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 瞬間의 失手
-한 오리엔트의 잘못-
수필가·포토칼럼니스트 최 영 종
나는 어디서건 ‘환경(環境)’이네 ‘공해(公害)’네 하는 말을 듣게 되면 그 파아란 눈의 유럽인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때 그에게서 환경, 공해란 말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고 자연 사랑의 참길?(眞道)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을 거슬러 올라가 75 ,6년 때였으리라.
회사 일로 만년설(萬年雪)의 나라 스위스에 들렸다. 짧은 일정(日程)이었기에 할 일을 바쁘게 이곳저곳을 찾아 해치우고, 챙기고, 관광 안내판(案內板)을 따라 유럽의 지붕이라는 해발 4.168 미터에 있는 <융푸라요호>를 올랐다.
유럽에서 가장 높이 다닌다는 기관차로 좁은 협궤열차(狹軌列車)다, 톱니바퀴로 끌어 올리는 차를 타고 얼음 터널을 지난다. 이내 정상(頂上)의 정거장에서 내린다.
오래되어서 역, 정거장 이름이 안 떠오른다. 무엇보다 나를 반겨주는 것은 두툼한 방명록(芳名錄)이다.
‘Seoul Korea 최 영 종-75. 10. 8-.’이라고 인증(認證)하고 사인(私印)도 찍고 사인도 했다. 일생에 다시 올지 모르기에 내 깜냥에 단단히 기록(記錄)해 누었다. 다시 등산(登山)(?) 한다.
사실 정거장 위로 10m 쯤 조금은 올라가야 하는데 수정 알 같은 얼음 궁전을 지나게 된다. 여기서만 진짜 만년설(萬年雪)이 내리는 장관(壯觀)을 볼 수 있고 쌓인 눈을 밟아도 보게 된다.
멀리 바라보니 하얀 봉우리 봉우리마다 높이 솟은 위용(偉容)을 자랑하면서 서로 꼬리를 맞댄 채 하늘을 꿰뚫고 있었다.
다시 한번 내가 비록 육척단신(六尺單身)이라 하더라도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라는데 하는 만용(蠻勇)도 내보나, 그래도 왜소(矮小)해지고 만다. 저 웅장(雄壯)한 자연(自然)의 모습 앞에 나도 모르게 외경심(畏敬心)이 인다.
나는 아랫배에 힘을 넣으면서 심호흡(深呼吸)으로 내 기(氣)를 살리고 싶었다. 거듭한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담기 위해서다. 갑자기 조그맣게 내 비추던 파아란 하늘이 심술을 부리면서 눈발을 뿌린다. 이토록 높은 곳에 사시는 바람 님도 마실을 갔는지 하나의 흩으럼 없이 조용조용히 내 머리 위에서도 어깨 위에서도 내려와 멀리서 온 에뜨랑제-‘etranger-를 반긴다.
머리를 들어서 본다. 환영(歡迎)하는 듯 별(星) 모양으로도 나비로도 장미로도 되어 내려온다. 여행자에게 행운(幸運)을 안겨준다고 전해 내려오는 이곳의 신화(神話) 처럼 마름모형의 눈송이는 끝내 동방(東方)에서 온 관광자(觀光者)의 어깨를 찾지 못한 듯하다. 아폴로 별도 쥬피터 별도 내 편은 아니었다.
그때다. 입안에 무언가 가득해 왔다. 침 덩이였다. 나는 그저 늘 하던 버릇대로 퉤-하고 뱉아 냈다. 떨어진 침 덩이는 눈 속에 희무끄레이 하게 점을 남기는가 싶더니 이어 내리는 눈 속으로 흔적(痕迹)없이 사라졌다. 그때. 나와 조금 떨어져 있던 파아란 눈의 유럽인이 내 곁으로 다가온다.
“알유 재팬...?”하고 묻는다. 불쾌했다. 여러모로 말이다.
퉁명 스럽게 “노- 사우드 코리언”
그는 더 가까이 왔다.
마치 애원(哀願)하는 표정이다.
“여기 하루에 얼마나 관광객 오는지 아시오? 당신처럼 그들이 침이나 온갖 쓰레기인 오물(汚物)을 뱉거나 버린다면 이것들은 쌓이겠지요. 이것들이 녹아내리는 눈 속에 섞여 아래로 내려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것이 환경을 오염(汚染)시키는 공해로 변하겠지요? 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요? 더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오히려 인사까지 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이 설교(說敎)같은 강의(講義)를 듣는 장면(場面)을 못 본 것이 천만다행(千萬多幸) 이었다.
얼굴 들고 ‘아이앰 쏘리’라고 사죄(謝罪)하는, 기어드는 내 목소리를 그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모른다.
그의 말대로라면 1초(秒)의 한 오리엔트의 실수(失手)였다. 실수라는 말은 모든 일없이 그렇게 되리라 하는 생각으로 자기 합리화(合理化)를 위한 높임말이 되고 국제망신(國際亡身)이라는 말이 알맞으리라. 나는 이후 강의라는 말로 말하고 싶었다.
그 아닌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려워 얼굴이 화끈거려 기념사진(紀念寫眞) 한 장만에 이런저런 관광도 기분 안 좋아 흥미 잃어 치우고, 산을 내려오고 말았다.
그 무렵 우리나라는 장소(場所)를 보아가며 침도 소변에 큰 것을 보는 것쯤 대단찮게 여겨왔다.
요즘에는 이러다가는 경범죄(輕犯罪)로 처벌(處罰)되고도 남는다. 길 가면서 침 뱉는 일, 하찮은 일로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이런 여러 가지 공해가 싸인다면 환경공해로 이어져서 여러 가지 변이(變異)로 나타날 것이다. 이런 것을 모르는 필자에게 그의 강의는 평범(平凡)한 사실(事實)을 일깨워 주는 순간이었다. 사실 창피해서 그의 국적도 이름도 사는 곳도 묻지 않았으니, 지금도 그저 영원한 스승으로만 그저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只今)처럼 우리 아니 전 세계가 환경공해에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는 때는 없다.
인간들이 만들어 낸 자초(自招)한 환경공해에서 되돌아오는 ‘부메랑 효과(效果)’를 이제야 알았다고나 할까?
극언(極言)이라고 해도 좋지만, 무심히 버리는 휴지 한 장에 담배꽁초, 껌 껍질, 찢어져 뒹구는 비닐봉지, 떨어져 나온 스티로풀, 엎지른 기름 한 방울 등등 얼핏 보면 별 영향을 줄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쌓이고 모이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이변(異變)으로 재앙(災殃)을 몰고 올 경고음(警告音)이 될 것이니 이제는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으니, 사람들이 앞날을 걱정하며 한마디씩 할 만큼 진화(進化)되었고 지금 들려온다, 고들도 한다.
이런 경고를 받은 종점에 선 듯한 문외한(門外漢)이 보면 (이에 대한 전문가도 관계자도 천문학자도 아니지만) 다시 우리 주변(周邊)을 살펴보려 한다.
물과 흙이 있는 땅, 지구(地球)에서는 인간(人間)들이 흔적(痕迹)을 잘못 남기면 땅을 오염시켜 지력(地力)을 잃게 한다고 말들 하지만 더욱 심하게 말하면 의(衣), 식(食), 주(住)를 직접 간접적으로 망가뜨린다.
하늘도 모든 천체(天體)도 잔뜩 화가 나서 오존층(層)을 찢어내서 엘리뇨 네, 라니뇨 네 해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사탄을 가끔 내려보낸다. 어느 곳에는 홍수 난리를 또 어느 곳에는 폭설(暴雪)을 다른 곳에서는 긴 한발(旱魃)로 인간의 업보(業報)를 응수(應酬), 대답하고 있다. 보답(報答)한다고나 할까?
왜?! 라는 학리(學理)는 여기서 따지지 않기로 하자.
이런 하늘의 횡포(橫暴)는 지구 온난화(溫暖化)로 가속적(加速的)인 발전(發展)으로 이어져 저지대(低地帶) 국가나 도시(都市)의 침몰(沈沒), 등 굽은 물고기의 출현(出現), 환경 호르몬의 인체 건강 위협(威脅), 남자의 정자수(精子數) 급격감소(急擊減少), 개구리의 멸종위기(滅種危機)에 한국 공기 세계(世界)에서 최악(最惡), 남극 빙산(氷山) 녹아내려 해수면(海水面) 상승, 비닐 완전(完全) 분해(分解) 되려면 100년(年) 걸려- 이것들은 지금 우리가 보고 듣는 것으로 여기 적으려면 끝이 없어 이만 줄인다.
어쨌건, 이런 하늘의 망령(妄靈)은 호모사피시엔스라고 으쓱대는 인간들이 불러들인 선물로 받아들여야 하리라.
예부터, 산자수명(山紫水明)하고 명경지수(明鏡止水)하다고 칭송(稱訟)을 아끼지 않던 삼천리, 금수강산(錦繡江山)을 우리는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았기에 우리도 물 맑고 울창한 숲속에서 새들이 짖어대는 땅을 물려줘야 한다.
싱싱하고 풋내음 물씬 나는 강토(疆土)를 물려 줄 큰 책임(責任)과 의무(義務)도 있음을 누구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제는 녹슨 말이 되었지만 지난 세기 중반부터 쓰던 말로
‘내일(來日) 지구(地球)의 종말(終末)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오늘, 이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후일(後日)에 태어날 2세들의 행복(幸福)을 걱정했다던 네델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1632 - 77>의 이 말을 그날의 파아란 눈의 그에게 감사함으로 오버랩 시키고 싶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의무보다 풀어야 할 더 긴박(緊迫)한 과제(課題)가 있다. 너 나만이 아니라 이 땅위에 산다는 80억 인구 다 같이 달려들 문제다.
출제자(出題者)는 영국의 천체물리학자(天體物理學者) 스티븐 호킹 박사(博士)로(1632-1977)로 “인류는 200년 안으로 지구를 떠나야 한다.” 는 그의 결론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00년으로 단축될 수 있으나 그 원인으로 소행성(小行星)의 충돌(衝突), 기후위기(氣候危機), 핵전쟁(核戰爭), 변종(變種) 바이러스 등과 함께 의외(意外)로 인공지능(人工知能), AI에 의한 인류파멸(人類破滅)의 가능성(可能性)까지 제시(提示)해 여러 가지 폭탄(爆彈)을 눈앞에 놓고 보는 순간까지 왔으니 어찌 지구를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론(持論)이다. 폭탄선언(爆彈宣言)이다.
의역(意譯)으로 몇 자로 줄여보면 ‘앞으로 200년 안으로 지구를 떠나라. 지구같이 좋은 환경을 가진 천체는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지상낙원(地上樂園)이다. 지구 말고는 다른 위성 화성 금성도 밤낮의 온도가 심하고, 밤낮도 없고 사계절, 밤낮도 없어 이것을 가려 주는 천기(天氣)는 지구 밖에 는 없다.’ 는 것.
하지만 최근 뉴스는 ‘지구 안떠나도 된다’호킹박사의 피난설에 대한 독설(毒舌)도 있다.(‘지구 바깥에 또 다른 지구는 없다’ 2024. 8. 3. H신문)
한 동양인의 그 자리에서 한 행동이 범세계적으로 지구를 살리자는 이런 구세음을 따라갈 리 없다. 그러나 한 오리엔트가 저지른 실수가 영원히 없어질 수 없으리라 믿지만 그래도 하고 그에게 빌어본다.
.....
- 8. 22. ‘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