진사] 아 아니다 오 오냐 너두 요새 몇일 밤낮으로 수고 많았으니 옛다 오늘 하루 나가 서 마음껏 마시구 놀아라 어서 이녀석을 내가 장갈 보내주어야 할텐데 걱정말어 참한 색씨 하나 골라잡아줄께 응? 헛헛... [삼돌] 헤헤... 그럼 영감마님 저두 이쁜이허구 곧 초례를 이루게 해 주시겠어요? [맹진사] 이쁜이만이 맛이냐? 금네두 있구 금단이두 있구 탄실이두 있구 네 마음대로 골라 잡으면 그만이지 [삼돌] 그래두... 전 이뿐이가 좋아요 고 계집애가 아주 새침헌게 정이 뚝 뚝 떨어지는게...샐 쭉헐땐 눈매가 무서운게 헤헤... 그 계집애가 아주 맹랑한게-- 영감마님은 모르서요 헤헤... 고 계집앤... [맹진사] 그만 떠들고 어서 나가! [삼돌] 예? 어디루 말씀입죠? [맹진사] 빨리 술먹으러 갓 [삼돌] 네...(나가며) 노랭이 영감이 돈을 주면서 술 먹으러 가라구 꾸중이시네 이게 무슨 조 화야 (퇴장) (길보와 한씨 유모 안에서 등장) [길보] 나리마님 어서 좀 들어가 보세요 암만해두 갑분아가씨가 야단 나시겠어요 [한씨] 영감! 이 노릇을 어떻허시죠? 아가씨가 딱 실성한 사람처럼 얼굴이 져요 마님 [맹진사] 쉿! 떠들지 말어요 얘 길보야! [길보] 네! [맹진사] 옛다 [길보] 아니 이거 웬돈을 이렇게 [맹진사] 장가밑천은 못될망정 선치밑천은 될게다 받아둬라 [길보] 아니 웬일이세요(혼잣말로)노랭이 마님께서 별안간에? [맹진사] 머 액기 이녀석 싫건 이리 도루내민다 [길보] 어마 안돼요 왜 이러십니까 나리님두(바지 춤에 집어 넣는다) [맹진사] (정색으로 나즈막하게)아 이봐 너는 삼돌이 뒤를 따라가서 술을 멕이고 요며칠동안 집에 얼신 거리지 못하도록 잘좀 응 잘좀 알겠느냐? [길보] 왜 삼돌이가 어쨌어요? [맹진사] 네가 아랑곳 할게 아냐 일르는 대루하면 그만이지 어서 갓 [길보] 아네네...(나가며)여 무슨 조화속인지 당최 알수가 없네 (퇴장) [맹진사] 인제 됐지 이래도문야 헛 헛 세상만사가 다 수완야 수완 나름에 달렸거든 허허 [한씨] 에이구 유들유들 하시지 죽네사네 야단법석인데 그야말로 무슨 조화인지 갑갑하구려 영감 [맹진사] 에구요 지지리 바보 아무려면 무남독녀 외딸을그런 병신놈에게 보낼상 싶어 이걱 정이야 [한씨] 어떻게 안보낼 도리만 있다문 여복 다행이겠소 [맹진사] 무슨 묘책이 섰느냐 말이지 [한씨] 네 그 묘책이? [맹진사] 아함 스다마다 누구 재주라구 쉬 수완이라구 거 귀좀 빌려 [한씨] 네 [맹진사] (수근 수근) [유모] 에그머니나 어쩌면 딴은 [맹진사] 또 근사야 겨우 빨리 갑분이 차비시켜 불러내와요 [한씨] 유모 [유모] 네(안으로 퇴장) [한씨] 그러구유 모두 따라갔다 와야 허네 [유모] (안에서)네에 가구말굽쇼 [맹진사] 수완야 암 수완이구말구 모두가 수완이말 밖에 헛헛 (그와 동시에 참봉뒤에 가마맨 고군들따라 등장 왔구) [참봉] 네 [한씨] 에그 갑분이가 뭘 허느라구 이리 더딘고 (급히 안으로 퇴장) [맹진사] 운산을 알지? [고군] 네 [맹진사] 운산골 맹초시댁말야 [고군] 네 알구말굽쇼 (유모 한씨 갑분 등장) [한씨] 아가 다 알었지 어서 갔다 오너라 [맹진사] 에라 요년 이제두 애비보구 죽이라 살리라 헐까 [갑분] 아버지 어머니 [한씨] 오냐 운산골 할머니에게 그저 아버지가 가라구해서 왔다구만 여쭤 [맹진사] 유모두 아무 걱정말구 부르러 갈때까지 있어 작은아버지껜 내가 말씀 드릴테니 [유모] 네 그럼 다녀오겠읍니다(이쁜이 뛰어나오며) [이쁜이] 아가씨 에그머니나 아가씨 나몰래 어디루 가세요 난 싫어 나두 같이 가야지 어디 든지 날 버리곤 못가요 아가씨 [유모] 널랑 좀 보채지 말구 떠들지 말어 [이쁜이] (매달리며)싫어요 날혼자 두구 한마디 얘기두 없이 너무해요 매정해요 혼자는 못가 요 아가씨 [갑분] 이쁜아 [맹진사] 고군들 어서들 떠나게 자 어서 떠나 [고군들] 네(퇴장한다) [이쁜이] 아가씨 갑분아가씨 [한씨] 이쁜아(붙잡는다) [이쁜이] 마님 잠깐만 갑분아가씨( 쫓아간다) [유모] 에그 저런(쫓아서 퇴장) [한씨] 꼭좀 붙잡아오게(맹효원 등장) [맹효원] 어떻게 됐느냐 [맹진사] 네 갑분이년은 방금 작은 아버님댁에 피신을 보냈읍니다 [요원] 잘했다 [맹진사] 올라오십쇼 [참봉] 모두들 잠깐 올라가십쇼(한씨의 일동 마루로) [효원] 그런데 이제 문제는 그 이쁜이란 종년이로구나 어떻게 시키는데로 핼론지 어렵지 않 겠느냐? [맹진사] 수단껏해야죠 황차 내일이년 꼭두새벽같이 그 병신 녀석이 뛰어들것이요 그러면 허다못해 허수애비신부라도 급한대로 채려 앉여야할 이판에 어렵구 말구가 있읍니까 수단방 법을 가릴 나위가 있읍니까 [효원] 그러게 말이다 헌데 혹시 저의부모나 일가친척들이 알면 아무리 종일망정 병신한테 꿰어 보냈다구 필시 말썽이 클텐데 [참봉] 다행히 그애에겐 부모동기간 일가친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없는걸요 [효원] 오 그거 아주 안성맞춤이로구나 [맹진사] 더군다나 잔뼈가 굵도록 길러준 이상전의은공을 저도 사람이면 모른다고는 못할것 이오 만약 그렇지 않고 배은망덕하게 군다면 그때는 억지루 욱박어서라도 (유모 이쁜일) [효원] 아서 달래어라 달래 살살달래어서 일을 만들어야지 (퇴장) [한씨] 어딜 갔느냐 저렇게들 널 기다리고 계신데 어서 잠깐 올라오너라 이쁜아 [이쁜이] 네? 왜요(둘러보고) 아이 젖엄마 [맹진사] 참봉 [맹진사] 이쁜아 이리온 [참봉] 어 착하지 잠깐 올라가거라 [한씨] 어른들께 부르신다 [참봉] 자 자 (마루로 올려얹힌다) [맹진사] 이쁜아 [이쁜이] 네에 [맹진사] 에헴 에 넌말이다 오늘부텀 이뿐이가 아니다 [이쁜이] 네? [맹진사] 갑분이야 네가 갑분이가 됐어 [이쁜이] 네? [맹진사] 내딸 갑분인 한동안 없는거나 마찬가지루 [이쁜이] 에그머니나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맹진사] 그렇게 알아다구 [이쁜이] 싫어요 갑분아가씨가 없어지셨다면 저두 따라 없어져요 갑분아가씨께서 죽었다면 저도 따라 죽어요 [맹진사] 네가 갑분아가씨를 그처럼 위하느냐 [이쁜이] 그 아가씨 떠나선 전 한시도 못살것만 같아요 [참봉] 무던합지요? [한씨] 무던 허구 말구요 [맹진사] 그러면 말이다 갑분아가씨 시키는 일이라면 죽을 일이라도 꺼리낌없이 다해야지 응? [이쁜이] 네 뭐던지 다해요 그 아가씨 일이라면 열토막으로 죽으래도 죽겠어요 [참봉] 무던헙죠? [한씨] 무던허구 말구요 [맹진사] 그러면 갑분아가씨 대신 도라지골로 시집이라도 가줄테냐 이쁜아? [이쁜이] 네?제가 도라지골로? 아이라마님도 그것만은 안돼요 [한씨] 농담이 아니다 이쁜아 [이쁜이] 못해요 그것만은 안돼요 그런법이 어딨어유 [맹진사] 갑분아가씨가 너헌테 시키는 일인데두? [이쁜이] 그래두 그것만은 싫여요 숫제 죽으라면 죽어유 그렇지만 그것만은 [맹진사] 요 앙큼한것 갑분아가씰 위한단 소리도 새빨간 거짓말이었구나 표리부동한 이 고 약한것 [이쁜이] 하누님 [맹진사] 이십년 가까이 잔뼈가 굵게스리 키워준 제상전의 은공을 헤아릴줄 모르는 쌍것 [참봉] 생각좀 돌려라 응 이쁜아 넌들 해로운건 하나도 없을텐데 [한씨] 그럼요 아무려면 삼돌이따위겠니 신랑다리가 좀 저거 하다기로니 그래도 쩡쩡한 대 감댁 며누님이 아니냐 (만취한 삼돌이 조금전부터 나와 섰다가) [삼돌] 마님 삼돌이 따위라구요 절름발일망정 사내춘향이가 났다구요 마님 그런법이 어딨어 요 약속이 틀려유 약속이 [맹진사] 참봉 저놈을 아 저놈이 어느틈에 튀어 나왔어 [참봉] 이놈 이게 무슨 짓이냐 [삼돌] 이쁜아 이 속알머리 없는 계집애야 거기가 어떤 자리라구 네가 천연스레 앉아있어 어? 너두 속이 있으면 도라지골루 대신 시집 못갈라 생각해봐아 하늘이 무섭지 않어 아가씨 몸종인 네가 어떻게 바탕을 감추구 그 어른의 품속에 들어 박힐수가 있단말이냐 어? 그렇다 면 천지신명이 그냥 두지 않을게다 [참봉] 에이놈 술을 비어두 곱게 색여야지 어른들 앞에서 이 무슨 버르장머리야 [맹진사] 길보는 어디 갔느냐 길보녀석이 얼빠진 놈이지 내가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길보 역시 만취해서 등장) [길보] 이자식이 샜어 샜는데 이런 생쥐같은 자식 오냐 너 어느 결에 이자식 가자 가아 [삼돌] 넌 괜히 사지가 성한게 원수같으냐 어쩌자고 졸졸 따라 다니면서 성화냐 비켜라 우 라질 [맹진사] 이놈 길보야 네놈까지 네놈까지 허탕하게 이럴테야 [길보] 아 아녜요 마님 한두잔 오락 가랄 하는판에 저두 그만 이렇게 녹아 떨어졌군입쇼 삼 돌이 녀석이 누막 앞으로 마가지 나가는 보구 설랑은 이쁜이 보러 온다구 저도 모르는 새에 새버렸어요 마님 [맹진사] 헛 이거 집안망했군 그놈들 끄집어 내지 못할까 [길보] 네에 인마 삼돌아 나가자 마음돌리구 이쁜인 벌써 싹이 노랬어 틀렸어 인마 술이나 더 먹자 나가 임마 [삼돌] 시끄러 이쁜인 내거 아냐? 나준다고 저 마나님께서 똑 똑히 그러셨죠 왜 대답을 못 허세요 상전은 종놈에게 일구이언으로 막 배신을 해두 괜찮은 감 종이라고 속이고 놀리는 상전 쯤은 제아무리 양반이라기로 개떡같아요 [참봉] 아 저놈이 [삼돌] 개떡이지 뭐예유 [맹진사] 아 저놈을 매우 다스리지 못할까 참봉 [참봉] 네 길보야 이리 오너라 [길보] 삼돌아 인마 인제 다 틀렸다 이리와 이자식아 (참봉과 길보 삼돌을 이끌고 나간다) [삼돌] 영감 마님 인제 두구보세요 동리가 발칵 위집히게 소문을 놀테니 마님 약속이 틀린 다 약속이 틀려 이쁜아 (퇴장 맹효원 사랑에서 등장) [맹진사] 쌍것은 쌍스럽게 다루어야 해 엥이 괬심한놈 같으니라구 [효원] 왜 아랫것들과 떠들떡이나 응 패량아 [한씨] 에그 큰서방님이 나오시네 이쁜아 어서 들어가자(퇴장) [맹진사] 작은 아버지 인제 문제는 아주 원만히 해결됐읍니다 [효원] 어떻게 무슨 계략을 또 꾸미는거야 [맹진사] 저 애를 보십시요 인물이 얼마나 출중허구 예의있어 보입니까 헛 오늘부터는 제딸 자식와 마찬가지랍니다 헛헛 모둔게 수단나름이죠 수완 제갈공명의 씨가 따루 있나요 사위 가 언챙이면 어떻고 절 뚝바리면 어떻단 말야 핫핫 (효원의 표정은 혐오의 표정 맹진사 혼자서 좋았다)
[막] 제2막 [장] 2장 (2,3일후 무대는 전막과 같음 마루와 방에는 초례 이룰 모든 준비가 다 되어있다 참봉이 일 단 높은데 서서 뜰안에 그득 모인 작인들에게 일장 훈시이다) [참봉] 즉 이를테면 그럴 사정이 있어서 자네들이 의히 잘아는 이쁜이가 갑분아가씨가 왯단 말이야 그러니까 즉 일테면 이쁜이가 갑분아가씨이고 갑분아가씬...갑분아가씨대로 있게 됐 단 말이야 [작인] (일어서며) 그럼 시집가는건 누구예요? [참봉] 그야 물론 갑분아가씨가 김판서댁 며느님이 되는 세임이지 [작인1] 그럼 갑분아가씨가 시집가는구먼요 [참봉] 아 아니다 아니 어 어느 갑분아가씨 말인고? [작인2] 저 그럼 이쁜이가 갑분아가씨구 갑분아가씨가 이쁜이가 됐단 말씀인갑슈 [참봉] 뭐 뭣이 [작인3] 그 으째 셈이 잘맞지 않는뎁쇼 왜 그런고 하니 참봉님 말씀에 의지할진데 도대체 시집가는 아가씨가 갑분아가씬데 실인인즉 시집가는 아가씨는 이쁜이니 시집안가는 갑분아 가씬 도대체 뭔갑쇼 [참봉] 가 가만 있어 채근 채근이 [작인4] 일이 좀 복잡해서 깨치기 곤란한 댑쇼 [작인5] (꾸부리고 앉아 짚으레기 셋을 놓고 가장 논리적으로 작인4에게 설명한다)복잡헐께 없지 내 산술로 풀어볼께 이게 이쁜이렸다 이 이쁜이가 갑분아가씨가 됐단 말이지 (짚 둘을 합친다)그러니 둘이 하나가 됐지 승했단 말야 그런데 말야 이 둘중에서 하나는 시집을 가야 거든 자 갔다(짚하나를 멀리 띄어 놓는다)그런데 시집가는 이 물건이 뭐냐 할것 같으면 즉 이게 갑분아가씨란 말씀야 알어 들었어? [작인4] 그래서 그럼 남은건 뭐야? [작인5] 어? 남는 것? [작인4] 이쁜이야 갑분이야 [작인5] 이것 제거에 소수가 나는군 그래 참봉(손을 들고 일어서면서) 애당초에 왜 이런 복 잡한 일을 꾸미는 갑쇼 [참봉] 어 아직들 깨치지 못한대로군 그럼 내가 다시 한번 자세히 이야기 할테니 조용히 들 어 [소작인] (일어서며)알았읍니 알었어요 일테면 이 쁜인 작인이구 갑분아가씬 지주와 같다 그 말씀이죠 간단헌걸 가지구 [작인1] 이 이 영감은 또 뚱단지야 [소작인] 왜 뚱단지야 일테면 농사짓는건 우리 소작인인데 추수받어 먹는건 지주영감이렸다 헌즉 매한가지 이치로 판서댁 며누님은 갑분아가씨인데 시집가는건 이쁜이니까 이쁜인 소작 인이구 갑분인지주지 뭐야? [작인3] 근사헌데 그러나 전 상게두 그 시집 안가는 갑순 아가씰 깨치지 못허겠거든(맹진사 나와 듣고 섰다가) [맹진사] 참봉 저리좀 비키세(올라서서)너희들 참새대가리로 궁리할 것두 없구 생각할 것두 없다 다시 한번 일러둔다믄 서두 이제 곧 초례를 이룰테이지만 그 당장에 나타난 신부가 누 구이건 아랑곳 할게 아니란 말이다 알아들었어 만일에 신랑댁에서 들오신 뒤에 너희들이 혹 씨 얼낌에라두 익크 저 신부가 이쁜이 아니야 또는 익크 이게 어떻게될 판국야아 이런 소리 라도 산돈댁 양반들의 귀에 들렸단 큰일 저즐테이니 그런 줄이나 이미 짐작허구 아예 함구 불헌허란 말이야 알아들었어 [일동] 네 [소작인] 예날부터 상전께서들 허시는 일일랑 저희들이 아랑곳 했읍니까원 [맹진사] 그럼 어서들돌아가 일 걷을 사람은 일걷으구 [작인1] 헛참 내 오래 살려니까 [작인2] 무슨 조환지 모르지 (작인들 상하수로 퇴장) [맹진사] 에이 육실헐 삼돌이 놈때메 이 고생이람 쫙 동네 방네 소문을 놨으니 대체 이놈이 오늘은 아침부터 얼신 안허니 어데루 갔어 참봉 사돈댁에서 들어선 뒤에 야료 못허게 단단 히 단속을 허야 하네 [참봉] 네 염려맙쇼 [맹진사] 원 참봉을 믿을수가 있어야지 저게 무슨 소린가 (멀리의 도라지 타령) 에그머니나 어느새 궐마 소리 같은데 [참봉] 아니올시다 궐마소리가 무슨 궐마소립니까 아무렇기로니 어느새에 [맹진사] 응 아니로군 에이 진땀이야 내 그 병신녀석 맞을 생각을 허니 [참봉] 고정하세요 [맹진사] 그런데 참 신부단장은 어떻게나 됐지 [참봉] 걱정마십쇼 단장한지가 언제라구 분바르고 연지 찍고 머리빗고 색동옷에 노리개 꺼 정 채 놓고보니 그야말로 마치 물찬 제비요 돌아오르는 반달 갑분아가씨 따윈 명함도 못디 리진 않지만 혹 딴사람이 됐는걸요 [맹진사] 홱 딴사람야 이쁜이가 어디 이리좀 나오라고 허게 [참봉] 네(나가려할때 삼돌 절뚝거리며 등장) [참봉] 삼돌아 [맹진사] 네... 이놈 내 앞에서 이게 무슨짓이냐 [삼돌] 아니에요 죽을려다가 그만 낙상했어요 (다리를 뻗고 주저앉는다) 죽어라고 술을 퍼 먹었지 그래도 죽지 않아서 물로 뛰어 들었지 낚시질꾼에게 방해가 되서 못죽고 나무에 목 을 매었지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 게 서러워서 또 못죽었어 (일어서 대청앞 큰 상 을 노리며) 이쁜아 지래빠진 이 계집애야 넌 종시 갈테냐 난 못생긴 머슴을 망정 이렇게 성 하다 다리병신 양반 자제가 그래도 맘에 들드냐 이 시시2한 년아 시집 못갈라 이쁜아 [맹진사] 이 죽일놈아 (덤빈다) [삼돌] 흥 날 칠려구요 칠려면 쳐봐요 그 대신 이 혼인은 이제라도 저기 판서댁에 내말 한 마디만 하면 그만 [참봉] (진사를 비켜세우고) 얘 얘 삼돌아 제발좀 진정해라 응 이쁜이 아닌 다른 색씰랑 소 원대루 누구던지 책임을 지고 얻어 주께 응 곱단이가 좋다면 곱단이도 얻어주마 [삼돌] 싫어요 [참봉] 그럼 곰례는 어떠냐 그 애가 이쁘고 재치있고 아담하고 짭짤하고 상냥하고... [삼돌] 싫어요 [참봉] 그럼 누구란 말이냐 어디 말해봐라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응?
[삼돌] 이쁜이 밖에 없어요 [참봉] 에그 이런 심술구진 소리말구...고집도 너무허면 그건 벽창호라는 거야 그러지말구 어 서 [삼돌] 뭐요 벽창호요 누가 할 소리에요? 정녕 색씨 하나 얻어 주실려거든 댁 갑분아가씨를 이쁜이 대신 주세요 [맹진사] 원 이녀석이 [참봉] 갑분아가씨를 네가 환장을 했느냐 [삼돌] 왜들 놀라실까 마찬가지에요 이쁜이가 갑분 아가씨가 됐으니 갑분이 아가씨가 이쁜 이 아가씨가 이쁜이 아가씨가 된게 아녜요 피장 파장인데 뭘 그래요 [맹진사] 엑기 (격노하여) 이 배지 못한 후레자식아 [삼돌] 싫거들랑 그만 두세요 (일어선다) [참봉] 얘 얘 삼돌아 [맹진사] 내버려두어 참봉 내 저놈을 그냥두지 않을테야 (길보 숨이 턱에 다서 다시 등장) [길보] 나리마님 신랑이 오나봅니다 저 동구밖에 말탄 행렬이 까박 까박하고 옵니다 [맹진사] 에그 정말 꼭두새벽에 온다드니 병신꼴에 부지런두 하지 길보야 얼른 안에 들어가 서 마님허구 이쁜이허구...삼돌아 헤...너 술먹으러 안가련! 길보허구 함께 [삼돌] 흥 헐일이 태산같은데 술만 쳐먹어요 신랑행차두 마중 나가야겠구 또 큰일 저지르기 전에 신랑댁에 귀뜸두 해 두어야겠구 [맹진사] 헤헤...그만두자 네가 다 옳아 [삼돌] 그럼 갑분아가씨 주실테에요 [맹진사] 갑분아가씰? 엑기 우라질놈 [삼돌] 그럼...(일어선다) [맹진사] 오냐오냐 인마 날살려라 줬다 줬어 아무 거나 다 줄테야 인마 자 인제 들어가 길 보야 옛다 돈 (길보 받아들고 삼돌이를 이끌고 나간다) [길보] 헤헤...인마 삼돌아 너 팔자 고치누나 (삼돌 수언이 길보와 사랑으로 퇴장) [참봉] 영감 어쩌실려구 그런 약속을 하십니까? [맹진사] 후유...(땀을닦으며) 이거 내가 전생에 무슨죄로 이런 아차 참봉은 그런 걱정말구 쫓아가 지켜보우 [참봉] 네(급퇴) [맹진사] 후유 (이때에 유모가 신부단장을 갖춘 이쁜이를 안동하여 안에서 등장 좀 떨어져서 한씨등장) [유모] 나리마님 [맹진사] 에구 깜짝이야 [유모] 우리 신부좀 구경하세요 나리마님 [한씨] 어떻습니까 영감 [맹진사] 응 이거야말로 홱 딴사람이 됐구나 쉿 (황급하게 입을 막는다) 그래놓고 보아허니 과시 미인이거든 우리 이쁜이가 쉿 아아니 우리 갑분이가 그렇지 갑분이지 [유모] 자 어서 이제 초례법식을 가르쳐 주어얍죠 마님 [한씨] 그래 자네가 가르쳐 주게나 (여자들 마루에서 방으로 향한다 일관들 들락거린다 궐마소리 말 들린다) [맹진사] 엑크 정말 오는군 얘 이쁜아 엥이 갑분아 신랑이 온단다 자 부디 내말을 명심해 들어야해 시댁에 가선 말야 첫째 시부모 봉양 잘허되 특히 시어머님 비위에 잘 들도록 하며 대소 범절에 소흘함이 없게 할건 물론 맹진사 가문 이 흠안잡히도록 해야한다 응 [이쁜이]... [맹진사] 왜 대답이 없느냐 [한씨] 이러면 못써 아가 [유모] 대답을 하세요 갑분 아가씨 [이쁜이] (목메어) 네 네 [맹진사] 네네가 뭐냐 네에라 그래야지 [유모] 네얘가 아니라 네에에요 아가씨 [이쁜이] ...네에 [한씨] 예절이 세니까 부디 각심 먹어야한다 [이쁜이] ...네애 [맹진사] 엥이 그래도 네애야 대답부텀 틀렸어 [이쁜이] 네에 (더욱 목메어 운다) [한씨] 울긴 왜우니 [맹진사] 그리고 또 하나는 이봐 이쁜아 에 그 망할정신 이봐 갑분아 네가 친딸이란걸 꿈에 도 잊지 말아야해 응 (궐마소리 가까이) [맹진사] 에그 쳐들어오는구나 [한씨] 이봐 나보구두 꼭 어머니라고 그래야지 마님하고 불르는 날엔 낭패본다 응? [맹진사] 어디 우리 한번 불러보아 응 이쁜아 엥이 참 이거 큰일났군 갑분아 자 어디 아버 지 하구 불러봐 빨리 [한씨] 자 나보구두 어머니 그렇게 한번 불러보지 응? [유모] 어서 불러보세요 갑분아가씨 (궐마소리 가까이) [한씨] 에그 다 왔나본데 (참봉 뛰어 내닫는다) [맹진사] 어서 빨리 한번 연습을 해 두 어야잖겠느냐 이입 갑분아 [이쁜이] 아버지 [한씨] 자 나두 [이쁜이] 어머니 (쓰러져 운다) (맹진사 사랑으로 퇴장) [한씨] 에그 착하기두 해라 그럼 모든 절차를 꼭 고대루만 잊지 말아 응? [유모] 아이 (눈물을 닦아주며) 여자 일평생의 첫날은 첫꽃이라는데 이럼 불길하대요 이럼 못써요 갑분아가씨 (이쁜이와 안방으로 퇴장 문전에 닫는 궐마소리 말방울 소리 군중소리 사랑에서 "이크 다왔 군 그래"의 소리와 더불어 근친 노인들 갑,을,병,정,맹효원과 기타 하객들 등장) [근친갑] 어차피 보게될게 아니요 [긍친을] 아 장인될 태량 이사람이 어딨누 [맹진사] (짜는 소리로) 예 있읍니다 [길보] (쏜살같이 들어와) 나리마님 신랑이 안보입니다 신랑이 없어요 [일동] 신랑이 없다니! [근친갑] 이놈이 실성을 했나 신랑이 없다니 말탄게 신랑이지 뭐야 아니 말잔등에 벙그렇게 올라앉은 활옷입은게 없단 말이냐 [길보] 그건 우리집으로 오는게 아니에요 이거참 귀신이 곡할 노릇인걸 (다시 급히 퇴장) [참봉] (역시 쏜살같이 등장) 어쿠 진사영감 진사영감 [맹진사] 왜 왜 이 야단들인구 [참봉] 아녜요 아니야 [맹진사] 뭐가 아니란 말이야? [참봉] 마땅히 하늘이 땅이되구 땅이 하늘로 뒤집혀질 일이 났어요 [맹진사] 그게 뭐란 말인가 그래 [참봉] 그눈은 샛별같이 빛나서 재가가 영롱하며 그 코는 장부의 기상이 용솟음치며 그 사 기는 싱싱한 나머지 철퇴같이 억세이며 그체격의 간들러진 맵시 또한 하늘의 선인군자인양 늠늠한 풍채 도무지 듣던 소문과는 획 딴판이니 장차 이일의 조치를 어찌하시리오? [맹진사] 시끄러 잘못본게지 그럴리가 있나 비켜들나 백문이불여 일견이야 내눈으로 봐야해 (내달으려 할때 긴장한 관중 가운데 음악과 더불어 오리애비가 앞에서 들어온다)한참사이 이윽고 나타나는 신랑 사(紗)로 반쯤 얼굴을 가린 미남 미언의 풍채 멋드러지다못해 간들어지다 모두들 아연개구하며 기성을 질러 경탄 부인들은 땅이 꺼질듯한 장태식 한씨도 나와선다 그뒤에 후행으로온 김명정 그의 입엔 까닭모를 미소가 느긋이 풍긴다) [맹진사] 그댄가? 그대가 미언이란 말인고? [미언] (넌즈시 읍해 대답) [맹진사] 김판서 자제 미언이가 정녕 그대가 옳단 말인가? [미언] 적실이 그러합니다 그것을 물으심은? 그럼 혹여나 이댁이 맹진사 댁이 아니지나 아 니신지 그래서 불초 이몸이 잘못 온게나 아닌지 심히 두렵습니다만... [맹진사] (가슴이 사못 방아질 친다) 아니오 얘가 바루 그집이오 내가 맹태량이고 헌데 내 사 사위는 확실히 내 사위는 이사람 이리좀 가까히 와보게 [미언] (두어걸음 다가간다 간들어진 걸음걸이) (참봉이 뛰어가 그 한쪽 다리를 만져 검시한다 길보가 교대로 뛰어가 그 다른 한쪽을 역시 검시한다) [맹진사] 이사람 다시한번 걸어봐(뒷걸음치며) 이만큼 좀더 좀더... [미언] (지시대로 걷는다) [맹진사] (더욱 광난에 빠지며) 어 이건 아닌데 좀 더 걸어봐 좀 더 이건 아니데 뒤로 돌아 앞으로 갓 참봉 과시 하늘이 땅이되고 땅이 하늘로 뒤집어질 노릇이란 말이 옳구려 [참봉] (콧물을 닦으며) 누가 아니랍니까 [맹진사] 그럼 자네는 병신이 아니였든가? [미언] 병신이? [맹진사] 아암 내 사위는 쩔뚝발이야 내 사위는 다리병신야 [김명정] (나서며) 사둔님 [맹진사] (한참만에야 놀래 발견하고) 옳지 바로 당신이었지 [김명정] 네 그런데 거기 대해서 잠깐 [맹진사] 거기 대해서? 거기 대해서 뭐요? [김명정] 확실히 이사람이 그렇게 말을 했고 또 그것을 부정하지도 않겠읍니다만은 이에 대 해선 저의 형님되시는 판서대감허구두... [맹진사] 뭐요 판서대감이 형님요 [김명정] 네 사촌형님입니다 [맹진사] 그럼 과객이라든건 샛빨간? [김명정] (웃으며) 용서하십시오 그래서 기실은 그 형님허구두 상의를 하여 그랬던 것이요 또 그 까닭에 대해선 [맹진사] 그 까닭은? [김명정] 소청이시라면 지금이라도 여쭙겠읍니다만...제가 여쭙느니 서서히 신랑 자신이 그 어떤 기회에 아뢰일것으로 생각합니다 무근지설로서 이와같이 소연스럽게 군바를 죄송히 알 며 따라서 깊이 사과합니다 [맹진사] 당신은...여보 당신은 당신은 무슨 심사로 무슨 심사로 내집을...내집을 맹문일가는 보기좋게 망했오 [김명정] 네? 댁이 망하시다니? [맹진사] 네 아 아니외다 이따끔 내가 헛 헛 헛 헛소리 치는 병이 있어 설랑 헛헛헛헛 그건 그렇구 에그 이거 한시가 급한데...게 아무도 없느냐 [길보] 네 [맹진사] 에그 이놈을 정신 좀 바짝 차려라 어떻게 일일히 귀를 튕겨줘야만 알겠느냐 바늘 구녁 같은 것을 냉큼 가 갑분 아가씰... [길보] 갑분아가씬 안에 계세요 나리마님 [맹진사] 에이 이 등신들아 [맹효진] 에헴 [맹진사] (효원을 보고 명정을 본다) 허 이거 후행오신 손님들을 깜짝 잊었읍니다그려 작은 아버님...참봉 사랑으로 좀 모시게 [참봉] 네에 [맹효원] (명정에게) 사돈님 사랑으로 들어가시죠 (맹정과 후행꾼 참봉 뒤따라 사랑으로 퇴장 신랑은 대청으로, 흩어지는 군중 맹진사 효원 한씨 유모 길보 근친 갑,을,병,정등이 남아 초긴급회의) [맹진사] (거의 목멘 소리로) 작은 아버님 어떻게 할까요? [맹효원] 어떻걸 셈이냐? [한씨] 노새를 태워 운산골루 누굴 보냅시다 작은 아버님 노새루 달리면 얼마나 걸립니까? [효원] 노새로? 글쎄 [근친갑] 왜 하필 노새람 [근친을] 당나귀가 좀 빠를걸 [근친병] 빠른놈이야 불찬 말이상 있나 [맹진사] 여보 [한씨] 왜 그러세요 [맹진사] 왜라니 정신좀 바짝 채려요 [한씨] 에그 부산하게두 구시지 유모 [유모] 네 다 알았어요 [맹진사] 좌우간 초례는 꽉 눌러둬 그러구 얘 길보야 넌 빨리 가서 갑분 아가씨를 모셔 오 너라 [길보] 영감 마님께선 괜히 그러셔 아 갑분아가씬 벌써부터 단장하구 있잖아요 [맹진사] (작은 소리로) 이놈아 진짜 갑분아가씨 말이다 [길보] (작은 소리로) 글쎄 진짜에요 우리 다 그렇게 약조해 놓시군 [맹진사] 이놈아 (적은 소리로) 이쁜이 아니구 갑분아가씨 말이야 [길보] (역시 적은 소리로) 글쎄 이쁜이가 아니구 갑분아가씨루 허지않었어요 왜 나리마님 정신 바짝 채리세요 [맹진사] 어이구 요 맹추야 얘 삼돌아 (삼돌 정신없이 등장) [삼돌] 네 [맹진사] 너 냉큼 가서 갑분아가씨 모셔오너라 [삼돌] ... ? [길보] (역시 작은소리로 짜증을내며) 글쎄 안방에 있다니까 [삼돌] 갑분 아가씰요? [맹진사] 오냐 그럼 당장 이쁜일 내주마 쏜살같이 다녀와야 한다 [삼돌] 이쁜일요? 그럼 그렇지 네 (쏜살같이 내딛는다 방울소리) [길보] 아 - 그 갑분아가씨 말이었군 (안방으로 퇴장) [맹진사] 됐읍니다 궁즉통야라더니 이만하면 됐읍니다 [근친을] 신랑이 당도했으면 곧 초례 올려야 할텐데 무단곡절하고 기다리게 하는건 인사가 아니니까 그점도 잘 생각해설랑 [근친병] 그렇지 양반의 인사가 아니지 [맹진사] 에이그 언제 인사차릴 겨를이 있읍니까 원 [김명정] (사랑에서 등장) 사둔님 신랑이 원로에 말타고 오느라고 몹시 지친 모양인데 초례 는 빨리 올리도록 해 주십시요 [맹진사] 네 곧 올리겠읍니다 [김명정] 늦지 않도록 하여 주십시요 [맹진사] 네 늦기는요 방금 올리기로...헌데 신부가 단장이 쬐금 미진한데가 있어설랑 [김명정] 아니 신부께서 여태 단장을 안허시다니 [맹진사] 아 아니 신부의 조부님께서 참례하시길 기다려가지고 올릴양으로 네 [김명정] 어쨌든 귀여운 사위님몸을 생각하시면 곧 좀 치루도록 해 주십시요 (퇴장) [맹진사] 아그야 작은 아버님...삼돌이가 어디까지나 갔을까요 아직 돌아올때가 멀었읍니까 [맹효원] 천리마라두 안되겠다 혹 축지법이라도 한다면 모르겠다만 [맹진사] 어유 그럼 이 일을 어떻거나 [한씨] 맘을 느긋이 잡수세유 정녕수가 없으면 신부 칭병이라도 해서... [맹진사] 옳지 신부가 별안간 병이 낫다구 [한씨] 어떻겠읍니까 여러 어른들은 [일동] 영특한 생각이야 그것두 [참봉] (사랑에서 급히 등장) 나리마님 큰 나리마님께서 나오십니다 [맹진사] 아버님께서? [참봉] 이 혼인은 못헌다구 노기가 충천하시며 책망이 추상 같읍니다 (맹노인이 해골 그림자 같이 오들 오들떨며 나와서 딱 버티고 선다) [맹노인] 듣자허니 이 불한당 같이 아껴 기른 무남독녀 외동손녀를 절뚝발이에게 주다니 그 나마 이목이 부실한 나를 속여가며 이럴땐 필유곡절이야 이 불측한 놈들 이실 직고해라 돈 에 팔렸느냐 논밭에 팔려 그랬느냐 말 라 (일동 꼼짝 못한다) [맹진사] 아버님 그런게 아니예요 [맹노인] 안된다 못한다 이옴 태량아 안된다면 안되여 그놈좀 내놔라 그 병신 사위놈 내가 한번 봐야겠다 (대청앞으로 가서 쳐다보며 무턱대고) 어떤 놈이냐 엑기 이 뻔뻔스러운놈 그병신 주제 꼴에 언감생실도 유만부동이지 내집에 장가를 들어 오다니 이 멀 쩡한 놈아 [맹진사] 아버님 그리된 사연이 아니랍니다 아버님 고정 좀 하세요 [맹노인] 안된다 나를 대청까지 어서 안동해라 김판서 아니라 영의정 대감 아니라 그만 더 한 인물이라도 안돼 [맹효원] 형니 그런게 아녜요 첨엔 저희도 그렇게만 알았드니 그렇지가 않어요 에그 이거 다치시겠읍니다 [맹노인] 나라 저리비켜 내발루 올라갈테다 비켜라 [맹효원] 에그그 위태롭습니다 형님 (노인이 부쩍 우기고 올라간다 할수없이 마루위에 모셔 올린다) [맹노인] 어서 그놈을 내눈앞에 불러오지 못할까 (김명정 미언이와 함께 쪽문에 나타난다) [맹노인] (휘휘 둘러보고) 오 네놈이로구나 엑기 천하에 명문 집을 업수이봐도 분수가 있지 우리 집안에 대대 손손이 병신 혼인헌 일은 없어 네 아무리 김승지 후예라기로서니 막무가 내다 이 고현놈 얼핏 나가지 못헐까 내 쫓기전에 얼핏 없어지지 못할까 [미언] (도저하게 몇걸음 다가서며 읍한다) [맹노인] 이게 웬일이야 한번 더 이제처럼 다녀봐라 (미언 돌아서다가 다시 돌아 걸어와서 절을한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놀라면서 반가워) 핫핫핫 아무렴 그렇지 뉘집자제라고 핫핫핫 태 량아 얘가 어디가 병신이라구 멀정한 거짓말로 나를 속이구 그런 경거망동을 이훌랑 아예 삼가라 호호호호 내가 괜히 저놈들 얘길 듣구 괜히 책망을 했구나 사나이중에도 사나이 그 옛날 화랑같이 슬기롭고도 늠늠한 건각청년을 몰라보고 호호호호 그래 아버님께서도 안녕하 시냐? [미언] 네 [맹노인] 잘 생겼다 다으님 한번 훌륭히 두셨구나 이제 내가 모르고 한말을 과히 나삐 듣지 말어라 그리고 내 손주년이 비록 아직은 미거하나마 내게는 귀한 후손이니 길이 길이 백년 해로를 잘해야 한다 자 이리 내곁으로 오너라 [미언] 감축합니다 (오라가 옆에 앉는다) [맹노인] 태량아 [맹진사] 네
[맹노인] 내가 오해 몇살이든고 90이든 가 90하고도 몇을 더 먹었드냐? [맹진사] 에그 아버님도 [맹노인] 이 나이에 내가 오늘같이 기꺼운 적이 없었다 첫째 내 손녀사위가 의외로 인물이 특출한 것 둘째는 그런 사위를 골라 둘만한 수완을 가진 네 위인이 인전 제법인것 이게 기 꺼웁지 않고 무엇이 기꺼우랴 응 후후후 [맹진사] 에헴 (금시 천연스럽게 웃는다) [맹노인] 그런데 왠일로 여태 초례를 올리지 않느냐? [맹진사] (금시 울상으로 변한다) 네 지금 방금 올리겠읍니다 [맹노인]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알 수 없는 내가 아니냐 이것들의 경사요 이 맹문가의 경사니 초례가 한시 바삐 보고 싶다 [맹진사] 네 곧...방금 잠깐만 아버님 [맹노인] 뭣을 망설이는거야 내 마지막 경사이거늘 [맹진사] ...아버님... (효원에게 구원을 청한다) 작은아버님 [맹노인] 허 이놈 태량아 효원아 그래도 오히려 [맹진사] 어이구...(후쩍 뛰어가 부에게 귓속말로 하다가 곧 환멸을 느끼며 돌아서서) 참봉 어유 이 노릇을 얼른 좀 내다보게 동구밖 [참봉] 네 (내닫는다) [맹노인] 뭐보담 이건 양반집 행색이 아니야 장가온 새서방을 저렇게 우두머니 앉혀두는 법 이 어디 있느냐 어서들 시작해라 [맹효원] 형님 다 압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오늘따라 웬 근력이세요 이렇게 원 [맹노인] 엑기 불측불효한 무리들 무슨 댓구가 그리 수다스러우냐 이제나 저제나 경각에 있 는 늙은것에게 돈으로 사서 바치는 경사도 아니어늘...그래도 냉큼 서두르지를 못헐까 [맹진사] 참봉 (하고 내닫는다) (맹효원 한씨 근친갑,을, 잠간 구수) [맹진사] (실심 등장) [김명정] 허 사둔님 [맹진사] (껑충 놀라뛰며) 네 네? [김명정] 거참 이상헙니다 여태 그냥들 계시니 아니 뭐가 또 생겼읍니까? [맹진사] 네? 아니올시다 뭐가 생기긴요 저 신부가 갑재기 가슴 아리가 아니 치통이 나설랑 [김명정] 거 더욱이나 이상합니다 아까는 조부님께서 참례하시기를 기다리신다드니만... [맹진사] 네 네 아까는 아버님 때문에 [김명정] 그런데 이번엔 또 신부께서 갑자기 치통이시라뇨? [맹진사] 네 별안간에 별안간에... [김명정] 사둔님 정말이신가요 [맹진사] 네 아 그럼요 사둔님께서도 [김명정] 헛헛헛 혹 노새를 기다리기에 지치신 사운님 자신의 병환이나 아니신지요 [맹진사] 노새? [김명정] 사둔님 혼인의 의식이란 자고로 엄숙한 것이며 인륜의 대사입니다 혹시 신랑이 불만이시다면 모든것을 없던 것으로 하고 물러가겠읍니다 [맹진사] 아이구 아니올시다 그런거 아니에요(이때 실심해 돌아오는 참봉을 쫓아간다) 참봉 [참봉] ... [맹진사] 참봉 [참봉] 네 [노인] 신부데려 내오게 내 마지막 경사인 이 초례랑 내손으로 올려야겠다 오냐 너희들도 그걸 바랬든 모양이지 에이 그렇다구 진작 말을 해야잖느냐 자 참봉 [참봉] (비명) 어유 진사님 [진사] (비명) 작은 아버님 [효원] 난들 어떻게 하느냐? [진사] 아이구 죽겠네... 아이구 죽겠네 참봉 참봉 그리구 [참봉] (목메어) 네 네...(안방으로 퇴장) (한씨 장티식 유모 참봉의 안동으로 안방에서 나와 대청으로 나와선다 미언 마주선다) [노인] 어 내자랑 내 갑분이가 세월이 여류하야 네가 어느결에 원앙의 짝을 이루게 된다니 오냐 이제 죽어도 이 할애비는 여한이 없을라 반가워라 기개워라 이 경사를 내가 살아서 맞 을줄 뉘 알았으리 호호... [명정] (빙그레 웃을뿐) (맹진사 한씨 맹효원 꿀먹은 벙어리인양 가슴만 쥐어뜯는다) (음악)
[막] 제2막 [장] 2장 (그날 저녁 주련을 느린 초야의 신방 평등과 촛불 앞엔 미언과 이쁜이, 신방앞엔 한씨 갑분 참봉이 신랑 신부의 초야 광경에 대단 흥미와 주목과 어떤 견딜수 없는 궁금증으로 긴장해 있다 밤새와 밤벌레의 울음 소리만으로 정적한 가운데서 아지랑이 같이 가벼히 춤추는 촛불 아래서 쥐죽은듯 쪼그리고 앉은 이쁜이) [미언] 갑분아가씨-갑분아가씨 (손목을 잡으려 한다) [이쁜이] 혼연히 뒤로 물러간다) [미언] 왜 그러시오 왠일로 아까부터 이사람을 피하기만 하시오 [이쁜이] ... [미언] 내가 싫어서 그러시오? [이쁜이] ... [미언] 그런가보군 분명히 내가 싫어서... 그런가봐? [이쁜이] (공구하여서 몸둘곳을 모른다) [미언] 갑분아가씨! 이제 우리들은 법례까지 치루어 천지신명에게 백년 해로를 맹세한 부부 라 할망정 그것은 일종의 겉치레에 지나지 않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서로 가진 마음씨 피차의 사랑이오 그러나 갑분아가씨 내가 싫 다면 싫 다고 하시오 [이쁜이] 아니에유 서방님 그런게 아니예요 [미언] (웃으며) 호 - 그럼?그런것도 아니면? [이쁜이] (점점 더 위축해 질뿐) [미언] ...옳지 알았다... 낮에 잔치에서 너무 과로했던 모양이군 그때문이오?그때문이라면 진 작 쉬도록 할걸! 자 우리 자리에 듭시다(촛불을 끄려한다) [이쁜이] (황급히 그손을 말리며) 안됩니다 안되유 서방님 [미언] 안됩니다?안될일이 뭣이란 말이오 응? (상냥하게 이쁜이의 어깨를 어루만진다) [이쁜이] (비로소 북받치는 걷잡지 못해 주련려 걷고 도망치 한다) [미언] (정답게 잡으며) 아가씨! 왜 이러시오? [이쁜이] 아니예유 이거노세유 자꾸만 이러시면 서방님께서 몹쓸 욕을 당하세유 큰 낭패를 보세유 큰일나세유 이러지 마세유 [미언] 욕이라니?큰 낭패를 보다니? [이쁜이] 네 난 갑분아가씨 아녜유 [미언] 이 무슨 이런 소리가 있오 당신은 갑분아가씨 내 내 아네! [이쁜이] 아니 어떻게나 여지껏 아무것도 모르시나봐 서방님 전... 저는 천한 몸종이예유 갑분아가씨의 몸시중 듣는 몸이예유... 아이 무서워 하늘이 무서워요 그렇지만 어쩌는 수가 없어서 나뿐줄 알면서도 이댁 나리마님께서 하도 졸 르시길래 죽는 심만 치고 제가 갑분아 가씨 노릇을 하였든거유 [미언] (빙그레 웃는다) 그래요? [이쁜이] (드디어 울어버리며) 서방님 용서해주세요 실상은 갑분아가씨가 서방님을 절뚝바리 신랑이라구- 죽어도 싫 다고 그래서 어쩌는 수 없이 금방신랑이 신부는 없고 이 천한 몸이 아가씨 대신 신부로 뽑혔든 거예요 저는 가짜예유 [미언] 음 ... [이쁜이] 그리고 저두 서방님께서 절룩발이인 줄만 알았어요 그래 여태 장가도 못드시고 아 무도 시집와 주는 색시도 없는 쓸쓸한 양반이라...이렇게만 알았어유 그랬드니만 이제는 왜 서방님께서 절룩발이가 못 되었을까 차라리 몹쓸 다리병신으로 세상에 보든 색시들이 돌아 보지도 않는 그런 외로운 서방님이었으 좋았겠어요 지금은 그게 도리어 이몸에게 견딜수 없 이 원망스러워요 서방님... 서방님께선 그 몹쓸 속인 사람들 중의 하나인 저를 용서하세유 (운다) [미언] 허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나라오 [이쁜이] 네? [미언] 나두 다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오 내가 왜 아무것도 모르는줄 아시오 [이쁜이] 아니 서방님... [미언] (이쁜이의 손목을 지긋이 잡으며 놀라지 마시오 이번일은 그렇게 꾸민 사람도 실상 은 나였오 내가 그같이 꾸몃든 것이오 내명 정숙부로 하여금 내가 절뚝발이라고 헛소문을 내게 한것도 사실은 나였오 [이쁜이] 네? [미언] 그정도가 지나쳐서 그대를 이렇게까지 괴롭힐 줄은 몰랐오 [이쁜이] 서방님... 무슨 연유로 그런... [미언] 그 연유는?아가씨는 터득치 못하겠오 내가 무엇을 구해서 그런 장난을 했으며 무엇 을 찾아서 그런 일을 꾸몃는지 짐작하지 못하겠오? [이쁜이] 잘모르겠어요! [미언] ... 사람의 마음 더우기 여자의 마음 그마음의 참된 무게와 깊이가 알고 싶었든 것이 오 병신이라든가 거지라든가 돈이 있다든가 없다든가 이것은 모두가 겉치레뿐이오 어떠한 부자나 영화에 취한 사람들 하구도 사귀어 봤구 그 마음씨의 천박함에는 진절머리가 나도록 겪은 나요 내가 참으로 찾는 마음씨는 당신과 같은 참된 사람 이요 어떤 불평이라도 어떤 괴로움이라도 어떤 불안이라도 박차고 이겨 나갈만한 꼿꼿한 마음씨 꼿꼿한 진실이 당신에 게 있는 것을 나도 숙부를 통해서 잘 알았소 당신이야 말로 내가 구하든 배필이요 이제야 참된 사람에게 내 손길이 스치어 보는것 같이 그윽한 행복을 느끼는 바요 [이쁜이] 서방님! 그러나 저는 역시... [미언] 아니오 이제는 그대는 종도 아니오 아가씨도 아닌 내 아내요 진실과 순정 순정의 굳 세고 아름다움... 나는 그것을 믿어 한껏 기쁠따름이오 사람이 살아가는 중에도 높고 향기롭 고 값있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이 기쁘고 즐거울 따름이오 알겠오? [이쁜이] 네 서방님- (안긴다) (서로 쳐다본다) [미언] 이쁜이 다시는 나보고 서방님이라고 하지 말기 [이쁜이] 네? [미언] 나는 서방님이 아니오 나는 이미 그대의 지아비 그대의 남편이오 [이쁜이] 네-? [미언] 자 인제 나더러 그렇게 한번 불러보시오 [이쁜이] 어떻게요? [미언] 아내가 남편을 향해서 부르는 법식이 있지 않소? 뭐라고 부르지? [이쁜이] 아이 [미언] 허...보통 무어라고 부르든가? "여보" 또는 "이것봐" 그렇지 그렇게들 부르드군 그래 자 어서 한번 뭐라고 하던가 불러보시오 [이쁜이] ...아이 [미언] 어서 어서 [이쁜이] (모기소리만 하게) 저- 아이 [미언] 자 빨리. [이쁜이] 이것 보세요 [미언] 아니 아니 [이쁜이] ...여보세요 [미언] 아니야 그것두 아니야 [이쁜이] 여 여!여보 (말이 떨어지기 전에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는다) [미언] (이쁜이를 안아 일으킨다 패물과 활옷을 벗겨준다 자기도 벗으며 촛불을 꺼버린다) [갑분] 어머니 촛불이 꺼졌다 [한씨] 아이구 이노릇을 낸들 어떻게 하느냐 모두가 너의 애 덕이야 애비잘 둔 덕이야 덕 [갑분] 어머니 (앞으로 들어간다 한씨 뒤따라 나가다가 맹진사와 마주친다) [한씨] (한참 노려보다가) 잘도 망한다 잘도 망해 [갑분] 바보 아버지 죽어 (퇴장) -한참사이- (누가 부르는지 모르나 도라지 타령이 들려온다) [진사] (멍청하게 서있다가 넘어지듯 주저 앉는다) [삼돌] 장인 약속하셨지요? [진사] 아유 이놈을 어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