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 선생
일찍이 우리 어머니는 남정들이 부엌에 드나드는 것을 싫어하셔서 나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아내가 해주는 밥만 먹었지 내 손으로 밥상을 차려 본 적이 없다. 자랑이 아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설거지도 해보지 않았는데 이런 나를 두고 아내는 장애인을 학대(?)한다고 가끔은 푸념을 널어놓는다. 아내는 망막색소변성증(RP)으로 시력이 몹시 나쁘기 때문이다.
요즘 tvN방송에서 ‘집밥 백 선생’이라는 요리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방영 시간대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아내는 이 프로에 심취하여 아침저녁은 물론 때로는 새벽에도 TV 앞에 노트까지 펼쳐놓고 열심히 보고 있다.
백 선생의 프로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백종원(白種元) 1966년생의 요리연구가이자 기업가이다. 그의 아내가 유명한 배우이어서인지 오래전부터 방송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인물이라고 한다. 나도 지난해 아들 며느리와 함께 김해에 있는 홍콩반점 체인점에서 국적 불명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함께 출연한 연예인들이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엄밀히 말하면 고정 시청자의 한 사람인 아내도 그의 제자라고 볼 수 있다. 아내의 병증이 점점 심해져 가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 집의 금기도 깨어져 나도 부엌일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아내와 함께 ‘집밥 백 선생’을 보다가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아하, 이 사람이 요즘 우리나라의 멀쩡한 사내들에게 앞치마를 둘러 부엌으로 내몬 장본인이구나!” 우리 어머니 살아계셨더라면 질겁할 일이 어쩌면 내 아들의 집에서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병삼 목사는 그의 바이블 칼럼에서 ‘요리하는 남자의 원조는 예수님’이라고 적고 있다. 예수님은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질하다 피곤함에 지쳐 육지로 올라온 제자들을 위해 조반을 지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니 제자들이 주님이신 줄 아는 고로 당신이 누구냐 감히 묻는 자가 없더라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요한복음 21:12~13)