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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와 우리신화
소재에 있어서도 하늘과 땅과 인간의 모든 것이 그림의 내용이 된다.
하늘그림에는 혼천전도나 성수도, 천부수부도같은 천지신명天地神明, 봉황과 용 등이 그려지는 영수서조靈獸瑞鳥, 유불선儒佛仙의 종교宗敎도상과 함께 계견사호鷄犬巳虎나 삼재三災판화처럼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영역에서 결정되어 인간을 괴롭히는 온갖 재난災難를 피하게 해달라는 기원이 벽사문배辟邪門排그림으로 그려진다.
그림 山高水長圖
땅그림에는 무궁화 피고지는 금수강산을 병풍그림이나 지도로 그리는 근화강역槿花疆域, 소상이나 관동의 팔경풍류八景風流, 산도山圖 등의 낱장 판화나 종중산지도를 포함하는 풍수지리風水地理의 도해도 있다.
삼신이 깃든 신령스런 산三神靈山를 빼놓을 수가 있나. 봉래 방장 영주산은 한국인의 자랑스런 우리 땅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그림으로는
유교사회의 윤리를 병풍이나 목판으로 그린 강륜도설綱倫圖說, 하늘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희보길상喜報吉祥, 오래 오래 살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은 장수송축長壽頌祝, 세속을 벗어난 은일신선隱逸神仙에의 동경 등이 그림에 담긴다. 사람그림에 담긴 기원과 동경은 원화와 민화에 고루 발견된다. 왕공귀족이나 천한 백성이나 바라는 바가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울릉도외도
그런데 민화는 상징도상과 신화전설, 그리고 원형적인 신앙을 표현한 그림이 독특한 시각으로 그려진다. 그것은 중첩ㆍ조감ㆍ병치의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중첩重疊란 하늘의 시각이다. 책가도, 즉 책거리에서 볼 수 있듯 여러 시점이 한 화
그림 孔雀冊架圖
면에서 겹쳐 그려진다는 뜻이다. 책거리는 성격상 사람그림으로 분류되지만 하늘의 시각을 표방한다. 마치 화면의 이쪽에서 기원을 하면 그 뒤쪽에 어떤 존재가 어디에 있건 볼 수 있고 송축할 수 있도록 그린 그림이 책가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책가는 개화기에 접어들면서 태서법, 즉 서양화를 모방한 묘법과 일점투시, 이점투시의 원근법에 의해 그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들쑥날쑥한 시각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조감鳥瞰란 땅의 시각이다. 새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이라는 뜻이다. 산을 그릴 때 좌청룡 우백호 등의 산세와 지세를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그린다. 여기에 인간의 눈 높이에서 사방을 둘러본 풍경을 그려 넣는다. 그리고선 땅이름, 지형지물 등을 글씨로 쓴다. 마치 인체의 경혈, 침구위치 등을 그리는 듯 하다. 바로 땅을 인간처럼 바라보는 시각이다.
병치竝置란 사람의 시각이다. 어해도처럼 하나의 그림에 물고기와 게, 연꽃이나 복숭아
그림 구운몽병풍
등 갖가지 상징도상들을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물고기와 게는 군자 혹은 선비, 연꽃이나 복숭아는 과거급제를 기원하는 상징물이다. 혹시라도 그 기원을 들어줄 어떤 존재가 못 볼세라 구석구석 상징과 기원, 송축의 도상들을 깔아놓은 것이 이 유형의 그림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그림은 인간의 시각에서 하늘의 시각을 유인하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민화는 천지인의 내용에 따라 거는 장소가 달랐다. 우리네 조상들은 일본의 도꼬토마床間처럼 그림이나 꽃을 장식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지 아니하고 하늘과 땅과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집안에 장식했다. 천장에는 혼천전도渾天全圖나 천하전도天下全圖를 붙여 하늘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 땅에서도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기원했다. 건넌방에는 구봉도龜鳳圖를 그려 영수서조의 길상이 인간에게 베풀어지기를 빌고, 부엌문 위에는 계견사호鷄犬巳虎, 대문에는 신장그림을 붙여 외부에서 들어오는 삿된 것과 잡귀를 방어했다.
대청에는 빙 둘러 삼신산의 신선그림과 산과 물이 그려진 십장생그림을 붙여 금수강산과 삼신영산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안방에는 모란병풍을 둘러쳐 부귀를 기원하고 동서남북의 벽에는 도연명귀향도ㆍ삼고초려도ㆍ구운몽도ㆍ강태공도 등 전설이나 일화ㆍ소설 등을 그림으로 그려 인간의 눈높이에 병풍으로 둘러쳤다.
이런 그림들 대부분은 연중행사로 계속 붙여나가는 바람에 몇 겹씩 겹치기도 하고 금방 빛이 바래거나 연기에 그을리거나 비에 젖어 떨어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어느 누구나 눈여겨보거나 떼어내어 보존하지 않았던 그림이 이러한 낱장그림이었다. 그래서 폐가의 창문에 바른 종이를 뜯어내다 보니까 그 안에서 그림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간들에게 천대받으면서 이윽고는 원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던 화면으로, 다시 화면이라 이름 붙이기 이전의 자연과 하늘의 섭리로 돌아가도록 운명지워진 이러한 그림이 백성의 그림, 민화라 불리웠다.
도판: 지도천하도
하략...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