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동닭매운탕>
닭요리는 죄다 모여 있는 집이다. 상호는 닭매운탕이지만 갖가지 닭요리를 하는 닭요리전문점이다. 그래도 얼굴은 닭매운탕, 고맙게도 점심메뉴로도 팔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쫀득쫀득하고 고기에 속깊이 배인 고른 간, 느끼하지 않은 국물맛, 식감도 맛도 나무랄 데 없다.
1. 식당 얼개
상호 : <와룡동닭매운탕>
전화 : 02) 743-1134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10길 30 동주빌딩 1층(와룡동 38-1)
주요음식 : 닭요리 전반
2. 먹은 음식 : 닭도리백반 10,000원
먹은 날 : 2020.5.21.점심
3. 맛보기
다른 음식도 맛보고 싶었지만, 점심인데다 배가 하나뿐이어서 식탐을 애써 참아야 했다. 상호에도 걸려 있는 얼굴마담, 닭매운탕, 닭요리의 대명사 닭매운탕에 솜씨가 다 담겨 있겠지, 하는 기대가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상차림과 깊은 맛에 다른 요리를 맛보지 못하는 서운함이 어느새 가셨다. 맛으로 보상을 제대로 받은 셈이다.
여기 닭매운탕이 특별한 건 무가 들어간다는 것, 보통은 감자만 넣고 하는데 무가 들어갔다. 약간 달근한 맛이 아마 무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인위적인 맛이 아니어서 거부감은 없으나 보통 매운탕과 다른 특별한 맛으로 느껴진다.
고추를 넣어서 매운맛을 더 살렸다. 점심으로 먹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다. 닭고기는 육질이 쫀득거리고 짜지 않은 개운한 맛이 잘 배여 있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질좋은 닭고기에 간을 잘한 것이 느껴진다.
무도 감자도 농익지 않았으면서 맛이 깊이 배이도록 충분히 익었다. 모양새도 잘 살아 있으면서 말이다. 고수는 고수다. 먹어보지 못한 다른 메뉴를 보며 어디든 숨은 고수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곁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진다. 그것도 규모있게. 김치는 생김치를 약간 지났으나 제맛을 못찾아 조금 섭섭하다. 오이지는 사각거리는 맛이 좋다. 더 좋은 것은 이 싱싱한 김치를 조리대 앞 셀프제공진열찬에서 계속 본인이 리필할 수 있다는 거다. 솜씨 좋은 집치고 인심 야박한 곳이 별로 없다.
전주 음식이 유명한 것은 솜씨에도 있지만 인심에도 있다. 식당은 특히 먹을것을 파는 곳 아닌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식당이 야박한 느낌이 나면 다시 가고 싶은 맛이 사라진다. 사소한 것이 중요한 것이다. 오이소박이에 자꾸 손이 갔다. 푸진 인심 덕분에도 다시 오고 싶어지는 집이다.
느타리버섯 좋다. 품새도 맛도 훌륭하다.
곁반찬 중 제일 감동은 콩자반, 콩짠지다. 옛날 옛날 도시락 반찬으로 애용되던 콩자반, 너무 자주 싸줘서 싫어했던 콩자반, 이제는 그리운 음식이다. 추억의 콩자반이 모양도 맛도 그대로다. 영양도 최고 아닌가.
콩짠지라고도 부르는데 짠지처럼 짜지 않아, 추억을 먹는 듯, 애정을 먹는 듯 한 알, 한 알 젓가락질 신기를 자랑하며 추억을 더듬는다. 좋은 반찬이다.
잊은 게 있다. 냄새와 빛깔이 좋다는 것, 입맛을 돋군다. 매운 음식은 특히 더 침샘을 자극하고 회를 동하게 하는데, 식탁에 오르자마자, 와, 침이 고인다.
*식재료가 모두 국내산이라는 안내문이다. 닭고기 육질에서도 감지된다.
4. 먹은 후
닭도리탕을 닭매운탕으로 바꿔 써 주어서 고맙다. 닭도리탕은 닭볶음탕이 표준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볶음에는 기름이 들어간다는 느낌이 있어서 썩 잘맞는 말이 아닌 거 같다. 거기다 '탕'을 붙이면 볶은 후에 물을 넣는다는 것인데 그것도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볶음+탕이 조리방식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닭도리탕은 '닭+도리(새)+탕'의 합성어인데 가운데 '도리'가 생뚱맞다. 그런데도 광범위하게 오래 써왔고 지금도 많이 사용된다. 닭매운탕의 매운탕도 꼭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통 매운탕에는 물이 상당히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에는 ''달고기와 감자, 당근 따위와 갖은양념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끌인 찌개'라고 나와 있다.
따라서 이 집 닭매운탕은 이 사전적 정의와도 맞지 않다. 찌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아직 조리법에 꼭맞는 적당한 어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볶음탕보다는 '닭매운탕'이 해당 조리법에 더 가까운 어휘로 보인다.
오히려 사전적 정의를 바꿔야 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닭매운탕'은 바로 이런 요리를 가리키는 것이지 사전적 개념과 같은 음식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사전의 개념 정의를 다시한번 검토해야 할 거 같다. 언중이 사용하는 의미와도 어긋나 있고, 그런 음식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점심 메뉴의 이름도 바꾸는 것이 좋겠다. 상호인 닭매운탕과 주요 메뉴에서 사용한 이름을 어디 두고 또 '도리'로 돌아갔는가. '닭맑은탕'도 좋은 이름이다.
그래도 창덕궁 그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고급 동네 구석진 골목에 이런 맛깔스러운 집이 있다니, 감동적이어서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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