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를 두고 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논하자면,
이제 겨우 50 갓 넘긴 젊은 놈이 인생 운운하단고 분명히 건방지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살아 온 지난 시절에는 그 누구의 삶과 비교 할 수 없는
독특한 DNA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의 하나가 바람기(?) 이다.
사주에서는 역마살(驛馬煞)이라 부르는 그 것이다.
하지만 이 바람기 자체도, 폭풍을 몰고 다니는 것이 아닌,
아주 순수한 것으로...
뭔가 답답하고 좀 깊은 생각을 가져야 되겠다 싶으면
그냥 아무 목적지도 없이 일단은 밖으로 나서고 난 뒤에야
가는 길 위의 어느 쪽이던 무작정 방랑의 행보를 시작하곤 했다.
내 젊은 날,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한증막을 즐기며,
배를 만든다고 좋은 시간을 허비(?) 다 하였고,
또한 몸이 건강 할 때에는 그 가치를 모르고,
음주가무를 취미삼아 마냥 즐기는 것으로,
한량으로의 의무를 열과 성을 다해 수행하였다.
멀쩡한 저녁에 집에 가는 일이 일년에 손 꼽을 시절,
대부분은 웃 어른들과 함께 벌주(罰酒)로 밤을 지새웠던 시절이
지금은 그립기도 하고, 끔직스럽기도 하지만,
어차피 어떻게 지내왔던 시절이던,
지금에 와서야 회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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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늦은 오후 또 무작정 바람기가 발동되었다.
설악산을 가고 싶었다.
부전역에서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해 볼까?
아님, 경부선으로 동대구로 하여,
열차를 갈아타고 영주역에서 강릉으로 빠져 볼까...
온갖 궁리하여도, 등에 맨 짐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운 내 처지가 가련하여,
결국엔 자동차 키를 챙겨들게 되었다.
그래 차로 설악까지 달려보자는 호기로...
근데 막상 홍천 IC로 하여 설악을 갈려던 생각은,
안동휴게소에 들리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변덕이 일어난 것이다.
약 15년 전,
연말연시 연휴 시작에 발동한 바람기로 인해 갑자기 온 가족 다 데리고
무계획으로 떠났던 방랑의 첫 도착지가 안동이었기에
그 생각이 아스팔트 일어나 얼굴 때리 듯 떠 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랬다.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면서
새벽 일찍 정동진의 그 유명한 일출을 보겠다고...
칭얼거리는 애들 둘을 어르고 달래면서...
경주를 거쳐 포항을 지나고 영덕을 지나고...
결국엔 숙박 할 곳을 찾지 못해 삼척에서 다시 울진으로 턴하여
깜감한 한 밤중에 불영 계곡을 넘어 내륙으로 달렸다.
초행에다 어두운 길..
다행히 지나가는 길 어귀 저 멀리 여관 불 빛이 보였다.
차에서 내려 모텔로 갈려니,
바닥이 온통 녹지않은 눈이 발자국 소리에 사각 거린다.
그러고 보니 겁도없이 달려왔던 길이 눈길 이었던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지만,
차에 타고있는 식구들을 바라보며, 차마 내색을 하지는 못하였다...
결국엔 방이 없다는 객방 주인의 응답을 듣고서는 다시
가던 방향으로 계속 달릴 수 밖에...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속력이 전 보단 절반이나 줄였어도
등골에 흐르는 땀은 비오듯 그칠줄을 모른다.
아마 부산 출발 13시간 째 였으리라.
새벽의 여명이 주변을 밝힐즈음, 안동역 앞에 도착하여
청소부의 비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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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이 지난 현재의 안동역 모습

역전옆에 위치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하여...
(메뉴는 간고등어 찌게...)
안동 토속 음식으론..간고등어, 찜닭, 식혜, 건진국수 그리고 헛 제사밥을 우선으로 치며,
한우가 좋다고 하여 안동 한우도 거론하기는 하나...글쎄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잘 알려진 안동소주...45도가 일품이리라...

식사 후 하회(河回)마을로 향하였다.
하회마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닌 자연형성마을이며,
풍산 류(柳)씨 동성 집성촌으로 6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회는 낙동강이 마을을 S자 형태로 품으면서 흐르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탤런트 류시원도 이곳 출신으로 알고있으며,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작전고택을 비롯하여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는 고택들이 많은 곳으로,
제대로 둘러 볼려면 두어시간 정도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하회장터 입구


안동시 관광안내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 기념 표지석

장터 풍경(평일이어서 그런지 한산하기만 하다...)

특색있는 가로등
청명하고 푸르런 가을 하늘이 아주 높아보인다.
화창한 하늘에 비친 양떼 구름

마을 초입의 나무 정승 조각들...
아랫도리 자랑한 조각을 여기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연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가을이 아주 편안하게 놓여져 있다.
제방길...
낙엽이 떨어지면 더 운치가 있을 것 같다.
뚝길 한 켠에 놓여진 나무의자가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 같다....
복순이 보고 절대 앉지 마라고 했다.
나무 의자가 너무 부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앞 켠엔 낙동강이..저 멀리로는 부용대가 있다.

가을이 여물어 간다.
좀 있으면 나락이 황금색으로 곱게 단장을 하며 고개를 숙이기 시작 할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모델을 동행하여...
몸매만 좀 바쳐주면 금상첨화 인데....
결혼전에는 22" 허리, 40kg 내외 몸무게...
그땐 한 손으로 달랑 들어 올리곤 했었는데....
중년의 세월은 이렇게 빨리 흘렀나 보다.
부용대 전경..
요즘은 절벽이나 험상궂은 바위만 보면, 꼭대기에 쌍볼트를 박고싶다.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지만...
아직 보는 눈이 미천하여...높이는 한 60 정도...

나루터...
노 젖는 배는 없다..그래서 사공도 덩달아 없다. 현재에는 선장만 있을 뿐이다.

요즘 사공은 이렇게 게으르다.
당직을 철저히 서야지...필요하면 핸드폰 하랜다.
그렇게 말뚝을 박아놓았다.

가을이다.
코스모스가 피어있다. 아주 깨끗하게...

바로 바라보는 시각보다, 터여진 창을 총하여 바라보는 전경이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내면에 존재되어 있는 삐딱한 마음의 표현인가 보다.


아름다리 노송..
이 정도면 수령이 1000년은 넘지 않을까?

반연정사...


민속 체험을 위해, 널띠기, 그네가 설치되어 있다.
복순이가 그네를 탄다.
창공을 차고 오르는 한 마리의 날렵한 제비 그 자체이다.
사진을 찍을려고 하니, 시설물 파괴로 신고들어 온다고 찍지 말라고 한다.
나도 그 말에 즉시 동감 할 수 밖에 없었다.....
민송정 솔숲..
요즘은 솔 숲도 잘 찍으면 10억씩 벌 수 있단다...
이 사진의 가치는?

파아란 하늘, 강을 배경으로 묵묵히 자리하고 있는 부용대를 바라다 보며...

마을을 휘감아 돌아 나가는 낙동강

강변 모래 밭에서 뚝방길을 바라다 보며...
나무 의자가 외로운 가을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보름만 지나면 나락이 알알이 영글어 수확의 보람을 느끼게 될거다...

뚝길로 걷다보니, 관람 순서가 뒤죽박죽 되어...
다시 순서대로 관람 코스를 잡아...

누구의 마음과도 같은 신세...

잘 정비된 골목길...정비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대문 안으로...
나도 600백년 전 이었으면 양반의 자제로 생활하고 있었을까?

차라지 봉창지를 바르지 않은 창이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또 다시 삐딱한 시선으로...

항상 마음을 문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다.
전혀 열리지 않을 듯 싶은 門...누가 저 빗장을 과감히 걷어낼까?

양반 별신 굿 공연도 관람하고...
소 불알 살려고 카드를 내밀었 더니만...
카드는 받지 않는다고 하여...
스님이 아낙네 오줌누는 모습에 반해..
오줌 냄새를 맡고 있는 모습...

나중에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왔었다.
아마 공연 내용을 이해나 하였는지...
제대로된 한국을 알아야...독도가 저거 끼라고 안 우길낀데...

하회마을 건너편 부용대를 올라가다...
부용대에 서면 하회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하회마을은 둘러보지 않아도, 부용대는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파아란 하늘, 황금 빛 벌판, 솜털처럼 뿌려진 구름의 조화를 오래도록 담아두고 싶다.

한번 더 가을 하늘을 마음에 담아가고자...

이번 방황에서 미처 카메라 밧데리를 챙기지 못하여...
급하게 휴대폰으로 대처해 가면서...
이후 일정은?
울진으로 가기위해 15년 전과는 정 반대로
다시 불영계곡을 향해...불영사를 둘러보고....
사진 기록을 못 남겼네요...
첫댓글 좋은글 감사히느겼습니다.저는언제행님처럼 될란지... 조심히 당겨오시고좋은글 많이부탁드립니다.
명절잘보네세요? 언제한번 가봐야 겠네요?
나그네 마음상태가 사진속에 그려져 있는 듯 합니다. 뜻있는 여행후에 즐거운 명절 맞으시길 바랍니다...
첫째 낳고 저거 본(안동 권씨) 알려줄끼라꼬 갔던 안동인데 그후 한번도 못가봤네요..사진으로 보니 반갑네요..*^^*
그라고 보이...권총 고향이네...
근데 여기는 류씨 집성촌 이라...
안동 어느집에 찾아가야..
권총 들먹이면..
냉수 한사발 얻어 먹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